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마리아
다니엘라 크리엔 지음, 이유림 옮김 / 박하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과 한 여자의 무릎과 팔이 보이는 표지 때문에, 또한 러브 스토리라는 것 때문에 이 책에 관심을 가졌다. 열여섯 살의 소녀가 마흔 살의 헤너를 사랑한다는 이야기였다. 열여섯 살의 소녀가 왜, 마흔 살의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하는 호기심이 동했다. 금지된 사랑을 꿈꾸는가. 이런 작품에 끌리는 걸 보면.

 

 

1990년대의 DDR(통일전 동독)의 한 브렌델 농장, 남자 친구 요하네스의 농장에서 거주하는 마리아는 엄마와 아빠는 이혼했고, 엄마가 있는 집에서 학교에 가려면 꽤 오랜 시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요하네스의 농장에서는 그리 멀지 않다. 요하네스의 가족과 함께 농장에서 머물고 있는 마리아는 학교에는 가지 않고, 들판에 누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있을 뿐이다.

 

요하네스의 가족과 함께 지내며 점점 그 가족의 일원이 되어 가는 마리아는 근처 농장을 가지고 있는 마흔 살의 헤너를 우연한 사고로 만나게 된다. 그리고는 자신의 마음을 제어할 수 없어 헤너의 농장을 방문하게 된다. 남자친구 요하네스가 있지만, 알콜중독자이자 폭력을 휘두른다는 헤너에게 향하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다. 그렇게 뜨거운 한 여름, 마리아는 금지된 사랑을 한다.

 

 

마리아의 고백으로 이어지는 내용들은 간결한 문장속에서 빛을 발한다. 통일 전 동독에서 사는 사람들의 마음, 서쪽에서 온 지크프리트의 동생 가족이 찾아 왔을때의 거리감, 또한 서쪽 도시를 방문했을때 느꼈던 감정들이 섬세하게 서술되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리아의 감정이었다. 남자친구 요하네스의 집에서 머물면서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있는 브렌델 가족에게 배신을 한 것 같지만, 그녀 자신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 많이 부끄럽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어느새 마리아의 감정에 이입되어서 일까. 일탈을 하고 있는 마리아를 생각하면 마음이 조마조마 했다. 요하네스의 가족에게 들킬것만 같아서. 헤너에게 향하는 열정을 눈치챌 것만 같아, 모든 것들이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아서. 하지만 책을 읽는 우리의 마음보다 마리아는 더 담대했다. 그 모든 것의 감정들을 뒤로하고 자신만의 감정에 충실하기로 했던 것이다.

 

 

만약 마리아가 원하는 대로 됐더라면 마리아와 헤너는 과연 행복했을까. 마리아를 생각하는 헤너의 마지막 결정, 사랑함에도 마리아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헤너의 결정때문에 이 책의 마지막을 읽고 나서는 안도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 자리에서 당장 얘기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얘기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일이 잇는가 하면 어떤 일들은 차마 얘기할 수 없다. (122페이지)

 

 

금지된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 누구나 마음속에 사랑 하나쯤 숨겨두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 여름, 마리아는 자신의 헤너에 대한 떨림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 먼 훗날, 1990년의 뜨거웠던 여름을 생각하면 마리아는 어떤 감정을 가질까. 영원할 수 없었던 짧았던 여름을 늘 그리워하게 될까. 마음 깊은 곳에 헤너에 대한 감정을 숨겨놓고 여름만 되면 그 기억들 때문에 아파할까. 마리아의 마음속에 늘 살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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