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3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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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계속 되풀이되는 것일까.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시작이 「로마제국 쇠망사」 에서 비롯되었던 터라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상상이 비슷하게 그려졌을 거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소설 속 우주세기에서도 인류의 역사가 비슷하게 반복된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움직일지 아는 것이야말로, 역사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 라고 평하기도 했다.  




제2파운데이션

Second Foundation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2 

황금가지



해리 셀던이 계획한 두 개의 식민 행성 '파운데이션'은 서로 '은하계 저쪽 끝'에 세워졌다. 자연과학에 초점을 맞춘 제1파운데이션과 심리역사학과 정신과학에 초점을 맞춘 제2파운데이션이 세워졌지만, 존재감을 드러낸 제1파운데이션과 달리 제2파운데이션은 비밀로 남아있었다. 1,2권에서는 제1파운데이션이 우수한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야만적으로 변한 주변 행성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장악한 과정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셀던 프로젝트에 따라 계속 발전해갈 것 같던 제1파운데이션은 갑자기 등장한 변종인간인 '뮬' 의 등장으로 위기를 겪는다. 인간의 마음을 파고들어 감정을 조종할 수 있는 뮬은 주변의 인물들을 감화시켜 자신의 수하로 삼고, 제1파운데이션을 정복한다. 


이를 지켜보던 제2파운데이션은 반격을 시도한다. 그러나 제2파운데이션은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서는 안된다. 뮬은 제2파운데이션을 찾아내려고 하고, 뮬과 제2파운데이션 사람들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제1파운데이션은 물리적인 힘이 우수하기에 제2파운데이션은 직접적 충돌을 피하면서 제1파운데이션을 통제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왔다. 뮬의 등장으로 잠시 위기가 오는 듯 하였으나 극복하고, 이후 제1파운데이션이 승리한 것처럼 위장하여 존재를 잘 감춘다. 제1파운데이션은 제2파운데이션의 존재를 잊어갈 듯 하다. 


 「제2파운데이션」 에는 뮬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저마다의 활약을 펼친다. 뮬을 효과적으로 방해하는 베이타 다렐이란 여성과 이후 그녀의 손녀인 아르카디아에 얽힌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은하계 저쪽 끝' 이라는 문장에 대한 물리학자와 사회과학자의 해석의 차이를 통해 제2파운데이션의 위치가 어떻게 오해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과정 또한 기발했다. 나도 깜빡 속았다.


어떤 의미에서 가장 놀란 일은 그 전체가 아이러니하다는 사실이야. 왜냐하면 400년 동안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은하계 저쪽 끝' 이라는 셀던의 말에 현혹되어 왔으니 말이야. 그들은 그 문제에다 그들 자신의 기묘한 물리학적 사고를 도입해서 분도기나 자를 가지고 반대 끝을 재고는, 결국은 은하계의 가장자리를 180도 돌아간 외곽성역의 한 점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원점으로 돌아왔지. (...)


만약에 의문을 가진 자가 있어서 해리 셀던이 사회과학자이지 물리학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면, 그리고 그에 따라 생각을 조금만 바꾸었어도 금방 해결할 수 있었을거야. 사회과학자에게 '상반된 양끝' 이란 무엇을 의미했을까? 

-p340



파운데이션이 설립된 배경과 그 과정을 잔잔하게 펼쳐보였던 1,2권에 비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들이 놀라웠던 3권 「제2파운데이션」 편이다. 점점 읽어가는 속도도 빨라지고 다음 권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본격적인 제2파운데이션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하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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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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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백과사전 읽기를 좋아했다. 열 권짜리 '컬러학습대백과' 로 시작해서 매우 두툼한 세 권짜리 백과사전, 그리고 브리태니커 사전까지 찾아보고는 했다. 지금 아이의 공부를 도와주면서 아는 척 할 수 있는 잡식들은 그때 쌓인 것들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인터넷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쉽게 찾을 수 있던 정보들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찾아보았던 것들에 대한 기록을 쌓아간다면 나만의 백과사전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기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말이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Nouvelle encyclope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나는 이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 를 통해 처음 인식했었다. 소설 속에서 곤충학자 에드몽 웰즈라는 인물을 이 책의 저자로 설정하고 여러 지식들을 수록해놨었기 때문이다. 이후 에드몽 웰즈 대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름으로 이 책이 나왔을 때 반가웠던 이유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그가 열네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거대한 잡동사니의 창고이면서 그의 보물 상자이기도 한 이 책은 박물학과 형이상학, 공학과 마술, 수학과 신비 신학, 현대의 서사시와 고대의 의례 등을 넘나든다. 그의 시선으로 만나 보는 세상은 새롭고 경이롭게 느껴진다.


1996년 처음 383항목으로 나왔던 이 책은 이제 542항목으로 대폭 늘었다. 그의 소설에서 언급되었던 이 백과사전 속에 반대로 소설 속 내용들이 수록되었다. 소설 「개미」 , 「신」 , 「제3인류」 나 「죽음」 에서 추려낸 내용들이 담겨있다. 그의 소설을 읽은 팬들은 소설에서 만났던 내용들에 반가움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5장 신들의 신비, 6장 신들의 숨결, 7장 우리는 신 등 무려 세 장에 걸쳐서 신에 대한 지식들이 정리되어 있는데, 그가 소설 「신」 을 쓰면서 얼마나 많은 조사를 했는지를 짐작하게 된다.


제목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이란 모순적인 표현을 음미해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읽는 이들이 제각기 다른 의미를 발견하고, 스스로의 기억을 적용시켜 이 책을 고쳐 나가는 몫을 맡기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썼다고 말한 바 있다. 나는 신에 관한 챕터를 읽으면서 함께 읽고 있던 매들린 밀러의 소설 「키르케」 나 「아킬레우스의 노래」 와 연계 독서를 했고, 아이의 기말고사를 도와주며 '토머스 홉스' 에 대해 지식과 더불어 새로운 추억을 덧붙였다. 



프롤로그에서 '백과사전을 구성하는 일은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연상' 시킨다라고 운을 떼는 베르베르는 꽃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골라서 자르고 다듬어 어울리게 섞는 플로리스트처럼, 자신이 접한 지식들과 이야기를 엮어 지식모음집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과거 신문이나 잡지를 스크랩 하던 느낌과 비슷하기도 하다. 그가 '스크랩' 해놓은 이 지식들을 나는 재미있게 '골라' 읽었다. 그리고 그가 바란 것처럼 나만의 특별한 기억들을 덧붙여 또 다른 나만의 백과사전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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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의 끝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4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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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시리즈의 4번째 권 「파운데이션의 끝」 에는 서문이 있다. 지난 3부작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해주는 터라 긴 호흡에서 중간 정리를 하고, 다시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파운데이션의 끝

아이작 아시모프

황금가지



제1은하제국이 몰락하는 중이라는 것을 파악하게 된 해리 셀던은, 다음 제국이 생기기까지 3만년 동안 무정부 상태를 겪어야 한다는 것을 계산하고, 이를 1000년으로 줄이기 위해 '파운데이션'이라는 식민 행성 두개를 만든다. 파운데이션 초반 3부작은 무 정부 상태가 벌어진 이후의 처음 400년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던 것이다. 그리고 4권은 제1파운데이션이 세상에 태어나고 498년이 된 시간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제1파운데이션의 정치가인 젊은 의원 '골란 트레비스'는 역사학자인 '야노브 페롤랫'와 함께 제2파운데이션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디에 있는지 조사하러 터미너스를 떠나라는 명령을 시장인 브라노로부터 받게 된다. 트레비스가 막상 페롤랫을 만나보니 그는 '지구'를 찾으러 간다고 말한다. 트레비스의 표현에 따르면 '마치 이 세계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곳에 전혀 속해있지 않은 듯한 이 괴상한 학자'(p74) 는 도대체 왜 지구를 찾겠다고 하는 것인가. 트레비스는 묻는다. "지구란 무엇입니까?"


행성 이름일세, 근원이 되는 행성...... 인류가 처음으로 출현한 곳이라네, 친구. (...)


한때 터미너스에 사람은 하나도 안 살던 시절이 있었지. 여기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건 인간이 다른 곳에서 건너왔기 때문일세. (...)


나 자신도 지구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야. 지구는 단지 전설적인 이름일 뿐이라네. 지구라는 이름은 고대 신화 속에 깊이 간직되어 있지. 그 단어는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는 어떤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아. 하지만 우리로서는 '인간 종족의 근원이 되는 행성'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를 지니는 말로 이해하는 편이 낫겠지. 하지만 실질적인 공간에 존재하는 어떤 행성이 지구인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네.

- p78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우주시대에서 '지구' 라는 이름은 지금의 그리스 신화 속의 '올림푸스 산' 같은 것이었던가. 갑자기 등장하는 근원, '지구'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풀릴 것인지 궁금해지는 도입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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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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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Nouvelle encyclope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아이의 기말고사를 도와주던 중 역사과목의 문답 중에 나왔던 이름 '토마스 홉스'. 그의 사회계약설과 저서를 이야기하려던 아이는 처음에는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그 괴물.. 이라며 공부한 것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환상동물시리즈를 좋아했던 아이인지라 게임에도 자주 나오는 이 이름. 리바이어던을 기억해내려고 애쓰다가 크라켄을 이야기할 뻔 했다는..! ( 이것도 나중에 추억이 되겠지. ) 토마스 홉스의 책 제목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괴수 레비아탄의 영어 발음인 리바이어던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이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에도 토머스 홉스에 대해 정리해두었다. 




그의 사상에 따르면, 동물은 현재 속에서 살지만 인간은 미래를 지배하여 되도록 오랫동안 삶을 영위하고 싶어한다. 저마다 자신의 영향력을 최대한 늘리고 타인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부와 명성을 쌓고 친구와 아랫사람을 늘리는 한편으로 다른 사람의 재산과 시간을 빼앗으려고 애쓴다. 홉스는 인간의 그러한 본성을 <호모 호미니 루푸스(인간은 이간에 대해서 늑대이다)>라는 유명한 라틴어 문장으로 요약했다.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타인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폭력이 발생하고 전쟁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인간이 타인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길은 무엇일까? 홉스에 따르면 협력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따라서 인간들 간의 계약에 바탕을 둔 강력한 권력이 필요하다. 


- p328



책을 읽다가 사회계약설에 대해 좀 더 검색한 내용을 옮겨둔다. 



리바이어던 표지


오른손에는 칼(권력)을 가지고 왼손에는 홀(sceptre, 주권)을 잡고 있는 이 거대한 사람은 강력한 주권을 가진 '국가'를 상징한다. 몸을 자세히 보면 개인들로 이루어졌다. 개인들이 자유를 반납하고 강력한 힘으로 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주권을 양도한 것을 상징한다. 공권력을 만들기 위해서 사회 구성원인 개인들은 권력을 포기하고 그것을 한 사람(군주나 의회)에게 이양하기로 동의하는 '사회 계약'을 말한다. 이러한 사회계약이 전쟁상태나 무정부상태가 되지 않도록 막는 매우 이성적인 선택이라고 보았다. 홉스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강력한 국가를 강조했으며, 그 권력은 백성들이 '계약'을 통해서 이양했다고 주장했다.(위키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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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10th 리미티드 블랙 에디션) - 특별 한정판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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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0주년 기념 블랙 에디션의 「책은 도끼다」 를 읽으며 재독(再讀)의 만족감에 더하여, 예쁜 책을 수집했다는 수집욕까지 채웠다. 원래부터 이른바 '케이스부심' 이 있던 터라 세련된 블랙케이스에 담긴 책을 볼 때마다 더욱 흐믓해진다. ( 이럴 때마다 가끔은 내가 독자에 더하여, 책 수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

 




책은 도끼다

10th 리미티드 블랙 에디션

박웅현

북하우스



세련된 블랙 케이스 속에 타이포그래프로 한글의 조형미를 강조한 제목을 올린 리커버 표지의 책이 들어있다. 케이스를 펼쳤을 때 보이는 형광초록의 느낌도 강렬하다. 자석이 들어있어 접으면 저절로 닫히는 케이스다. 인문학적인 감수성과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하는 많은 광고를 만들었던 저자는 이 책 「책은 도끼다」 를 통해 자신만의 독법을 독자들에게 선보이며, 자신의 창의력과 감수성을 일깨운 책들을 소개했다. 책의 시작은 경기창조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강독회였고, 강독회의 내용을 책으로 묶어낸 것이기에 부제로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가 달려있다.



「책은 도끼다」  속에 소개된 책 탑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을 읽은 후 여러 책 모임에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를 함께, 다양한 시선으로 읽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다양한 캐릭터와 주변 환경이라는 장치들은  「안나 카레니나」 가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닌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통찰력 있는 대작으로 평가받는 이유'(p260) 라는 소개 덕분이었다. ( 그동안 단순한 연애소설로 기억하고 있던 한명으로서 살짝 부끄러워하면서 말이다. )


이 책 덕분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가 인생책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던 회사동료도 떠오른다. 생각보다 행동, 육신이 만족해야 영혼이 기쁨으로 넘치게 된다는 것, 머리로 이해하지 말고 가슴으로 이해하라고 말하는 조르바를 부러워하게 되었다던 대화도 함께.

나는 알렝 드 보통의 책을 새롭게 발견했었다. 그의 책 「불안」은 물론,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를 통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까지 독서가 확장되었지만 우선 그래픽노블과 그림책을 먼저 읽었다. 그리고 이어 10권짜리 세트를 사놓고서는 완독을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렝 드 보통에 의하면 마르셀 프루스트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의미는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 '우리가 시간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다는 것' 이라고 한다. '죽지 못해 산다면서 평생을 놓치고 있으니까 삶을 낭비하지 말고 삶에 대해 감사해하며 현재의 순간순간을 모두 사랑하라는 얘기를 알랭 드 보통은 프루스트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p126). 이 문장 때문에 세트를 장만했던 기억만이 오롯하다. 



그나저나 오래 전 읽었을 때의 계절은 겨울이 아니었나보다. 이번에는 유독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 편이 눈에 들어왔다. 덕분에 책장을 뒤져 알베르 카뮈와 장 그르니에의 소설을 꺼내놨다. 아이와 읽으려고 장만해뒀던 오주석의 책들도 다시금 떠올리며 「한국의 미 특강」과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을 찾아둔다. 한 권 정도 간략히 아이와 읽은 기억은 있는데 제대로 다 읽은 기억은 없다. 이렇게 찾아둔 책들이 이 책의 제목처럼 내 감수성도 깨기를 바라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다독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많이 읽었어도 불행한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안나 카레리나」에서 톨스토이가 말한 것처럼 기계적인 지식만을 위해 책을 읽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러니 다독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시길 바랍니다. 다시 카프카로 돌아가면 책이 얼어붙은 내 머리의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합니다. 그냥 읽었다고 얘기하기 위해 읽는 건 의미가 없어요. 단 한 권을 읽어도 머릿속의 감수성이 다 깨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겁니다. 


- p317



다시 읽어도 좋은 책이다.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확인하고픈 마음에 읽었던 책들도 다시 찾아두게 된다. 책 속에서 만난 저자의 독법과 시선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내 삶의 궤적이 같은 책을 다르게 느끼게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가 희망했던 것처럼 '이 책이 다른 책으로 가는 다리가 될 수 있으리라는 작은 기대' 를 품으면서 곧 내 아이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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