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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적 검은별이 떴다! ㅣ 똑똑! 역사 동화
신은경 지음, 최현묵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3월
평점 :
책의 제목을 보며 저도 모르게 웃었습니다. '검은별' 이라는 제목에서 떠오르는 유년시절의 추억이 있어서였죠. TV에서 방영했던 연속인형극 '모여라 꿈동산' 에서 시리즈물로 기획되었던 '명탐정 바베크'의 노래가 절로 떠올랐답니다. 인형극에서는 검은별은 악당이었었는데 이 책에서는 어떤 역할일까요. "안개 속의 바람인가 / 검은별 [검은별] 검은별 [검은별] / 나타났다 잡히고 / 잡혔다가 사라지네" 의 음정을 흥얼거리며 아이에게 책을 건네주었습니다.
그나저나 표지를 보자마자 아이는 안타깝게도 '닌자'를 먼저 떠올리고 말았네요. 닌자보다는 일지매가 가까울텐데..

의적 검은별이 떴다!
신은경 글, 최현묵 그림
똑똑 역사 동화 - 03
푸른숲주니어
표지에 보이는 주인공 세홍이의 아버지는 포도청 포교입니다. 세홍이와 친구들은 모이면 검은별 놀이하기를 즐기지요. 그런데 아이들은 세홍이가 포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검은별을 시켜주지 않습니다. 포졸들을 거느리고 도둑을 잡는 게 포교의 일인데, 사람들은 도둑보다 포교를 더 싫어했습니다. 물건을 훔치는 도둑보다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는 관리들이 더 나쁘다고 말하면서요.

이 역사동화는 조선의 발전을 가로막은 최악의 정치라고 평가되는 세도 정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조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아들인 순조가 11살의 나이로 왕위에 오르면서 할머니인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시작합니다. 이후 정순왕후가 죽고 난 뒤 순조의 장인이었던 부원군 김조순이 나랏일을 보았다고 하지요. 그러면서 안동 김씨 사람들을 관직에 앉히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왕실 사람과 결혼한 특정 가문이 나라의 권력을 독차지하는 것을 '세도정치' 라고 부릅니다. 책의 뒷부분에 [생각깨우기] 코너를 두어 동화의 배경이 되는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들을 요약하고 설명해두었습니다. 책을 읽고 난 후 또는 읽기 전에 읽어두면 도움이 된답니다.

세도 정치 시기에 자신의 배만 채우는 나랏님들과는 달리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백성들을 위해 활약한 의적 검은별. 아무리 애써도 힘들어지기만 하는 백성들의 삶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세도가의 집을 털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검은별에게 어른도, 아이도 모두 열광할 수 밖에 없었죠. 사람들은 검은별을 '의적' 이라고 부르며 잡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밤톨군은 '의적' 이라는 단어에서 홍길동을 떠올립니다. 저학년때 고무딱지를 모으며 열광했던 게임캐릭터에서도 나오는 단어였기 때문이죠. 그 흥미를 유도하여 그림책을 읽고 책놀이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던 모양입니다. 의적은 어떤 뜻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정확한 뜻을 찾아봅니다.
의적 (義賊) [의ː적]
[명사] 탐관오리들의 재물을 훔쳐다가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의로운 도적.

의적에 대한 부분은 아이와도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누군가의 것을 '훔치는' 행동은 정당한 것일까요. 의로운 행동이니 괜찮을까요. 마침 [생각나누기] 코너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혹은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질문들을 제시하고 있더군요. 책 속 인물의 목소리로 각각의 입장을 들어보고 밤톨군의 생각을 들어보았습니다.
뺏는 것은 나쁘지만 의적은 착한 도둑이라고 볼 수 있어.

다시 책 속 이야기로 돌아가봅니다. 세홍이의 아버지가 어느 날, 검은별을 쫓다가 깔에 찔린 채 집에 실려 오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세홍이는 검은별을 응원하고 검은별이 영원히 안 잡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자기 탓만 같죠. 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풍개 아저씨는 그런 세홍이를 위로합니다.
초등 저학년 대상의 책이기에 검은별을 쫒는 과정에 긴장감이 넘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진짜 검은별이 누구인지 끝까지 호기심을 멈출 수가 없게 합니다. 마지막의 반전에서는 밤톨군도 "이 사람이 검은별이었어?" 라며 놀랐습니다. 동화는 검은별의 정체가 드러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데서 끝나지만 실제 역사 속 다른 '검은별' 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역사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책 속에서도 언급되었던 [홍경래의 난] 에 대해 들려주어도 좋겠죠.
밤톨군과 검은별의 뒷 이야기를 꾸며보았습니다. ( 글씨는 암호해독 수준이므로 간단히 해석해봅니다. )
그러다가 나라가 다시 이상해졌어요.
그래가고(그래서) 시민 vs 왕이 싸웠어요.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이랬더니 검은별이 나타나서 싸움을 말렸어요.
그랬더니 나라는 다시 평화로워졌어요.
검은별도 잡지않고(잡히지 않고) 말이여요.

'시민'과 왕이 싸웠다는군요. 검은별은 말리는 역할이구요. '시민'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니 어디서인가 배운 것을 기억한 듯 한데 우리 역사에서 시민은 좀 낯설은 느낌? 그래도 녀석의 노력에 한껏 감동해줍니다.
재미있는 동화를 읽으며 슬며시 역사지식까지 배워보는 역사동화 시리즈. 대부분 역사동화 시리는 중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하여 본문도 길고 내용이나 어휘도 어려운 편인데, 이 동화는 저학년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밤톨군도 편안하게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림책에서 동화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역사를 접해주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