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 세계적 북 디렉터의 책과 서가 이야기
하바 요시타카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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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떤 취미이든, 취미를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통하는 눈짓이 있다. 함께 하면 더 즐겁기도 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해가며 시야를 확장해가기도 한다. 내게는 '책을 읽는다'는 것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같은 책을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재미있고, 다른 이들이 권하는 책을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래서인지 책장에 다른 이들의 책목록에 관한 책들이 많다. 2013년에 그런 책들에 관하여 정리해 두었었는데 그동안 또 늘었다.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本なんて讀まなくたっていいのだけれど,
하바 요시타카 저
더난출판사
284쪽 | 376g | 144*196*20mm

 


 

작은 책방들에 관심이 있던 터라 『책방무사』라는 책방을 연 가수 요조에게도 관심이 갔었는데 그녀의 추천사를 보다가 저절로 손이 갔던 책이기도 하다.

 

'책 읽는 사람' 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은밀한 희열이 있다. 뭔가를 읽는 것으로 어딘가로 끌려가 미지와 조우해 웃고, 화내고, 두근두근하고, 그리고 그런 사소한 감촉을 자신 안에 담아두면서 매일을 보내는 '책 읽는 사람' 에게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나는 짐심으로 바란다.
요조( 가수, 『책방무사』 주인 )

 

서점과 다른 직종을 연결하거나 병원, 백화점, 카페, 기업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장 만드는 회사의 대표라는 저자. 북 디렉터라는 내게는 아직 낯설은 직업. 호기심이 인다. 세련된 서가를 만든다라고 알려진 작가가 소개하는 책들은 어떤 것일까. 소개하는 대부분의 책들이 낯설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소개하는 대부분의 책들이 일본도서이기 때문이라고 스스로에게 변명도 해본다. 그림책을 좋아해서 성인 그림책 모임에 참여하던 나에게 이 책에서 안내하는 책들 중에서 유독  『사노 요코』 의 『죽는 게 뭐라고』 가 먼저 눈에 띈 것은 당연한 것일까. 그림책 외에도  『나의 엄마 시즈코상』 을 읽고, 올해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를 읽으며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었었는데.


 

 

 

『죽는 게 뭐라고』 는 제목대로 죽는 것은 무섭지 않지만 아픈 것은 싫다는 그녀의 마지막 날들을 엮은 에세이. 다른 작품보다 자유롭게, 힘을 빼고 독을 내뱉는다. 그리고 그 독은 독자의 몸에 항체를 만들기 때문에 사노의 책은 중독된다.
<중략>
그녀가 선명한 자유를 누리는 이유는, 일본에서의 생활이 여행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발랄한 최고의 만년을 산 그녀에게는 이 세상 자체가 여행이었을 거라고. - p205

 

 

 

 작가는 '나와 책 이야기' 를 통해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군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꽤 망설이고는 했는데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자신이 추천하고 싶은 책과 누군가에게 권해야 할 책과의 거리를 좁혀가는 그런 위치를 찾으면서 일한다는 문장을 읽으며 깊은 공감을 한다.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할 책을 고민하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라는 것. 정말 그렇다. 최근에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대충 아무 책이나 건네려고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해보니 난 이미 아이가 읽을 책을 고르면서 늘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가. 아이의 흥미를 생각하고, 배우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고, 녀석과의 대화에서 떠올린 것들에 관한 책을 권했으니. 그리고 그런 노력은 대부분 녀석의 환호를 이끌어냈고 말이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책 소개는 그럼 어떻게 풀어가는 것일까. 작가는 창작자의 시선 이라던가 여행지에서 만나는 책, 일상에서 발견한 책 등으로 분류하여 대여섯가지의 소주제 속에 책들을 묶어 소개한다. 축구와 책이라는 주제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옆지기가 좋아하겠구나 싶었다. 물론 소개한 책 들 중에 한 권도 못 읽어보았더라는. ( 음. 스포츠에 관한 책은 거의 읽어보지 못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

 

책을 읽고 무언가를 '아는 것'이 '사는 것'과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최근 들어 자주 한다. 적어도 그런 식으로 책을 읽으려고 노력은 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답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외부기억장치가 발전할수록 만물박사인 인간은 필요하지 않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실제로 외부기억장치에 의존하는 인간은 단편적인 답만 즉각 얻을 수 있는 대체 가능한 존재일 뿐이다.
p12

 

 

요즘의 독서는 빠르게 많이 읽어서 많은 정보를 접하는 효용만 강조한다.  게다가 쉽게 검색으로 답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이기에 찾은 답에 대하여 더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게 되는 듯 하다. 

난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책을 읽는 동안 공상 속을 여행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읽은 책의 문장 하나, 단어 하나라도 문장에 남아 내 생활 속에서 작용할 수 있기를. 책을 읽고 무엇을 느꼈고 마음 속의 무엇이 움직였는지 바라보는 것도 "책을 읽는다" 라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고보니 작가가 제목의 문장 뒤에 마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그래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그럼 어떻게?


독서의 핵심은 많은 책을 독파하는 것도 아니고 서가를 자랑하며 많은 책을 가지런히 장식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내면에 콕 박혀 계속 빠지지 않는 한 권을 만나는 행위다. 그런 당신의 책 찾기에 이 책이 조금이라도 되기를 바란다.

 작가의 에필로그에서 나만의 답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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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우스꽝스러운 그림 도둑 - 여러 가지 도형 1~3학년을 위한 똑똑 수학 동화 4
펠리시아 로 지음, 앤 스콧 그림, 황세림 옮김, 배성호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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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숙제로 수익책(수학익힘책)을 풀고 있던 녀석이 이 책을 다시 꺼내옵니다.

엄마!!!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이 책에도 나와요!  

 

모였다하면 나쁜 일을 꾸미는 매쓰와 친구들.

제목을 보니 이번에는 그림도둑으로 변신한 듯 하지요.

이번에는 어떤 일을 벌인걸까요.

 

( 그동안 이들의 모험을 지켜본 아이들이라면 과연 성공은 했을지부터 궁금해합니다. )


 


세상에서 가장 우스꽝스러운 그림 도둑

펠리시아 로 글, 앤 스콧 그림

27쪽 | 312g | 215*240*15mm

푸른숲주니어



 

매쓰와 친구들은 그림을 훔치기 위해 미술관에 걸린 진짜 그림과 똑같은 가짜 그림을 그리기로 합니다. 과연 오늘은 악당답게 나쁜 일을 무사히 해낼 수 있을까요? 삼각형, 사각형, 원만 그릴 줄 아는 친구들인데 어떻게 했을까요.

스토리텔링 수학으로 교과과정이 개편된 후 출간된 이른바 「수학동화」의 경우 단순 공식이나 계산 위주의 수학이 아닌 이야기로 수학을 배우자는 것으로 수학의 원리를 생활에 적용을 할 수 있게 주제를 풀어주고, 서로 관련없어 보이는 주제들간에 연계성을 발견하도록 하는 연결고리로 스토리텔링을 적용합니다. 수학에 대한 흥미와 창의성, 사고력, 의사소통 능력 등을 골고루 향상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밤톨군의 경우 흥미있는 이야기에만 집중하다 자칫 배워야할 수학적 개념을 놓쳐버린다는 단점도 보였었죠. 아마도 미취학 유아기에 접한 단순한 개념 위주의 동화여서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학교에서 배운 과정을 엉뚱한 주인공들의 모험 이야기 속에서 만나다보니 밤톨군은 이전과 달리 제게 아는 척을 해주더군요. 주인공들의 모험에 필요한 수학 지식들이 페이지 한 쪽에 정리되어 있는데 그 개념이 교과과정과 유사하더라구요. 이 책의 경우도 3학년 1학기에 배우는 과정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습니다.

 

 


직각에 대해서 배우고 직사각형과 정사각형에 대해서 배우게 되는 초등 3학년 과정. 왼쪽은 그림책에 나오는 지식이고, 오른쪽은 교과서에 나오는 과정입니다. 밤톨군의 경우 저와 함께 엄마표 가베놀이를 하면서 어릴 때 잠깐 접해보기도 했었는데 점, 선, 면은 기억하고 있으나 직각은 떠올리지 못하더라구요. 이번에 교과서에서 배우고, 문제집이 아닌 그림책으로 복습하는 셈이 되었답니다.


 
여러가지 사각형에 대한 설명은 3학년 1학기 교과서보다 조금 더 넓게 알려주고 있네요. 밤톨군은 아직 정사각형과 직사각형에 대해서만 배워왔거든요. 나중에 마름모나 사다리꼴을 배울 때 이 책을 떠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학익힘책 교과서의 문제를 보면 정사각형이 아닌 이유를 적게 되어 있답니다. 초등 중학년이 되었으니 이제 개념을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을 요구하는 듯 합니다. 그림책 속에서도 재미있는 퀴즈를 내고 있는데 교과서의 문제와 유사해서 살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같은 유형의 문제인데도 녀석은 교과서나 문제집의 문제보다 그림책 속의 문제가 더 재미있다고 하니 역시 주인공들과 이야기의 힘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나저나 이번 에피소드에서도 매쓰와 친구들은 " 결국 건진 게 하나도 없었다 " 라고 하는군요. 밤톨군이 깔깔대고 웃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이야기 합니다.


그래도 조금 똑똑해졌을걸요! 수학지식을 배웠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매쓰보다 밤톨군이 하나 더 배운 듯 한데요.

녀석은 스스로 모르게 복습을 한 셈이니까요.

녀석에게는 예습보다 복습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해보며 슬쩍 다른 책을 뒤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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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구하기 대작전 라임 어린이 문학 11
박현정 지음, 최정인 그림 / 라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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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구하기 대작전
박현정 글, 최정인 그림
라임 어린이 문학 - 11
120쪽 | 247g | 153*225*20mm
라임


같은 주제로 엮인 네 편의 동화가 담긴 동화집입니다. 책 뒷면에 각 동화의 주인공들이 소개되어 있네요. 아이들 특유의 악의 없는 호기심으로 누군가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건드리지만 그래도 서로 한발 나아가게 되는 모습을 담은「하얀 단지」, 가을 운동회를 앞두고 꼭두각시 춤의 파트너가 없어 시무룩해하는 여동생을 도와주기 위한 오빠의 모습을 담은「파트너 구하기 대작전」,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의 지하철 여행에서 할아버지의 부끄럽고 낯선 모습에 잘못된 선택을 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담은「할아버지의 다음 역」, 부모의 빈자리에 동생을 혼자 돌보느라 마음 고생이 심한 아이의 성장기를 담은「고양이가 사라진 날」들의 주인공들입니다.

 


표제로 선택된 「파트너 구하기 대작전」는 제목처럼 밝고 명랑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평소에는 귀찮고 성가셨던 동생이지만 가족이기에 더욱 소중한 존재인 동생. 그 동생을 생각하는 오빠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지요. 

 


밤톨군과 저는 「할아버지의 다음 역」을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자랑스러웠던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려 다른 모습으로 변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아이의 당혹스러움, 부끄러움 그리고 죄책감을 다루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손자에 대한 마음만은 소중하게 지켜내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더욱 감동스럽게 다가왔다지요. 가족이라는 관계와, 이해와 사랑의 끈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고, 무엇보다 서로가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을 다시 할 수 있었습니다.

 

▷ 주인공은 할아버지를 지하철에 두고 내립니다. 그리고 후회합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아무래도 그림책을 더욱 친숙해하는 밤톨군인지라 이야기의 시작을 위해, 함께 읽었던 비슷한 주제(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의 그림책들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밤톨군 책장에서는 「우리 가족입니다.」,「마레에게 일어난 일」. 이 두 권의 책이 금방 눈에 띄네요. 치매, 혹은 알츠하이머 병은 우리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아이와 그림책이나 동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작도 좋을 듯 하지요. 병을 앓는 분들의 변화 때문에 가지게 되는 당황스러움, 분노 그리고 화해와 사랑에 대해서 말이여요. 가족을 사랑하지만 살면서 여러 어려움은 찾아옵니다. 사랑이 있다면 그 어떤 고통도 견딜 수 있는 것이라고 감히 아이에게 전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나아질거라는 이야기는 해주고 싶네요.

 

 
이런, '모아 읽어보기' 글이 아닌데 글을 쓰다보니 치매, 알츠하이머 병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버렸네요. 이 동화집은 이렇게 저마다 자신만의 걱정거리 때문에 마음이 까맣게 졸아든 네 명의 아이가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맞는 각별한 순간이 담겨있습니다. 아이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는 누군가가 전해준 "괜찮아" 라는 격려가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네 편의 동화는 아이들에게 전하는 누군가의 공감과 다독이는 따뜻한 손길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표제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제목 덕분에 저학년 대상의 읽기능력 향상을 위한 재미있는 사건 위주의 이야기집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덕분에 감동적인 내용을 조금 가볍게 접근했습니다. "라임 어린이 문학" 시리즈의 대상이 초등 중,고학년임을 깜빡한거죠. 초등 고학년이 읽으면 더욱 풍성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각각의 단편을 따로 읽을 수 있으니 저학년이어도 도전해볼만 하지요. 밤톨군처럼 읽었던 그림책들을 떠올려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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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적 검은별이 떴다! 똑똑! 역사 동화
신은경 지음, 최현묵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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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을 보며 저도 모르게 웃었습니다. '검은별' 이라는 제목에서 떠오르는 유년시절의 추억이 있어서였죠. TV에서 방영했던 연속인형극 '모여라 꿈동산' 에서 시리즈물로 기획되었던 '명탐정 바베크'의 노래가 절로 떠올랐답니다. 인형극에서는 검은별은 악당이었었는데 이 책에서는 어떤 역할일까요. "안개 속의 바람인가 / 검은별 [검은별]  검은별 [검은별] / 나타났다 잡히고 / 잡혔다가 사라지네" 의 음정을 흥얼거리며 아이에게 책을 건네주었습니다.

 

그나저나 표지를 보자마자 아이는 안타깝게도 '닌자'를 먼저 떠올리고 말았네요. 닌자보다는 일지매가 가까울텐데..

 

 

의적 검은별이 떴다!
신은경 글, 최현묵 그림
똑똑 역사 동화 - 03
푸른숲주니어

 

 

표지에 보이는 주인공 세홍이의 아버지는 포도청 포교입니다. 세홍이와 친구들은 모이면 검은별 놀이하기를 즐기지요. 그런데 아이들은 세홍이가 포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검은별을 시켜주지 않습니다. 포졸들을 거느리고 도둑을 잡는 게 포교의 일인데, 사람들은 도둑보다 포교를 더 싫어했습니다. 물건을 훔치는 도둑보다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는 관리들이 더 나쁘다고 말하면서요.

 

 

이 역사동화는 조선의 발전을 가로막은 최악의 정치라고 평가되는 세도 정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조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아들인 순조가 11살의 나이로 왕위에 오르면서 할머니인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시작합니다. 이후 정순왕후가 죽고 난 뒤 순조의 장인이었던 부원군 김조순이 나랏일을 보았다고 하지요. 그러면서 안동 김씨 사람들을 관직에 앉히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왕실 사람과 결혼한 특정 가문이 나라의 권력을 독차지하는 것을 '세도정치' 라고 부릅니다.  책의 뒷부분에 [생각깨우기] 코너를 두어 동화의 배경이 되는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들을 요약하고 설명해두었습니다. 책을 읽고 난 후 또는 읽기 전에 읽어두면 도움이 된답니다.

 


  
세도 정치 시기에 자신의 배만 채우는 나랏님들과는 달리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백성들을 위해 활약한 의적 검은별. 아무리 애써도 힘들어지기만 하는 백성들의 삶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세도가의 집을 털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검은별에게 어른도, 아이도 모두 열광할 수 밖에 없었죠. 사람들은 검은별을 '의적' 이라고 부르며 잡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밤톨군은 '의적' 이라는 단어에서 홍길동을 떠올립니다. 저학년때 고무딱지를 모으며 열광했던 게임캐릭터에서도 나오는 단어였기 때문이죠. 그 흥미를 유도하여 그림책을 읽고 책놀이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던 모양입니다. 의적은 어떤 뜻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정확한 뜻을 찾아봅니다.

 

의적 (義賊) [의ː적]
[명사] 탐관오리들의 재물을 훔쳐다가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의로운 도적.

 

 


의적에 대한 부분은 아이와도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누군가의 것을 '훔치는' 행동은 정당한 것일까요. 의로운 행동이니 괜찮을까요. 마침 [생각나누기] 코너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혹은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질문들을 제시하고 있더군요. 책 속 인물의 목소리로 각각의 입장을 들어보고 밤톨군의 생각을 들어보았습니다.


뺏는 것은 나쁘지만 의적은 착한 도둑이라고 볼 수 있어.

 


  
다시 책 속 이야기로 돌아가봅니다. 세홍이의 아버지가 어느 날, 검은별을 쫓다가 깔에 찔린 채 집에 실려 오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세홍이는 검은별을 응원하고 검은별이 영원히 안 잡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자기 탓만 같죠. 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풍개 아저씨는 그런 세홍이를 위로합니다.

 

초등 저학년 대상의 책이기에 검은별을 쫒는 과정에 긴장감이 넘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진짜 검은별이 누구인지 끝까지 호기심을 멈출 수가 없게 합니다. 마지막의 반전에서는 밤톨군도 "이 사람이 검은별이었어?" 라며 놀랐습니다. 동화는 검은별의 정체가 드러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데서 끝나지만 실제 역사 속 다른 '검은별' 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역사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책 속에서도 언급되었던 [홍경래의 난] 에 대해 들려주어도 좋겠죠.

 

밤톨군과 검은별의 뒷 이야기를 꾸며보았습니다. ( 글씨는 암호해독 수준이므로 간단히 해석해봅니다. )

 


그러다가 나라가 다시 이상해졌어요.
그래가고(그래서) 시민 vs 왕이 싸웠어요.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이랬더니 검은별이 나타나서 싸움을 말렸어요.
그랬더니 나라는 다시 평화로워졌어요.
검은별도 잡지않고(잡히지 않고) 말이여요.

 

 

'시민'과 왕이 싸웠다는군요. 검은별은 말리는 역할이구요. '시민'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니 어디서인가 배운 것을 기억한 듯 한데 우리 역사에서 시민은 좀 낯설은 느낌? 그래도 녀석의 노력에 한껏 감동해줍니다.

재미있는 동화를 읽으며 슬며시 역사지식까지 배워보는 역사동화 시리즈. 대부분 역사동화 시리는 중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하여 본문도 길고 내용이나 어휘도 어려운 편인데, 이 동화는 저학년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밤톨군도 편안하게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림책에서 동화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역사를 접해주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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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업! 에너지 전쟁 라임 주니어 스쿨 2
글렌다 체 그림, 샤커 팔레자 글, 박영도 옮김 / 라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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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데이터를 시각화(data visualization)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전달하는 추세는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한 장에 수많은 데이터를 요약해 표현하는 인포그래픽은 특히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미디어에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지역별 날씨를 그림으로 나타낸 일기예보 기상도나 기사 내용 중의 통계 수치를 그래프로 나타내는 것은 예전부터 사용하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방대한 데이터에서 중요한 정보를 선택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작업을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이라고 지칭하기도 하더군요. (출처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691559&cid=42171&categoryId=42183 )
 

이런 흐름은 아이들의 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지식정보그림책의 경우 인포그래픽을 활용하면 아이들의 이해를 더욱 쉽게 도울 수 있지요. 한 눈에 쏙 들어오는 그림과 그래프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정보들을 기억하게 됩니다.  멋진 인포그래픽을 적용한 지식정보그림책을 한 권 만나볼까요.

 



샤커 팔레자 글, 글렌다 체 그림
라임 주니어스쿨 - 002
라임

 

에너지에 대하여 알려주고 있는 이 책은 네가지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 에너지란 무엇인지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비재생 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차례로 다루고나서 마지막 장에서 미래를 위한 에너지를 설명하며 마무리 하고 있지요.  과학을 배우기 시작하는 초등 3학년에서부터 6학년까지 활용할 수 있는 지식들입니다. 많은 내용을 꼼꼼하게 담고 있지만 깔끔하게 정리해둔 덕에 지루하지 않습니다.

 

각 장의 제목 하단에 이렇게 연계된 교과과정을 소개하고 있어 학교의 과정을 참고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과학 뿐만 아니라 도덕과목과도 연계가 되는군요.

 


  
여러가지 유형의 도표와 그래프를 제공하는 각 페이지들은 아이들에게 정보를 표현하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줍니다. 아직 %로 표시되는 백분율의 개념을 정확하게 모르는 초등 저학년과 중학년의 경우에도 수학단원에서 배웠던 길이비교의 개념으로 그래프가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쉽게 이해하기도 하더라구요.

 


  
연표처럼 정리된 에너지의 역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짚어볼 수 있어 한 눈에 보기 좋습니다. 밤톨군에게는 아직 어렵게 느껴지는 듯 하지만 에너지 자원이라는 것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에 대해서는 금방 이해하더군요.

 

 

밤톨군 친구들은 스마트폰 게임으로 '마인 크래프트' 를 많이 합니다. 작년까지 '드래곤 빌리지' 로 대화를 이어갔던 녀석들이 어느새 '마인 크래프트' 로 옮겨 갔더라구요. 그 게임에서 생존을 위한 자원들을 직접 마련하는데 땅을 파서 각종 암석과 광물을 캐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화강암, 석회암, 안산암, 섬록암, 석탄, 철광석들의 명칭에 친숙한 녀석은 게임 속이 아닌 진짜 '석탄'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더군요. '메이플 스토리'라는 만화책을 읽다가 조개탄이 무엇인지 묻기도 하더군요. 조개탄을 설명하며 석탄을 설명했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무엇이든 아이가 경험한 것과 연결시켜줄 때 녀석은 더욱 신이 나서 지식을 쌓아가는 듯 합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보면 아이의 주위에도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들이 많답니다. 풍력 에너지의 경우에는 밤톨군이 뛰노는 공원 근처에도 있었고, 태양열 에너지의 경우에는 가까운 마트 옥상이나 옆 아파트 단지에도 있었기에 설명을 해주니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에너지에 대한 작은 백과사전이라 불려도 좋을 책입니다. 사람이 사는데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에 대해서 아이와 함께 생각해보고,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부터 하나씩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겠네요. 내용이 제법 깊어서 고학년까지도 활용할 수 점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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