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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는 것도 생각보다 꽤 괜찮습니다
신혜연 지음 / 샘터사 / 2021년 2월
평점 :
" 앞으로만 내달리느라 동력을 소진해서 몸은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었고, 전처럼 머리가 휙휙 돌아가지 않아서 똑같은 일을 해도 효율이 확 떨어졌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근육이 줄어들고, 효율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비례로 마음속 욕심과 질투도 함께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살면서 갑옷처럼 나를 감싸주었던 허세와 자만의 거품이 슬슬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
- 글을 시작하며, p11
아. 정말 나도 그렇다. 제목을 보며 책 속에서 내 이야기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시작하는 글에서부터 격한 공감의 끄덕임이 계속된다. 이 책은 저자가 쉰 살이 되고부터 변해온 마음가짐과 일상에 대한 기록이다. 멀었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멀지 않은 나이.. 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 것이려나.

나이 드는 것도 생각보다 꽤 괜찮습니다
신혜연 지음
샘터
주름이 생기고 탄력이 떨어져가는 얼굴, 바닥에 한웅큼 떨어짐 머리카락에 대한 한탄을 함께 해보고,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데 게으르다' 보다 '자연에 순응한다' 라는 마음가짐에 살며시 밑줄을 긋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로 내 맘에 들게 하려면 겉치레가 아니라 내 몸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더욱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물론 적당한 관리는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하겠지만.
집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이 글은 내 일기인가 싶기도 한 글. 농담삼아 늘 '이번 생에 살림을 글렀어' 라는 내 푸념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나만 그렇지 않다라는 위로가 필요했던 요즘, 조금 안심이 되는 기분이다.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살림이 즐겁고, 그걸 해야 행복한 사람이 있다. 그런 분들 집에 가면 집안 전체가 윤이 나면서 따뜻하고 고소한 향기가 감돈다. 나는 그쪽은 아니다. 살림을 하는 즐거움 보다는 유익한 생활문화 정보를 찾아내고, 글을 쓰는 일이 즐겁다. 살림 잘 하는 사람들 따라가려고 노력해봤자 내 몸만 피곤하다. 살림 잘 하는 사람들 따라가려고 노력해봤자 내 몸만 피곤하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하다 보면 얻는 것은 스트레스뿐이다.
-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 집에서 일하기, p206
'함께 읽으면 행간이 보인다' 라는 글도 좋다. '독서 모임을 하니 내가 찾아내지 못했던 보석 같은 책을 추천받고, 혼자 읽을 때는 미처 몰랐던 해석을 듣게 된다' 라는 문장. 이건 나이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 함께 하는 모임에서는 저마다의 삶의 경험을 조금 더 들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듯 하다. 아무래도 살아온 시간들과 경험이 켜켜이 쌓여있는 만큼 조금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고 할까.
책은 내가 살면서 절대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지만 어떤 책을 읽는지에 내 생각과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내가 읽고 싶은 책만 읽어서는 생각의 전환점이 생길 수가 없다. 독서 모임을 통해 내 손으로 고르지 않았을 책도 읽어보고, 나 혼자 읽으면서는 알 수 없었던 의미를 같이 나누면서 독서의 깊이가 깊어진다.
- 매일 하나씩 새로운 일, 함께 읽으면 행간이 보인다, p14
일기에 '좋은 것', '싫은 것', '나는 이런 사람', '나는 이렇지 않은 사람', '내 희망은' 을 적어보는 것도 함께 해보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적다 보면, 나라는 사람의 얼굴이, 몸짓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알고 있지만 잊고 있던 것들도 떠올리게 된다.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의 배설구만 되는 듯해서 한동안 멈췄던 일기를 다시 써야겠다고 다짐.
말린 쉬위(Marlene Schiwy)는 <일기여행>에서 '일기 쓰기는 매일 일어나는 일상의 일들을 단순히 기록한다는 의미만 지니는 것은 아니다. 일기 쓰기는 심리적 근원을 향하여 일상의 표피 아래로 우리를 내던지는 생생한 반성의 과정이다. 보다 더 깊은 층위에서 글을 쓰고 있을 때 우리의 삶은 변화한다. 삶의 여정과 일기 쓰기 여행이 서로 뒤섞이면서 삶과 일기는 풍요롭고 서로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진다.' 라고 했다. 그러면서 '집중력, 지속성, 반복이 가장 중요한 육체적 운동과는 달리, 분량과 길이와 횟수에 얽매이지 않는다' 고 일기 쓰기의 장점을 지적했다.
- 매일 하나씩 새로운 일, 일기, 나를 보여주는 거울, p147
분명 읽었던 책인데 잊고 있던 내용도 떠올린다. 저자와 달리 아직 육아 중인 내게 일상수필이 다시 육아서가 되다니! 물론 '우아한 할머니가 되고 싶어' 라는 장의 제목을 생각해보면 내 아이 뿐 아니라 이제는 주변의 마주치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기억할 만 하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우연히 존 가트맨(John Gottman) 의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을 비록해 아동 심리학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서 그런 의미 없고 추상적이며 외모 지상주의적 칭찬이 아이들에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그 후론 아이들에게 한 마디 건넬 때도 신중해졌다. '얼굴이 예쁘다'는 말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아이가 자기도 모르게 외모에 편향적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 그러니 외모에 대한 칭찬보다는 "빈 음료수병을 재활용통에 버리니 환경을 보호하는 어린이구나", "동생을 잘 돌봐주는 멋진 형아네", "머리를 직접 묶었구나. 더 단정해 보이네" 그런 식으로 아이가 실제로 한 구체적 행동에 대한 칭찬이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 우아한 할머니가 되고 싶어, 칭찬은 어른이 할 일, p236
'나이 들었다고 움츠러들지 않게, 내일은 오늘보다 더 씩씩하게, 더 우아하게 살기 위한' 느긋한 발걸음은 경쾌하다. 잡지사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백화점에서 콘텐츠디렉터로 일해온 저자는 일상의 기록들을 「건강한 일상의 루틴 만들기」, 「유행을 버리고 취향대로 산다」, 「매일 하나씩 새로운 일」,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 「우아한 할머니가 되고 싶어」, 이렇게 5가지 장으로 나누어 들려준다. 각 장의 제목만 봐도 공감지수가 높아지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