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나 - 세르주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 그 사랑의 기억
베로니크 모르테뉴 지음, 이현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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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익숙한 이름은 가수이자 배우인 샤를로뜨 갱스부르다. 언젠가 아주 오래전에 그가 젊었을때 나온 영화를 보았다. 제목은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꽤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그의 아버지가 화가, 배우, 대중음악가인 세르주 갱스부르라는 거를 어디 책에선가 접하였다. 그때는 제인 버킨이라는 가수이자 배우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아름다운 세기의 커플이라고만 생각하였던 듯하다. 


제인 버킨의 이름을 각인시킨 건 어디에선가 들은 버킨백이라는 단어였다. 에르메스 버킨백하면 떠오르는 이름. 크기가 커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는 가방이 버킨백이다. 제인 버킨은 포르투갈 이민자가 직접 만든 버드나무로 만든 바스켓 가방을 구매했다. 좋아하는 인형 등을 담느라 뚜껑이 달린 가방을 늘 들고 다녔다. 우연히 비행기에서 에르메스 회장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가 물건을 쏟았다. 쓸어담는 제인을 본 회장은 제인 버킨에게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는 가방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그 가방이 버킨백이다. 




버킨백은 주문을 넣어두고 몇 개월 혹은 일 년 가까이 기다려야 구할 수 있는 귀한 가방이 되었다. 제인은 악어백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여 에르메스 가방 이름에서 자기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다지만 버킨 백을 구매하려는 대기자 명단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과거 제인 버킨의 사진을 보면 거의 바스켓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제인 버킨은 아주 오랜 시절부터 패션을 앞서고 있었던 것 같다. 흰 티셔츠, 조각천이 대어진 헐렁한 청바지, 슬림한 몸매, 뱅 스타일의 앞머리의 젊었을 적 사진은 지금봐도 굉장히 예쁘다.  




대중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베로니크 모르테뉴는 직접 제인 버킨을 만나 세르주 갱스부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토대로 설명한다. 세르주 갱스부르는 제인 버킨을 만나 대중음악가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 브리지트 바르도와 짧은 연애를 끝내고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제인 버킨을 만나게 되었는데 세르주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은 12년간 함께 사랑해왔다. 두 사람 사이에 낳은 딸 샤를로뜨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이 존 배리와의 사이에 낳은 딸 케이트와 함께 어디든 함께 다니며 생활했다. 아마 가장 행복했을 때가 아닌가 싶다.  




1968년 영화 <슬로건>을 찍으며 십대후반의 제인 버킨과 사십 대의 세르주 갱스부르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고 1980년대에 헤어진 뒤에도 제인 버킨을 위해 음악을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서로에게서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어려웠다고 보는데, 몰아치듯 새로운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세르주 갱스부르는 섹스 중독에 가까워 보였다. 함께 살 때 제인 버킨이 영화를 찍을 때면 감독이나 다른 배우를 믿지 못해 촬영장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제인 버킨은 그녀에게 집착하는 세르주 갱스부르를 포용하고 사랑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검색 사이트에 제인 버킨과 세르주 갱스부르의 노래를 검색해 보았다. 음악을 계속 듣는데 익숙한 음악이 있었다. 'Yesterday Yes A Day'라는 곡이었다. 굉장히 높은 음이라 따라부르기 힘든 곡이다. 세르주는 음반 작업시 그녀의 목소리보다 한 옥타브 올려 녹음할 것을 원했다고 한다. 도저히 낼 수 없을만큼 높이 올려부르게 했다고 하는데 이 곡을 들으니 그 글이 생각났다. 꽤 아름답게 들리는 목소리다. 이 곡 뿐 아니라 여러 곡을 들어보았다. 상당히 아름다운 곡들이었다. 'Je t'mime moi non plus'도 그렇고 좋은 곡들이 많았다. 아마 나와 세대가 달라 많이 듣지 못했던 것으로 보였다. 속삭이듯 말하는 목소리가 참 좋게 들렸다. 




예술가들의 생활이 꽤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평범한 우리는 겨우 한 명 혹은 두 명의 배우자와 평생을 함께 하지 않는가. 책 속의 예술가들은 쉽게 사랑에 빠진다. 한 사람과 결혼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다른 사람과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기도 하며, 때로는 헤어진 사람과 친구처럼 지내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과의 사랑때문일까. 이들의 음악 또한 파격적이며 몹시 아름답다. 세기의 커플로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는 이유는 그들이 남긴 작품들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 들어도 여전히 좋은 곡. 세르주에게 많은 연인들이 있었지만 가장 빛나는 존재가 제인 버킨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세르주 갱스부르나 제인 버킨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부른 노래를 들어보라고 하고 싶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것처럼 이들의 만남과 삶 그리고 그들이 남긴 노래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한 편의 소설처럼 아름답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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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25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즈님, 즐겁고 행복한 연휴 연말 보내세요.
서재방에 트리 한그루 심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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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rry ..:+ +:.. Christma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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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메리 크리스 마스 ^.~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 기린 덕후 소녀가 기린 박사가 되기까지의 치열하고도 행복한 여정
군지 메구 지음, 이재화 옮김, 최형선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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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과학 분야의 글을 읽을 때마다 놀란 게 일본은 다양한 생명과학 분야를 연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건 미우라 시온의 소설 『사랑 없는 세계』였다. 식물들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인데 이 소설을 읽은 후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없고 일본은 있는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있는 이유가 있다는 거였다.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거다. 한편으로는 부러운 환경이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도 일본은 참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는구나 였다. 물론 저자 군지 메구는 어렸을 때부터 기린을 좋아해 기린 그림을 그리는 등 온통 기린에 관심을 가졌다. 어렸을 적에 그린 그림을 보니 목을 길게 표현해 기린의 특징을 제대로 잡았다. 한살반 때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도 기린 인형을 선택해 올라타 있을 정도다. 군지 메구가 대학에 갔을 때 좋아하던 기린을 연구하고 싶다는 말에 그렇게 해보라고 말해주었던 교수님 덕에 그는 기린 연구를 할 수 있었다. 




기린 연구의 시작은 죽은 기린 사체의 해부였다. 군지 메구는 각 과학 박물관이나 동물원에 명함을 건네주며 기린을 연구하니 사체가 나오면 해부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을 전하곤 했다. 저자가 해부한 기린은 총 30마리. 주로 겨울철에 죽은 기린 때문에 크리스마스나 명절 때도 사체가 나왔다는 전화를 받으면 바로 뛰어나가곤 했다. 한번 해부를 시작하게되면 부패때문에 일주일 가량을 꼼짝없이 매달리기 때문에 연락이 잘 되지 않는 건 기본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동물이라 겨울철에 기린 부고 소식이 들려오는 까닭에 저자는 최근 5년 동안 연말연시에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고 한다. 송년회나 신년회 참석 여부를 물어보면 '기린이 죽지 않으면 갈게'라고 단서를 단다. 갑자기 생긴 해부 일정때문에 약속을 취소한적도 있다고 하였다. 


생명을 다하여 죽은 기린을 해체하여 해부 작업을 실시 하는데 한번에 다 옮길 수 없으니 조각을 내어 운반하게 된다. 기린은 어떻게 저 긴 목을 움직이는 걸까? 어떻게 긴 목과 커다란 몸을 지탱하는 걸까? 라는 의문에서부터 그의 연구는 시작되었다. 기린에게는 총 7개의 경추가 있고 14개의 흉추가 있는데 제1 흉추가 움직이는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제1흉추는 흉추지만 경추같은 기능을 하는 흉추가 아닐까라는 거였다. 그러한 의문으로 논문의 주제로 삼고 기린을 해부하기 시작했고 연구의 매진하였다. 




저자는 기린 뿐 아니라 기린과 비슷한 오카피도 해부하였는데 새끼 오카피를 해부하므로써 기린의 제1흉추의 역할을 제대로 파악하였다. '기린의 제1흉추는 흉추지만 기능적인 면으로 보았을때 '8번째 목뼈'인 것(192페이지)'이었다. 기린은 높은 곳의 잎을 먹고 낮은 곳의 물을 마시는데 이 두 가지 요구를 동시에 만족하게 했다. 즉 다 자란 기린은 특수한 제1흉추 덕분에 머리의 도달 범위가 50센티미터 이상 확대된다고 추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린에게 매혹된 소녀가 기린 연구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그 과정을 담은 글이다. 요즘 아이들은 무언가 특별히 되고 싶은 게 없다고 한다. 꿈이 없는 아이라는 거다. 기린 해부를 위해 연말연시를 반납하고서라도 기린 연구에 매달렸던 그 열정이 부럽기도 하다. 좋아하는 것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는 저자의 연구 결과에 감탄의 박수를 보낸다.  


#나는기린해부학자입니다  #군지메구  #이재화  #더숲  #책  #책추천  #책리뷰  #에세이  #에세이추천  #일본에세이  #과학  #생명과학  #기린  #해부  #해부학자  #자연과학  #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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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2-22 0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덕질이 인정받는 사회이기에 좀더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
 













오늘이 여동생 생일이다.

만나지도 못하기에 어젯밤 카카오톡으로 선물을 골라 아침 일찍 보내고는,

인터넷 서점을 뒤지는 중 BTS 디아이콘을 발견했다. 


조금만 늦게 알았더라면 여동생이 좋아하는 BTS 진이 편 선물 사줄걸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여동생에게 링크를 보내자 벌써 샀다고 하는.

역시 빨라. 


나는 정국에게 관심가던데,

이참에 정국에게 덕질을 해봐?!!

















#방탄소년단  #BTS  #정국  #진  #RM #뷔  #슈가  #제이홉  #지민  #디스패치 #디아이콘  #D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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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2-18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방탄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 일인인데 이렇게 한사람씩 사진을 올려주시니 한눈에 보기 좋네요. 이왕이면 이름도 올려주시지. ^^;;

coolcat329 2020-12-18 13:34   좋아요 3 | URL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국, RM,진, V, 제이홉, 슈가,지민 입니당.😅

라로 2020-12-18 13:5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정국이가 리더인거죠???^^;

coolcat329 2020-12-18 14:07   좋아요 3 | URL
리더는 RM 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라로 2020-12-18 14:09   좋아요 1 | URL
아, 네~~^^;;

coolgirl375 2020-12-19 0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국이 덕질 시작 강추합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거에요^^-방탄입덕 1년째 된 , 입덕후 인생이 바뀐 최애는 정국인 1인

Breeze 2020-12-22 10:01   좋아요 1 | URL
덕질도 부지런해야 가능한 거 같습니다.
대단하십니다. ^^

scott 2020-12-22 14:52   좋아요 0 | URL
V와 지민
사랑 ♡ ♡이였는데,,,,
정국이,,,
(*¯︶¯*)

gojealove 2020-12-25 0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두달전부터 늦덕인데 맨낼 달려라방탄보고 죽겠어여 ㅎㅎ
 
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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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에 보았던 영화 <살인의 추억>이 떠오른다. 공소시효만료를 앞두고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미제사건이 되어, 피해자들의 가족들에게 더없이 안타까움을 주었던 영화였다. 우리는 신문지상에서  그 사건들을 간헐적으로 봐왔지만, 막상 영화에서 그 사건을 대하는 이들을 보고는 꼭 잡혔으면하는 안타까움이 일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이 작품 『64』또한 오래된 유괴사건의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있는 사건 '64'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1987년 일본의 군마현에서 있었던 '오기와라 요시아키 소년 유괴살인사건'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당시 유괴사건을 취재하던 기자로서 공소시효가 만료된 2002년에 작품을 시작했다고 하니 그가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주인공인 '미카미'에게 투영하지 않았나 싶다. 

 

작품에서의 『64』는 쇼와 64년에 일어난 사건이라 하여 사건명이 '64'라고 붙여졌다. '미카미'는 D현 경찰서의 홍보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다. 경무부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발로 뛰어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잡는 형사와는 달리 내부에서 근무하는 사무직으로 형사들에게서, 형사들과는 다른 족속이라는 식의 폄하를 받는다. 경찰서의 홍보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사건이 생겼을때 경찰서 출입기자단들에게 사건의 개요를 알리기도 하고, 통제하기도 하는 역할을 한다. 형사들에게는 사건을 캐려는 자들로 비치고, 기자단들에게는 알면서도 숨기지 않나 하는 의심을 받기도 하는 자리다.

 

홍보담당관 미카미에게는 자신과 똑닮은 딸 아유미가 있다. 아유미는 미인인 엄마를 닮지 않고, 아버지 얼굴을 닮았다는 게 너무 싫고, 죽고 싶어해 석 달전에 가출했다. 혹시라도 시체라도 찾았나 싶어 체형이 비슷한 시체가 나왔다는 말에 아내와 함께 확인을 했지만, 자신의 딸이 아닌 걸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시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건,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가출해 생사를 알수 없어 아내는 외출도 하지 않고, 전화기 옆에만 붙어 있지만, 그걸 알면서도 다그치지도 못하며, 또한 기자들을 상대해야하는 홍보담당관으로서의 일이 있다.

 

상관으로부터 본청의 청장이 과거 14년전의 미제 유괴살해사건인 '64'의 사건현장과 유족의 집을 방문해 사건 해결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에 홍보실의 미카미는 유족의 집에 방문해 청장의 방문 허락을 해달라고 하지만 유족은 거절한다. 유족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미카미는 '64'에 관련된 형사들을 찾아다니지만, 과거 아마미야 쇼코가 유괴되었을때 자택에서 대기했던 팀들도 찾아가지만, 사건 이후로 경찰을 그만두고 연락이 되지 않는 이도 있고, 사건을 캐는 미카미를 경무부에 물들은 형사 출신 미카미로 보기 시작하는 형사들때문에 숨어있던 진실을 알기가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소설 『64』를 여타의 추리소설이 아닌 경찰소설을 썼다. 경찰이 주인공이고 유괴살해사건이 생겼을때, 사건을 추리하며 해결해가는 경찰관들의 모습보다는 경찰 내부와 외부 조직의 관계와 갈등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무직이라고 할 수 있는 경무부서의 일의 특성과 그들을 사무직으로만 바라보는 발로 뛰는 형사부들의 심리가 들어있었다. 형사들은 살인사건이나 유괴사건이 생겼을때, 출동한 후부터 사건을 해결하고자 밤을 지새우는 일이 많고 직접 몸으로 뛰며 살인범들을 잡고자 하는 행동형 사람들이다. 그에 비해 사무실에서 일하며 정시에 퇴근하는 경무부서의 일을 우습게 보는 것도 사실이다. 형사 출신인 미카미가 홍보담당관으로 인사이동으로 왔을때 그를 바라보는 홍보실의 직원들도 2년후면 형사부로 돌아갈 것으로 보고, 미카미 또한 자신이 있을 곳은 형사부라는 생각을 짙게 하고 있었다.

 

기자 출신인 요코야마 히데오의 『64』는 날카롭고 강렬했다. 미카미의 입을 빌어 형사의 감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고,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직무를 다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우리는 알 수 있었다. 인간이 어떤 일 하나로 얼마나 심약해지는 지, 또한 얼마나 집요하고도 철저해질 수 있는지 다양한 인간상들을 볼수 있던 작품이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식을 위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못한 점, 누군가를 아끼기 위해 사건의 한 실수를 과감하게 덮을 수도 있는 점, 더 나은 것을 얻기 위한 것이었음을 우리는 알 수 있었다. 


작가는 우리에게 휴머니즘을 이야기한다. 약한 인간이지만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64  #육사  #요코야마히데오  #검은숲  #책  #책추천  #책리뷰  #소설  #소설추천  #일본소설  #일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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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 즈음, 시인의 신작 시집 출간을 앞두고 두 권의 시집을 구매했다. 얇은 시집이라 가방에 가지고 다니며 조금씩 읽으려고 했다. 어쩐지 몇 장을 이어 넘기지 못했다. 아직 나는 시인의 시에 적응중이었다. 열심히 적응하다고 거의 일 년 가까이 되었다. 이제는 더이상 미루지 못해 다시 시집을 펴고 읽기 시작했다. 연이어 두 권의 시집을 읽었더니 시인에게 조금은 적응이 되었다. SNS에서 보이는 그 직설적인 모습과 닮아 있는 시였다. 


나만 이런 느낌을 갖는 게 아니었다. 김민정 시인을 가리켜 '거칠고 직설적이고 극단적' 이라고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제목에서부터 약간 외설적인 게 느껴진다. 하지만 시인은 직설적이었을 뿐이다. 아무것도 거리낄게 없이 그대로로 표현하는 시인이라고 보였다. 


이번 시집의 화두는 '곡두'다. 곡두란, '눈앞에 없는 사람이나 물건의 모습이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 가뭇없이 사라져버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래서 시집의 모든 시에는 곡두 숫자가 새겨져 있다. 


······ 얕은 바람에도 잘게 흔들리는 내 마음의 실루엣이 고스란히 거기 담겨서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이니까 나 보라고 떠주는 그 한 삽의 마음. 보이는 마음은 써야 하는 마음, 쓰인 마음은 읽어야 하는 마음. 읽힌 마음은 들킨 마음. 들켜진 마음은 번지는 마음. 시는 그렇게 들불처럼 퍼져서 비밀이 안 되어야 하는 마음.  ······  아 젓가락은 왜 자꾸 떨어지고 지랄일까 딴청 피우듯 말하는 나의 마음. 이 마음. 다 만나려고 이별하고 또 이별하려고 만나는 것을 끝끝내 알아버린 나의 마음. 이 마음의 쓰기는 끝끝내 말로는 끝이 안 나서 있는 연필 두고 자꾸만 새 연필 사러 가게 만드는 나의 마음. 이 마음. (36~37페이지, 「네 삽이냐? 내 삽이지! - 곡두 13 」 부문)


처음 읽었을 때는 잘 모르겠더니 다시 읽으니 너무 좋다. 그 모든 직설적이고도 거친 언어가 아닌 마음 그대로를 표현하는 시 였다. 이래서 시를 계속 읽는거지, 하며 혼자 뇌까린다. 시는 한번만 읽어서는 모른다. 두 번 혹은 세 번 읽어야 그제야 조금씩 마음에 들어온다. 몇 번을 읽으면 그저 가슴에 쏙 박힌다. 


······

차분한 차가움의 온도여.

여정은 어디로 이어지는 것일까?

멈춤이래도

너는 멈추지 않을 수 있을까?

당신이 갔대도

당신은 당신이 있는 곳으로

어떻게 갈 수 있을까?

내 속의 내가 나는 아니라 할 적에

나는 나일 수 있을까?

사물이 사물 속으로 들어가듯

사물이 사물 속에서 나오듯

감동하지 않고

나는 이제 어 이상

헤아리지도 않는다. (95페이지, 「우리는 그럴 수 있다 - 곡두 33」)


세월을 가늠할 수 있는 건 시어 혹은 문장에서도 나타난다. 

거칠고 날것 그대로의 시는 좀더 부드러워졌다. 

그럼에도 직설적인 건 여전하다. 

이제 그게 싫지 않다.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오히려 솔직함으로 다가온다. 


이래서 시를 계속 읽는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에 와닿는 시.

적응중이었던 시인에게 어느새 적응 완료 상태다. 


사람들과의 대면 교류 대신 책과 씨름하는 비대면의 시대에 그래도 이 시집을 끝까지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다시 또 읽는다면 더 좋아지겠지. 지금보다도 훨씬. 시를 읽는 사람이고픈 지금의 나. 나에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기에 그렇다.











#너의거기는작고나의여기는커서우리들은헤어지는중입니다 #그녀가처음느끼기시작했다  #아름답고쓸모없기를 #날으는고슴도치아가씨 #김민정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책  #책추천  #책리뷰  #시  #한국시  #시집  #시집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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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14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시집에 시인이 적은 ‘나는 너의 부록‘

가장 사랑하는 것은 없다.
많은 사랑이 있을것이다.

breeze님 글을 읽으니 오늘,김민정 시 다시 꺼내 읽어야겠어요. ^.^

Breeze 2020-12-22 10:02   좋아요 1 | URL
저도 다른 분의 시집 리뷰를 보면 시집을 꺼내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