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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 ㅣ 그림책이 참 좋아 26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12월
평점 :

엄마의 말
최숙희 글/그림
출간월 : 2014년 12월
그림책이 참 좋아 - 026
40쪽 | 430g | 224*285*8mm
책읽는 곰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 저는 '엄마는 그저 날 때부터 엄마' 인 줄 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제 아이를 낳으며 전 '엄마' 라는 존재를 함께 낳았고 이제 아이와 함께 성장하면서 제 '엄마' 에 대해 늘 생각해보게 됩니다. ' 엄마도 이랬겠구나..' 라면서요. 얼마전 공중파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노래를 들으며 저도 모르게 울먹거리게 되었던 것도 제 '엄마'를 떠올렸기 때문이고, 그리고 앞으로의 제 모습일지도 모르는 시간을 생각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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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산다는 것은
- 이설아
늦은 밤 선잠에서 깨어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부시시한 얼굴 아들 밥은 먹었느냐
피곤하니 쉬어야겠다며 짜증섞인 말투로 방문을 휙 닫고 나면 들고오는 과일 한 접시
엄마도 소녀일 때가 엄마도 나만할 때가 엄마도 아리따웠던 때가 있었겠지
그 모든 걸 다 버리고 세상에서 강한 존재 엄마
엄마로 산다는 것은 아프지 말거라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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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자신의 어머니와 이 땅의 모든 엄마들에게 바치는 그림책」이라고 말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엄마의 엄마 이야기 한 편을 꺼내봅니다.

이 세상 어디든 마음대로 씩씩하게 달릴 수 있는 말이 너무 부러워 말을 좋아하는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녀가 자라던 때는 먼저 가족들을 돌봐야 했고, 여자는 마음껏 배울 수 없는 사회적 가치관에 얽매있어야 했죠.

세월이 흐르고 성장하여 결혼하던 날, 신랑이 타고 온 말을 보며 이 말은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다 줄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았지요. 그녀는 아이들의 엄마가 되고 아이들은 망아지처럼 씩씩하게 자라납니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났지만 한 아이는 바다에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4월 16일의 세월호 참사가 떠오르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작가가 세상의 엄마들을 위로하는 책을 만들고자 굳은 마음을 먹게 된 사건이기도 하였다고 하는군요. 그 때 우리는 모두 함께 자식을 잃었죠. 아이와 함께 노란 리본을 만들고 합동분향소에 달며 한명이라도 무사히 살아돌아오기를 기원했는데... 아이를 바다로 떠나보내고 가슴을 움켜쥔 채 엎드린 엄마의 그림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늘 자신보다 가족이 먼저였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고통 속에서도 남은 아이들을 위해 힘을 내야 했던 '엄마' 라는 이름. "가슴이 무너져 내렸지만, 엄마는 다시 일어나야 했어. 남은 망아지들을 지켜야 하니까." . 엄마는 볕 좋은 날 빨래를 털어 널며 '안녕, 아가야. 언젠가 다시 만나자.' 라고 인사를 건넵니다. '아이의 손길처럼 따스한 가을볕이 남은 눈물을 거두어' 간 것처럼 ( 결코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되겠지만 ) 조금이라도 다른 눈물들도 거두어질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어느덧 자식들은 날개를 달고 세상으로 훨훨 날아오릅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녀는 자식들을 떠나보내고 나서 오롯이 '나 자신' 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을까요.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라는 그림책에서 아이에 대한 엄마의 일관된 사랑을 이야기했던 로버트 먼치는 아들이 늙은 어머니에게 바치는 사모곡(思母曲) 으로 책을 마무리를 했었습니다. " 사랑해요 어머니 언제까지나 / 사랑해요 어머니 어떤 일이 닥쳐도 / 내가 살아 있는 한 / 당신은 늘 나의 어머니 "
"순한 눈망울도 좋고, 보드라운 갈기털도 좋고, 무엇보다 굳센 다리가 좋았어." 이렇게 말을 좋아했던 엄마.
그림책 속 화자인 듯한 작가는 엄마를 위하여 어릴 때 부터 말을 그려드려 왔고 그리고 나중에는 어머니께서 직접 말을 그려볼 수 있도록 커다란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선물했다고 합니다.

저마다의 소중한 꿈을 품어왔을 우리 어머니들. 문득 제 어머니의 '꿈' 이 무엇이었는지 여쭤본 적이 있던가 생각해봅니다. 제 어머니께 드릴 수 있는 저만의 사모곡(思母曲) 은 어떤 것이 있을런지. 아이의 그림책을 펼쳤으나 내 아이의 시선이 아닌 제 속의 '아이' 가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 리뷰를 읽으며 혹시 당신의 어머니를 떠올리셨을 이웃님께는 어떤 사모곡(思母曲)이 준비되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