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 열어 줄게 스콜라 창작 그림책 49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유문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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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시선은 늘 놀랍다. 아이와의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가는 원석의 시간들을 빛나는 보석으로 세공해낸다. 



내가 다 열어 줄게

요시타케 신스케 글, 그림, 유문조 옮김

위즈덤하우스



소근육이 발달 중인 아이들은 섬세한 손 조작도 어렵고, 손의 힘도 아직 자라는 중이다. 과자봉지를 직접 뜯어 먹고 싶어도 봉지를 뜯는 요령도 없다. 책 속 주인공도 먹고 싶은 초콜릿을 뜯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다가 결국 엄마의 도움을 요청한다. 엄마처럼 ‘찌익’ 뜯고 싶은 아이. 그러나 문득 깨닫는다. 


​어른들도 가끔은 잘 못 여는 것 같은데,



아. 이 부분에서 나는 내 이야기를 발견한다. 아이의 그림책에서 내 생활을 엿보다니. 


어느 순간부터 손목의 힘과 손의 악력이 약해진 나는 냉장고에서 꺼낸 여러가지 병들의 뚜껑을 따기가 힘들어졌다. ( 이르게 다가온 오십견에, 운동부족에, 노화에, 근육의 양이 줄어든 것 등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으리라. 중요한 것은 손목에 무리가 갈까봐 힘을 더 이상 못주는 심리적 저항이 가장 크다. )  그리고 나는 청소년이 된 아들에게 병 뚜껑을 따는 역할을 하나둘씩 넘기고 있다. 녀석은 이제 나보다 힘이 세지만, 요령은 부족한 듯 하다. 그러나 아이가 나 대신 병뚜껑을 따줬을 때, 내 표정은 그림책 속 엄마의 표정과 똑같았다!! 아이의 표정도 물론이고!! 





 아이는 자신감 뿜뿜. 책을 읽는 아이들도 자신의 이야기 마냥 자신감 뿜뿜하게 된다. 자신들도 맞이하는 순간들이므로. 이제 이 세상 모든 이들이 열어달라고 손짓한다. 뚜껑을 열면서 아이는 또 하나의 세상도 연다.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작가의 세심한 시선은 엄마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 또한 한 아이의 아빠이기에 그의 일상일지도 모른다. 책 속 주인공은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뭔가 가지고 가서 ‘이거 열어 줘’ 하면, 아빠는 언제나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




정말 그렇다.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기쁨은 오히려 아이가 부모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훌쩍 커버려서 더 이상 부모가 필요 없는 시간을 생각하면 벌써 쓸쓸해지니 말이다.



이야기는 여러 봉지를, 뚜껑을 ‘여는’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아이의 성장과 함께 세상을 ‘여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림책이 읽어주는 부모에게 또 한 권의 육아서가 되는 순간이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아이와 함께 ‘많은 것을 열어보고 싶다’ 는 것을 그림책을 읽으며 함께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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