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주름에는 스토리가 있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안나 마시니 그림, 황유진 옮김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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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요탐은 할아버지의 얼굴의 주름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자신의 얼굴에는 아직 없는 주름이 아프게 하는지, 나중에 얼굴은 주름 만드는 법을 어떻게 아는지, 궁금한 것 투성이다. 그런 요탐에게 할아버지는 “때가 되면, 알게 될 것” 이라고 대답한다. 



모든 주름에는 스토리가 있다

Every Wrinkle Has A Story

다비드 그로스만 글, 안나 마시니 그림

샘터


​어떤 주름은 나이가 들어 생기지.

또 어떤 주름은 

사는 동안 일어나는 

온갖 일 때문에 생긴단다.

행복한 일과 슬픈 일 때문에 말이다.




아이는 할아버지의 주름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읽어낸다. 아이는 슬픈 주름보다 행복한 주름을 더 많이 찾아내는 것 같다. 할아버지의 주름살 속 행복한 시간에 자신의 이야기가 녹아있다는 것이 마냥 기뻤을지도 모른다.  






비슷한 결의 국내 그림책, 장윤경 글,그림의 「엄마 주름살」 도 떠올랐다. 다비드 그로스만의 글보다는 좀 더 생활밀착형, 국내형(?) 이야기라고 할까. 


다비드 그로스만(David Grossman ) 


이스라엘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A Horse Walks Into A Bar)’ 로 2017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한 다비드 그로스만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명되는 작가다. 전쟁의 트라우마와 평화, 사랑, 질투, 가족 관계에 대하여 진지하게 탐구해왔다. 사회·정치적인 문제든 혹은 심리적 강박의 문제든 인간 현상에 대한 진지한 탐구는 언제나 그로스만 작품의 중심 테마다. 그는 힘과 정의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현실을 과감하게 작품으로 옮기며, ‘글이 세계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스라엘 정부의 극단적인 팔레스타인 정책에 끊임없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평화운동가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 사람은 자신의 얼굴에 그 삶이 투영된다고 했다. 삶의 궤적이 얼굴에도 새겨지기 때문이라나. 노화는 누구에게나 공평히 찾아오지만 그 궤적은 미묘히 다르다. 미국의 링컨의 일화도 생각해본다. 링컨은 태어날 때의 본인 얼굴은 부모가 만든 얼굴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자신이 얼굴을 만드는 것이며, 본인의 생각과 행동이 얼굴 표정에 발현된다고 믿었다. 






삶을 이야기해주는 것들로 얼굴 뿐만 아니라,  손의 모습 또한 지나온 인생을 이야기한다. 속표지의 손바닥 그림 때문이었을지, 나는 「모든 주름에는 스토리가 있다」 를 덮으며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을 떠올렸다. ( 사실 주름. 또는 세월 하면 늘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을 먼저 떠올리고는 한다. ) 





내 얼굴은, 내 표정은, 내 손은, 그리고 주름은 어떤 모습을 담아낼까. 그림책을 읽으며 내 삶을 돌아보게 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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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 고사성어 - 읽으면 톡톡 튀어나오는 이모티콘
몽구 지음, 곤룐 그림 / 봄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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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오프에서 친구들을 잘 만나지 못해서 아쉽지 않냐는 엄마의 걱정에 ‘매일 만나는데요 뭘’ 이라며 쿨하게 넘기는 녀석은 ‘메타버스’ 세상에서 만나니 괜찮다며 낄낄대는 모습을 보인다.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을텐데 그 아이들은 좀이 쑤시겠다. 라고 이어가니 “ ‘유유상종’ 인지 제 친구들은 다 저랑 비슷해요.” 라고 대답한다.


청소년 초입의 아이와의 대화 중, 이렇게 녀석의 입에서 불현듯 사자성어가 튀어나온다. 변화된 아이의 어휘에 슬쩍 놀라움을 감추고 대화를 이어간다. 어릴 때 읽었던 책 속에서 배운 것들이 있기에 무얼 놀라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머릿속으로 아는 것과 스스로 대화에 활용하는 것은 매우 큰 변화라는 생각을 한다.


​오~~ 유유상종~~

(눈을 빛내며) 뭔 뜻인데?


(머뭇대며) 어… 서로 비슷하다는 뜻…?


(감탄하며) 오~~ 훌륭한데~~ 그럼 유유상종 중에 어떤 글자가 ‘서로’ 라는 뜻일거 같아?



중학생 아이와 이어가는 초등(?) 대화..  자기를 무시하는 거냐며 발끈하는 아이에게 슬쩍 내민다. 그동안 사자성어 관련 책들을 읽어왔음에도 늘 새롭게 받아들이는 녀석…




이모티콘 고사성어

몽구 글, 곤룐 그림

봄나무



고사성어와 사자성어의 두 가지로 분류하여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고사성어 63개와 사자성어 37개를 담은 책이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두 페이지에 고사성어 한 가지를 담았다. 펼침면 왼쪽에는 뜻 풀이와 용례로 ‘언제 쓰일까’ 코너와, 유의어와 반의어를 담았고, 오른쪽에는 대화에서 어떤 식으로 쓰이는지 톡 창을 이미지를 이용해 구체적인 예시를 보여준다.




래비, 몽스, 바바, 블루 라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페이지 가득 그려져 있어 시선을 끈다. 만화가 아님에도 만화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학습만화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동글동글한 그림과 이모티콘으로 표현된, 귀염뽀짝한 이 캐릭터들은 스티커로 제작되어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스티커를 오려 붙이며 아이들은 더욱 재미있어 할 듯. 


카카오 이모티콘 등 이모티콘 제작겸험이 풍부한 글작가와 그림작가의 협업은 학습을 위한 컨텐츠들을 더욱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 듯 하다.



고사성어의 경우 오른쪽 아랫면에 유래를 설명해놓았다. 유유상종의 유래를 옮겨본다. 



​유유상종 이야기


제나라의 왕이 신하 순우곤에게 전국에서 인재를 찾아오라고 명령했어요. 며칠 뒤, 순우곤은 인재 7명을 데리고 나타났어요. 순우곤이 데려온 많은 인재를 보자 왕은 깜짝 놀랐어요. 왕은 순우곤이 기껏해야 한두 명을 데라고 온 줄 알았거든요. 어떻게 이리 많은 인재를 데려왔냐는 왕의 물음에 순우곤은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같은 종의 새가 무리를 지어 살 듯 인재도 끼리끼리 모여 삽니다. 인재를 모으기는 강에서 물을 구하기처럼 쉬운 일이지요.”


- p95, 유유상종 편에서




유의어와 반의어는 책 후반부에 따로 뜻과 페이지를 정리해놓아서 다시 한번 살펴보며 확인할 수 있다.  




 

2학기 중간고사 시즌이 되었다. 추석동안 놀지만은 않겠다며 나름의 계획을 세웠던 녀석은 (다시) 계획을 세우며 다짐한다. “ 시험 못 볼까봐 ‘전전긍긍’ 하지 않고 ‘용두사미’ 가 되지 않도록 잘 챙겨볼께요. “


책에 나온 사자성어를 엮어 대화를 해보자고 했더니 나온 말이다. 아이가 하는 말만으로도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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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왕 : 잿병아리 나르만 연대기 3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아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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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청의 왕> 의 세계관에 이어지는 <백의 왕> 을 펼쳤다. 청의 왕의 주인공이었던 파라, 하룬, 아반자등은 과거의 인물이 된 시대다. 파라가 청의 왕을 해방시킨 이후 빛나던 도시 나르만은 쇠퇴하고, ‘곤궁왕’ 이라고 불리는 세워드 3세는 나르만의 옛 영화를 찾고자 음모를 꾸민다.



1부의 제목이기도 한 ‘잿병아리’ 는 고아나 버림받은 아이들 무리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오래된 탑 위에 둥지를 틀고 훔쳐온 보석을 훔쳐와 쌓아두는 ‘우그라’ 라는 새의 둥지에서 사람들이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아다주며 살아간다. 우그라는 인간 ‘아이’는 공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아이’라는 조건은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터라, 주인공인 잿병아리 아이샤는 ‘어른이 되는 것’ 을 두려워한다.

새로운 임무를 받고 둥지로 올라간 날, 결국 우그라의 공격을 받고 탑에서 떨어지는데, 둥지에서 찾아냈던 보석인 초록빛 호박이 아이샤의 가슴에 박히고 만다.



잿병아리에게 보석을 찾아달라고 요청한 타스란은 ‘푸른 검’ 이라 불리는 떠돌이 방랑자로, 찾은 보석을 ‘눈물의 계곡’ 에 전해야 한다. 그러나 보석이 아이샤의 몸에 박혀버린 터라, 아이샤에게 함께 가 줄 것을 부탁한다. 어차피 아이샤는 우그라의 공격을 받고 더 이상 잿병아리 생활을 할 수 없는 터라 타스란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백의 왕 1부는 <나르만 연대기> 의 3권이다. 히로시마 레이코는 <이상한 가게 전천당> 으로 국내에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판타지 소설 작가이다.

요코하마시에서 태어난 히로시마 레이코(廣嶋 玲子)는 2005년 <물 요정의 숲>으로 제 4회 주니어 판타지 소설 대상을 수상했고, <여우 영혼의 봉인>으로 아동 문학 판타지 대상 장려상을 수상했다. 주로 아동문학을 집필하고 있지만, 성인용 소설도 발표한다. 아동 문학 판타지 대상 장려상 수상소감 시 “일본에는 많은 정령과 신들이 숨쉬고 있다. 모든 것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생각을 좋아한다. 그런 것들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앞으로도 쓰고 싶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나르만이라는 도시는 인간의 명령에 따라 ‘청의 마족’ 이 세웠던 도시다. 1,2권의 <청의 왕> 은 청의 마족을 다스리는 자였다. 이번 3,4 권의 <백의 왕> 은 누구일까. 그리고 아이샤와 타스탄의 여정은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질 것인가 뒷 권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 처음에는 그냥 귀찮은 아이였어. 내 여행에 갑자기 끼어든 짐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갈수록 소중하게 느껴져. 아이샤는 내 비밀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전과 똑같이 웃어 주잖아. 저주를 받은 내게 …. 그 애의 미소를 볼 때마다 나는 구원을 받는 기분마저 들어.


-p192, 타스란의 대화 중에서


또한 길동무로서 함께 떠난 아이샤와 타스란의 저마다의 이야기가 서로 엮이며, 그 둘의 관계 또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도 매우 궁금해지는 포인트다.



책의 띠지에 ‘초등 동화’ 라고 적혀있지만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이라면 어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탄탄한 세계관과 캐릭터들이 엮어가는 이야기의 매력은 ‘영 어덜트’ 소설로 불려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판타지 세계관에 익숙해진 세대는 새로운 판타지 세계를 만나는 것으로도 흥미롭기 마련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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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공화국 수학법정 3 - 도형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 15
정완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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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의 수학관련 분야다. 제목을 보고는 과학공화국이 아니라 수학공화국이라고 해야하는 거 아닐까 잠깐 생각했다. 이 책의 저서는 물리학자다. 왜 물리학 교수가 수학과 관련된 책을 썼냐는 질문에 ‘수학은 가장 논리적인 학문입니다.' 라고 말하며 수학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수학공부는 논리에서 시작한다. 올바른 논리는 수학 문제를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논리가 뒷받침 되지 않는다고 해도, 처음에는 기계적으로 수학공식을 외워 문제를 풀 수도 있겠지만 주어진 문제가 공식을 벗어나는 순간 응용을 하지 못한다. 생각해보니 내 전공분야인 IT 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코딩 또한 논리에서 시작한다. 과학 또한 마찬가지다. 




과학공화국 수학법정, 3.도형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

생활 속에서 배우는 기상천외한 과학 수업

(주)자음과 모음



공감각이 뛰어난 편인 밤톨군은 수학 과목 분야에서 도형 분야를 좋아한다. 과학공화국 수학법정의 「도형편」에서는 도형의 합동, 사각형, 피타고라스의 정리, 넓이, 입체도형에 대한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다. 도형은 초등 4학년에 삼각형, 사각형으로 시작하여 5학년에서 다각형을 배우고, 중등 1,2 학년 동안 여러가지 도형에 대하여 좀 더 깊게 배우게 된다. 수학법정이 관련된 단원은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교과 연계표를 가져와본다. 




책을 읽던 아이는 갑자기 '피타고라스 정리' 를 내게 줄줄 설명한다. 칭찬을 바라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하며 '엄마, 나 잘 배웠죠?' 라고 하는 녀석에게 폭풍 칭찬. ( 엄마는 사실 네가 다시 이야기해주기 전까지는 잊고 있었다.... ) 수학법정 속 이야기가 더욱 재미있게 읽힌다며 뽐낸다. 



아이의 중2 교과서 속에 나오는 피타고라스 정리 단원



" 그럼 오일러의 법칙은 알아? " 

" 아니? 아직 안 배웠는데 어떤 건지 궁금하네? "


오일러 정리


오일러의 법칙이란 다면체에서 그 꼭지점의 개수를 V, 선의 개수를 E, 그 면의 개수를 F라 할 때 V-E+F=2 인 관계가 성립하는 것을 말한다.




사건 속에 녹아져 있는 '수학법칙'들이 일러스트와 함께 정리되어 있어 잘 강조되고 있다. 다면체가 어떤 것인지 모를지도 모르는 아이를 위해서 페이지 한쪽에 다면체 같은 학습어휘에 대해 따로 설명해 놓고 있기도 하다. 




또한 과학법정과 동일하게 [수학성적 끌어올리기] 코너를 통해 교과서와 연계되는 지식들을 좀 더 상세하게 정리하여 전달하고 있다. 




1장에서 5장까지가 교과서의 단원과 유사한 목차라고 한다면 6장의 '교과서 밖의 수학'과 관련된 사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다. '동전 여섯 개로 가로, 세로 네 개의 동전을 만들어보는 퀴즈'를 통해 수학을 잘하려면 때로는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때가 있다라고 하는가 하면,  '성냥개비 여섯 개로 네개의 정삼각형을 만들어보기', '복잡한 길을 한 번씩만 거쳐서 모든 길을 지나보기' 등 아이와 함께 풀어보면 좋은 퀴즈들이 이어진다. 문득 책 뒷면에 적힌 ‘만년 수학 꼴찌도 배꼽 빠지도록 웃다가 수학 삼매경에 푹 빠져드는’ 이라는 문구가 떠오르기도 한다.


수학과 친숙해지고,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풀어나가는 재미를 느끼려면 역시 기본이 중요하다. 그리고 기본을 쌓기 위해서는 재미를 느끼는 것만큼 좋은 자극은 없다. 생활 속에 녹아있는 여러 수학, 과학 법칙들을 책 속의 사건을 통해 만나며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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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 열어 줄게 스콜라 창작 그림책 49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유문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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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시선은 늘 놀랍다. 아이와의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가는 원석의 시간들을 빛나는 보석으로 세공해낸다. 



내가 다 열어 줄게

요시타케 신스케 글, 그림, 유문조 옮김

위즈덤하우스



소근육이 발달 중인 아이들은 섬세한 손 조작도 어렵고, 손의 힘도 아직 자라는 중이다. 과자봉지를 직접 뜯어 먹고 싶어도 봉지를 뜯는 요령도 없다. 책 속 주인공도 먹고 싶은 초콜릿을 뜯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다가 결국 엄마의 도움을 요청한다. 엄마처럼 ‘찌익’ 뜯고 싶은 아이. 그러나 문득 깨닫는다. 


​어른들도 가끔은 잘 못 여는 것 같은데,



아. 이 부분에서 나는 내 이야기를 발견한다. 아이의 그림책에서 내 생활을 엿보다니. 


어느 순간부터 손목의 힘과 손의 악력이 약해진 나는 냉장고에서 꺼낸 여러가지 병들의 뚜껑을 따기가 힘들어졌다. ( 이르게 다가온 오십견에, 운동부족에, 노화에, 근육의 양이 줄어든 것 등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으리라. 중요한 것은 손목에 무리가 갈까봐 힘을 더 이상 못주는 심리적 저항이 가장 크다. )  그리고 나는 청소년이 된 아들에게 병 뚜껑을 따는 역할을 하나둘씩 넘기고 있다. 녀석은 이제 나보다 힘이 세지만, 요령은 부족한 듯 하다. 그러나 아이가 나 대신 병뚜껑을 따줬을 때, 내 표정은 그림책 속 엄마의 표정과 똑같았다!! 아이의 표정도 물론이고!! 





 아이는 자신감 뿜뿜. 책을 읽는 아이들도 자신의 이야기 마냥 자신감 뿜뿜하게 된다. 자신들도 맞이하는 순간들이므로. 이제 이 세상 모든 이들이 열어달라고 손짓한다. 뚜껑을 열면서 아이는 또 하나의 세상도 연다.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작가의 세심한 시선은 엄마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 또한 한 아이의 아빠이기에 그의 일상일지도 모른다. 책 속 주인공은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뭔가 가지고 가서 ‘이거 열어 줘’ 하면, 아빠는 언제나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




정말 그렇다.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기쁨은 오히려 아이가 부모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훌쩍 커버려서 더 이상 부모가 필요 없는 시간을 생각하면 벌써 쓸쓸해지니 말이다.



이야기는 여러 봉지를, 뚜껑을 ‘여는’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아이의 성장과 함께 세상을 ‘여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림책이 읽어주는 부모에게 또 한 권의 육아서가 되는 순간이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아이와 함께 ‘많은 것을 열어보고 싶다’ 는 것을 그림책을 읽으며 함께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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