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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래? ㅣ I LOVE 그림책
다비드 칼리 지음, 벵자맹 쇼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3월
평점 :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행동 등 무엇인가를 가르치면서 마치 자신은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처음 들었을 때는 모르지만 조금씩 부모들의 모순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른들도 자신과 다름없다는 것을 알아내고야 만다. 자신이 꾸중을 들었던 행동을 부모가 똑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래?
다비드 칼리 글, 벵자맹 쇼 그림
보물창고
다비드 칼리와 벵자맹 쇼가 함께 작업한 그림책들은 아이들 시선으로, 특유의 익살과 재치가 더욱 느껴지는 듯 하다. ‘왜 숙제를 못 했냐면요’ 로 시작된 이 들 콤비의 작품과 밤톨군과의 만남은 해당 시리즈를 계속 모으게 되는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았다. 그리고 이번 새로운 작품을 만났다.

밤톨군 책장 속 다비드칼리와 벵자멩쇼 콤비의 작품들
책 속에서는 페이지마다 다양한 어른들의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아이들이 있다. 대놓고 지켜보거나 숨어서 지켜보거나. 어른들의 모습에 대한 아이들의 짧은 감상은 이런 식이다.
" 어른들은 절대로 서툴지 않아."
시험의 객관식 문제에서 ‘절대로’ 등이 들어간 답은 정답이 되지 않는다. ‘절대로’ 라고 다짐하는 것들은 ‘반드시’ 깨지고 만다는 것을 읽어주는 어른들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이 그림책에서 아이들이 말하는 어른들의 ‘모범적인’ 행동에 ‘절대로’ 가 수식어처럼 붙어있다는 것에서 읽어주는 어른은 일차적으로 뜨끔한다.그리고 나서 문장이 이야기하는 것과 다르게 표현된 그림에 함께 웃는다.

온통 서툰 모습을 보여주는 어른들
밤톨군은 '어른들은 절대로 어지르지 않아' 라는 장면에서 깔깔 웃는다. 엄마 모습이라며. 그나마 엄마는 자신에게 '치우라'고는 이야기하지 않으니 그저 자신은 '엄마를 닮은 것' 이라며 미리 방어한다. 그렇다. 나도 쿨하게 인정한다. '그래. 엄마는 이번 생에는 정리정돈을 마스터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 하지만 밤톨군 네게는 아직 정리정돈을 잘하는 아빠가 있다. 많이 배우렴' ( 속뜻 : 그래서 앞으로는 엄마 대신 네가 정리정돈을 담당해주렴? ) 하고 반사해준다.

밤톨군이 ‘엄마’ 모습이예요. 라고 한 장면
각 페이지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었던 아이들은 마지막 무렵에서 다함께 모여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녀석들의 표정이 어쩐지 능글맞아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려나. 저들의 표정 중 하나는 밤톨군의 표정과 닮아 있다. 녀석들은 이미 아는 것이다. 그렇지만 ‘모르는 척 해준다’ 라는 표정이다.
" 그러니까 너는 반드시 그들처럼 되어야만 해 "

뒷면지에서는 녀석들의 뒤에 보였던 마을의 지도가 클로우즈업 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범적인(?)’ 행동에 대한 사진을 지도 위에 스크랩 해놓는 것으로 자신들이 알고 있다는 증거를 슬쩍 남긴다.
누구나 아는 명제지만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다. 부모는 아이에게서 자신의 말투나 행동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림책 속 아이들은 자신이 목격한 어른, 아마도 자신들의 부모일 어른들의 행동들로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그리고 함께 읽는 아이는 '우리 엄마는, 우리 아빠는' 말을 슬쩍 바꾸어 '어른들은 절대로..' 로 시작된 무엇인가를 이야기할 지도 모른다. 아직 내 아이는 어려서 모른다고? 과연 그럴까? 그저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