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클레어 지퍼트.조디 리 그림, 김경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밤톨군은 어릴 적 저에 비하면 참 다양하고 많은 책들을 만나볼 수 있으니 부럽습니다. 


저는( 아마도 제 세대는 ) 어린 시절 그림책들은 단행본으로는 많이 만나보지 못했고, 동화의 경우도 마르고 닳도록 함께 읽었던 책은 계몽사에서 나왔던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 이었습니다. 책장에 나란히 꽂혀 있었던 50여권의 빨간 표지들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남동생과 저는 서로 좋아하는 책들이 달랐지요. 남동생이 '톰소여의 모험', '로빈슨크루소', '십오소년표류기' 등을 뽑을 때 저는 '작은 아씨들', '소공녀' 등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명작' 동화라고 불리는 것들을 일본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으로 많이 만나보았던 듯 합니다. '세계명작동화' 라는 TV 속 애니메이션. 검색해보니 세계명작극장(世界名作劇場) 시리즈로 플랜더스의 개 (フランダースの犬)/1975, 엄마 찾아 삼만리 (母をたずねて三千里) /1976, 빨강머리 앤 (赤毛のアン)/1979, 톰소여의 모험 (トム・ソーヤーの冒険)/1980 등이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되었던 작품입니다. ( 출처 : 위키디피아 / https://ko.wikipedia.org/wiki/%EC%84%B8%EA%B3%84%EB%AA%85%EC%9E%91%EA%B7%B9%EC%9E%A5 )


이 중 저는 「빨간머리 앤」을 잊을 수 없습니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머리 앤' 이라는 오프닝 노래는 아직도 끝까지 부를 수 있지요. 어떤 노래냐구요?




이 작고 귀여운 소녀의 이야기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 (Lucy Maud Montgomery) 의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 관련된 동화를 찾아 읽었지만, 애니메이션 속의 에피소드가 다가 아니라는 사실은 성인이 되어서야 알았습니다.



그 사실을 알자마자 완역본을 찾아보았지요.「빨간머리 앤」은 작가의 자전적 성향이 반영된 소설로 캐나다의 아름다운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배경으로 빨간 머리의 주근깨투성이 고아 소녀 앤이 실수로 커스버트 남매에게 입양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성장소설 입니다. 이 어린 고아 소녀의 성장기는 많은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아서 .「에이번리의 앤」(Anne of Avonlea)을 시작으로 이후 여러 권의 후속편들로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9권 .「블라이스 가의 단편들」(The Blythes Are Quoted)은 그녀 사후 67년인 2009년에 출판되었다고 하네요.

( 출처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996832&cid=41773&categoryId=44395 )


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출처 : 위키디피아 / https://ko.wikipedia.org/wiki/%EB%B9%A8%EA%B0%84_%EB%A8%B8%EB%A6%AC_%EC%95%A4 )



여러 출판사의 완역본들 중 예쁜 상자에 담겨있던 이 세 권이 눈에 띄었습니다. 망설임없이 구입하여 제 책장에 꽂힌 소중한 보물이 되었지요.


 


그리고 얼마 전 아이들을 위한( 실은 어른들에게도 권하는. ) 네버랜드 클래식 시리즈로 다시 출간된 앤을 만나 보았습니다. 표지가 살짝 바뀌고 이전 책보다 살짝 두꺼워졌습니다. 이전과는 달리 면지에 작품의 배경이 되는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지도가 수록된 점이 눈에 띄네요.


빨간 머리 앤( Anne of green gables )

루시 모드 몽고메리 글 / 조디 리 그림

464쪽 | 800g | 155*225*32mm

네버랜드 클래식 - 045

시공주니어


미야자키 하야오가 참여한 애니메이션도 참 훌륭합니다. 그러나 책에서 만날 수 있는 풍부한 감정의 흐름, 장면 묘사는 느낄 수가 없습니다. '이 세상에 있는 제 물건이 몽땅'(p45) 들어 있는 작은 가방을 들고 나타난 앤의 모습과 그 묘사를 잠깐 볼까요.



열한 살 쯤 된 그 어린아이는 짤막하고 딱 달라붙는 면모 교직물로 만든 보기 흉한 황갈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빛바랜 갈색 세일러 모자(챙이 납작한 밀짚모자:옮긴이) 아래에는 두 갈래로 땋은 숱 많은 새빯간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조그맣고 하얀 아이의 얼굴은 야윈 데다 주근깨도 많았다. 입도 크고 눈도 컸는데, 그 눈빛은 햇빛이나 주위 환경에 따라 초록빛도 나고 잿빛도 났다. p25-26

과묵한 매슈를 만나자마자 재잘거리기 시작하는 수다쟁이 앤의 목소리는 옆에서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앤의 이야기는 무려 두 페이지동안 큰 따옴표가 끝나지 않기도 하답니다.


이 세상에 있는 제 물건이 몽땅 이 가방 안에 있지만 무겁지는 않아요. 그리고 정해진 대로 들지 않으면 손잡이가 빠져 버려요. 그러니 손잡이 잡는 요령을 아는 제가 드는 게 낫죠. 아주 낡은 가방이거든요. 아, 아저씨가 와주셔서 정말 기뻐요. p27

비록 매슈의 더딘 이해력으로는 이 여자아이의 기발한 정신 세계를 따라가기가 상당히 벅차기는 했지만, 매슈는 '이 아이의 수다가 조금은 좋아' 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앤을 돌려보내려는 동생 마릴라를 설득하게 되지요. 그리고 초록 지붕 집에 온 앤은 '진짜 가족'이 생긴다는 설렘이나 외로운 과거까지도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앤의 표현은 얼마나 아름답고 기발한지 결국 마릴라까지도 사로 잡는답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도 앤의 매력에 빠져들지요.


저런 애는 평생 듣도 보도 못 했어. 오라버니 말처럼 재미있는 아이야. 나도 벌써 얘ㅏ 이제 무슨 얘기를 할까 기다려지잖아. 저 애는 나에게도 마법을 걸 거야. p64

삶에 있어 긍정적인 태도로 충실하고, 늘 반짝이는 앤의 모습은 닮고 싶은 모습입니다. 부모없는 슬픔조차 특유의 상상력으로 극복해내는 앤의 모습은 제 유년기에 큰 인상을 남겼지요.



앞 일을 생각하는 건 즐거운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루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미리 생각해 보는 건 자유거든요.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실망도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 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p148

때묻지 않은 정열, 솔직히 드러나는 감정, 사람의 마음을 끄는 태도, 그리고 다정한 눈빛과 입술(p357)의 앤은 인생의 즐거움이라고는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던 중년의 독신인 매슈와 마릴라에게 커다란 기쁨을 안겨주고, 다른 이들에게도 큰 인상을 남깁니다.


다이애나와의 우정, 길버트와의 경쟁, 화해, 그리고 매슈의 죽음. 첫번째 권은 쉴 틈 없이 많은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특히 앤 특유의 호기심과 활기로 벌어지는 실수들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 다시 읽어보니 저절로 엄마미소가 지어지게 되었다죠.


"넌 내일도 분명히 여러 가지 실수를 할 거다. 네가 실수를 안하는 날을 못 봤으니까, 앤"


"그래요,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한 가지 제게 다행인 점이 있다는 걸 모르셨어요. 마릴라 아주머니? 전 같은 실수는 두 번씩 저지르지는 않아요. "


"네가 항상 새로운 실수를 저지르는 게 바람직한 일인지 잘 모르겠구나."


"모르세요. 마릴라 아주머니?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실수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어요. 제가 그 끝까지 간다면 전 더 이상 실수를 하지 않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정말 편해요." p270~271

마지막 장의 이 문장은 참으로 와닿았어요.



앤은 자기 발 앞에 높인 길이 좁다고 해도 그 길을 따라 잔잔한 행복의 꽃이 필 것이란 걸 알았다. 성실한 노력과 값진 포부와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다는 기쁨은 앤의 것이 될 테고, 그 어떤 것도 앤의 천부적인 상상력과 꿈 속의 이상 세계를 앗아갈 수 없덨다. 그리고 길에는 언제나 모퉁이가 있다! p460

책을 덮기가 아쉬웠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유년기에 제가 앤의 긍정적인 성격을 닮아보려고 노력하며 그만큼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밤톨군도 앤처럼 자신의 타고난 상상력과 엉뚱함, 호기심을 오래 지켜가기를 바라게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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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의 봄 푸른숲 역사 동화 9
이현 지음, 정승희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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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아이는 비장한 표정으로 북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 것일까요. 제목의 '임진년' 은 1592년에 일어난 '임진왜란'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이순신 장군 덕분에 저학년 아이들도 '임진왜란' 은 대부분 들어본 적이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임진왜란'은 이런 알려진 위인들의 힘으로만 끝낸 것일까요?


임진년의 봄

이현 글 / 정승희 그림

200쪽 | 372g | 153*200*20mm

푸른숲주니어



연산군 시절, 고조부가 임금을 비판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집안이 풍비박산이 되어 노비신세가 되어버린 협이. 동래성 관노비 신세는 협이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임금에게 억울함을 호소하여 다시 양반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임금을 만나기 위해 무동으로 지원합니다. 그 가운데 임진왜란이 일어나지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 속에 임진왜란, 장악원, 피맛길, 신문고 등 짤막한 토막지식들을 잘 버무려놓은 역사동화 입니다.



'사람 답게' 살고 싶다고 하는 주인공. 양반으로 돌아가야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책 속에서 만나는 다른 이들을 통해 '무엇이 되고자 하는 것'보다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가'가 중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전란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하지요.  


이순신 장군처럼 몇몇의 뛰어난 인물이 활약을 했지만 사실 임금도, 신하도, 내노라하는 양반들도 제 살길을 찾아 도망갔을 때, 이 땅을 지킨 이들은 이름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 이 책은 비록 위인으로 기록되진 않지만 이름 없이 싸웠던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용기로 오늘이라는 역사가 이루어졌음을 들려줍니다. <추천사 중에서>

책 속에서 표현된 그들의 마음. 선조가 떠나고 난 궁궐에 불이 붙었을 때 불을 끄던 일반 백성들의 대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가 있었던 듯 합니다. 전쟁을 끝낸 진정한 영웅들은 바로 그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리고 현재의 우리 모습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깟 대궐이 뭐라고! 주인이 버리고 도망쳤는데, 우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불을 꺼야 한단 말이야?


태조께서 한양으로 도읍을 정하신 뒤, 누가 땅을 다지고 성을 쌓고 길을 내었겠느냐? 임금님이 하였겠느냐, 대신들이 하였겠느냐? 조선 백성들이 쌓은 도성이다. 조선 백성들이 지은 대궐이야. 임금님은 때가 되면 바뀌지만, 조선의 주인은 조선 사람이 아니냐? 그런데, 집에 불이 난 걸 그냥 보고만 있을 테냐?

p171

 

무엇이 되고자 하는 삶이 아니라 오늘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 그런 멋진 하루하루가 모이면 자연스럽게 더욱 멋진 사람이 될라고 믿어보고 싶군요.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했지만 책 속 주인공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현재에도 닿아있는 듯 합니다.  


동화로 역사 읽기,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역사동화를 찾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재미에 치우치다보면 상상력이 지나쳐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픽션이 되어버리고, 역사적 사실을 중요시 하다보면 자칫 아이들의 흥미를 놓쳐버릴 수가 있지요. TV에서 한창 유행하는 사극도 픽션 사극이 아님에도 가끔 역사 왜곡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던 것처럼 역사 동화의 독자는 아이들이기에 더더욱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상상의 이야기를 펼쳐가지만 그 속에서 역사적 사실들을 만나게 되니까요. 그런 면에서 학부모로서는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에서 감수를 받은 도서라는 점은 아이가 읽을 책을 고르는데 눈여겨보게 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책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을 따로 요약해둔 뒷면 페이지는 책 속 인물의 실제 모델에 대한 설명, 임진왜란에 관련된 인물들, 연표등을 정리해두어 책 속 이야기를 실제 역사로 확장해볼 수 있게 해두었네요. 본문에서 다소 어려운 단어들은 페이지 아래에 각주를 통해 설명해두기도 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며 어른인 저도 다시 배워가는 지식들이 많습니다. 이야기 속에 있는 것들이라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교과서 속에서 한줄로만 배우는 역사적 사실들을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로도 들려줄 수 있다면 아이들이 더이상 역사를 어려워하지 않으려나요. 문득 제가 학생 때는 이런 동화를 왜 못 만났던건지 아쉬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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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공부 역사 공부 - 역사로 배우는 우리말 유래
김경선 지음, 박우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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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이판사판에 대한 아이의 어록을 남기며 '이판'과 '사판'에 대한 유래를 함께 배웠었더랬죠.

에라~ " 일판이판. "

아빠와 함께( 아니.. 실제로는 온 가족이 함께 ) 주말마다 ( 음.. 가끔은 평일에도 ) 하는 스마트폰 게임이 있는데, 밤톨군이 좋아하는 드래곤을 육성하는 게임이지요. 집에 카드도 널려있고, 고무딱지도 있고, 엄마는 색칠공부 그림도 그렸던 게임입니다. 그런데 그 게임의 스킬 중에 '이판사판' 이라는 스킬이 있습니다.

 

 

 

 

 

 

 

 

스킬명 : 이판사판

녀석은 뛰어가는 폭탄이 인상적이었던 터라 마음에 두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분명 숫자가 들어가는 이름이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으니 '일판이판' 하고 외친 거지요.

 

 : 밤톨군. 일하고 이가 아니라, 이하고 사다. " 이판사판 " 인데.

 : 아~ 글쿠나. 근데 이판사판 뜻이 뭐예요?

 

궁지에 몰렸을 때 쓰는 말이라는 용례외에 갑자기 제대로 된 뜻을 설명해주려고 보니 막힙니다. 한자로는 분명 이(二) 와 사(四) 가 아니라는 것은 알겠는데 말이죠. 이판사판 공사판이라는 농담도 자꾸 생각나고 말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찾아보았습니다.

이판사판[ 理判事判 ]

조선시대 불교 승려의 두 부류인 사판승과 이판승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며 '막다른 궁지' 또는 '끝장'을 뜻하고 뾰족한 묘안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그 뒤 우리말의 유래에 대해 궁금해왔었는데 이 책을 만나보는 순간 정말 반갑더군요.

 

말 공부 역사 공부

김경선 글 / 박우희 그림

152쪽 | 356g | 174*240*12mm

시공주니어





주인공 일식이를 통하여 녀석이 '기가 차고', '허무하기까지 한' 무식한 소리를 늘어놓을 때마다 순간 이동을 하여 과거로 돌아가 그 말이 만들어지게 된 유래를 알게 해 주는 구성으로 되어있는 책입니다. 눈썹과 네모진 얼굴 등의 그림풍이 익숙해 그림작가를 다시 살펴보니 '괴물들이 사라졌다' / (책읽는곰) 이라는 밤톨군이 좋아하는 그림책으로 친숙해진 그림작가네요. 아들과 조카들, 동네 어린 친구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글작가의 재미있는 글과 어우러져 책에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게 해주는 듯 합니다. 
 
지식정보책으로, 어휘를 알려주는 국어관련 책이기도 하고, 역사 속의 일화를 들려주는 역사관련 책이기도 하며, 재미있는 허구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동화로 보이기도 하지요.  

 

 

책을 펼쳐보면 일식이가 말에 대해 엉뚱한 해석을 하는 모습을 만화로 보여주며 흥미를 이끌어 낸 후 재미있는 이야기로 말의 유래를 설명합니다. 주인공의 엉뚱한 해석이 낯설지가 않아서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함흥사' 를 밤톨군도 '함흥사' 라고 읽었거든요. "뭐가 치사하지? " 라고 중얼거리는 걸 보면 주인공이 '나만 그런걸까?' 라고 당당하게 이야기 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마무리 페이지에 해당 역사에 대하여 정리 요약해두죠. 연표나 사진, 그림 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앞의 이야기의 배경인 시대와 사건에 대하여 짤막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조선시대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은 쉽게 정리가 될 듯 합니다. 이렇듯 만화로 그려진 도입부, 이야기, 그리고 역사정리 이런 구성으로 총 10가지의 어휘에 대한 유래를 설명해주고 있네요. 모두 조선시대에 관련된 말들이랍니다.

 

​이 책의 교과연계표를 참조해보아도 초등 고학년들에게 더욱 재미있을 도서입니다. 

 

그러나 내용이 어렵지 않아 저학년의 경우라도 밤톨군처럼 엉뚱한 어록을 남기는 경우 슬쩍 한두편 읽어주며 아이의 관심을 키워놓을 수 있지요. 숙주나물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단종과 사육신, 세조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주어야 했습니다. 밤톨군의 경우 아빠가 역사 이야기를 많이 해준 터라 곁가지의 역사 조각들은 조금씩 들은 것이 있어서 그 퍼즐조각을 맞춰보는 재미도 있었답니다. 

제가 어릴 적, 어머니께서는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 하면서 흥얼흥얼 저와 함께 노래 부르듯 함께 하시곤 했죠. 밤톨군과는 과학책을 보며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을 저와 함께 우연히 불렀는데 이제는 (저도 잊지않을겸) '태정태세~ ' 노래를 함께 불러볼까 싶기도 하네요. 조선시대 왕의 순서를 알면 이 책이 더욱 편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 '흥청거리다' 의 말은 유래를 저도 처음 알게 되었답니다. 

 


글작가는 이런 말로 책을 맺습니다.
 

 

그래요. 말이 가진 역사, 그리고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말의 힘. 우리도 일식이처럼 잊지 말자구요. 일식이는 말을 타고 간 역사 여행을 통해 생각이 많이 자랐답니다. 이 책을 읽으며 함께 여행한 우리 친구들도 마찬가지일테죠.

지금 현재를 담고 있는 말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인터넷 신조어도 넘쳐나고 있고, TV 속 개그 유행어나 광고 속 문구, 외래어들도 있습니다. 문득 「행복한 사전 ( 舟を編む, The Great Passage, 2013)」이라는 일본영화가 생각납니다. 십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작업으로 단어를 하나하나 모아 사전을 편찬하는 과정을 보여주던 영화였죠. 신조어를 수집하기 위해 패스트푸드점에서 여고생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메모하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우리말도 이렇게 애쓰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고마운 생각이 절로 들기도 하였죠.

 

이 책의 말의 유래를 통해 과거의 역사를 읽어낼 수 있듯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로 지금 현재의 모습을 읽어낼 거라는 것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고학년 아이들과 이런 문제로 확장해서 이야기 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네요.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말들에서 은근히 강조하는 듯한 외모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라던가 사회현상을 반영해놓은 단어들을 찾아보는 활동도 있겠어요. 왜, 이런 말들이 어떤 유래로 생겼는가 함께 한두단어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밤톨군과 함께 말 속에 역사가 담겨 있다는 것. 그리고 새롭게 담아간다는 것을 소중하게 배워보는 오늘의 책읽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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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가 쿵 GoGo 방과 후 자기주도 학습만화 7
이동철 글, 최진규 그림, 곽영직 감수 / 사파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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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톨군은 과학실험을 해보는 방문수업을 하나 하고 있습니다.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이렇게 네가지 분야에 대한 여러가지 간단한 실험을 일주일에 한가지씩 해보고 한 두가지 개념을 들어보는 정도의 수준인데요. 3학년 때 배우게 될 과학의 선행학습이라기보다는 과학에 대한 흥미를 북돋워주는 목적으로 꾸준히 해왔지요.


실험을 하고 난 뒤에는 관련된 개념에 대한 원리과학책을 밤톨군 수준에 맞춰 골라 함께 읽게 됩니다. 초기에는 전집에 포함된 과학 그림책들이나, 신기한 스쿨버스 시리즈(비룡소)를 읽어주었습니다. 동네 형들은 로스트(LOST) 시리즈(봄나무)도 좋아한다는데 밤톨군에게는 아직 본문의 양이 많은 듯 하였어요. 그러다가 과학에 관련된 학습 만화들도 눈여겨보게 되었답니다. 만화의 경우는 녀석이 아무래도 혼자 편하게 접근하는 듯 하지요.

 

얼마 전 녀석은 전기에 대한 실험을 하였습니다. 「전기의 작용」에 대한 부분이었지요.

 

 


 재료를 살펴보고. 전기가 통하는 물체와 통하지 않는 물체에 대해 실험을 했답니다.

 

 

( 음. 밤톨군의 맞춤법 실력은 이번 방학 때 좀 나아지려나요 )

 

 

실험 후 전기에너지에 관하여 연계하여 읽어본 재미있는 학습만화 한권 소개해볼까요.

 

에너지가 쿵

이동철 글 / 최진규 그림

176쪽 | 203*272*20mm

사파리


녀석은 제게 실험도구들을 꺼내어 신나게 설명해줍니다. 저는 모르는 사실을 배우는 것처럼 신기해하며 감탄해주지요. ( 사실 잊었던 것들이 더 많더라구요 )


 

책은 양파 가족이 가족휴가를 떠났다가 무인도에 불시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섬에서 살고 있는 말하는 고릴라와 원시소년 두두를 만나지요. 에너지공학자인 아빠는 이들에게 문명 세계 지식을 전파해주겠다고 합니다. 그 덕에 아빠의 말풍선 속에 초등학생 때 알아야 할 교과내용이 담겨서 자연스럽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책은 에너지라는 커다란 주제를 두고 3가지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너지에 대해 설명하고, 여러 가지 에너지를 살펴본 후 에너지 자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자신이 배웠던 전기 에너지에 대한 부분을 찾아내는 밤톨군.  


 


이번 실험에서는 작은 꽃전구( 발광 다이오드) 를 이용했는데 책 속에서 전구에 대한 것이 나옵니다. 녀석은 다시 실험도구들을 뒤적뒤적 하더니 작은 전구를 하나 찾아내는군요. 그리고 다시 전선을 연결해보지요.



 

녀석이 필요한 부분만 콕 짚어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찾아보기' 를 활용하게 된 덕입니다. '전구' 라는 단어를 찾아 앞페이지를 넘기더라구요.


 

아직 학교에서의 과학수업이 시작되지 않은 아이에게 좀 이른 듯 싶지만 개념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나중에 학교에서 배울 때 아, 들어봤었지. 반갑다. 라는 느낌이 들 수 있기를 바라게 되지요.

이 책에서 제공하는 교과연계표에 따르면 에너지에 대한 부분은 3학년 1학기와 5, 6학년에 연계되는 군요. 「찾아보기」에 보면 만화의 페이지를 표시하는 빨간색과, 지식 매거진이라고 되어있는 파란색 부분이 있습니다.

 


 

「쿵 지식 매거진」만화의 이야기 속에 별도의 요약란을 마련한 다른 학습만화와 달리 별도의 부록으로 요약 정리가 되어있는 책이지요.


 

용어에 대한 해설과 쌓인 개념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문제, 퍼즐, 숨은 그림찾기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별도의 부록으로 된 것에 대한 장점과 단점이 있을 듯 한데요. 우선 찾아보기 쉬운 점,  그리고 학습만화의 주인공과 스토리에만 집중하는 것을 조금 벗어나 연계학습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된 점이 장점이 되겠네요. 단점은, 아쉽지만 밤톨군네처럼 정리정돈이 잘 안되는 집은 만화책과 함께 잘 보관하지 않으면 책장 속 사이로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 정도라고 할까요.

 

 

 

 

'쿵' 시리즈는 에너지 외에 우주, 공룡, 인체, 공룡, 곤충, 지구 시리즈가 있습니다. 생물과 지구과학, 이번에 물리까지 다루었으니 곧 화학분야에 대한 책도 나올 거라 예상해보게 됩니다. 밤톨군의 경우 별도의 실험키트가 있어 책 속 내용과 트가 유료 부록으로라도 제공되면 아이들의 흥미를 더욱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도 되네요. 3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배웠으니까 필요 없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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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 조금 달라도 괜찮아! 푸른숲 새싹 도서관 26
안나 제니 밀리오티 지음, 이승수 옮김, 친치아 길리아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세레나, 조금 달라도 괜찮아!

안나 제니 밀리오티 글/친치아 길리아노 그림

40쪽 | 436g | 225*305*10mm

푸른숲주니어



무엇이 다를까. 아이와 그림책을 한장한장 넘겨보며 생각해봅니다. 세레나의 단짝인 키아라가 들려주는 세레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세레나는 수학을 싫어하지만 그림 솜씨는 뛰어나답니다. 세레나가 정성들여서 그려 선물한 나비 그림은 주인공의 방에 걸려있기도 하지요. 세레나는 특히 수채화를 잘 그리는데 미술학원에서 배웠다네요. 주인공의 무용 학원의 창 너머로 자전거를 타고 미술학원을 가는 세레나를 볼 수 있기도 하지요.



세레나는 컵스카우트 활동을 좋아하고, 세레나 집에 놀러가면 온몸이 밀가루 범벅이 되도록 반죽을 만들며 쿠키를 만들고, 세레나가 좋아하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같이 보기도 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다를까. 우리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는데. 라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데, 세레나는 보통 아이들과 겉모습이 조금 다르다고 하네요. 눈과 눈 사이가 넓고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고 해요. 말투도 어눌하고 두 살 더 많지만 같은 반이래요.


세레나가 좋아하는 "세상에 둘도 없는 신기한 고래 핑크 이야기"가 만화의 형식으로 등장합니다. 그림책 속에서 또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며 액자식 구성을 보여주지요. 몸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들의 놀림을 받던 핑크고래가 여행을 떠나 분홍색으로 이루어진 섬을 발견합니다. 그곳에서 핑크 고래는 행복했지요.



집으로 돌아와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자 친구들은 부러워하며 "우리도 데려가 줘" 라고 이야기합니다. 핑크는 자신을 짖궂게 놀렸던 친구들을 골려주기로 했지요. 과연 어떻게 했을까요. 세레나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지도 궁금해졌습니다.



드디어 세레나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군요. 세레나는 '다운증후군' 을 앓고 있는 친구였어요. 밤톨군은 '다운증후군' 이 어떤 병이냐고 묻습니다. "염색체 이상" 같은 어려운 말은 아직 모르는 녀석인지라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아파서 생각주머니가 발달하지 못한 친구들도 있고 신체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친구들도 있는 병이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책 속 주인공은 세레나를 있는 그대로 대합니다. 조금 불편함이 있는 친구지만 친절하고 착한 친구라고 이야기하지요.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부모님도 같은 생각이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세레나와 친하게 지내면서 있었던 어려운 점도 있지 않았을까요. '동정' 이 아닌 '배려'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요.


이 책을 읽고 아이와 이야기하면서 무조건적인 '동정심' 에 대해서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도 조심스러워집니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서 가슴 아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타인의 상황에 대한 단정과 피상적인 감정이입이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지극히 불편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 '불쌍하게 여긴다' 는 말의 뉘앙스는 얼핏 상대방의 어려움에 깊이 동감하는 듯 하지만, 냉철하게 뜯어보면 열등한 존재로 대상화하고 있기도 하다. <..> 타인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선에는 위안을 얻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고, 그들의 존재가 단지 나의 행복을 확인하는 배경으로만 여겨진다면 한낱 대상이나 수단에 머물고 만다. 나와 그들 사이에 인격적인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모멸감/김찬호지음, 문학과지성사, p192~194

밤톨군, 세레나는 불쌍한 친구가 아니야. 단지 불편할 뿐이지. 우리랑 같아.


책 속 선생님은 세레나 같은 친구들이 무럭무럭 잘 자라려면 우리의 도움과 사랑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는군요. 엄마는 세레나처럼 조금 다른 아이가 있는 집의 부모는 아이가 자라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지를 많이 걱정하며 여러모로 힘들다고 하셔요. 그러나 가족 뿐 아니라 단짝 친구인 주인공이 늘 옆에 있을 테니까 문제 없지 않을거라는군요!


문득 「괜찮아, 우린 친구잖아」/(주니어김영사) 라는 동화도 떠오릅니다. 항상 조금 더 도와줘야하는 친구 때문에 주인공은 지쳐서 도망쳐 버립니다. 하지만 곧 친구의 좋은 점을 발견하게 되지요.

키아라와 세레나가 친해지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을텐데 그런 부분도 이야기해주었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듭니다. 그러나 그림 속에서 세레나의 뒷 모습과 원거리 모습만을 살짝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보여주는 연출은 아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듯 하였습니다. 녀석에게 슬쩍 물어봅니다. 핑크 고래이야기는 세레나가 왜 좋아하는 걸까? 엄마, 세레나는 핑크가 자기랑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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