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달 3 (일러스트 특별판) - 선물 고양이달 (일러스트 특별판) 3
박영주 지음, 김다혜 그림 / 아띠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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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달

선물

박영주 글, 김다혜 그림

아띠봄


노아의 세상에서 색들이 사라져간다. 처음에는 노랑이 흐릿해지더니, 이어 파랑이 흐려지면서 회색으로 변해간다. 파랑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노아의 모습을 지켜보는 모나는 허망해한다. 



노아를 위해 노력한 자신보다, 상처를 주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마레가 노아에겐 더 소중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자신이 아무리 애써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노아가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이 왜 내가 아니라 마레인거야? 나는 할 만큼 했는데, 죽도록 노력했는데  도대체 왜... 어째서...


- p149


노아는 노아대로 괴롭다. 노아에겐 오랜 세월 찾아 헤맨 운명의 상대도 잊을 만큼 강렬했던 끌림이, 마레에겐 다른 이에게 얼마든지 양보할 수 있는 한때의 감정이라니... 사랑의 정도는 그렇게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잔인한 진실 앞에서 큰 아픔을 느낀다. 이 엇갈린 사랑은 어떤 결말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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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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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로 읽었던 이 소설을 오랫만에 다시 펼치는 감회가 새롭다. 일본 출장 중에 일본어 공부를 해보겠다며 문고판으로 샀던 원서는 상권의 중간까지 읽다가 포기했었으니 거의 20년만인듯 하다. (겉모양만) 나름 하루키스트라며 하루키의 책을 모아뒀던 터라, 99년의 2판 75쇄본이 책장에 내내 꽂혀있었음에도 다시 읽어볼 생각은 왜 못했던 걸까. 



책의 표지는 일본 초판본의 색을 가져왔다. 민음사의 번역본은 상, 하권의 합본이므로 두 색이 한 권에 함께 있다. 유광인 원래의 표지와 달리 종이의 질감이 느껴지는 무광의 좀 더 세련된 표지를 입고서, 초판본의 느낌을 살린 디자인 컨셉트로 제작되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비틀즈의 곡인 Norwegian Wood (This Bird Has Flown)에서 따온 제목이다. 우리나라에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일본 소설 1위를 차지하는 등, 하루키 붐을 일으킨 소설이기도 하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팬이었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 책에서 개츠비를 언급했던 터라,  「위대한 개츠비」도 덩달아 찾아 읽었던 추억도 떠오른다.  또한 역시 책 속에서 언급되었던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도. 


1970~80년대의 일본이 배경이 소설로, 2차 세계 대전 이후 급속한 발전을 이룬 일본이 버블의 붕괴로 인해 경제가 불안해지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무기력에 빠졌던 시절이 무대다. 화자인 주인공 와타나베는 유일한 친구 기즈키의 자살로 죽음을 마주한다. 아픈 기억을 지워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어떤 식으로 생각하든 죽음이란 하나의 사실이었다. 그런 숨 막히는 배반 속에서 나는 끝도 없이 제자리를 맴돌았다. (...) 삶의 한가운데에서 모든 것이 죽음을 중심으로 회전했다." (p56) 



이 책을 읽었던 나의 젊은 날은 아래의 문장에 밑줄을 그었었다. 문장 속에서 비슷한 시간을 발견하며 공감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와타나베처럼 죽음에 마주하지는 않았으나 청춘의 방황은 동일했다. '어디로든 가지 않을 수 없으니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수 밖에 없던' 시간들.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신발이 쑥 빠져 버릴 것만 같은 깊고 무겁고 끈적이는 수렁. 그 진흙탕 속을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걸어갔다. 앞에도 뒤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끝도 없이 시커먼 진흙탕 길이 이어질 뿐이었다. 


시간조차 나의 발걸음에 맞춰 느릿느릿 흘러갔다. 주위 사람들은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와 내 시간만이 수렁에 빠져 질퍽질퍽 제자리를 맴돌듯이 걸어갔다. (...)


나는 거의 얼굴도 들지 않고 하루하루를 흘려보낼 따름이었다. 내 눈에 비친 것은 무한히 이어지는 수렁뿐이었다. 오른발을 내딛고 왼발을 들어 올리고 다시 오른발을 들어 올렸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확신도 없었다. 다만 어디로든 가지 않을 수 없으니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따름이었다. 


- p461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사랑' 보다는 '방황' 에 방점을 찍으며 읽었던 듯 싶다. 오랫만에 다시 읽는 지금은 '사랑'에 관한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미도리와 방황하고 헤매며 아파하는 나오코 사이에서의 와타나베를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젊은 날의 상실이 가져왔던 고독과 의미없는 육체적 관계들이 다시 불러오는 허기의 반복 또한 생각거리를 남긴다. 


와타나베가 마주했던 여러 죽음들에서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잠겨 있다.'(p529) 라고 했던 것을, '어떤 진리도, 어떤 성실함도, 어떤 강인함도, 어떤 상냥함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슬픔을 다 슬퍼한 다음 거기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뿐이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또다시 다가올 예기치 못한 슬픔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p530) 는 것을 이제는 마음으로 공감하게 되는 삶의 경험도 쌓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10년 뒤에 다시 읽어봐야지. 그 때는 어떻게 다가오려나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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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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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홀레 시리즈' 가 아닌 요 네스뵈의 소설을 오랫만에 읽는다. 요 네스뵈의 이야기 전개를 좋아해서 그가 썼던 아이를 위한 동화까지 찾아 읽었던 터라 이번 소설에 대한 기대감 또한 충만했다. 750여페이지에 이르는 벽돌책이지만 몰입, 순식간에 다 읽었다. 그의 플롯 구성과 전개는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킹덤

Kingdom

요 네스뵈 ( Jo Nesbø )

비채



우린 가족이다. 우리가 믿을 건 가족뿐이야. 친구, 애인, 이웃, 이 지방 사람들, 국가 그건 모두 환상이야. 정말로 중요한 때가 오면 양초 한 자루 값어치도 안 된다. 그때는 그들을 상대로 우리가 뭉쳐야 해. 로위. 다른 모든 사람 앞에서 가족이 뭉쳐야 한다고. 알았지?


- p13, 프롤로그


프롤로그에서 주인공 아버지가 강조하는 '가족'. 책을 덮고나면 떠오르는 단어 또한  '가족' 이란 단어다. 형인 로위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과거와 현재의 사건들은 그가 느끼는 가족에 대한 애증, 책임감, 죄책감 등의 다양한 감정들들 담고 있다. 특히 그가 동생인 칼에 대해 느끼는 과도해 보이는 책임감의 이유가 책을 읽어가는 내내 궁금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덕분에 화자가 사건의 중심이 되는 사건의 범인이 아닌가 내내 의심하면서 이야기 속의 복선을 찾아보기도 하고,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확대 해석해보게 되기도 한다. 


<뉴욕저널오브북스> 의 한줄평인 '요 네스뵈가 그리는 세상은 황폐하거나 곧 황폐해진다. 그는 자비라곤 없는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라는 문장에 절절히 공감한다. 재미있으면서도 정신이 너덜너덜해지는 기분이라고 할까. 


긴장하다가 읽어내려가다 안심하려고 들면, 갑자기 또 다른 사건이 휘몰아친다. 그 사건을 수습하면 또 다른 일이 벌어진다. 피투성이의 파국이다. 그 가운데 생각지 못했던 작은 반전들이 엮이고 어두운 비밀들이 하나둘씩 밝혀지며 '아니, 그런거였어?' 라고 중얼거리게 된다. 예상이 몇 번이나 뒤집히던지.. 이렇게 독자를 휘몰아치다니 작가의 구성력과 필력에 다시 감탄할 수 밖에 없다. 모임에서 함께 읽고 독서토론을 해보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결은 다르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나오미와 가나코」를 읽을 때의 느낌이 떠오르기도 했다. 


오프가르 농장, 작은 집, 헛간 하나, 외곽의 벌판 몇 군데, 저게 도대체 뭐람? 네 글자로 된 이름, 식구 중 두명이 살아남은 집안의 성(姓). 다른 걸 모두 떼어냈을 때, 가족이란 무엇인가? (...)

단순히 실용적인 이유 외에 또 다른 것이 있는가? 부모, 형제, 자매를 하나로 묶어주는 뭔가가 핏속에 있는 건가? 

- p734


어쩌면 요 네스뵈는 가족을 위해, 사랑을 위해 "당신은 무엇까지 할 수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읽는 이의 도덕적 가치관을 시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득 표지의 손과 손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온다. 가족이란 울타리, 그들만의 '킹덤' 은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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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권력 - 인터넷을 소유하는 자 누구이며 인터넷은 우리를 어떻게 소유하는가
제임스 볼 지음, 이가영 옮김 / 다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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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컴퓨터가 부족해서 다른 대학 컴퓨터라도 써서 연구할 필요가 있었다는 이유 하나와, 미국 국방부가 통신망이 망가졌을 때 핵억지력을 유지할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산물로 생겨났다는 인터넷이 현대인의 삶에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런데 이러한 인터넷을 소유하는 자는 누구이며, 인터넷은 우리를 어떻게 소유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퓰리처상 수상자인 저자는 그에 관해 명쾌하게 파헤치며 이 책을 통해 전달한다. 





21세기 권력

The System

제임스 볼 지음

도서출판 다른


“ 인류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인터넷이라는 시스템을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체를 파악해 이를 바로잡고 통제하는 일이다. “ 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인터넷의 태동과 변천, 그리고 그 뒤에 숨어있는 여러가지 사실들을 Part1에서 '기술'적인 면을, Part2에서 '돈' 에 관련된 측면에서 훑고, 마지막 Part3 에서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해서 다룬다. Part1 에서는 다시 설계자, 망 사업자, 관리자 라는 세 파트로 나누어 설명하며, Part2 는 ‘투자자’, ‘광고업자’ 의 두가지로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다. 


인터넷에 대한 여러 각도에서의 지식을 전달함과 더불어 저자는 보도기자 출신의 감각으로 여러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신원 정보와 결제 정보는 온라인 세상의 권력과 지배력(그리고 물론 돈) 을 한 곳으로 모으는 큰 힘이 되었고,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대형 인터넷 기업들은 결국 이런 정보들을 가진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라고 주장하며, 사용자들이 거대 인터넷 기업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온라인 시대를 사는 시민들이 누군가(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광고업자, 그리고 어쩌면 정부)가 자신을 감시하는 상황에 너무 익숙해있는 것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과거의 동인도 회사와 유사한 '디지털 식민주의' 가 도래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한다.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건, 지금까지 우리가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


어려운 금융 용어를 들으면 흥미를 잃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기술 용어를 써가며 네트워크 기반 구조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걸 재미있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피하려 하기 때문에, 힘 있는 사람들은 질문을 받을 걱정 없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 p348



 '시스템 전체를 봐야 한다' 라는 것과 인터넷을 움직이는 무형의 동력원들, 즉 새로운 기업 투자 모형, 새로운 수익 창출 모형, 새로운 연결과 투명성 모형 등이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하라고 말하는 저자는, '굳이 자세히 알 필요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의심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변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인터넷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 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야 금융위기 때처럼 어려워 보이는 겉모습에 속아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 두번째는 기술기업을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것이다. 기술기업은 사명을 가지고 움직이는 새로운 기업이 아니라, 이윤을 좇는 평범한 기업이다. 세 번째는 오늘날의 기술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전에 썼던 방법이 오늘날에도 효과가 있으리라는 기대를 버리는 것이다. 


- p352



이 책을 읽으며 인터넷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으로 변화의 첫 걸음은 뗀 셈이려나. '더 나은 인터넷 세상을 만들기 위한 최고의 안내서' 라는 위키디피아 공동설립자 지미 웨일스의 추천사를 옮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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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달 3 (일러스트 특별판) - 선물 고양이달 (일러스트 특별판) 3
박영주 지음, 김다혜 그림 / 아띠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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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달

선물

박영주 글, 김다혜 그림

아띠봄


그림자별의 주인을 만나기 위해 '초록의 노래' 를 찾아야 한다는 모나. 


전 아리별의 주인이니까... 당연히 그림자별의 주인을 찾아낼 의무가 있다고요. 찾아서 전설대로 사랑을 해야 셋으로 나뉜 모습에서 완벽한 하나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고, 그래야 아리별을 온전히 지킬 수 있겠죠. 그러려면 초록의 노래가 필요해요. 그 안에 결정적인 단서가 있다고요. 


할머니철새는 자신의 눈을 똑바로 보고 다시 말해보라고 한다. 정말로 순수하게 그 이유만으로 초록의 노래를 찾는거냐고. 그러자 모나는 머뭇거리며 노아에게 들려주고 싶어서라고 나지막히 고백한다. 할머니철새는 자신이 물려받은 비밀을 아리에게 전한다. 아리는 할머니철새가 간직했던 투명구슬에서 자신을 아리별의 주인으로 키워주고 함께 숲을 지켜온 어머니 같은 존재였던 초록여왕이, 아리 자신이 등진 시간 속에서 타들어 가는 모습을 보고 펑펑 운다. 




초록여왕


그때 초록여왕의 본모습인 나무 기둥에 초록의 노래 가사가 서서히 솟아올랐다. 할머니 철새는 남은 또 하나의 구슬을 마저 전한다. 초록여왕의 죽음이 지금껏 사고인 줄로만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그녀의 죽음이 초록의 노래를, 아리별의 전설을 완성했다는 것을 알게 된 모나. 그녀가 들려줄 초록의 노래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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