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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 조금 달라도 괜찮아! ㅣ 푸른숲 새싹 도서관 26
안나 제니 밀리오티 지음, 이승수 옮김, 친치아 길리아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세레나, 조금 달라도 괜찮아!
안나 제니 밀리오티 글/친치아 길리아노 그림
40쪽 | 436g | 225*305*10mm
푸른숲주니어
무엇이 다를까. 아이와 그림책을 한장한장 넘겨보며 생각해봅니다. 세레나의 단짝인 키아라가 들려주는 세레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세레나는 수학을 싫어하지만 그림 솜씨는 뛰어나답니다. 세레나가 정성들여서 그려 선물한 나비 그림은 주인공의 방에 걸려있기도 하지요. 세레나는 특히 수채화를 잘 그리는데 미술학원에서 배웠다네요. 주인공의 무용 학원의 창 너머로 자전거를 타고 미술학원을 가는 세레나를 볼 수 있기도 하지요.

세레나는 컵스카우트 활동을 좋아하고, 세레나 집에 놀러가면 온몸이 밀가루 범벅이 되도록 반죽을 만들며 쿠키를 만들고, 세레나가 좋아하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같이 보기도 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다를까. 우리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는데. 라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데, 세레나는 보통 아이들과 겉모습이 조금 다르다고 하네요. 눈과 눈 사이가 넓고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고 해요. 말투도 어눌하고 두 살 더 많지만 같은 반이래요.
세레나가 좋아하는 "세상에 둘도 없는 신기한 고래 핑크 이야기"가 만화의 형식으로 등장합니다. 그림책 속에서 또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며 액자식 구성을 보여주지요. 몸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들의 놀림을 받던 핑크고래가 여행을 떠나 분홍색으로 이루어진 섬을 발견합니다. 그곳에서 핑크 고래는 행복했지요.

집으로 돌아와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자 친구들은 부러워하며 "우리도 데려가 줘" 라고 이야기합니다. 핑크는 자신을 짖궂게 놀렸던 친구들을 골려주기로 했지요. 과연 어떻게 했을까요. 세레나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지도 궁금해졌습니다.

드디어 세레나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군요. 세레나는 '다운증후군' 을 앓고 있는 친구였어요. 밤톨군은 '다운증후군' 이 어떤 병이냐고 묻습니다. "염색체 이상" 같은 어려운 말은 아직 모르는 녀석인지라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아파서 생각주머니가 발달하지 못한 친구들도 있고 신체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친구들도 있는 병이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책 속 주인공은 세레나를 있는 그대로 대합니다. 조금 불편함이 있는 친구지만 친절하고 착한 친구라고 이야기하지요.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부모님도 같은 생각이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세레나와 친하게 지내면서 있었던 어려운 점도 있지 않았을까요. '동정' 이 아닌 '배려'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요.
이 책을 읽고 아이와 이야기하면서 무조건적인 '동정심' 에 대해서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도 조심스러워집니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서 가슴 아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타인의 상황에 대한 단정과 피상적인 감정이입이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지극히 불편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 '불쌍하게 여긴다' 는 말의 뉘앙스는 얼핏 상대방의 어려움에 깊이 동감하는 듯 하지만, 냉철하게 뜯어보면 열등한 존재로 대상화하고 있기도 하다. <..> 타인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선에는 위안을 얻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고, 그들의 존재가 단지 나의 행복을 확인하는 배경으로만 여겨진다면 한낱 대상이나 수단에 머물고 만다. 나와 그들 사이에 인격적인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모멸감/김찬호지음, 문학과지성사, p192~194
밤톨군, 세레나는 불쌍한 친구가 아니야. 단지 불편할 뿐이지. 우리랑 같아.
책 속 선생님은 세레나 같은 친구들이 무럭무럭 잘 자라려면 우리의 도움과 사랑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는군요. 엄마는 세레나처럼 조금 다른 아이가 있는 집의 부모는 아이가 자라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지를 많이 걱정하며 여러모로 힘들다고 하셔요. 그러나 가족 뿐 아니라 단짝 친구인 주인공이 늘 옆에 있을 테니까 문제 없지 않을거라는군요!
문득 「괜찮아, 우린 친구잖아」/(주니어김영사) 라는 동화도 떠오릅니다. 항상 조금 더 도와줘야하는 친구 때문에 주인공은 지쳐서 도망쳐 버립니다. 하지만 곧 친구의 좋은 점을 발견하게 되지요.
키아라와 세레나가 친해지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을텐데 그런 부분도 이야기해주었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듭니다. 그러나 그림 속에서 세레나의 뒷 모습과 원거리 모습만을 살짝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보여주는 연출은 아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듯 하였습니다. 녀석에게 슬쩍 물어봅니다. 핑크 고래이야기는 세레나가 왜 좋아하는 걸까? 엄마, 세레나는 핑크가 자기랑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