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네 현관문에 쪽지가 있어요 생각하는 숲 16
모리스 샌닥 글.그림,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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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네 현관문에 쪽지가 있어요

The Sign On Rosie's Door  

모리스 샌닥 글/그림

생각하는 숲 - 16

48쪽 | 243g | 175*227*9mm

시공주니어

 

「생각하는 숲 시리즈」.

이 시리즈의 책들은 꽤 많이 읽었지만 리뷰는 얼마 해보지 않은 듯 합니다. 시리즈의 이름처럼 많은 생각을 이끌어주는 책들로 구성이 되어 있지요. 모리스 샌닥의 책들은 늘 충분한 생각거리를 주는 작가인터라 늘 이 시리즈에 포함되고는 합니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심호흡을 하였다지요.

 

이 책은 루스 크라우스(Ruth Kraus) 의 글에 삽화를 입혔던 그림책 '구멍은 파는 것(A Hole Is To Dig)' 로 모리스 샌닥이 삽화가로서 인정을 받게 된 후 하퍼 앤 브라더스(Harper and Brothers)사의 편집자 우슐라 노드스툼(Usula Nordstorm)의 권유로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낸 첫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초판이 1956년에 나오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모리스 샌닥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아이들의 '상상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듯 싶습니다.

 

첫번째 이야기부터 네번째 이야기까지로 구성된 이야기 보따리에는 아이들의 신기하고 근사한 상상들이 가득차 있습니다. 어느 여름날 상상과 놀이를 통하여 즐겁게 지내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죠. 널리 알려진 「괴물들이 사는 나라」 등의 중기 이후의 일러스트에 비해 초기의 가늘면서도 섬세한 펜의 느낌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듯 하기도 합니다. 

 

'비밀을 알고 싶으면 세 번 두드려' 라고 씌여진 로지네 집 문 앞에 걸린 쪽지로 시작하는 첫번째 이야기. 캐시가 로지네 현관문에 있는 쪽지를 보고 문을 두드리자, 로지가 나와 자신을 환상적인 목소리를 가진 가수 '앨린다'라고 소개하고, 쇼를 할 거라고 말합니다. 함께 하고 싶던 캐시는 아라비아 무용수 '차차루'가 되기로 합니다.

 

 

다른 사람이나 다른 뭔가가 되어 보는 것은 어린 시절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겠지요. 한참 겨울왕국의 '엘사'가 되어 거리 곳곳과 유치원을 누비던 여자아이들이 떠오릅니다. 밤톨군은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 되기 위해 보자기나 벨트가 필요하다고 했었지요. 결국 탄력이 좋았던 제 스포츠 머리띠 하나를 허리에 차면서 잔뜩 늘려놓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러고 보니 드래곤이 되어 마트를 가기도 했고, 상자 하나 뒤집어쓰고 자동차가 되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이 모여들고 쇼가 시작되는데 중간에 등장하는 불청객 레니는 어쩌다보니 방해꾼이 되어 버립니다. 소방관 놀이를 하고 싶은 레니와 쇼를 계속하고 싶은 로지. 잠깐 같이 노는 듯 하더니 레니는 남자애들을 몰고 사라져 버립니다. 결국 여자친구들도 떠나며 쇼를 보러 왔던 친구들이 모두 가버렸습니다.

 

 

몸에 맞지 않지만 한껏 꾸민 로지의 쓸쓸한 뒷모습과 바닥에 쓰러진 채 놓여있는 의자들의 모습이 눈에 먼저 들어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글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말 멋진 쇼였지?" 로지가 묻자 캐시가 대답했어요.

"내가 여태껏 본 쇼 중에 최고였어. 다음에 또 하자. "

 

로지는 혼자 남았어요.

고지는 의자 위로 올라가 가만히 입을 열었어요.

"신사 숙녀 여러분, 앨린다가 '햇살 비치는 거리에서'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이윽고 앨린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를 불렀답니다.

 


 

 

 

그 다음 이야기들.

아무것도 할 게 없어 심심해하는 로지. "음, 뭐든 하렴" 이라는 엄마의 말에 로지는 뭐든 하기로 했습니다. 로지는 현관문에 쪽지를 붙인 뒤, 빨간 담요를 덮어쓰고 지하실 문에 걸터앉습니다. 쪽지에는 ' 나를 만나러 왔어도 찾기는 쉽지 않을 거야. 난 지금 변장하고 있거든, 앨린다 '라고 쓰여 있지요. 똑같이 아무것도 할 게 없어 심심했던 친구들은 놀러왔다가 쪽지를 보고 앨린다를 찾아 나서고, 함께 앉아 '매직맨'을 기다립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친구들은 내일 다시 모이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첫날은 아이들은 아주 조용히 있었습니다. 그래야 매직맨이 오니까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그냥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면서 중얼거립니다. "이거 재미있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엄마들이 오후 내내 뭘 했느냐고 묻자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모자랐고, 내일 다시 할 거라고 대답했답니다! 엄마들은 더이상 캐묻지 않고 "그랬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여줍니다.

 

다음날, 눈을 꼭 감고 기다리다 앨린다가 인사하는 소리를 듣죠. " 안녕하세요. 아, 정말 친절하시네요.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아줌마한테도 안부 전해주시구요. ". 그동안 모두 손을 모으고 눈을 뜨지 않고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던 녀석들의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요. 녀석들은 매직맨이 아이들 모두 폭죽이 될 거라고 했다는 말 한마디에 신나는 폭죽 흉내내기 놀이를 한답니다. 자유분방한 먹색 펜화에 녹색과 적색의 보색 대비로만 이루어진 일러스트의 색감은 경쾌함과 율동감이 넘쳐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표현해주는 듯 합니다. 아이들 각각의 얼굴 표정과 입 모양 등 하나하나 섬세하게 묘사된 손동작과 발동작이 지켜보는 이들도 덩달아 신 나게 하는군요.


 

 

 

 

아이들의 엉뚱한 생각, 행동을 그들의 눈높이로 내려와 함께 바라본 적이 있는 부모라면, 그것이 얼마나 유쾌하고 즐거운 상상인지 아시려나요. 그들의 엉뚱한 상상의 공이 마구 튀어올랐을 때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그저 의미없는 장난이 되고, 시간 낭비로 전락해버리는 경우가 많은 듯 해요. 결국 이런 상상은 제지하고 통제하는 대상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어린 시절 몸이 약해 침대에 누워 몽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자유롭게 뛰놀 수 있도록 지켜보라고 권유하는 듯 합니다. 여러 책들을 펴내면서 다양한 기법을 작품에 도입하고 작가적 역량이 커진 모리스 샌닥이지만 작가의 가장 진솔한 이야기는 아무래도 데뷔작 등의 초기작에서 가장 잘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모리스 샌닥은 어른의 기준에 아이를 맞추지 않고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 아이가 만들어 낼 세상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를, 잠들기 전에도 끝나지 않는 로지의 근사한 상상으로 분명히 말해 줍니다. 굉장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로지는 고양이 자리에서 고양이가 되어 잠듭니다. 고양이는 로지의 침대에 뉘어 다소곳이 이불을 덮어주고 말이죠.

 

이미 다 만들어진 장난감으로 놀고, 심심하면 어른들의 스마트폰을 뒤져 게임이나 동영상을 보는 요즘 아이들에게 이 책은 무엇을 느끼게 해줄까요. 심심해하는 어른이들에게 장난감이 없어도 얼마든지 '상상놀이' 만으로도 하루가 짧게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게 놀 수 있다고 손짓하고 있지요. 누구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친구가 옆 집에 살았으면 좋겠다구요?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로지와 같은 친구가 되어보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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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물고기 (양장)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미스 반 하우트 지음, 김희정 옮김 / 보림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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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물고기

Happy

미스 반 하우트 글/그림

44쪽 | 404g | 267*216*10mm

출간월 : 2014년 12월

보림

 

 

행복한 그림책, Happy 시리즈 세권 중 첫번째 권으로 나온 이 책을 저희는 맨 마지막에 읽어보게 되는군요. 매우 단순한 표현과 주제를 담고 있는 이 시리즈는 그림책 한권 한권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미술품이기도 하지요. 화려한 원색의 표현과 검은 배경의 대비, 즉흥적인 듯한 드로잉의 활발하고 유쾌한 이미지는 이 그림책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호기심」

우리 아이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입니다. 녀석이 늘 달고 사는 이 말. "궁금해요". 가끔은 귀찮기는 하지만 녀석의 질문에 답을 해주려고 고심하면서 저도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늘어나는 재미를 느끼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늘상 느끼고 표현하는 이런 기본적인 말들을 물고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다채롭고 생생한 물고기의 표정을 들여다보며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도 자신의 모습을 하나 이상 발견하면서 즐거워하지요. 원작의 느낌이 훼손되지 않도록 작가가 별도로 한글의 문자 구조를 나름대로 연구하고 연습을 거듭하여, 네덜란드 문자로 그려진 원작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시각 이미지를 재현한 글자 그림도 그림 자체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화나고 심술난 표정의 물고기. 날카롭게 뻗어가는 듯한 선의 이미지가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해주는 듯 합니다. 소리지르는 듯한 입모양 이라던가 삐죽삐죽 무서운 광선이 쏟아져 나오는 듯한 눈에서 "글로 형용할 수 없는 그림의 참맛" 이 느껴지지요.

 


 

 

 

 

이 그림책을 위해 수백마리의 물고기를 그렸다는 작가의 노력 덕분에 이런 멋진 그림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네요. 덕분에 읽는 이들도 덩달아 행복해졌습니다.

 

 

행복한 눈매, 입가의 웃음. 그리고 빛나는 몸. 콧노래라도 흥얼거리고 있을 듯한 행복한 물고기의 그림을 보면서 함께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 책을 읽은 아이는 스스로 '스크레치 페이퍼' 를 가지고 와서 멋진 물고기들을 따라 그려보더라구요. 검은색 바탕을 보며 자신도 이렇게 그려보고 싶다고 하면서요.

 

 

 

 

 

호기심, 수줍음, 당당함, 화와 심술 그리고 행복함. 생생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우리 아들과 같은 빛나는 물고기들과 함께 아이들의 감정의 바다를 함께 헤엄쳐보면서 이 Happy 시리즈의 첫 권을 만나보는 경험은 어떠실까요. 먼저 살짝 글씨를 가리고 물고기가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을지 그림만으로 이야기해보는 것, 정말 즐거운 놀이가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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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 그림책이 참 좋아 26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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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

최숙희 글/그림

출간월 : 2014년 12월

그림책이 참 좋아 - 026

40쪽 | 430g | 224*285*8mm

책읽는 곰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 저는 '엄마는 그저 날 때부터 엄마' 인 줄 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제 아이를 낳으며 전 '엄마' 라는 존재를 함께 낳았고 이제 아이와 함께 성장하면서 제 '엄마' 에 대해 늘 생각해보게 됩니다. ' 엄마도 이랬겠구나..' 라면서요. 얼마전 공중파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노래를 들으며 저도 모르게 울먹거리게 되었던 것도 제 '엄마'를 떠올렸기 때문이고, 그리고 앞으로의 제 모습일지도 모르는 시간을 생각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엄마로 산다는 것은

- 이설아



늦은 밤 선잠에서 깨어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부시시한 얼굴
아들 밥은 먹었느냐

피곤하니 쉬어야겠다며 짜증섞인 말투로 방문을 휙 닫고 나면
들고오는 과일 한 접시

엄마도 소녀일 때가
엄마도 나만할 때가
엄마도 아리따웠던 때가 있었겠지

그 모든 걸 다 버리고 세상에서 강한 존재
엄마

엄마로 산다는 것은
아프지 말거라
그거면 됐다.

 

「작가 자신의 어머니와 이 땅의 모든 엄마들에게 바치는 그림책」이라고 말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엄마의 엄마 이야기 한 편을 꺼내봅니다.

 

 

 

이 세상 어디든 마음대로 씩씩하게 달릴 수 있는 말이 너무 부러워 말을 좋아하는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녀가 자라던 때는 먼저 가족들을 돌봐야 했고, 여자는 마음껏 배울 수 없는 사회적 가치관에 얽매있어야 했죠.

 

 

 

세월이 흐르고 성장하여 결혼하던 날, 신랑이 타고 온 말을 보며 이 말은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다 줄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았지요. 그녀는 아이들의 엄마가 되고 아이들은 망아지처럼 씩씩하게 자라납니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났지만 한 아이는 바다에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4월 16일의 세월호 참사가 떠오르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작가가 세상의 엄마들을 위로하는 책을 만들고자 굳은 마음을 먹게 된 사건이기도 하였다고 하는군요. 그 때 우리는 모두 함께 자식을 잃었죠. 아이와 함께 노란 리본을 만들고 합동분향소에 달며 한명이라도 무사히 살아돌아오기를 기원했는데... 아이를 바다로 떠나보내고 가슴을 움켜쥔 채 엎드린 엄마의 그림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늘 자신보다 가족이 먼저였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고통 속에서도 남은 아이들을 위해 힘을 내야 했던 '엄마' 라는 이름. "가슴이 무너져 내렸지만, 엄마는 다시 일어나야 했어. 남은 망아지들을 지켜야 하니까." . 엄마는 볕 좋은 날 빨래를 털어 널며 '안녕, 아가야. 언젠가 다시 만나자.' 라고 인사를 건넵니다. '아이의 손길처럼 따스한 가을볕이 남은 눈물을 거두어' 간 것처럼 ( 결코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되겠지만 ) 조금이라도 다른 눈물들도 거두어질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어느덧 자식들은 날개를 달고 세상으로 훨훨 날아오릅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녀는 자식들을 떠나보내고 나서 오롯이 '나 자신' 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을까요.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라는 그림책에서 아이에 대한 엄마의 일관된 사랑을 이야기했던 로버트 먼치는 아들이 늙은 어머니에게 바치는 사모곡(思母曲) 으로 책을 마무리를 했었습니다. " 사랑해요 어머니 언제까지나 / 사랑해요 어머니 어떤 일이 닥쳐도 / 내가 살아 있는 한 / 당신은 늘 나의 어머니 "

 

"순한 눈망울도 좋고, 보드라운 갈기털도 좋고, 무엇보다 굳센 다리가 좋았어."  이렇게 말을 좋아했던 엄마.

그림책 속 화자인 듯한 작가는 엄마를 위하여 어릴 때 부터 말을 그려드려 왔고 그리고 나중에는 어머니께서 직접 말을 그려볼 수 있도록  커다란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선물했다고 합니다.

 

 

저마다의 소중한 꿈을 품어왔을 우리 어머니들. 문득 제 어머니의 '꿈' 이 무엇이었는지 여쭤본 적이 있던가 생각해봅니다. 제 어머니께 드릴 수 있는 저만의 사모곡(思母曲) 은 어떤 것이 있을런지. 아이의 그림책을 펼쳤으나 내 아이의 시선이 아닌 제 속의 '아이' 가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 리뷰를 읽으며 혹시 당신의 어머니를 떠올리셨을 이웃님께는 어떤 사모곡(思母曲)이 준비되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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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꼬마 괴물 (양장)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미스 반 하우트 글.그림, 김희정 옮김 / 보림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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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꼬마 괴물

미스 반 하우트 글/그림

출간월 : 2014년 12월

28쪽 | 507g | 257*342*9mm

보림

 

하나의 상황을 표현하는 그림과 문장으로 한 페이지를 꽉 채운 그림책. 미스 반 하우트의 색색깔 행복이야기『해피 시리즈 』의 모습입니다. 밤톨군은 세권의 책을 만나자마자 꼬마괴물 이야기부터 골라드는군요. 검은 배경에 잉크와 오일 파스텔로 그려진 거친 느낌의 일러스트는 화려한 색으로 아이의 호기심을 돋웁니다. 그리고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간단한 동사들이 펼쳐지지요.

 

 

 

 

신 나게 노는 두마리의 괴물의 모습. 서로 마주보고 있는 시선과 얼굴에 가득한 웃음이 보는 이들도 함께 유쾌하게 합니다. 미스 반 하우트 그림의 특징인 선명하고 강한 선과 빛나는 색채는 단순한 상황을 더욱 돋보이게 강조해줍니다.

 

 

 

밤톨군이 페이지의 글을 읽기 전에 이 표정을 먼저 보여주었습니다.

 

이 괴물은 지금 어떤 기분인 것 같니?

밤톨군은 단번에 비슷한 기분을 느끼는 듯 합니다. 그럴 수 밖에요. 이 그림책은 아이들 자신의 이야기 이기도 하니까요. 종종 이런 표정을 짓는 녀석은 「재미없다.」라던가 「심심하다.」라는 기분을 떠올리며 설명합니다. 책 속에서는 「지루해요」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괴물의 표정이나 상황이 생생하게 표현이 되어 있어서 아이에게 글을 읽어주기 전에 먼저 그림을 보고 괴물의 상황이나 감정을 유추해보게 하는 활동을 적용해도 참 좋을 것 같은 그림책 이랍니다.

 

신나게 놀던 친구들은 어느새 싸우고 있습니다. 투닥투닥 싸우는 모습이 정말 현실감 있게 그려져 있죠? ( 물론 등장인물이 괴물이라는 점만 빼고 말이죠. ). 싸우는 이 장면에서는 형광색이 더욱 짙어져 무엇인가 이야기의 절정에 이른 듯한 느낌을 준 답니다. 사실 그림책의 첫 여섯 장면은 갈등이 어떻게 커지는가에 대한 것을 보여주고, 그다음에 등장하는 '뉘우쳐요' , '기다려요' 가 등장하며 갈등으로 고조된 마음이 가라앉고 이들의 사이가 전환될 거라는 모습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네 장면에서 어떻게 갈등이 극복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어린아이가 낙서한 듯 쉽고 친근해 보이는 일러스트로 포장된 단순 유아 그림책인듯 하지만 알고보면 이렇듯 얼개가 치밀합니다. 일러스트 또한 많은 양의 훈련과 습작을 통해 탄생한 드로잉이구요.

 

 

 


 

 

작가는 자신의 홈페이지 ( http://www.miesvanhout.nl ) 에서 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하여 여러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그 중 갈등에 대처하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하여 아이와 이야기해보도록 제안합니다. 아이들은 책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갈등에 대처하는 자세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거라면서요. 이런저런 시간들이 쌓여 우정이 이루어진다는 것, 그 모든 순간이 행복에 닿아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지도 모르겠군요.

 

책을 덮은 밤톨군은 자연스럽게 검은 도화지와 크레파스를 찾습니다. 자신도 몬스터를 그려봐야 겠다고 합니다. 검은 도화지를 내주려다가 검은 사포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이전에 사포그림을 그려본 경험이 있는 녀석은 우와. 이게 더 좋겠다~ 라고 좋아합니다.

 

 

 

책 속에서 한가지 상황을 골라 밤톨군 만의 괴물을 표현해보자고 했는데, 사포를 주어 부담이 되었는지 책 속의 괴물을 그대로 그리겠다고 합니다. 녀석은 표지로 선택되기도 한 마지막 페이지의 괴물을 골랐습니다.


 

 

신 나게 크레파스로 색칠합니다. 표면이 거친 사포이기에 크레파스가 스쳐간 곳이 거칠게 잘 표현이 되어 제법 멋스럽습니다. 밤톨군이 색칠하는 동안 저는 트레싱지를 준비하고 슬쩍 다리미를 예열해놓았습니다.


 

 

자~ 그럼 판화를 찍어볼까?

네? 어떻게요?

 

색칠이 완성된 사포그림 위에 트레싱지를 올려놓고 뜨거워진 다리미를 올려 크레파스를 녹여냅니다. 작업하기 전에 아이에게 다리미의 구조와 뜨거운 부분의 열기를 살짝 느껴보게 하고, 조심해야 할 점을 미리 일러두어야죠. 제가 다리미로 눌러주면 좋겠지만 자기도 해보겠다고 달려들 것은 뻔하고, 재미있다고 자칫 이 녀석이 흥분하면 다칠 수가 있거든요.

 

 

미리 설명해두면 녀석은 잘 따라줍니다. 다리미로 조심조심 꾸욱~ 눌러주는 녀석.

 

엄마, 냄새가 좀 지독해요.

크레파스가 다리미의 열기에 녹는 냄새라서 그래~


 

 

짜잔~ 완성된 밤톨군의 괴물입니다. 제법 귀엽게 녹아나왔네요. 눈이 제대로 찍히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지만 원본 사포 그림도 예쁘게 남아 있습니다.

 


 

 

이미 다리미도 데워져 있겠다 다른 괴물도 한마리 더 해볼까요? 

이번에는 저보고 그려보라는군요. 자기는 판화만 찍겠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작가가 제안한 아래의 활용법을 하나하나 해보아야 겠습니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에 밤톨군과 신 나게 책놀이할 것들이 많아져서 더욱 즐거운 방학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요!

 

아이와 함께 이렇게 활용해 보세요

* 그림 공부
책 속에서 한 가지 상황을 골라 나만의 꼬마 괴물들을 그려 보세요. 꼬마 괴물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명확히 표현되어야 합니다. 각 상황에 따라, 책 속의 꼬마 괴물이 어떻게 보이는지 물어 보고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아이들이 그림을 너무 금방 끝내는 경우에는 아이디어를 먼저 스케치하면 좋아요. 스케치 시간은 10분이면 충분해요. 그림 재료는 표현하기 쉬운 크레파스나 물감 등이 적절합니다.

* 가면과 양말 인형 만들기
이제껏 본 적이 없는 괴물을 스케치합니다. 그다음에는 A3 크기의 두꺼운 도화지에 두 개의 눈구멍을 냅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스케치를 정하고 크레파스와 물감을 이용해 두꺼운 도화지 위에 그립니다. 얼굴 모양으로 오리고 고무줄을 이용해 가면을 완성합니다. 양말 인형은 양말과 클립, 천 조각, 단추 등등 무엇으로든 만들 수 있어요. 뒤꿈치가 아래로 오게끔 양말을 책상 위에 올려 두고, 맨 먼저 눈을 만듭니다. 그러고선 괴물이 되기 위해 뭐가 더 필요한지를 살펴보고 꿰매거나 붙입니다. 만든 가면과 양말 인형을 이용해 역할 놀이를 할 수도 있어요. 책 속의 여러 가지 상황을 골라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지요.

* 갈등에 대해 이야기하기
갈등에 대해 아이와 대화함으로써 아이가 갈등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요. 《행복한 꼬마 괴물》의 첫 여섯 장면은 갈등이 어떻게 커지는가에 대한 것이고, 그다음에 등장하는 “뉘우쳐요”, “기다려요”는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마지막 네 장면은 어떻게 갈등이 극복되는지를 보여 주지요. 아이는 책에 나오는 장면과 문장을 이용해 자기가 겪었던 갈등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고,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지어내 볼 수도 있어요. 지루하고 다투고 기다릴 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행복한 물고기》와 함께 얘기해 볼 수도 있습니다.

출처 : 보림 출판사 홈페이지

http://borm.pn21.com/mall/m_mall_detail.php?ps_goid=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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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 2014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라가치 상 수상작 생각하는 숲 17
인디아 데자르댕 글, 파스칼 블랑셰 그림, 이정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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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Le Noel de Marguerite

인디아 데자르댕 글, 파스칼 블랑셰 그림

생각하는 숲 - 17

80쪽 | 526g | 222*292*11mm

출간월 : 2014년 11월

시공주니어

 

빨강과 파랑, 초록색 체크무늬의 크리스마스 패턴으로 띠가 둘러진 표지는 이 그림책을 포장된 선물상자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스노우볼을 들고 있는 표지의 할머니는 미소를 띈 듯 하기도 하고, 슬퍼보이기도 한 표정이네요. 책장을 두어장 넘기자 눈이 소복히 쌓인 한 마을이 보이는군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집집마다 멋지게 장식을 하고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그런 풍경을 창문 너머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한 사람이 보입니다. 책을 펼쳐들었을 때 페이지 뒤로 얼핏 보이는 면지는 선물을 감싸는 포장지마냥 멋진 배경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 섬세한 디자인은 책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증폭시켜 주네요. 세련되고 절제된 일러스트는 이 책의 또 다른 감상포인트 이기도 하지요. 부드러운 갈색 톤과 만화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일러스트는 아름답고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사진 속 액자의 모습으로 표현된 가족들의 모습. 이 그림만으로도 할머니는 이 자식들을 이렇게 액자 속 사진으로만 만나왔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두명의 자식과 손주들이 있는 할머니를 버림받았다고, 불쌍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군요.

 

 

 

"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너희끼리 재미있게 놀아. " . 마르게리트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늘 같은 말을 되풀이하죠. 자식들이 잘 사는 모습을 보는게 즐겁거든요.

 

남편, 단짝인 친구, 이웃사촌.. 할머니 삶의 한 부분이던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자, 마르게리트 할머니는 언젠가 찾아올 자신의 차례에 대해 살짝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다치거나 상처받을 수 있는 바깥세상과 담을 쌓은 채, 안전하고 익숙한 집 안에서만 생활하려고 마음 먹었어요.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갑자기 이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눈이 뻑뻑해집니다. 어디서인가 많이 듣던 목소리가 제 귀를 울리네요. 데자뷰?

 

 

# 오버랩 되는 장면 하나.

「국제시장」영화에 대해서 아버지가 물어보신다. 월남전을 참전하셨고, 당신의 여동생이 독일로 갔던 영화 속 배경의 산증인. 주인공만큼이나 열심히 사셨던 아버지. 영화를 보고 싶어하셨다. 결혼 전에는 뮤지컬이나 영화, 콘서트 등 부모님의 문화생활을 챙겨드렸던 나였는데 어쩌다보니 자꾸 잊는다. " 아버지, 제가 예매해놓을께요. 저랑 봐요. " 그렇게 이야기 해놓고서는 아이와 함께 외출한 어느날, 전화가 왔다. 내 연락를 기다리시다가 그냥 영화관으로 오셔서 현장예매 하셨단다. 현장에 와서 평일에 티켓을 사니 경로우대도 되서 할인도 많이 되서 더 좋다시며 『 너 바쁠텐데, 괜찮다. 』라고 하신다. 가슴이 먹먹해온다.

 

# 오버랩 되는 장면 두울.

어머니가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었다. 2인 이상을 시켜야하는 요리인데 아버지와 두분이서 가서 드시려면 양이 많아서 남기다보니 알뜰하신 성정 상 아까워서 못가겠다고 하신 곳이다. " 그럼 엄마, 밤톨군 녀석과 함께 저랑 같이 가요~ 방학 때 점심도 해결되고 좋네~ ". 그렇게 약속한 당일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아침을 늦게 먹었다. 통화 중에 무심결에 내가 그런 말을 뱉은 모양이다. 『 그럼 다음에 가자, 엄마는 괜찮다. 』라고 하신다. 방정맞은 내 입을 쥐어박고 싶었다. 또 가슴이 먹먹해온다.

 

 

페이지를 넘겨 책 속 일러스트를 바라봅니다. 멋진 공간인데 이렇게 적막하고 공허한 느낌이라니. 오도카니 앉아있는 할머니 옆 창에 매달려있는 크리스마스 장식마저 이제는 쓸쓸해보입니다. 집 안과 집 밖의 공간을 대조적으로 보여 주며 등장인물의 감정과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변화를 보여주는 표현, 그리고 빛과 공간을 이용하는 작가의 뛰어난 솜씨에 매료되는군요.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 도서전 중의 하나인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해마다 세계에서 출간된 그림책들 가운데 작품성과 예술성 독창성이 뛰어난 그림책을 선정하여 라가치 상을 수여하는데, 이 책은 2014년에 수상을 한 작품이지요.

 

 

 

시선을 수직으로 확대시켜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그림자. 그리고 다음 장의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식탁 위 음식.

앞 선 페이지에서 밀려올려진 제 속 부끄러운 기억은 이 장면에서 결국 눈물 한방울 떨구게 했습니다.

 

 

 

 

 

이렇게 시선의 위치를 테마로 다루어 화면을 구성한 최초의 그림책이었던 『'아기 오리들한테 길을 비켜주세요. Make Way For Ducklings(1941) 』( 로버트 매클로스키 / 시공주니어 ) 이래로 많은 그림책들이 이 기법을 적용해왔지요. 사진이나 영화 등 시작적인 매체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다가올 듯 합니다.

 

『독자가 그림책의 그림을 읽는다는 것은 그림작가가 선정한 의도를 읽는 것』(그림책의 그림읽기, 현은자 / 마루벌, p60) 라고 하더군요. 한 편의 영화처럼 시선의 위치를 바꾸어 화면을 구성한 작가는 텅빈 듯한 공간을 다양한 시점에서 보여주면서 할머니의 외로움을 전하려 했던 것일까요. 글로는 아니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할머니의 진정한 속마음을요.

 

그런데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 자동차가 고장 나 곤경에 처한 낯선 가족이 할머니를 찾아옵니다. 행복한 일만 있어야할 것 같은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사고. 그런데 낙심하고 슬퍼해야 할 이 가족들에게서 들려오는 노래소리.



 

 

 

 


책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요?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있던 할머니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오는 이 장면. 할머니의 놀라운 변화는 이 그림책의 절정이라고 감히 이야기해봅니다. 이 책이 전하는 선물이기도 한 크리스마스의 놀라운 기적이랍니다. 이제 타인과 다시 소통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할머니의 변화는 이어지는 간결한 문장으로 명확히 표현됩니다.

 

 

 

할머니는 죽음을 두려워했지만,

정작 할머니가 두려워한 것은 삶이었어요.


 

 

제게는 이 마지막 문장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습니다.

 

출판사의 소개글에서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사회 고령화로 노인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그럴수록 세대 간의 소통은 더욱 중요해진다. 그런 때에 이 책은 스스로 혼자가 된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삶을 함부로 동정하거나, 슬프게 여기지 않는 시선을 보여 준다. 노년기에 고독한 삶을 선택한 노인들의 삶을 동정이 아닌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그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작가도 이렇게 이야기 했죠. 「동정이 아닌 애정으로 내 할머니, 더 나아가 노인들의 진짜 삶에 대해 약간의 마법을 넣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의 부모로서가 아니라 연로하신 부모를 둔 자식으로 읽는 이 책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훗날의 제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구요. 그 때가 되면 저도 삶을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라는 조심스러운 다짐을 해보게 되기도 하지요. 물밀듯이 밀려오는 여러가지 단상들. 왜 이 그림책이 '생각하는 숲'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는지 알겠습니다.

 

# 에필로그.

 

밤톨군 주려고 미역줄거리를 잔뜩 볶았다. 한 팩을 다 볶으면 참 많다. 그러고보니 이거 엄마도 좋아하시는데..... 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동안 부모님께 반찬을 받기만 했지 내 손으로 제대로 진지를 차려드린 적이 없는 못난 딸이다. 요리솜씨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내 나이 사십줄 넘어서까지 손수 만든 반찬 한번 챙겨드려보지를 못한 못난 딸이다.

 

그릇을 꺼내 미역줄거리를 한껏 담았다. 그리고 전화를 했다. " 엄마, 맛이 있을랑가 없을랑가 몰겄는뒤~ 이 딸이 뭔가 뚝딱거려본 미역줄거리 좀 드셔보실래요? 일단 밤톨군 녀석은 잘 먹으니 믿어봐도 되지 싶은데... ", " 밤톨군 다 먹이지~ 우리 줄 거 어딨다고! ", " 이거 한번 만들면 넘 많아요. 어차피 우리 식구 다 못 먹어~ 엄마도 맛 좀 보세요. 이런 기회 흔지 않아요~ " 수줍게 건네는 말에 기쁨이 가득한 어머니의 칭찬이 쏟아진다. " 우리 딸 음식 솜씨~ 한번 확인해보는겨? 아이코 좋아라. 엄마, 아빠 잘 먹을께~ 안 그래도 반찬하기 귀찮았는데 잘 되었네! "

 

있는 거 덜어드리는 건데, 별것도 아닌 걸 참 좋아하시니 더 민망하다. 부모님은 미역줄기가 아니라 뭐라도 챙겨드리고픈 내 마음을 받아주신거다. 나는 다른 거 뭐 드릴거 없나 주섬주섬 뒤지기 시작했다.

 

 

녀석은 「새박사, 꽃박사」인 할머니가 자랑스럽답니다. 여전히 새로운 것을 배우고 관심을 가지며 활기차게 자신의 삶을 즐기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저도 새삼스럽게 자랑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크리스마스 카드를 씁니다. 종이학을 접어 카드에 동봉하며 오래오래 건강하시라고 이야기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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