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 세계적 북 디렉터의 책과 서가 이야기
하바 요시타카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어떤 취미이든, 취미를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통하는 눈짓이 있다. 함께 하면 더 즐겁기도 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해가며 시야를 확장해가기도 한다. 내게는 '책을 읽는다'는 것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같은 책을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재미있고, 다른 이들이 권하는 책을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래서인지 책장에 다른 이들의 책목록에 관한 책들이 많다. 2013년에 그런 책들에 관하여 정리해 두었었는데 그동안 또 늘었다.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本なんて讀まなくたっていいのだけれど,
하바 요시타카 저
더난출판사
284쪽 | 376g | 144*196*20mm

 


 

작은 책방들에 관심이 있던 터라 『책방무사』라는 책방을 연 가수 요조에게도 관심이 갔었는데 그녀의 추천사를 보다가 저절로 손이 갔던 책이기도 하다.

 

'책 읽는 사람' 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은밀한 희열이 있다. 뭔가를 읽는 것으로 어딘가로 끌려가 미지와 조우해 웃고, 화내고, 두근두근하고, 그리고 그런 사소한 감촉을 자신 안에 담아두면서 매일을 보내는 '책 읽는 사람' 에게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나는 짐심으로 바란다.
요조( 가수, 『책방무사』 주인 )

 

서점과 다른 직종을 연결하거나 병원, 백화점, 카페, 기업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장 만드는 회사의 대표라는 저자. 북 디렉터라는 내게는 아직 낯설은 직업. 호기심이 인다. 세련된 서가를 만든다라고 알려진 작가가 소개하는 책들은 어떤 것일까. 소개하는 대부분의 책들이 낯설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소개하는 대부분의 책들이 일본도서이기 때문이라고 스스로에게 변명도 해본다. 그림책을 좋아해서 성인 그림책 모임에 참여하던 나에게 이 책에서 안내하는 책들 중에서 유독  『사노 요코』 의 『죽는 게 뭐라고』 가 먼저 눈에 띈 것은 당연한 것일까. 그림책 외에도  『나의 엄마 시즈코상』 을 읽고, 올해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를 읽으며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었었는데.


 

 

 

『죽는 게 뭐라고』 는 제목대로 죽는 것은 무섭지 않지만 아픈 것은 싫다는 그녀의 마지막 날들을 엮은 에세이. 다른 작품보다 자유롭게, 힘을 빼고 독을 내뱉는다. 그리고 그 독은 독자의 몸에 항체를 만들기 때문에 사노의 책은 중독된다.
<중략>
그녀가 선명한 자유를 누리는 이유는, 일본에서의 생활이 여행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발랄한 최고의 만년을 산 그녀에게는 이 세상 자체가 여행이었을 거라고. - p205

 

 

 

 작가는 '나와 책 이야기' 를 통해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군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꽤 망설이고는 했는데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자신이 추천하고 싶은 책과 누군가에게 권해야 할 책과의 거리를 좁혀가는 그런 위치를 찾으면서 일한다는 문장을 읽으며 깊은 공감을 한다.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할 책을 고민하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라는 것. 정말 그렇다. 최근에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대충 아무 책이나 건네려고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해보니 난 이미 아이가 읽을 책을 고르면서 늘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가. 아이의 흥미를 생각하고, 배우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고, 녀석과의 대화에서 떠올린 것들에 관한 책을 권했으니. 그리고 그런 노력은 대부분 녀석의 환호를 이끌어냈고 말이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책 소개는 그럼 어떻게 풀어가는 것일까. 작가는 창작자의 시선 이라던가 여행지에서 만나는 책, 일상에서 발견한 책 등으로 분류하여 대여섯가지의 소주제 속에 책들을 묶어 소개한다. 축구와 책이라는 주제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옆지기가 좋아하겠구나 싶었다. 물론 소개한 책 들 중에 한 권도 못 읽어보았더라는. ( 음. 스포츠에 관한 책은 거의 읽어보지 못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

 

책을 읽고 무언가를 '아는 것'이 '사는 것'과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최근 들어 자주 한다. 적어도 그런 식으로 책을 읽으려고 노력은 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답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외부기억장치가 발전할수록 만물박사인 인간은 필요하지 않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실제로 외부기억장치에 의존하는 인간은 단편적인 답만 즉각 얻을 수 있는 대체 가능한 존재일 뿐이다.
p12

 

 

요즘의 독서는 빠르게 많이 읽어서 많은 정보를 접하는 효용만 강조한다.  게다가 쉽게 검색으로 답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이기에 찾은 답에 대하여 더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게 되는 듯 하다. 

난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책을 읽는 동안 공상 속을 여행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읽은 책의 문장 하나, 단어 하나라도 문장에 남아 내 생활 속에서 작용할 수 있기를. 책을 읽고 무엇을 느꼈고 마음 속의 무엇이 움직였는지 바라보는 것도 "책을 읽는다" 라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고보니 작가가 제목의 문장 뒤에 마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그래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그럼 어떻게?


독서의 핵심은 많은 책을 독파하는 것도 아니고 서가를 자랑하며 많은 책을 가지런히 장식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내면에 콕 박혀 계속 빠지지 않는 한 권을 만나는 행위다. 그런 당신의 책 찾기에 이 책이 조금이라도 되기를 바란다.

 작가의 에필로그에서 나만의 답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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