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사와 안나, 우리는 매일 어른이 되고 있어 - 어제보다 좋은 내일을 살아갈 너에게 디즈니 레이디스 시리즈
겨울왕국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물론 과거 애니메이션 속 여성들의 모습에 대한 젠더 이슈도 있기는 하지만 최근의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런 모습들을 벗어난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 중 「겨울왕국」 의 엘사와 안나를 빼놓을 수 없다. 



엘사와 안나,

우리는 매일 어른이 되고 있어

Elsa & Anna

겨울왕국 원작 애니메이션

알에이치코리아


디즈니 레이디스 시리즈(Disney Ladies Series) 는 '삶을 더욱 빛나고 단단하게 만들어준,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알게 해준, 디즈니의 여성들이 전하는 이야기' 라는 컨셉으로 나온 시리즈이다. 애니메이션의 익숙한 장면과 함께 길지 않은 문장으로 전하는 메시지들이 읽는 이들을 미소짓게 만든다. 「겨울왕국」 의 엘사와 안나 외에도 「인어공주」 의 에리얼, 「라푼젤」 의 라푼젤, 「미녀와 야수」의 벨,  「알라딘」 의 쟈스민이 저마다의 메시지를 가지고 나와있다. 아름다운 표지와 손에 들어오는 아담한 사이즈로 모아 꽂아두면 더 예쁘다. 


애니메이션 대본처럼 구성되어 있거나 줄거리가 요약되어 있는 책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의 장면들로 꾸며진 에세이로 사진과 함께 글이 전해지지만, 애니메이션의 전체 줄거리를 모르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온전히 전해지지는 않을 수 있다. 물론 간혹 대사가 나오는 부분도 있지만 역시 애니메이션을 보고 읽으면 더 재미있는 책이다.


아주 살짝이라도 마음을 열어보세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엘사는 안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다시는 성문을 닫지 않을 거야."




이 책은 「겨울왕국」의 첫번째 애니메이션으로 꾸며진 책으로 간단한 캐릭터 소개 이후 '나 자신을 믿고, 스스로를 사랑할 것', '함께할 때 더욱 빛나는 순간들', '더 행목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라는 세 가지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13~14가지 정도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겨울왕국 1」 하면 엘사와 안나 외에도 역시 올라프가 떠오른다. 그리고 올라프가 전하는 메시지는 애니메이션 속에서의 다른 모습들과 겹쳐지면서 더욱 웃음짓게 한다. 



미려한 문학적 문체가 아니더라도 전하는 메시지들은 힘을 준다. 아마도 원작 애니메이션이 주는 느낌이 배경에 깔려있기 때문일테다. 출퇴근길에 간단히 펼쳐 책이 전하는 메시지들을 마음에 담아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녹나무의 파수꾼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중의 한 명인 히가시노 게이고(ひがしの けい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능력을 가진 탁월한 이야기꾼' 이라는 온라인의 작가 소개에 공감하게 되는 작가다. 그의 책을 안 읽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권만 읽은 사람은 드물 거라는 이야기도 하게 된다. 옆지기의 경우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한 권을 무심코 읽고 나서는 작가의 책을 계속 찾아읽게 되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일드를 자주 찾아보았던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드라마나 영화들을 꽤 좋아했다. 덕분에 신작이 나오면 우리는 늘 찾아읽게 된다. 



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소미미디어


어머니와 유부남의 불륜으로 태어난 평범하지 않은 출생,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자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지만 그다지 여유롭지는 않았던 유청소년기를 지나온 주인공 레이토. 독립한 후에는 웨이터를 거쳐 직장에 취직하였으나 해고된 후, 절도죄로 감옥에 가게 생겼다. 이야기는 이런 레이토가 유치장에서 나오는 대신 ‘월향신사’라는 곳의 ‘녹나무’를 지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초판 한정의 즐거움.면지의 작가 싸인을 흐믓하게 바라보며 책장을 넘겨 본격적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이 곳의 녹나무는 이른바 영험한 나무로,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러 온다. 녹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쉽게 떠오르지는 않았느나 표지의 일러스트를 보며 상상해본다. 반짝반짝 빛나는 점들이 신비롭게 느껴지는 표지다. 


기원(祈願) 이 아닌 기념(祈念)

“아까부터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왜 기념(祈念)이라고 하지? 소원을 비는 거라면 보통은 기원(祈願)이라고 하잖아.”


레이토에게 녹나무를 지키는 일은 처음에는 간단해보였으나 녹나무에 '기념' 이라는 것을 하는 이들을 관리하면서 궁금증이 쌓여가게 된다. 기도가 아닌 '기념' 이라고 표현되는 어떤 것. 그들의 태도에는 무언가 석연찮은 것이 있다. '기념' 이라는 것이 어떤 일인지 레이토에게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덕분에 독자들도 주인공과 함께 그 비밀을 궁금해할 수 밖에 없다. 그믐날과 보름날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부터 '기념' 을 하는 이들의 혈연적 관계 등 레이토가 하나씩 깨달아가는 사실들을 통해 함께 추리해보게 된다. 작가의 전작들에서 보여지는 흡입력 있는 전개와 교묘히 배치되어 있는 소재, 인물관계들은 이 소설에서도 여전하다. 


주인공의 성장, 변화


녹나무의 비밀을 밝히는 것에 더하여 불행해보이는 가정환경에서 자라난 주인공, 집도 돈도 꿈도 전망도 없다던 그의 성장 또한 이 소설의 또 다른 감상포인트다. 외부의 평가로도, 스스로도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레이토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말이다. 그의 성장에는 녹나무 파수꾼을 물려준 이모, 그리고 녹나무에 기념을 하러 온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자양분이 된다. 


" '결함 있는 기계는 아무리 수리해도 또 고장이 난다. 그 녀석도 마찬가지로 결함품이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해.”


뭔가가 굴러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레이토는 새삼 느꼈다.그 뭔가를 '인생의 톱니바퀴' 라고 해버리는 건 약간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 p261


특히 무뚝뚝한 말로 꾸중을 하는 듯 하지만 레이토를 챙기는 이모, 치후네의 말들은 레이토의 마음을 움직인다. 기회가 없어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배워가고, 경험하고 스스로의 생각을 쌓아나간다.  '결함품' 이라고까지 비유당했던 레이토가 조금씩 움츠린 어깨를 펴고,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할 때 나는 전율을 느꼈다. 


레이토의 삶의 방식에 참견은 하지 않겠어요.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다만 한 가지 충고를 하자면,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간이라는 건 없습니다. 어디에도 없어요. 어떤 사람이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만은 똑똑히 기억해두도록 하세요. 

- p476


어느 틈에 이렇게 제몫을 해내는 사람으로 커버렸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이 정도면 녹나무를 맡겨도 괜찮겠구나 하고.

- p527


그런 말 말고 상상을 해보도록 하세요. 이 세상은 피라미드고 사람은 그것을 형성하는 돌멩이 하나하나예요. 피라미드 전체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나는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지 상상하는 거예요.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위를 향하는 것도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레이토 하기 나름, 레이토의 자유예요 

- p530


녹나무, 그리고 사람들. 다시 녹나무 파수꾼


책을 펼치며 상상했던 모습은 아니었지만 분명 녹나무의 기적은 존재했다. 면지에 작가가 써놓은 힌트처럼 옆사람과 서로 마음을 열고 만날 수 있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언어의 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생각 모두를 언어만으로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녹나무에게 맡기시도록 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후략>

- p373


그러나 나는 녹나무의 기적보다도 사람들이 주고 받는 선한 영향력에 더욱 눈길이 갔다. 레이토는 그녀와 함께 있으면 전부 다 공부가 된다며 치후네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러나  사람의 삶은 서로 주고 받는 것이 아니던가. 레이토만 받은 것은 아니었다.치후네도 레이토를 통하여 힘을 얻는다. 치후네는 녹나무의 기적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전해져 오는 게 있다는 걸(p549)'  깨닫는다.


새삼스럽게 이 역할이, 녹나무 파수꾼이라는 이 일이 얼마나 중대한 것인지 깨달았다. 

나아가 이런 일을 맡겨준 치후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p412




이번 작품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처럼 살인사건이나 탐정이 등장하지 않는 추리소설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에서 처럼 작가가 그동안 일관되게 추구해온 인간 내면에 잠재한 선의에 대한 믿음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 빛을 발하는 듯 했다. 범인을 찾는 추리가 아니더라도 녹나무의 진실, 등장인물들의 비밀 등 추리해볼만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무심코 지나쳤던 소재나 등장인물들의 상태, 배경들이 교묘히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감탄을 불러일으키며 더욱 흡인력을 발휘했다. 레이토와 치후네 외의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들도 살아 움직인다.


녹나무라는 배경 때문일까. 개인적으로 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면 더욱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 사냥을 떠나자 (보드북 에디션)
마이클 로젠 지음, 헬린 옥슨버리 그림,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많은 이들에게서 사랑받는 그림책의 고전 「곰 사냥을 떠나자」는 각종 이론서에서도 많이 다루었던 터라 그림에 대한 분석도, 리뷰도 매우 많다. 나도 그림책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읽었던 이론서들 중 맡아서 정리했던 챕터가 있는데, 이 책을 다뤘던 터라 그림책의 구조, 서사 등을 훑었던 기억이 난다. 


밤톨군도 이 책을 매우 좋아한다. 읽어주는 부모는 아이의 반응이 좋으면 덩달아 신이 난다. 이론서를 읽으며 아이가 집중하게 만드는 그림책의 장치들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지만, 그런 이해가 없더라도 ‘사랑받는’ 그림책 순위에는 항상 이 책이 포함되고는 한다. 밤톨군의 책장에는 여러 판형의  「곰 사냥을 떠나자」 가 꽂혀있는데 이제 보드북 판형도 추가하게 되었다. 밤톨군이 어렸을 때도 나왔으면 좋았을 것을. 마음껏 만지고, 마음껏 던지고, 마음껏 넘겨볼 수 있게 말이다. 어린 유아들에게는 보드북이 최고다. 




곰 사냥을 떠나자

마이클 로젠 글, 헬린 옥슨버리 그림

시공주니어


밤톨군 책장 속 「곰 사냥을 떠나자」


글 작가 마이클 로젠은 줄거리를 지어내기 보다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마더구스를 각색했다고 한다. 반복되는 문장과 리듬이 살아있어서 읽어주는 부모도, 듣는 아이도 흥겹게 하는 이 책은 흑백과 컬러의 페이지가 번갈아 나오는 구성, 근경과 원경이 주고 받는 긴장감, 곰을 잡으러 갔다가 다시 갔던 길을 되돌아 오는 스토리 등 짜임새로 먼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반복되는 텍스트로 즐거움을 주려면 박자감이 선명해야 독자가 쉽게 놀이에 동참할 수가 있기 때문에 구성에서도 리듬을 느끼게 한 것이다.


곰 잡으러 간단다.

큰 곰 잡으러 간단다.

정말 날씨도 좋구나!

우린 하나도 안 무서워


We're going on a bear hunt.

We're going to catch a big one

What a beautiful day!

We're not scared


이렇게 왼쪽 페이지의 "곰 잡으러 간단다" 로 선창을 하면, 뒤이어 오른쪽 페이지의 “어라! ~이잖아!” 라는 문장과 '아, 아니지!! ~하면 되잖아!' 식의 문장이 후렴구처럼 반복되는 형식인지라 밤톨군은 뒷 문장의 '어라~' 를 담당하고는 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서 반복되는 문장 외에 풀숲을 지날 때의 소리, 강물을 헤치고 지나가는 소리, 질퍽이는 진흙탕을 지나가는 소리 등 다양한 의성어 들이 이어 나오는 터라 아이와 함께 소리를 통해 장면을 연상해볼 수 있다. 헬린 옥슨버리 여사의 물감의 번짐이 느껴지는 잔잔한 그림이 주는 포근함도 아이들을 편안하게 한다.


앞의 페이지 규칙을 벗어나 흐름의 반복이 깨지는 순간에는 이야기의 절정에 다다르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 장면들은  조금 더 긴박감을 준다. 밤톨군은 그동안 긴장하고 있다가 마지막 이 장면에서 항상 웃음을 터뜨리고는 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쓸쓸히 뒷모습을 보여주며 퇴장하는 곰의 모습을 보며. 



같은 내용인데 왜 다양한 판형으로 소장하고 있냐고? 같은 글, 그림이라도 그림책의 만듦새에 따라 주는 느낌이 다르기에 그렇다. 들고 읽는 '손 맛'도 다르다고 할까. 하드커버는 하드커버대로, 페이퍼백은 페이퍼백대로, 팝업북은 팝업북대로, 그리고 보드북은 보드북대로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 덕분에 그림책 책장의 공간은 언제나 부족한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새를 너에게
사노 요코 지음, 히로세 겐 그림, 김난주 옮김 / 샘터사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게 있어서 그림책으로 만나는 사노 요코의 작품은 읽을 때 마다 다른 것들이 보인다. 같은 장면이, 같은 글인데 읽을 때마다 다르게 해석되어지고, 문득 '아!' 라는 감탄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수필로 만나는 사노 요코의 작품은 경쾌하고 유머스러우면서도 작가 특유의 삶의 철학을 느끼게 한다. 그림책 작가로 먼저 만났었기에 그녀의 수필을 읽고 나서는 그림책이 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녀의 작품에 대해 나름대로 켜켜이 쌓았던 나만의 생각은, 이번에는 소설을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층을 쌓았다. 



나의 새를 너에게

ぼくの鳥あげる

사노 요코 글, 히로세 겐 그림

샘터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자그마한 사내아이가 태어날 때 이마에 붙여있던 우표 한 장은 의사를 시작으로, 의사의 아내, 도둑, 학생, 뱃사람 등을 긴 시간 동안 거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액자에 담겨 한 여자아이에게로 간다. 본 적 없는 글자와 본 적 없는 새가 그려진 우표 한 장.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조그만 우표 안에서 하늘을 나는 것만 같은 모습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그리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기보다는 우표가 옮겨진 인물들의 짧은 이야기들이 연결된다. 그 가운데 우표에 그려진 새 그림은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감정을 이끌어낸다. 


우표와 함께 했던 사람들


새가 그려진 우표는 사람들에게 잠시의 변화를 이끌어내지만, 그 인물들의 일상을 묘사하는 글은 작가 특유의 냉소가 묻어나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가난한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위대한 학자는 진실이 뭔지를 아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하지만 배가 정말 고플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가르쳐 주지 않았고, 방세를 빨리 내라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중략>

진실을 알면 알 수록, 어렵고 모르는 것도 점차 많아지는 듯 했습니다. 

- p21


우표를 지니고 먼 나라로 떠난 뱃사람의 모습은 사노 요코의 그림책 「100만번 산 고양이」 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 고양이가 그 고양이었을까 하면서.  



등장인물 가운데 한 명, 어린 시절, 아빠가 만들어준 그네를 누구에게도 내주지 않았던 여자 아이는 이야기의 마지막을 담당한다. 도시로 간 여자 아이는 어른이 되었고,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가 되어 열심히 일하지만 다른 이들을 부러워하며 지쳐간다. 그러던 어느날, 너덜너덜한 청바지와 스웨터를 입고 들어와 레스토랑에서 가장 값싼 메뉴인 샌드위치를 시킨 청년을 만났으나 그에게 곤란한 질문을 하는 등 심술궂게 군다. 


쉬는 날, 그녀는 우연히 들른 화랑에서 신비로운 새가 수도 없이 반짝거리며 날아다니는 그림들을 만난다. 새 그림들에 매료된 그녀는 쉬는 날마다 그림을 보러 간다. 그리고 그 청년을 다시 만난다.  읽는 이들은 '얼굴을 붉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될 지 궁금하게 여기게 된다. 청년의 정체도.


처음 읽었을 때는 톱니바퀴처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두 인물들의 관계에 감탄을 했다. 그 다음에는 '새' 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새 그림이 그려진 우표' 로 생각이 옮겨간다. 


새는 파란색이다. 문득 파랑새를 떠올리게도 한다.


일본에서의 원작은 컬러 그림이 표지로 사용되었다. 국내 번역본에서는 본문의 삽화에 그려있는 흑백의 그림을 표지로 사용해서 다른 느낌을 준다. 원 표지의 컬러 그림은 면지에 나온다. 우표의 새는 요정이었던 것일까.




글에서 군데 군데 작가 특유의 인간에 대한 조소도 엿보이지만, 역시 인간에 대한 따스한 애정도 배어나오는 터라 마음이 따스하게 데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정말 신기한 일이지. 네가 준 우표를 보고 나니까 더는 새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았어. 내가 그린 수많은 새들이 딱 한 마리가 되어 내게로 돌아온 것처럼. 

- p81



책 속의 수많은 새들이 한마리가 되어 청년에게도 돌아왔다. 그리고 그 새는 읽는 이에게로 다시 옮겨진다. 나는 내게 옮겨온 이 '새'를 다시 누군가에게 전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래? I LOVE 그림책
다비드 칼리 지음, 벵자맹 쇼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행동 등 무엇인가를 가르치면서 마치 자신은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처음 들었을 때는 모르지만 조금씩 부모들의 모순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른들도 자신과 다름없다는 것을 알아내고야 만다. 자신이 꾸중을 들었던 행동을 부모가 똑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래? 

다비드 칼리 글, 벵자맹 쇼 그림

보물창고


다비드 칼리와 벵자맹 쇼가 함께 작업한 그림책들은 아이들 시선으로, 특유의 익살과 재치가 더욱 느껴지는 듯 하다.  ‘왜 숙제를 못 했냐면요’ 로 시작된 이 들 콤비의 작품과 밤톨군과의 만남은 해당 시리즈를 계속 모으게 되는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았다. 그리고 이번 새로운 작품을 만났다.


밤톨군 책장 속 다비드칼리와 벵자멩쇼 콤비의 작품들


책 속에서는 페이지마다 다양한 어른들의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아이들이 있다. 대놓고 지켜보거나 숨어서 지켜보거나. 어른들의 모습에 대한 아이들의 짧은 감상은 이런 식이다. 


어른들은 절대로 서툴지 않아."


시험의 객관식 문제에서 ‘절대로’ 등이 들어간 답은 정답이 되지 않는다. ‘절대로’ 라고 다짐하는 것들은 ‘반드시’ 깨지고 만다는 것을 읽어주는 어른들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이 그림책에서 아이들이 말하는 어른들의 ‘모범적인’  행동에 ‘절대로’ 가 수식어처럼 붙어있다는 것에서 읽어주는 어른은 일차적으로 뜨끔한다.그리고 나서 문장이 이야기하는 것과 다르게 표현된 그림에 함께 웃는다.


온통 서툰 모습을 보여주는 어른들


밤톨군은 '어른들은 절대로 어지르지 않아' 라는 장면에서 깔깔 웃는다. 엄마 모습이라며. 그나마 엄마는 자신에게 '치우라'고는 이야기하지 않으니 그저 자신은 '엄마를 닮은 것' 이라며 미리 방어한다. 그렇다. 나도 쿨하게 인정한다. '그래. 엄마는 이번 생에는 정리정돈을 마스터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 하지만 밤톨군 네게는 아직 정리정돈을 잘하는 아빠가 있다. 많이 배우렴' ( 속뜻 : 그래서 앞으로는 엄마 대신 네가 정리정돈을 담당해주렴? ) 하고 반사해준다. 


밤톨군이 ‘엄마’ 모습이예요. 라고 한 장면


각 페이지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었던 아이들은 마지막 무렵에서 다함께 모여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녀석들의 표정이 어쩐지 능글맞아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려나. 저들의 표정 중 하나는 밤톨군의 표정과 닮아 있다.  녀석들은 이미 아는 것이다. 그렇지만 ‘모르는 척 해준다’ 라는 표정이다. 


그러니까 너는 반드시 그들처럼 되어야만 해 "



뒷면지에서는 녀석들의 뒤에 보였던 마을의 지도가 클로우즈업 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범적인(?)’ 행동에 대한 사진을 지도 위에 스크랩 해놓는 것으로 자신들이 알고 있다는 증거를 슬쩍 남긴다.  


누구나 아는 명제지만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다. 부모는 아이에게서 자신의 말투나 행동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림책 속 아이들은 자신이 목격한 어른, 아마도 자신들의 부모일 어른들의 행동들로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그리고 함께 읽는 아이는 '우리 엄마는, 우리 아빠는' 말을 슬쩍 바꾸어 '어른들은 절대로..' 로 시작된 무엇인가를 이야기할 지도 모른다. 아직 내 아이는 어려서 모른다고? 과연 그럴까? 그저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건 아닐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