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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공부 역사 공부 - 역사로 배우는 우리말 유래
김경선 지음, 박우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6월
평점 :
얼마전 이판사판에 대한 아이의 어록을 남기며 '이판'과 '사판'에 대한 유래를 함께 배웠었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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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 " 일판이판. "
아빠와 함께( 아니.. 실제로는 온 가족이 함께 ) 주말마다 ( 음.. 가끔은 평일에도 ) 하는 스마트폰 게임이 있는데, 밤톨군이 좋아하는 드래곤을 육성하는 게임이지요. 집에 카드도 널려있고, 고무딱지도 있고, 엄마는 색칠공부 그림도 그렸던 게임입니다. 그런데 그 게임의 스킬 중에 '이판사판' 이라는 스킬이 있습니다.

스킬명 : 이판사판
녀석은 뛰어가는 폭탄이 인상적이었던 터라 마음에 두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분명 숫자가 들어가는 이름이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으니 '일판이판' 하고 외친 거지요.
: 밤톨군. 일하고 이가 아니라, 이하고 사다. " 이판사판 " 인데.
: 아~ 글쿠나. 근데 이판사판 뜻이 뭐예요?
궁지에 몰렸을 때 쓰는 말이라는 용례외에 갑자기 제대로 된 뜻을 설명해주려고 보니 막힙니다. 한자로는 분명 이(二) 와 사(四) 가 아니라는 것은 알겠는데 말이죠. 이판사판 공사판이라는 농담도 자꾸 생각나고 말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찾아보았습니다.
이판사판[ 理判事判 ]
조선시대 불교 승려의 두 부류인 사판승과 이판승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며 '막다른 궁지' 또는 '끝장'을 뜻하고 뾰족한 묘안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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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우리말의 유래에 대해 궁금해왔었는데 이 책을 만나보는 순간 정말 반갑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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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공부 역사 공부
김경선 글 / 박우희 그림
152쪽 | 356g | 174*240*12mm
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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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일식이를 통하여 녀석이 '기가 차고', '허무하기까지 한' 무식한 소리를 늘어놓을 때마다 순간 이동을 하여 과거로 돌아가 그 말이 만들어지게 된 유래를 알게 해 주는 구성으로 되어있는 책입니다. 눈썹과 네모진 얼굴 등의 그림풍이 익숙해 그림작가를 다시 살펴보니 '괴물들이 사라졌다' / (책읽는곰) 이라는 밤톨군이 좋아하는 그림책으로 친숙해진 그림작가네요. 아들과 조카들, 동네 어린 친구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글작가의 재미있는 글과 어우러져 책에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게 해주는 듯 합니다.

지식정보책으로, 어휘를 알려주는 국어관련 책이기도 하고, 역사 속의 일화를 들려주는 역사관련 책이기도 하며, 재미있는 허구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동화로 보이기도 하지요.
책을 펼쳐보면 일식이가 말에 대해 엉뚱한 해석을 하는 모습을 만화로 보여주며 흥미를 이끌어 낸 후 재미있는 이야기로 말의 유래를 설명합니다. 주인공의 엉뚱한 해석이 낯설지가 않아서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함흥차사' 를 밤톨군도 '함흥치사' 라고 읽었거든요. "뭐가 치사하지? " 라고 중얼거리는 걸 보면 주인공이 '나만 그런걸까?' 라고 당당하게 이야기 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마무리 페이지에 해당 역사에 대하여 정리 요약해두죠. 연표나 사진, 그림 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앞의 이야기의 배경인 시대와 사건에 대하여 짤막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조선시대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은 쉽게 정리가 될 듯 합니다. 이렇듯 만화로 그려진 도입부, 이야기, 그리고 역사정리 이런 구성으로 총 10가지의 어휘에 대한 유래를 설명해주고 있네요. 모두 조선시대에 관련된 말들이랍니다.

이 책의 교과연계표를 참조해보아도 초등 고학년들에게 더욱 재미있을 도서입니다.
그러나 내용이 어렵지 않아 저학년의 경우라도 밤톨군처럼 엉뚱한 어록을 남기는 경우 슬쩍 한두편 읽어주며 아이의 관심을 키워놓을 수 있지요. 숙주나물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단종과 사육신, 세조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주어야 했습니다. 밤톨군의 경우 아빠가 역사 이야기를 많이 해준 터라 곁가지의 역사 조각들은 조금씩 들은 것이 있어서 그 퍼즐조각을 맞춰보는 재미도 있었답니다.
제가 어릴 적, 어머니께서는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 하면서 흥얼흥얼 저와 함께 노래 부르듯 함께 하시곤 했죠. 밤톨군과는 과학책을 보며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을 저와 함께 우연히 불렀는데 이제는 (저도 잊지않을겸) '태정태세~ ' 노래를 함께 불러볼까 싶기도 하네요. 조선시대 왕의 순서를 알면 이 책이 더욱 편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 '흥청거리다' 의 말은 유래를 저도 처음 알게 되었답니다.
글작가는 이런 말로 책을 맺습니다.

그래요. 말이 가진 역사, 그리고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말의 힘. 우리도 일식이처럼 잊지 말자구요. 일식이는 말을 타고 간 역사 여행을 통해 생각이 많이 자랐답니다. 이 책을 읽으며 함께 여행한 우리 친구들도 마찬가지일테죠.
지금 현재를 담고 있는 말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인터넷 신조어도 넘쳐나고 있고, TV 속 개그 유행어나 광고 속 문구, 외래어들도 있습니다. 문득 「행복한 사전 ( 舟を編む, The Great Passage, 2013)」이라는 일본영화가 생각납니다. 십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작업으로 단어를 하나하나 모아 사전을 편찬하는 과정을 보여주던 영화였죠. 신조어를 수집하기 위해 패스트푸드점에서 여고생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메모하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우리말도 이렇게 애쓰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고마운 생각이 절로 들기도 하였죠.
이 책의 말의 유래를 통해 과거의 역사를 읽어낼 수 있듯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로 지금 현재의 모습을 읽어낼 거라는 것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고학년 아이들과 이런 문제로 확장해서 이야기 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네요.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말들에서 은근히 강조하는 듯한 외모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라던가 사회현상을 반영해놓은 단어들을 찾아보는 활동도 있겠어요. 왜, 이런 말들이 어떤 유래로 생겼는가 함께 한두단어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밤톨군과 함께 말 속에 역사가 담겨 있다는 것. 그리고 새롭게 담아간다는 것을 소중하게 배워보는 오늘의 책읽기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