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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구하기 대작전 ㅣ 라임 어린이 문학 11
박현정 지음, 최정인 그림 / 라임 / 2016년 3월
평점 :

파트너 구하기 대작전
박현정 글, 최정인 그림
라임 어린이 문학 - 11
120쪽 | 247g | 153*225*20mm
라임
같은 주제로 엮인 네 편의 동화가 담긴 동화집입니다. 책 뒷면에 각 동화의 주인공들이 소개되어 있네요. 아이들 특유의 악의 없는 호기심으로 누군가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건드리지만 그래도 서로 한발 나아가게 되는 모습을 담은「하얀 단지」, 가을 운동회를 앞두고 꼭두각시 춤의 파트너가 없어 시무룩해하는 여동생을 도와주기 위한 오빠의 모습을 담은「파트너 구하기 대작전」,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의 지하철 여행에서 할아버지의 부끄럽고 낯선 모습에 잘못된 선택을 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담은「할아버지의 다음 역」, 부모의 빈자리에 동생을 혼자 돌보느라 마음 고생이 심한 아이의 성장기를 담은「고양이가 사라진 날」들의 주인공들입니다.

표제로 선택된 「파트너 구하기 대작전」는 제목처럼 밝고 명랑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평소에는 귀찮고 성가셨던 동생이지만 가족이기에 더욱 소중한 존재인 동생. 그 동생을 생각하는 오빠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지요.

밤톨군과 저는 「할아버지의 다음 역」을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자랑스러웠던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려 다른 모습으로 변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아이의 당혹스러움, 부끄러움 그리고 죄책감을 다루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손자에 대한 마음만은 소중하게 지켜내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더욱 감동스럽게 다가왔다지요. 가족이라는 관계와, 이해와 사랑의 끈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고, 무엇보다 서로가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을 다시 할 수 있었습니다.

▷ 주인공은 할아버지를 지하철에 두고 내립니다. 그리고 후회합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아무래도 그림책을 더욱 친숙해하는 밤톨군인지라 이야기의 시작을 위해, 함께 읽었던 비슷한 주제(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의 그림책들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밤톨군 책장에서는 「우리 가족입니다.」,「마레에게 일어난 일」. 이 두 권의 책이 금방 눈에 띄네요. 치매, 혹은 알츠하이머 병은 우리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아이와 그림책이나 동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작도 좋을 듯 하지요. 병을 앓는 분들의 변화 때문에 가지게 되는 당황스러움, 분노 그리고 화해와 사랑에 대해서 말이여요. 가족을 사랑하지만 살면서 여러 어려움은 찾아옵니다. 사랑이 있다면 그 어떤 고통도 견딜 수 있는 것이라고 감히 아이에게 전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나아질거라는 이야기는 해주고 싶네요.

이런, '모아 읽어보기' 글이 아닌데 글을 쓰다보니 치매, 알츠하이머 병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버렸네요. 이 동화집은 이렇게 저마다 자신만의 걱정거리 때문에 마음이 까맣게 졸아든 네 명의 아이가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맞는 각별한 순간이 담겨있습니다. 아이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는 누군가가 전해준 "괜찮아" 라는 격려가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네 편의 동화는 아이들에게 전하는 누군가의 공감과 다독이는 따뜻한 손길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표제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제목 덕분에 저학년 대상의 읽기능력 향상을 위한 재미있는 사건 위주의 이야기집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덕분에 감동적인 내용을 조금 가볍게 접근했습니다. "라임 어린이 문학" 시리즈의 대상이 초등 중,고학년임을 깜빡한거죠. 초등 고학년이 읽으면 더욱 풍성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각각의 단편을 따로 읽을 수 있으니 저학년이어도 도전해볼만 하지요. 밤톨군처럼 읽었던 그림책들을 떠올려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