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에 대한 정보 없이 책부터 펼쳤다. 일상적인 풍경을 감각적으로 찍어놓은 사진과 함께 한 글들은 역시 사진만큼이나 감각적이고 진솔하다. 그제서야 작가소개를 다시 들여다본다. 20대 젊은 기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전 세계에서 구독자 수가 많기로 200위 안에 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그리고 LGBT 인권운동가이자 시민운동가이기도 하다. 사진 예술을 전공했다는 이력에, 책 속 사진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note to self 

코너 프란타 지음 

오브제 


540만 구독자를 보유한 그의 유튜브 채널은 일상,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되는 사고, 우울증 극복 경험, 긍정적인 힘을 주는 행동, 심리치료의 장점 등을 다루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부터 시달려온 우울증과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 불안 장애, 그 시절 사랑에 대해 가졌던 왜곡된 가치관 등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책의 본문은 다른 책들보다 작게 느껴지는 폰트로 촘촘하게 모아져 있다. 덕분에 작은 글씨로 써내려간 일기같은 느낌을 준다. 'note to self' 라는 원제처럼 말이다. 작가가 직접 저자의 말에서 전했듯 '한 편씩 조각조각 읽으면 허튼소리로 들리거나, 뒤죽박죽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그가 느끼는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순간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 때로는 사진으로, 때로는 시로, 때로는 긴 글로 종이 위에 쏟아낸 그의 모습을 마주한다. '공개된 일기' 를 읽는 느낌이다. SNS 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스마트폰이나 모니터 너머로 읽었던 글들을 지면에서 읽는 느낌일 수도 있겠다. 




얼마 전 부터는 나 자신을 격려하는 속엣말에 얼마나 좋은 힘이 있는지 실감하고 있다. 친구들과 만날 때 옷을 멋지게 차려입으면 자신감이 생긴다. 무대 의상을 입은 듯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된다. 집을 나서기 직전에 거울 속 내 옷차림을 보고 내가 즐기기만 하면 겉모습만큼은 전혀 꿀리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얻는다.


자신감은 누구나 걸칠 수 있는 옷과 같다. 한번 믿어보기를. 자신감을 배울 수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터득할 수 있다.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자신감을 지니고 태어난 건 아니다. 자신감도 다른 재주처럼 얼마든지 요령을 익힐 수 있다. 그러므로 남에게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면 먼저 스스로 정말 그렇다고 믿어야 한다. 연기와 비슷하다. 일종의 '될 떄까지 그런 척하기' 랄까. 나는 삶의 많은 부분에서 이 방법을 실천해 왔다.


- 되고 싶은 내가 바로 나 자신이다, p286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그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 어떤 사람인지 다시 상관없어졌다. 내게 있어 자기계발을 위한 책으로 고른 책도 아니고, 문학에세이를 읽을 목적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랜선으로 연결된 SNS 에서 이름 모를 누군가의 페이지를 서핑하듯 마음 편하게 읽는다. 그러다 보니 모든 페이지가 내 마음에 들 필요가 없다. 문득 눈길이 머무는 페이지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된다. 그렇게 머문 페이지에 인덱스를 붙이고 다음에 이 페이지를 다시 찾아 읽어봐야지 생각한다. 마치 마음에 드는 SNS 의 글을 링크해놓 듯 말이다. 




개인적으로 글보다는 그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가 더 많이 다가왔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을지 모르는 풍경이지만 그것에 담긴 감성이 나를 두드린다. 떄론 그가 전하는 이야기와 다를지라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 로마 신화 16 : 페르세우스, 영웅 신화의 시작 만화로 읽는 초등 인문학
박시연 지음, 최우빈 그림, 김헌 감수 / 아울북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신들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인간과 좀 더 가까운 영웅의 이야기가 나오면 더욱 흥미로워진다. 이번 16권에서는 드디어 페르세우스가 등장했다. 아이는 페르세우스라는 인물에 더하여, 메두사, 페가수스 등의 신화 속 괴물 혹은 동물에 대하여 더욱 즐거워했던 편이기도 하다. 어릴 적 그림책에서 이미 접했던 이 생명체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온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이다. 여기 저기 산재해있던 지식들이 한 줄에 꿰인 순간이라고 할까. 



그리스 로마 신화 

16. 페르세우스, 영웅 신화의 시작

만화로 읽는 초등 인문학

아울북


제우스와 인간 다나에 사이에 태어난 페르세우스. 세리포스의 왕 폴리덱테스는 다나에와 강제 결혼을 하려고 한다. 페르세우스가 왕을 위협하자, 왕은 그를 없애려고 메두사의 머리를 베어 오면 더는 어머니를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실뱀으로 된 머리카락에 멧돼지 엄니가 난 메두사는 누구든 그 얼굴을 보면 그 즉시 돌로 변하게 하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다. 아들을 걱정한 제우스는 아테나에게 무적의 방패 아이기스를 내주며 페르세우스를 도와주라고 한다. 



메두사는 다른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 영화 등에서 물리쳐야 할 몬스터로 종종 나오는 터라 익숙한 크리처(크리쳐(creature)란 생명이 있는 존재, 창조물, 생물을 뜻하는 말로 보통 영화나 게임 속에서 평범하지 않은 새로운 생명체나 괴수 캐릭터들을 일컫는다.) 다. 영화 『타이탄』 에도 메두사가 등장한다. 유명 패션상표 베르사체의 로고에 메두사의 머리가 사용되기도 했다. 원래 아름다웠던 이 메두사가 왜 이렇게 괴물로 변할 수 밖에 없는지 그 사연을 이야기 속에서 확인한 아이는,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물리치는 유명한 장면도 확인한다. 


아울북 그리스 로마 시리즈는 만화로 표현되는 이야기 외에 후반부에 여러가지 지식들을 정리해놓고 있는데, 그 중 '명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편에서는 페르세우스와 관련된 신화를 그려낸 여려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 유명한 카라바조의 『메두사』 도 있다. 



이 메두사를 다르게 해석한 그림책, 키티 크라우더의 『메두사 엄마』 를 아이와 함께 읽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신화 속 '메두사' 라는 것이 세월이 흐르며 어떻게 해석되고 재 창조되는지 아이와 이야기해 볼 수 있기도 하다. 


페르세우스가 물리친 메두사의 피 속에서 페가수스와 크리사오르가 태어났다. 



 

페가수스 하면 뭐가 떠올라? 라고 질문하며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캐릭터를 이야기하겠지 하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는데, 엉뚱하게도 우리 옛이야기 '선녀와 나무꾼'의 천마가 떠오른다고 한다. 아이는 정확히 이렇게 표현했다. "선녀 남편이 말타고 하늘 올라갔다가 팥죽이 뜨거워서 하늘 못갔을 때의 그 말이요" 이라고. 우리 옛이야기 속 선녀와 나무꾼을 소환한 아이 덕분에 자연스럽게 동양과 서양의 콜라보가 이루어졌다. 하긴 천마(天馬) 나 페가수스나 모양새는 비슷하다. 아이가 2학년때쯤 그렸던 페가수스 그림을 다시 찾아본다. 페가수스는 밤톨군이 좋아했던 환상동물을 다룬 여러 그림책에서 자주 만났던 터라 아이가 매우 좋아했었다.


밤톨군이 그린 페가수스


방패 아이기스와, 크리사오르는 게임에서 절대 방어템과 절대 공격템으로 종종 이름에 오른다. 밤톨군은 이제는 자신이 즐기는 여러 컨텐츠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한 여러 신화가 녹아있다는 것을 안다. 




아이기스가 영어로 이지스로 불리며 이지스 시스템이라는 방어 시스템에 이름이 이어졌다는 것도 이야기해본다. 이지스 시스템은 현대 해전에서 대함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목표추적시스템 및 방공 미사일, 공격시스템과 이를 운용하는 통합 시스템이다.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군함을 이지스함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이지스함은 '세종대왕함' 이 있고  '광개토함' 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기사도 검색해보며 신기해한다. 만화에서는 크리사오르가 사람으로 표현되는데 다른 컨텐츠에서는 종종 검의 이름으로 활용된다.  


이번 에피소드의 여러 인물들은 유독 밤하늘의 별자리에 많이 오르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 별자리를 찾아보는 시간도 가져볼 수 있다. 신화로 시작하여 여러가지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 아이의 관심이 어디로 흐르는지 살펴볼 수 있기도 하다. 왜 아이들과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 그리스 로마신화가 녹아있는 것들이 매우 많다는 것으로 시작하여 호기심을 키우고, 신화 속에 담긴 여러가지 생각들을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는 시작이 될 테니까 말이다.  




책의 마지막에 나온 다음편 예고를 보니, 다음 이야기는 페가수스를 타고 또 다른 모험을 겪는 벨레로폰테스의 이야기인가보다. 유튜브 형식으로 예고를 해놓은 것이 밤톨군 취향에 딱 맞았던 듯 하다. 게다가 환상동물( 또는 몬스터 ) 인 키마이라가 나오는, 밤톨군이 좋아하는 에피소드라 녀석은 벌써부터 다음 권을 조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금 나침반 에프 그래픽 컬렉션
스테판 멜시오르 지음, 클레망 우브르리 그림, 조고은 옮김, 필립 풀먼 원작 / F(에프)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황금 나침반을 움직이는 자, 세상을 움직일 것이다! "


영국의 소설가 필립 풀먼이 쓴 『Northern Lights』(1995, 번역제목은 황금 나침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의  카피다. 황금나침반은  『The Subtle Knife』(1997, 마법의 검),  『The Amber Spyglass』(2000, 호박색 망원경) 과 함께 3부작 소설을 이룬다. 소설로, 영화로 만나본 이 작품이 이번에는 그래픽 노블로 나왔다. 소설의 원제는 『Northern Lights』 지만 미국에서는 『Golden Compass』로 출판되었고 국내에서도 황금나침반으로 번역되었다. 필립 풀먼은 J. R. R. 톨킨, C. S. 루이스와 함께 영미 판타지 문학의 3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작가이다. 



황금 나침반

Les Royaumes Du Nord

에프 그래픽 컬렉션

필립 풀먼 원저/클레망 우브르리 그림/스테판 멜시오르 편저/조고은 역

f(에프) 


판타지 소설은 대부분 작품의 세계관을 이해하기까지 초반 진입 장벽이 있다. 판타지에 익숙한 독자들은 어렵게 느껴지지 않지만, 판타지 장르가 낯선 독자는 어려워하기도 한다. 옆지기의 경우가 그러한데, 그래서 종종 나는 재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작품의 세계관을 스포를 하고는 했다. 그러면 조금 쉽게 접근을 하는 듯 했다.


황금나침반의 세계관은 현실 세계와 닮은 또 다른 평행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리라가 살고 있는 그 세계에서는 모든 인간이 데몬이라 불리는 자기 영혼의 화신을 가지고 있다. 데몬은 인간의 영혼이 동물의 모습으로 형상화 된 것으로 인간과 물리적, 정신적으로 서로 종속되는 존재이다. 인간과 데몬은 특정 거리 이상 멀어질 수 없으며, 데몬 혹은 인간 한 쪽이라도 타인에 의해 해를 입게 되면 서로 고통까지 공유한다. 그렇기에 타인의 데몬을 만지는 것은 금기로 여겨진다. 작가에 따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Lady with an Ermine)』 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 (왼쪽)과 황금나침반 주인공 리라의 데몬 '판탈라이몬'(오른쪽)


자아정체성이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어린이의 데몬은 자기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가 오면 데몬은 한 종류의 모습이 된다. 이 세계의 모습이다. 


이렇게 작품의 판타지적 배경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으면 본격적으로 서사에 집중할 준비가 끝난 셈이다. 익숙하지 않은 이에게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들이 현대적인 각색과 세련된 일러스트 작업을 입어 선보이는 터라 더욱 쉽게 다가가는 듯 하다. 최근 그래픽 노블로 여러 작품들이 다시 재 창조되는 이유일테다.


주인공 리라의 주변에서 '고블러' 라는 조직이 아이들을 유괴하는 사건이 잇따른다. 리라의 친구 로저도 고블러에게 납치되고 리라의 삼촌 아스리엘 경도 실종된다. 리라는 진실을 알려주는 '진실측정기'를 가지고 그녀의 데몬, 집시들과 함께 로저와 다른 실종된 아이들, 아스리엘 경을 찾기 위해 북극으로 떠나며 초반 이야기가 시작된다. '진실측정기'라고 번역된 동그란 물체의 원어는 '알레시오미터' 다. 이 '알레시오미터' 라는 단어에 얽힌 출판 일화가 위키에 서술되어 있기에 옮겨본다. 



이 책을 포함하여 세 권으로 이루어진 이 시리즈의 제목은 "His Dark Materials"이다. 존 밀턴의 실낙원에서 따온 것이다. 작가는 처음에는 시리즈 제목으로 역시 실낙원에 나오는 "The Golden Compasses"로 계획했다고 한다. Compass 즉, 원을 그릴 때 사용하는 콤파스(컴퍼스) 말이다. 그런데 미국 출판사에서 이 진실측정기인 알레시오미터를 Compass 라 착각하고 1권의 제목을 시리즈 제목과 유사하게 The Golden Compass 라고 지은 모양이다.  덕분에 영국판 제목은 "Northern lights", 미국판 제목은 "Golden Compass" 이 되었다고 한다.  


알레시오미터, 즉 진실측정기는 어른들은 읽을 수 없다. 주인공은 어른에겐 없는 능력으로 진실측정기를 읽어낸다.물론 처음부터 쉽게 읽어내지는 못하지만 점점 익숙해진다. 주인공이 읽어내는 여러 진실들은 위험을 피하게 하기도 하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힌트를 주기도 하며, 때로는 약간의 미래예지가 되기도 한다. 



작품의 세계는 인간 외에 마녀, 갑옷을 입는 북극곰 등도 살고 있는 세계이며, 비행선 등의 스팀펑크적인 요소도 포함한다. 뿐만 아니라 물리학, 철학, 신학적 요소가 버무러져 있다. 아스리엘경은 실종 전 북극에서 발견한 미지의 물질, '더스트(Dust)'를 통해 다른 세계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주장하는데, 이 물질의 존재 또한 이 소설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원죄' 의 개념을 가져와 판타지 세계관에 녹여낸다. 


 


아스리엘경이 더스트의 원천을 찾아 파괴하려 북극성 너머의 다른 세계로 넘어가며 1권은 맺는다. 더스트가 과연 이 세계의 인간들에게 해로운 것일지,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결국 아스리엘 경보다 더스트를 먼저 찾기 위해 리라도 다른 세계로 넘어가며 1권의 이야기는 맺는다. 시리즈의 평행세계로의 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소설로, 영화로 먼저 만나봤던 터라 그래픽 노블로 다시 읽어보니 생략된 부분과 강조된 부분의 리듬이 흥미로웠다.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부분과, 일반 만화보다는 더욱 밀도 깊은 텍스트가 담당하는 부분들의 배치도 눈여겨보게 된다. '존 밀튼의 실낙원' 같은 이런 저런 요소들의 카메오 출연도 재미있다. 다음 권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황금나침반 #필립풀먼 #에프 #스테판멜시오르 #클레망우브르리 #판타지그래픽노블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수상작 


책장 속 클레망 우브르리 그림이 책들을 꺼내어 함께 찍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댐키퍼
톤코하우스 지음, 유소명 옮김, 에릭 오 감수 / ㈜소미미디어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픽사의 유명 애니메이터들이 모여 만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톤코하우스'의 첫 작품이자 2015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댐 키퍼(The Dam Keeper)」.  

 『토이스토리3』, 『라따뚜이』 등을 만들고 연출한 츠츠미 다이스케와 로버트 곤도, 에릭 오가 뭉쳐 만든 첫 번째 작품이었던 댐 키퍼(Dam Keeper)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그림과 감동적인 스토리로 화제를 모으며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밤톨군과 나는 이 작품을 그림책으로 먼저 만났다.



댐키퍼

The Dam Keeper

ダム?キ?パ?

톤코하우스 글

소미미디어


주인공 피그. 골짜기에 있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다.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피그는 먼지투성이에 커다란 가방을 매고 있다. 가방에는 단단한 마스크가 걸려있다. 




마을 한쪽에는 커다란 댐이 있고, 그 위에 멋진 풍차가 있다. 그리고 피그는 그 곳에서 일을 한다. 이 댐 건너편에는 '어두움' 이 짙은 안개처럼 드리워져 있다. 피그는 이 어두움을 '꿈도, 희망도 없는 새까맣고 무서운 세상' 이라고 설명한다. 이 어두움을 막아내기 위해 매일 풍차를 돌리고 있는 피그. 대기 오염으로 뒤덮인 디스토피아적 미래일 수도 있는 세상이다.




동명 애니메이션의 설명에서는 '독특한 수채화 애니메이션 기법' 이라 소개되고는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림책 속 장면들이 유화풍으로 느껴졌다. 애니메이션은 부드럽고 정적인 움직임과 대사없이 표정과 행동으로만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그림책에서는 본문이 생겨났다. 흐르는 영상이 함축된 페이지에 담겨야 해서였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단편과 장편 두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그림책은 단편의 내용을 담았다. 



출처 : http://www.tonkohouse.com/jp/projects/


소설, 영화, 만화 등에 담긴 영웅 서사를 보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지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 있어 내가 삶을 누릴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평범한 이들은 모르는 위협들, 이를테면 지구를 침략하는 외계인일수도 있고, 악령일 수도 있으며, 초능력을 가진 테러집단일 수도 있는 그런 것들에서 지구를 지키는 이들은 힘겹고 고달파 보였다. 그렇다고 다른 이들이 그들의 노고를 알아주지도 않으니 더욱 외롭다. 이야기 속 피그도 그렇다. 마을 사람들은 오히려 '흙투성이' 라고 놀릴 뿐이다. 


어느날 외롭던 피그에게 폭스라는 친구가 생긴다. 학교에 새로 전학온, 천진난만한 여우와의 만남은 가족도 친구도 없던 피그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피그와 폭스가 친해지는 과정은 저절로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다. 전형적인 서사일 수는 있어도 여전히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장면이다. 


이야기 초반의 피그는 표정이 잘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마음을 닫았는지 미소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 마음을 처음 열게 된 것이 폭스다. 그러나 폭스와의 사이에 오해가 생기고, 충격을 받은 피그가 잠시 댐키퍼로서 소홀한 사이 마을에는 위기가 닥치게 된다. 이 마을은, 폭스는, 그리고 피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모든 연령의 사람들이 재미와 깨달음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

 - 톤코하우스의 미션



어느 날은 '우정'에 관한 이야기로 읽히며, 피그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피그와 폭스의 이야기에 시선을 집중하게 된다. 또 어느 날은 '빛과 어둠' 에 대해 생각해보며 실제 마을의 외부에 있던 어둠 뿐 아니라 피그의 마음 속 어둠을 바라본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마음에 댐을 쌓아두었던 피그의 이야기 말이다. 작가는 이를 '마음의 댐' 이야기라고 표현하며 자신 안의'어둠'에서 도망 치지 않고 거기에 어떤 식으로 맞서 살아갈 것인가라는 이야기도 함께 담고 싶었다고 했다.


요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고마운 분들' 에 대한 생각으로도 이어진다. 지금 코로나19 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많은 분들을 떠올리며 더욱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보태는 우리들도 스스로를 격려할 만하다. 지킨다는 것은 혼자의 힘으로는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도. 


그림책에는 애니메이션에서 보였던 원경보다는 클로우즈업 한 장면들을 많이 담겨있다. 페이지가 꽉 찬 느낌의 장면들이 많다. 편집할 때 본문의 글자 배치가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물론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그대로 가져다 쓰지는 않았다. 작가의 인터뷰에 따르면 애니메이션과는 별도로 반년동안 새롭게 그림을 그려냈다고 한다. ( 작가인터뷰 출처 : https://www.ehonnavi.net/specialcontents/contents.asp?id=440 )



작업 과정 / 출처 : 인터뷰 중에서


댐키퍼 홈페이지에 가보니 주인공이 등장하는 그래픽 노블이 세 권이나 있다. 이들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홈페이지 자체도 재미있게 꾸며져 있다. 한번 방문해보시길.


https://www.thedamkeeper.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민 해결사 펭귄 선생님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65
강경수 지음 / 시공주니어 / 2020년 3월
평점 :
일시품절


" 우와!!! 엄마. 이 주인공 코드네임 시리즈에 나오는 '닥터 이블P' 아닌가요!! "


강경숙 작가의 코드네임 시리즈를 좋아하는 밤톨군은 곧바로 시리즈 팬임을 인증한다. 표지만 보고 나눈 대화라 그림책의 주인공이 코드네임 시리즈의 실제 등장인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주인공 뒤 책장의 '코스모' 를 보니 작가의 위트있는 장치 임은 분명하다. '코스모'는 역시 코드네임 시리즈에 나오는 거대 조직 이름이기에. 


밤톨군은 같은 강경수 작가를 알아본 것이라고 말해주니 더욱 즐거워한다. 게다가 최근 '펭수'의 인기에 힘입어 펭귄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터라 그림책을 보자마자 곧바로 빠져든다.



고민해결사 펭귄 선생님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65

강경수 글, 그림

40쪽 | 280g | 180*245*9mm

 시공주니어


주인공 펭귄 선생님은 상담사이다. 오전 10시에 상담소 문을 열고 오후 6시에 마친다. 동네의 많은 동물들은 줄을 서서 기다린다. 에른스트 얀들 글, 노르만 융에 그림의 「다음엔 너야」 가 떠오르는 장면이다.  「다음엔 너야」 에서는 그래도 앉아서 기다렸는데 이 동네 동물들은 서서 기다리네. 하며 혼자 웃어본다. 



각 동물들의 상담내용은 그 동물들의 특징과 어우러져 매우 흥미롭게 읽힌다. 그리고 상담실 한 켠의 시계를 눈여겨본다.  상담 시간은 약 한시간 반 정도인가보다. 



상담을 시작할 때의 펭귄 선생님 모습은 모든 상담이 끝난 후 미묘하게 달라져 있다. 퇴근 시간 즈음의 어른들의 모습이 이럴까. 펭귄 선생님의 부시시 일어난 털부터 어질러진 책상 위 모습까지 깨알같은 디테일에 웃음이 터진다.  



초반 찡그린 표정이었던 동물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올라와 있다. 그나저나 이 동물들은 상담이 기다릴 때까지 모두 함께 기다렸던 것일까! ( 사소한 것은 넘어가자. ) 그리고 펭귄 선생님의 마지막 반전!! 밤톨군은 배를 쥐고 웃었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고민은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은 고민이라고 부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해결하지 못하는 많은 고민으로 걱정하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이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럴 때는 펭귄 선생님처럼 말없이 고민을 들어주는 존재에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음이 편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 강경수 작가의 말 중에서



당연히 어린 아이들에게도 고민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고민을 말없이 공감하며 들어줄 존재가 필요하다. 고민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자신들의 말을 들어줄 존재가 필요하다. 가장 가까운 존재는 역시 부모일 터. 


그나저나 밤톨군은 코드네임을 먼저 읽었지만, 이 그림책을 먼저 만난 아이들이 코드네임을 읽으면 오히려 닥터 이블P를 보고 '어! 고민해결사 펭귄 선생님!' 이라고 할 지도 모를 일이다. 스펙트럼이 넓은 작가의 작품 속 연관성들을 찾아보는 것도 참 즐겁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