자기만의 방 에프 클래식
버지니아 울프 지음, 김율희 옮김 / F(에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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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지인들의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한다.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늘 책을 선물하다보니, 아이들은 힐씨 이모(혹은 아줌마)는 늘 책을 선물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다행하게도 ( 인사치레인지는 모르겠지만 ) 골라 보낸 책들은 늘 재미있었다고들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지인의 딸이 대학생이 되면 늘 이 책을 선물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을.

 


자기만의 방
a room of one's own
버지니아 울프
에프 클래식
184쪽 | 312g | 133*225*10mm | 2021년 03월
에프

 

케임브리지 대학교 내 여자대학인 거턴과 뉴넘에서의 강연을 위해 ‘여성과 픽션’을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한 울프는 1928년 10월,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두 강연에서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고정적인 소득(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후 강연 발표문의 내용을 발전시켜 이 책 「자기만의 방」 에서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에밀리 브론테 등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을 고찰하고, 그들이 제한된 경험과 인습적 통제로 뒤틀린 작품을 쓸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이야기한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여성 작가들을 문학사 안에 위치시킨 최초의 시도이자 성을 중심으로 문학적 유산을 논의한 최초의 이론서라는 역사적 의의를 가진다. 이 책이 페미니즘 책의 고전이 된 이유 중의 하나다.

 

제인 오스틴의 시대 이전까지 소설 속의 위대한 여성들은 모두 남성의 눈에 비친 모습이었을 뿐 아니라 남성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바라본 모습이었으니, 생각만 해도 이상했습니다. 여성의 삶에서 그런 관계는 얼마나 작은 부분입니까. 게다가 남성은 성이 자기 코에 걸어 준 검정색 안경이나 장밋빛 안경으로 여성을 바라보기 때문에 여성의 관계에 대해 알 수 있는 것도 거의 없는데 말이에요. 어쩌면 이런 이유로 소설 속 여성의 성격은 특이하게 나타납니다. 놀랄 만큼 지극히 아름답거나 지극히 불쾌하고, 천사처럼 선량한 모습과 악마처럼 타락한 모습을 오갑니다. 연인인 남성이 자신의 애정이 솟구쳤는지 가라앉았는지, 순조로운지 아니면 불만족스러운지에 따라 여성을 다르게 바라보기 때문이지요.


- 자기만의 방.4장, p123

 

개인적으로 (어쩌다보니) 「자기만의 방」 의 여러 에디션을 모아왔다. 그리고 모아놓은 것들은 다시 선물로 나간다. 그리고 이번에 또 다시 새로운 책으로 다시 읽었다. 



여러 에디션의 자기만의 방,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관련 책

 

그녀가 말하는 자기만의 방이란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자,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억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공간'이다. 외부의 제약이 없는 이러한 공간이 있어야 창조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고 말이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이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비단 '창조력' 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여성들에게 '자기만의 방'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현실에 직면'하는 삶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지.

 

그러니 여러분에게 돈을 벌고 자기만의 방을 가지라고 부탁할 때, 나는 현실에 직면하여 살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활기를 전할 수 있든 없든 상관없이 활기찬 삶을 살아가라고 부탁하는 셈입니다.


- 자기만의 방. 6장, p163

 

가부장적인 환경 내에서의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면들을 서술하고 있지만, 여성과 남성의 대결 국면을 조장하는 책이 아니라는 점도 다시 읽으며 깨닫는다. 이전에 읽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지점이다. 또한 '여성' 이라는 단어 대신 '사람'이라는 말로 치환해도 의미는 그대로 남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나는 신체에 두 가지 성이 있듯이 마음에도 두 가지 성이 있는지, 그리고 마음의 두가지 성도 완전한 만족과 행복을 얻기 위해 연합해야 하는지 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서투르지만 우리 영혼의 약도를 그려 두 가지 힘, 즉 남성적인 힘과 여성적인 힘이 우리 각자의 내면을 관장하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남성의 머릿속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우세하고, 여성의 머릿속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세합니다. 이 두 힘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정신적으로 협력할 때 우리는 정상적이고 편안한 상태가 됩니다. 남성이라고 해도 두뇌의 여성적인 부분이 작용해야 합니다. 여성 또한 자기 속의 남성과 교류해야 합니다. 


- 자기만의 방. 6장, p146

 

이런 이야기들은 옮긴 이의 말에서 서술한 것처럼, 서로에게 '욕을 퍼붓느라 시간을 낭비'(p136) 하지 않으며 '두려움과 증오' 가 '거의 사라진' 시대를 꿈꾸게 한다. '다른 것보다 나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라고 말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이야기에 '나다운 것'이 어떤 것인지를 끊임없이 성찰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보게 된다. 

 

나 자신의 마음을 샅샅이 뒤져도, 남성의 동료가 되고 대등한 존재가 되어 더 숭고한 목표를 위해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고귀한 감정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다른 것보다 나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간단히 그리고 평범하게 말할 뿐입니다. 고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 말하겠습니다. 


- 자기만의 방. 6장, p163-164

 

「자기만의 방」은 필사를 해 보기에도 좋은 책이다. 이전에 '릴레이 필사 챌린지' 로 한번 필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어떤 문장이 나를 두드릴까 궁금해하며 이번에도 다시 필사를 해봐야겠다. 그나저나 이번에 대학생이 된 지인의 아이에게도 또 이 책을 선물했다. 나는 앞으로도 이 책을 계속 모으게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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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는 것도 생각보다 꽤 괜찮습니다
신혜연 지음 / 샘터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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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만 내달리느라 동력을 소진해서 몸은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었고, 전처럼 머리가 휙휙 돌아가지 않아서 똑같은 일을 해도 효율이 확 떨어졌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근육이 줄어들고, 효율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비례로 마음속 욕심과 질투도 함께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살면서 갑옷처럼 나를 감싸주었던 허세와 자만의 거품이 슬슬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
- 글을 시작하며, p11

아. 정말 나도 그렇다. 제목을 보며 책 속에서 내 이야기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시작하는 글에서부터 격한 공감의 끄덕임이 계속된다. 이 책은 저자가 쉰 살이 되고부터 변해온 마음가짐과 일상에 대한 기록이다. 멀었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멀지 않은 나이.. 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 것이려나.

 


 

나이 드는 것도 생각보다 꽤 괜찮습니다
신혜연 지음
샘터

 

주름이 생기고 탄력이 떨어져가는 얼굴, 바닥에 한웅큼 떨어짐 머리카락에 대한 한탄을 함께 해보고,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데 게으르다' 보다 '자연에 순응한다' 라는 마음가짐에 살며시 밑줄을 긋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로 내 맘에 들게 하려면 겉치레가 아니라 내 몸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더욱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물론 적당한 관리는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하겠지만.

 

집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이 글은 내 일기인가 싶기도 한 글. 농담삼아 늘 '이번 생에 살림을 글렀어' 라는 내 푸념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나만 그렇지 않다라는 위로가 필요했던 요즘, 조금 안심이 되는 기분이다.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살림이 즐겁고, 그걸 해야 행복한 사람이 있다. 그런 분들 집에 가면 집안 전체가 윤이 나면서 따뜻하고 고소한 향기가 감돈다. 나는 그쪽은 아니다. 살림을 하는 즐거움 보다는 유익한 생활문화 정보를 찾아내고, 글을 쓰는 일이 즐겁다. 살림 잘 하는 사람들 따라가려고 노력해봤자 내 몸만 피곤하다. 살림 잘 하는 사람들 따라가려고 노력해봤자 내 몸만 피곤하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하다 보면 얻는 것은 스트레스뿐이다. 

-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 집에서 일하기, p206

 

'함께 읽으면 행간이 보인다' 라는 글도 좋다. '독서 모임을 하니 내가 찾아내지 못했던 보석 같은 책을 추천받고, 혼자 읽을 때는 미처 몰랐던 해석을 듣게 된다' 라는 문장. 이건 나이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 함께 하는 모임에서는 저마다의 삶의 경험을 조금 더 들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듯 하다. 아무래도 살아온 시간들과 경험이 켜켜이 쌓여있는 만큼 조금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고 할까. 

 

책은 내가 살면서 절대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지만 어떤 책을 읽는지에 내 생각과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내가 읽고 싶은 책만 읽어서는 생각의 전환점이 생길 수가 없다. 독서 모임을 통해 내 손으로 고르지 않았을 책도 읽어보고, 나 혼자 읽으면서는 알 수 없었던 의미를 같이 나누면서 독서의 깊이가 깊어진다. 
- 매일 하나씩 새로운 일, 함께 읽으면 행간이 보인다, p14

 

일기에 '좋은 것', '싫은 것', '나는 이런 사람', '나는 이렇지 않은 사람', '내 희망은' 을 적어보는 것도 함께 해보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적다 보면, 나라는 사람의 얼굴이, 몸짓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알고 있지만 잊고 있던 것들도 떠올리게 된다.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의 배설구만 되는 듯해서 한동안 멈췄던 일기를 다시 써야겠다고 다짐. 
 

말린 쉬위(Marlene Schiwy)는 <일기여행>에서 '일기 쓰기는 매일 일어나는 일상의 일들을 단순히 기록한다는 의미만 지니는 것은 아니다. 일기 쓰기는 심리적 근원을 향하여 일상의 표피 아래로 우리를 내던지는 생생한 반성의 과정이다. 보다 더 깊은 층위에서 글을 쓰고 있을 때 우리의 삶은 변화한다. 삶의 여정과 일기 쓰기 여행이 서로 뒤섞이면서 삶과 일기는 풍요롭고 서로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진다.' 라고 했다. 그러면서 '집중력, 지속성, 반복이 가장 중요한 육체적 운동과는 달리, 분량과 길이와 횟수에 얽매이지 않는다' 고 일기 쓰기의 장점을 지적했다. 

- 매일 하나씩 새로운 일, 일기, 나를 보여주는 거울, p147

 

분명 읽었던 책인데 잊고 있던 내용도 떠올린다. 저자와 달리 아직 육아 중인 내게 일상수필이 다시 육아서가 되다니! 물론 '우아한 할머니가 되고 싶어' 라는 장의 제목을 생각해보면 내 아이 뿐 아니라 이제는 주변의 마주치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기억할 만 하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우연히 존 가트맨(John Gottman) 의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을 비록해 아동 심리학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서 그런 의미 없고 추상적이며 외모 지상주의적 칭찬이 아이들에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그 후론 아이들에게 한 마디 건넬 때도 신중해졌다. '얼굴이 예쁘다'는 말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아이가 자기도 모르게 외모에 편향적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 그러니 외모에 대한 칭찬보다는 "빈 음료수병을 재활용통에 버리니 환경을 보호하는 어린이구나", "동생을 잘 돌봐주는 멋진 형아네", "머리를 직접 묶었구나. 더 단정해 보이네" 그런 식으로 아이가 실제로 한 구체적 행동에 대한 칭찬이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 우아한 할머니가 되고 싶어, 칭찬은 어른이 할 일, p236

 

'나이 들었다고 움츠러들지 않게, 내일은 오늘보다 더 씩씩하게, 더 우아하게 살기 위한' 느긋한 발걸음은 경쾌하다. 잡지사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백화점에서 콘텐츠디렉터로 일해온 저자는 일상의 기록들을  「건강한 일상의 루틴 만들기」, 「유행을 버리고 취향대로 산다」, 「매일 하나씩 새로운 일」,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 「우아한 할머니가 되고 싶어」, 이렇게 5가지 장으로 나누어 들려준다. 각 장의 제목만 봐도 공감지수가 높아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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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마 주니어 중학 국어 비문학 독해 연습 1 - 글 읽기 능력 향상을 위한 중학 숨마 주니어 국어 비문학 1
김영신 외 지음 / 이룸이앤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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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동안 아이와 2학년을 준비하면서, 국어의 경우 독해와 문법을 조금 더 신경써야할 듯 했다. 작년 겨울방학에도 비문학 독해를 한 권 풀었는데 올해도 풀어보기로 했다. 숨마주니어의 「중학국어 비문학 독해연습」 이다. 1일 2지문을 풀면 25일에 끝나는 진도다. 예비 중1~중2 대상의 1권. 

 


 


주로 이야기의 서사 중심의 창작물을 주로 읽는 아이인지라, 문학 외의 다른 지문들에 대한 독해 능력도 연습이 필요할 듯 했다. 이 책은 인문, 사회, 과학, 기술, 예술 분야의 제재들이 수록되어 있다.  

 


 


계획은 두 가지 방식으로 세워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차례대로 진행하거나 제재별로 섞어서 진행하는 방법 두가지다. 아이는 첫날은 차례대로 해보더니, 제재별로 섞어서 해보겠다고 했다. 그게 더 재미있을 것 같다나.



 

한 지문당 2~4개 정도의 문제라 푸는 데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다.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할 뿐.


물론 틀린 문제를 확인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쉽게 분리가 되는 정답 및 해설서는 수록된 지문에 대하여 문단별로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며 [지문 해제]도 수록되어 있다. 또한 문제에 대한 정답/오답 풀이도 아이 스스로 학습해볼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지라 복습에도 좋을 것 같다. 


각 분야의 마지막에는 해당 제재들에서 나온 어휘 등에 대해 따로 짚어볼 수 있도록 구성해놓은 부분이 좋았다. 밤톨군의 경우 과학 제재에서 어려운 단어들이 많았다고 한다. 가장 재미있어 한 부분은 예술이라더니 가장 많이 틀리는 부분도 예술분야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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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 새 - 이해인 수필그림책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45
이해인 지음, 이영아 그림 / 현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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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내 종교와 관계없이, 불교계에서 법정 스님의 글을 좋아했다면, 카톨릭계에서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와 수필을 좋아한다. 이해인 수녀님의 글에 일러스트를 더한 그림책은 「감사하면 할수록」 과 「누구라도 문구점」 등이 있다. 

 


 


수녀새
이영아 그림
현북스

 

강이나 바닷가 모래밭에 찍혀있는 물새들의 발자국을 보며 물새를 궁금해하고, 비오는 날에는 새들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걱정한다. 새소리에 잠을 깨는 밤에는 맑고 고요해지는 마음을 느끼며 다시 잠을 청하는 이해인 수녀님.

 

그림 속 다양한 새들을 바라본다. 꽃이나 나무 이름에 비해 새 이름을 조금밖에 몰라 새들에게 미안하다는 수녀님은 그 이름을 불러주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나도 집 근처의 새들을 보며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아파트 현관 근처의, 눈 쌓인 산수유 나무 위에 남은 산수유 열매를 먹는 이 새를 최근 많이 만난다. 얼마 전에야 '물까치' 라는 것을 알았다. 수녀원 언덕길에서 자주 마주치는 가슴이 노란 새의 이름이 궁금해서 조류 사전을 빌려다보았다는 그녀의 글을 보며 함께 미소를 짓게 된다.

 


 


 


그녀의 이메일 아이디는 'nunbird88' 이다.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믿음과 사랑을 전하는 작은새가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지은 아이디라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마음이 그림책에 담겼다. 세상을 향해 띄우는 또 한 권의 러브레터다. 

 

수녀 새는 파랑새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녀의 꿈 많은 소녀시절, 친구가 그녀에게 '곧 날아가버릴 한 마리의 파랑새 같구나' 라고 써서 보냈던 편지의 구절에 나온 것처럼. 

 


 

파랑새는 동명의 고전 소설을 통해 행복의 상징이 된 새이기도 하다. 어디론지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은 그녀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날아가고 싶다고 적는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희망을 전하고, 사랑을 전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는 '수녀 새' 가 되고 싶다고.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우리 모두 새들에게 배우면 좋겠습니다.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그들의 자유로움을,
먹을 것도 꼭 필요한 양만 취하는 욕심없음을,
그리고 먼 길도 기다렸다 함께 가는 우애와 의리를!

- 2020년 부산 광안리,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서 이해인 수녀로부터

 

이해인 수녀님의 글의 풍경을 그대로 그림에 담아내는 것에 더하여 '이해인' 이라는 수녀이자 시인의 다른 이야기를 좀 더 그림으로 담아내었다면 '이해인 수필그림책' 이라는 것 외에 또 한 권의 '인물 그림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 살짝 아쉽기도 했지만, 그녀의 러브레터를 받고 펼쳐 읽는 이들의 마음은 저절로 따뜻해진다. 그리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보게 된다. 그녀의 선한 영향력이 조용하게 읽는 이에게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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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5
카를로 콜로디 지음, 이기철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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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Le avventure di Pinnocchio
카를로 콜로디 지음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 15
보물창고

 

이 책은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이라는 시리즈의 15번째 권이다. 「어린왕자」 를 시작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보물섬」, 「베니스의 상인」, 「크리스마스 캐럴」, 「호두까기 인형」 등을 새롭게 나오고 있다. 어른들이 '클래식', 혹은 '명작' 이라고 부르는 고전 소설들이다. 그리고 오래 읽히는 고전 소설들은 분명 사랑받는 이유가 있다. 세상이 매우 변했다고는 하지만 삶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 뿐더러, 혹여 다른 가치관이 있더라도 달라진 부분을 찾아내어 확장해볼 수 있는 생각거리들이 있는 까닭이다. 

 

표지는 엔리코 마잔티(Enrico Mazzanti) 가 그린 1883년 초판본 일러스트를, 본문은 카를로 치오스트리(Carlo Chiostri)의 일러스트를 담았다. 구성에 있어 본문의 일러스트의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므로 텍스트에 친숙한 초등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이 읽기에 좋다.

 


책 서두의 정보와 부록

 

친숙한 이야기에 더하여, 책의 서두에 나와있는 카를로 콜로디 및 여러 판본에 대한 소개와 책 후반부의 부록인 '장난꾸러기 꼭두각시와 함께 떠나는 좌충우돌 모험' 은 더욱 흥미롭다. 부록에 나온 뒷 이야기를 조금 옮겨보면, 처음의 「피노키오」 는 「꼭두각시 인형의 모험」 이라는 제목으로 어린이 신문에 연재되었는데, 여우와 고양이의 꾐에 넘어가 그 벌로 떡갈나무에 목을 매달린 채 죽음을 맞이하는 15화짜리 이야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비극으로 끝난 결말이, 피노키오를 다시 보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요청에 의해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하여 2년에 걸쳐 36화까지 연재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전인 이 책의 여러가지 해석에 익숙한 나와 달리 밤톨군의 완역본에 대한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완역본보다도 축약본 그림책이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만나보았을 듯 하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는 여러 창작물에서 차용되어 사용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완역본으로 만나는 피노키오의 성격은 디즈니 애니보다는 좀 더 짓궂은 성격으로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어른이 되서 읽는 피노키오는 부모로서 한숨을 쉬게 하면서도, 성장의 통과의례로서의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반면 밤톨군은 마음껏 일탈을 만끽하는( 비록 일탈의 결과가 무섭다고는 했지만 ) 피노키오의 자유로움이 인상적이었다고.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지는 그 유명한 장면은 17장에 처음 나온다. 인형극단 단장인 만자푸오코가 아빠에게 가져다주라고 준 금화 다섯닢의 행방에 대해 파란 머리 요정에게 이야기하던 중, 호주머니에 있는 금화를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한 순간이다. 

 

얘야, 거짓말은 금방 들통이 난단다. 
거짓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기 때문이야.
하나는 다리가 짧아지는 거짓말이고, 
다른 하나는 코가 길어지는 거짓말이란다.
네 거짓말은 코가 길어지는 거짓말이야.

-피노키오, p95

 

'코가 길어지는' 거짓말 외에 '다리가 짧아지는' 거짓말이 있다는 말에 아이와 나는 함께 웃었다. 어떤 거짓말을 하면 다리가 짧아지는 건지 이야기해보면서 말이다. 

 

이야기에 나오는 귀뚜라미는 피노키오의 '양심'을 나타낸다. 많은 문화권에서 귀뚜라미는 행운과 지혜의 전령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런 의미로 해석되는 듯 하다. 또한 파란 머리 요정은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주고, 가장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기에 피노키오의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아버지'로서의 제페토의 '부정(父情)' 과 부모로서의 성장 또한 현실 속 삶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 그러나 이 해석은 디즈니적 해석이라는 견해도 있다. )

 


책을 다 읽고 난 뒤 아이와 표지에 나오는 캐릭터들과 그 에피소드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나눠본다. 표지의 뱀은 'Snake' 나 'Phyton' 인 줄 알았는데 'Serpent' 라는 이야기며, 파란 머리 요정과 피노키오를 나쁜 길로 유혹하는 여우와 고양이, 할아버지와 피노키오를 삼켜버린 물고기까지, 읽었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는 계기가 된다.

 

피노키오는 나무인형일 때도 이미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피노키오가 '진정한 인간' 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새로 태어난 피노키오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존재다. 천진난만함과 세상에 대한 무지로 인해, 피노키오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마주한다. 우리 아이들처럼 말이다. 그 존재가 올바른 길로 계속 나아가기 위해서는 꾸준히 배우고 경험을 통해 지혜를 쌓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하다. '인간은 교육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 라는 계몽적인 이상을 포함하면서 말이다. 


우리 집이 이렇게 갑자기 변한 것은 다 네 덕분이란다. <중략>
나쁜 아이들이 착한 아이가 되면 
가정에도 새로운 힘이 생기고 웃음이 퍼지기 때문이지.


- 피노키오, p254

 

다른 한 편으로는 단순한 '착한 아이가 되라'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넘어서 사회에 적합한 인간으로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인간의 사회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도 떠올려본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 '나무인형'의 이야기는 꼭 완역본으로 읽어봐야할 책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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