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PD의 미식 기행, 여수 - 제대로 알고 마음껏 즐기는 오감 만족 우리 맛 여행
손현철.홍경수.서용하 지음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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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하면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라는 노래가 떠오르듯, 여수에 관한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책을 만났다. 바로 『세 PD의 미식 기행, 여수』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사실 내가 사는 곳과 여수가 먼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자주 가본 곳은 아니었다. 여수를 맨처음 가본게 언제였던가. 중학교 2학년때 수학여행을 떠나 여수 오동도를 들렀을 때였을것이다. 어렸을 적이라 그때의 여수 오동도는 어마어마하게 크게 보였다. 하지만 다시 가본 오동도는 너무 아담했다. 그만큼 우리가 자랐다는 것이고, 우리의 눈높이가 커졌다는 것일게다.

 

 

그리고 가본게 7~8년전쯤 크리스마스 이브때 갑자기 일출을 보러가자며 떠난 곳이 여수 향일암이었다. 퇴근하고 출발했던터라 막 밟아 다녀온 뒤 속도위반 딱지가 두 개나 나와 출혈이 심했던 기억이 있다. 그곳 향일암 근처 민박에 숙소를 잡고, 내 생일이 가까워 아들 녀석이 학원에서 만든 케이크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새벽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러 향일암에 올랐었다. 일출을 보고 난뒤 하룻밤 묵었던 민박집 식당에서 이른아침 게장 백반을 먹었다. 원래 가족들이 간장게장을 좋아해 자주 먹긴 했지만 여수 향일암 숙소에서의 간장게장은 정말 꿀맛이었다. 다른 곳과 다르게 우리집에서나 여수 향일암 게장은 주로 돌게로 담는다. 크기가 작아 먹을게 별로 없을 것 같지만, 게딱지 하나씩을 발라 그곳에 밥알을 넣어 비벼먹는 맛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아침을 게장 백반으로 먹고 여수를 구경하다가 시장통에 들어가서 또 점심을 먹은게 게장이었다. 먹고 너무 맛있어서 몇만 원어치 사가지고 오기도 했다.

 

이처럼 여수에 관한 추억은 게장 때문에라도 다시 가고싶은 곳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가본건 여수 금오도의 비렁길이었다. 그때는 도시락을 준비해 가 산 속에서 점심을 먹고 부랴부랴 배를 타고 나와야 했기 때문에 다른 음식은 먹어보지 못해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어딘가에 가족끼리 여행을 다닐때 그 지방의 음식을 사 먹기 보다는 바리바리 챙겨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 지방 고유의 음식을 맛보지 못한다는 게 조금 아쉽기는 하다. 먹을거리 짐 없이 가볍게 떠나자고 해놓고도 여행을 준비하다보면 기본적인 먹을거리를 준비하게 된다. 또 돈도 절약할 겸 준비해 간 음식을 먹는 것이다.

 

 

 

『세 PD의 미식 기행, 여수』는 제목 그대로 KBS 방송국의 세 명의 피디들이 여수의 미식 기행을 떠난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을 때 거의 배고플 때 읽었는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있는 음식 이야기, 음식 사진들을 보며 침을 꼴깍 삼키며 보았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간장 게장, 집 근처에 있는 갯장어 샤브샤브를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채소가 들어있는 육수에 갯장어르 넣으면 꽃처럼 하얗게 피어오르던 갯장어가 몹시도 먹고 싶어졌다. 책을 다 읽자마자 먹으러 가자고 해야지, 한여름인데 한겨울에 나오는 생굴은 또 왜 먹고 싶은건지, 아마 책 속에 있는 굴 사진과 굴 이야기 때문이었으리라. 각굴을 구워먹는 것보다 생굴을 더 좋아하는터라 몹시도 겨울이 기다려졌다.

 

서대회는 또 어떤가. 싱싱한 서대를 잘라 접시에 내어 놓으면, 그것을 매콤한 겨자에 찍어먹으면 그것 또한 맛이 고소하니 너무 좋다. 서대회가 목포 쪽에서 많이 나오는 생선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여수에서 많이 나오는 회이며 음식이라고 하니 여수에서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군평선이라는 생선은 우리가 딱돔이라고 부르는 생선이 아닌가 싶다. 가시가 크고 많아 살을 잘 발라야 하는 것과 사진에서 보는 군평선이 모습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물론 내 생각이 틀릴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군평선 소금구이 맛도 궁금하다.

 

 

나는 목포에서 십 대와 이십 대를 보냈다. 그래서 목포 음식에 길들여져 있다는 것을 안다. 신안 섬 출신이라 생선이나 회를 좋아하고 아무래도 그쪽 음식이 더 입맛에 맞다. 세 분의 PD들이 목포 편 미식 기행 책도 펴냈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직 읽어보지 않았기에, 목포 편이 사실 더 궁금하다. 목포의 어떤 음식들을 소개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은 여수에서 나오는 음식들보다 거의 목포에서 나오는 음식들이다.

 

 

여수 편에서 나오는 서대회 같은 경우도, 내 개인적 취향은 회무침을 한 음식보다는 깨끗한 회 그 자체를 좋아한다. 매운탕 보다는 지리를 더 좋아하기도 하고. 갓 김치 또한 여수 돌산 갓 보다는 재래 우리가 조선 갓이라 부르는 갓김치를 더 좋아해 김장할때마다 담아 먹고는 한다. 나에게 회는 민어회 만한 게 없다. 여름에 친정 부모님 생신이 한 달 차이로 있어서 두 분 중의 한 분의 생일 때는 늘 민어회를 주문해 민어회와 민어탕을 먹어야 여름을 나는 것 같다. 이 또한 여수와 목포 출신의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랄까.

 

 

여수엑스포가 열린 뒤로 여수를 방문하지 못했다. 여수의 구석구석, 섬 까지도 다니며 음식 기행을 한 세 피디들 덕분에 여수 곳곳의 음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음 여수 여행때는 이 모든 음식을 몇 가지씩 꼭 사 먹어 보리라 다짐까지 했을 정도다. 책에서 소개하는 소설가 한창훈 씨가 여수 출신이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거문도에 실제 거주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거문도는 멀리서만 바라보고 가보지는 못했는데, 소설가가 계시는 거문도에 가서 삼치회를 맛보고 싶기도 하다.

 

여수의 음식 들을 소개하며 여수의 역사, 문헌 속에 나오는 여수의 음식들 이야기를 들으며, 여수로 음식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책 속에서 소개하는 음식점들과 맛을 책으로 보다는 여수에서 직접 만나고 싶었다. 음식 기행으로 된 책을 만나니 여수의 새로운 모습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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