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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기계들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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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로 대화하는 시대다. 상상력의 산물이라고만 생각해왔던 AI 기능이 점점 현실화하는 추세다. 죽은 사람의 모습을 실제와 비슷하게 만들어낼 뿐 아니라 AI 인간이 대중매체에서 실제 인간처럼 활동한다. 인조인간이 인간들 틈에 섞여 살아가지 않는다고 보장하지 못하겠다. 다양한 소설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여 인간과 AI인간의 경계를 어디까지 둘 것인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소설은 어머니의 유산으로 최초의 인조인간을 구매하게 된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컴퓨터과학자인 앨런 튜링은 1941년 제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에니그마 암호해독으로 연합군의 승리를 이끈 인물이다. 앨런 튜링이 소설 속에서 살아남아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끌어 인조인간을 만드는데 기여한 인물로 나온다.
그럴듯한 용모와 지능을 갖추고 표정 변화가 가능한 인조인간이 시판에 들어갔다. 열두 개의 아담과 열세 개의 이브를 판매했다. 이브는 진작에 팔려 찰리는 아담을 구매했다. 가까워지고 싶은 위층의 미란다와 함께 아담의 성격과 감정을 형성하기로 했다. 아담의 눈은 연푸른색 눈동자에 아주 작은 수직 막대 모양의 검은 반점들이 박혀 있었다. 어쩌면 자기가 부리는 기계라고 생각했던 아담이 미란다를 좋아한다고 고백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감정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아담은 사회 전반적인 지식과 구조를 습득하였고, 정의가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직접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었다. 언젠가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었던 마크를 보호하려고 했던 경험이 있는 찰리의 집에 마크가 찾아왔다. 아이를 좋아하는 미란다는 마크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 다음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담은 이후에 벌어질 불상사를 예견하며 아동복지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직접 신고했다. 또한 미란다가 약간의 거짓말쟁이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감정과는 별개로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찰리는 어떻겠나. 미란다와 자는 사이고, 연애 감정으로 발전하는 관계였다. 그런데 아담이 미란다를 좋아한다고 고백하니 질투 감정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혹시 자기 모르게 만나는 건 아닐까. 기계와 사람을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시기의 감정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 인간과 기계의 감정 교류, 우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란 무엇인가. 인간과 기계의 중간에서 감정을 교류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기계를 잃고 그리워할 수도 있는 것일까.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다고 해도 감정을 느끼고, 기억하고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존재이지 않을까. 단순히 기계라고만 주장할 수 없게 됐다.
아담을 보내고 찰리가 느끼는 감정을 보면 그 해답이 있다. 아담의 판단과 선택으로 한 행동이 불러온 결과에 당황하고 화도 났으나 다르게 보면 불로소득은 신고하여 세금을 내고 누군가에게 나눠주는 게 옳은 행동이지 않나. 그리고 아담을 그리워하는 자기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인 것 같다.
나 같은 기계들과 당신 같은 인간들에 대한 시죠. 우리가 함께할 미래…… 우리에게 다가올 슬픔. 그 일은 일어날 거예요. 세월과 함께 개선이 이루어지면…… 우린 당신들을 넘어서고…… 당신들보다 오래 살 거예요…… 당신들을 사랑하면서도요. 내 말을 믿어줘요. 이 시는 승리를 노래하는 게 아닙니다…… 오직 회한뿐이죠. (418페이지)
이언 매큐언의 최초 SF소설로 우리 미래를 예견하는 것과 동시에 인간과 기계가 한데 어울리는 세상과 그로 인한 감정의 격차를 바라보게 했다. 아담이 했던 말이 인상적이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한 세상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수많은 데이터로 무장한 기계들 틈에서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했다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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