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5
카를로 콜로디 지음, 이기철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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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Le avventure di Pinnocchio
카를로 콜로디 지음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 15
보물창고

 

이 책은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이라는 시리즈의 15번째 권이다. 「어린왕자」 를 시작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보물섬」, 「베니스의 상인」, 「크리스마스 캐럴」, 「호두까기 인형」 등을 새롭게 나오고 있다. 어른들이 '클래식', 혹은 '명작' 이라고 부르는 고전 소설들이다. 그리고 오래 읽히는 고전 소설들은 분명 사랑받는 이유가 있다. 세상이 매우 변했다고는 하지만 삶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 뿐더러, 혹여 다른 가치관이 있더라도 달라진 부분을 찾아내어 확장해볼 수 있는 생각거리들이 있는 까닭이다. 

 

표지는 엔리코 마잔티(Enrico Mazzanti) 가 그린 1883년 초판본 일러스트를, 본문은 카를로 치오스트리(Carlo Chiostri)의 일러스트를 담았다. 구성에 있어 본문의 일러스트의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므로 텍스트에 친숙한 초등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이 읽기에 좋다.

 


책 서두의 정보와 부록

 

친숙한 이야기에 더하여, 책의 서두에 나와있는 카를로 콜로디 및 여러 판본에 대한 소개와 책 후반부의 부록인 '장난꾸러기 꼭두각시와 함께 떠나는 좌충우돌 모험' 은 더욱 흥미롭다. 부록에 나온 뒷 이야기를 조금 옮겨보면, 처음의 「피노키오」 는 「꼭두각시 인형의 모험」 이라는 제목으로 어린이 신문에 연재되었는데, 여우와 고양이의 꾐에 넘어가 그 벌로 떡갈나무에 목을 매달린 채 죽음을 맞이하는 15화짜리 이야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비극으로 끝난 결말이, 피노키오를 다시 보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요청에 의해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하여 2년에 걸쳐 36화까지 연재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전인 이 책의 여러가지 해석에 익숙한 나와 달리 밤톨군의 완역본에 대한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완역본보다도 축약본 그림책이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만나보았을 듯 하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는 여러 창작물에서 차용되어 사용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완역본으로 만나는 피노키오의 성격은 디즈니 애니보다는 좀 더 짓궂은 성격으로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어른이 되서 읽는 피노키오는 부모로서 한숨을 쉬게 하면서도, 성장의 통과의례로서의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반면 밤톨군은 마음껏 일탈을 만끽하는( 비록 일탈의 결과가 무섭다고는 했지만 ) 피노키오의 자유로움이 인상적이었다고.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지는 그 유명한 장면은 17장에 처음 나온다. 인형극단 단장인 만자푸오코가 아빠에게 가져다주라고 준 금화 다섯닢의 행방에 대해 파란 머리 요정에게 이야기하던 중, 호주머니에 있는 금화를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한 순간이다. 

 

얘야, 거짓말은 금방 들통이 난단다. 
거짓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기 때문이야.
하나는 다리가 짧아지는 거짓말이고, 
다른 하나는 코가 길어지는 거짓말이란다.
네 거짓말은 코가 길어지는 거짓말이야.

-피노키오, p95

 

'코가 길어지는' 거짓말 외에 '다리가 짧아지는' 거짓말이 있다는 말에 아이와 나는 함께 웃었다. 어떤 거짓말을 하면 다리가 짧아지는 건지 이야기해보면서 말이다. 

 

이야기에 나오는 귀뚜라미는 피노키오의 '양심'을 나타낸다. 많은 문화권에서 귀뚜라미는 행운과 지혜의 전령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런 의미로 해석되는 듯 하다. 또한 파란 머리 요정은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주고, 가장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기에 피노키오의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아버지'로서의 제페토의 '부정(父情)' 과 부모로서의 성장 또한 현실 속 삶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 그러나 이 해석은 디즈니적 해석이라는 견해도 있다. )

 


책을 다 읽고 난 뒤 아이와 표지에 나오는 캐릭터들과 그 에피소드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나눠본다. 표지의 뱀은 'Snake' 나 'Phyton' 인 줄 알았는데 'Serpent' 라는 이야기며, 파란 머리 요정과 피노키오를 나쁜 길로 유혹하는 여우와 고양이, 할아버지와 피노키오를 삼켜버린 물고기까지, 읽었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는 계기가 된다.

 

피노키오는 나무인형일 때도 이미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피노키오가 '진정한 인간' 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새로 태어난 피노키오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존재다. 천진난만함과 세상에 대한 무지로 인해, 피노키오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마주한다. 우리 아이들처럼 말이다. 그 존재가 올바른 길로 계속 나아가기 위해서는 꾸준히 배우고 경험을 통해 지혜를 쌓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하다. '인간은 교육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 라는 계몽적인 이상을 포함하면서 말이다. 


우리 집이 이렇게 갑자기 변한 것은 다 네 덕분이란다. <중략>
나쁜 아이들이 착한 아이가 되면 
가정에도 새로운 힘이 생기고 웃음이 퍼지기 때문이지.


- 피노키오, p254

 

다른 한 편으로는 단순한 '착한 아이가 되라'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넘어서 사회에 적합한 인간으로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인간의 사회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도 떠올려본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 '나무인형'의 이야기는 꼭 완역본으로 읽어봐야할 책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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