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나침반 에프 그래픽 컬렉션
스테판 멜시오르 지음, 클레망 우브르리 그림, 조고은 옮김, 필립 풀먼 원작 / F(에프)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황금 나침반을 움직이는 자, 세상을 움직일 것이다! "


영국의 소설가 필립 풀먼이 쓴 『Northern Lights』(1995, 번역제목은 황금 나침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의  카피다. 황금나침반은  『The Subtle Knife』(1997, 마법의 검),  『The Amber Spyglass』(2000, 호박색 망원경) 과 함께 3부작 소설을 이룬다. 소설로, 영화로 만나본 이 작품이 이번에는 그래픽 노블로 나왔다. 소설의 원제는 『Northern Lights』 지만 미국에서는 『Golden Compass』로 출판되었고 국내에서도 황금나침반으로 번역되었다. 필립 풀먼은 J. R. R. 톨킨, C. S. 루이스와 함께 영미 판타지 문학의 3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작가이다. 



황금 나침반

Les Royaumes Du Nord

에프 그래픽 컬렉션

필립 풀먼 원저/클레망 우브르리 그림/스테판 멜시오르 편저/조고은 역

f(에프) 


판타지 소설은 대부분 작품의 세계관을 이해하기까지 초반 진입 장벽이 있다. 판타지에 익숙한 독자들은 어렵게 느껴지지 않지만, 판타지 장르가 낯선 독자는 어려워하기도 한다. 옆지기의 경우가 그러한데, 그래서 종종 나는 재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작품의 세계관을 스포를 하고는 했다. 그러면 조금 쉽게 접근을 하는 듯 했다.


황금나침반의 세계관은 현실 세계와 닮은 또 다른 평행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리라가 살고 있는 그 세계에서는 모든 인간이 데몬이라 불리는 자기 영혼의 화신을 가지고 있다. 데몬은 인간의 영혼이 동물의 모습으로 형상화 된 것으로 인간과 물리적, 정신적으로 서로 종속되는 존재이다. 인간과 데몬은 특정 거리 이상 멀어질 수 없으며, 데몬 혹은 인간 한 쪽이라도 타인에 의해 해를 입게 되면 서로 고통까지 공유한다. 그렇기에 타인의 데몬을 만지는 것은 금기로 여겨진다. 작가에 따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Lady with an Ermine)』 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 (왼쪽)과 황금나침반 주인공 리라의 데몬 '판탈라이몬'(오른쪽)


자아정체성이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어린이의 데몬은 자기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가 오면 데몬은 한 종류의 모습이 된다. 이 세계의 모습이다. 


이렇게 작품의 판타지적 배경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으면 본격적으로 서사에 집중할 준비가 끝난 셈이다. 익숙하지 않은 이에게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들이 현대적인 각색과 세련된 일러스트 작업을 입어 선보이는 터라 더욱 쉽게 다가가는 듯 하다. 최근 그래픽 노블로 여러 작품들이 다시 재 창조되는 이유일테다.


주인공 리라의 주변에서 '고블러' 라는 조직이 아이들을 유괴하는 사건이 잇따른다. 리라의 친구 로저도 고블러에게 납치되고 리라의 삼촌 아스리엘 경도 실종된다. 리라는 진실을 알려주는 '진실측정기'를 가지고 그녀의 데몬, 집시들과 함께 로저와 다른 실종된 아이들, 아스리엘 경을 찾기 위해 북극으로 떠나며 초반 이야기가 시작된다. '진실측정기'라고 번역된 동그란 물체의 원어는 '알레시오미터' 다. 이 '알레시오미터' 라는 단어에 얽힌 출판 일화가 위키에 서술되어 있기에 옮겨본다. 



이 책을 포함하여 세 권으로 이루어진 이 시리즈의 제목은 "His Dark Materials"이다. 존 밀턴의 실낙원에서 따온 것이다. 작가는 처음에는 시리즈 제목으로 역시 실낙원에 나오는 "The Golden Compasses"로 계획했다고 한다. Compass 즉, 원을 그릴 때 사용하는 콤파스(컴퍼스) 말이다. 그런데 미국 출판사에서 이 진실측정기인 알레시오미터를 Compass 라 착각하고 1권의 제목을 시리즈 제목과 유사하게 The Golden Compass 라고 지은 모양이다.  덕분에 영국판 제목은 "Northern lights", 미국판 제목은 "Golden Compass" 이 되었다고 한다.  


알레시오미터, 즉 진실측정기는 어른들은 읽을 수 없다. 주인공은 어른에겐 없는 능력으로 진실측정기를 읽어낸다.물론 처음부터 쉽게 읽어내지는 못하지만 점점 익숙해진다. 주인공이 읽어내는 여러 진실들은 위험을 피하게 하기도 하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힌트를 주기도 하며, 때로는 약간의 미래예지가 되기도 한다. 



작품의 세계는 인간 외에 마녀, 갑옷을 입는 북극곰 등도 살고 있는 세계이며, 비행선 등의 스팀펑크적인 요소도 포함한다. 뿐만 아니라 물리학, 철학, 신학적 요소가 버무러져 있다. 아스리엘경은 실종 전 북극에서 발견한 미지의 물질, '더스트(Dust)'를 통해 다른 세계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주장하는데, 이 물질의 존재 또한 이 소설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원죄' 의 개념을 가져와 판타지 세계관에 녹여낸다. 


 


아스리엘경이 더스트의 원천을 찾아 파괴하려 북극성 너머의 다른 세계로 넘어가며 1권은 맺는다. 더스트가 과연 이 세계의 인간들에게 해로운 것일지,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결국 아스리엘 경보다 더스트를 먼저 찾기 위해 리라도 다른 세계로 넘어가며 1권의 이야기는 맺는다. 시리즈의 평행세계로의 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소설로, 영화로 먼저 만나봤던 터라 그래픽 노블로 다시 읽어보니 생략된 부분과 강조된 부분의 리듬이 흥미로웠다.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부분과, 일반 만화보다는 더욱 밀도 깊은 텍스트가 담당하는 부분들의 배치도 눈여겨보게 된다. '존 밀튼의 실낙원' 같은 이런 저런 요소들의 카메오 출연도 재미있다. 다음 권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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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속 클레망 우브르리 그림이 책들을 꺼내어 함께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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