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 기린 덕후 소녀가 기린 박사가 되기까지의 치열하고도 행복한 여정
군지 메구 지음, 이재화 옮김, 최형선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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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과학 분야의 글을 읽을 때마다 놀란 게 일본은 다양한 생명과학 분야를 연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건 미우라 시온의 소설 『사랑 없는 세계』였다. 식물들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인데 이 소설을 읽은 후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없고 일본은 있는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있는 이유가 있다는 거였다.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거다. 한편으로는 부러운 환경이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도 일본은 참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는구나 였다. 물론 저자 군지 메구는 어렸을 때부터 기린을 좋아해 기린 그림을 그리는 등 온통 기린에 관심을 가졌다. 어렸을 적에 그린 그림을 보니 목을 길게 표현해 기린의 특징을 제대로 잡았다. 한살반 때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도 기린 인형을 선택해 올라타 있을 정도다. 군지 메구가 대학에 갔을 때 좋아하던 기린을 연구하고 싶다는 말에 그렇게 해보라고 말해주었던 교수님 덕에 그는 기린 연구를 할 수 있었다. 




기린 연구의 시작은 죽은 기린 사체의 해부였다. 군지 메구는 각 과학 박물관이나 동물원에 명함을 건네주며 기린을 연구하니 사체가 나오면 해부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을 전하곤 했다. 저자가 해부한 기린은 총 30마리. 주로 겨울철에 죽은 기린 때문에 크리스마스나 명절 때도 사체가 나왔다는 전화를 받으면 바로 뛰어나가곤 했다. 한번 해부를 시작하게되면 부패때문에 일주일 가량을 꼼짝없이 매달리기 때문에 연락이 잘 되지 않는 건 기본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동물이라 겨울철에 기린 부고 소식이 들려오는 까닭에 저자는 최근 5년 동안 연말연시에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고 한다. 송년회나 신년회 참석 여부를 물어보면 '기린이 죽지 않으면 갈게'라고 단서를 단다. 갑자기 생긴 해부 일정때문에 약속을 취소한적도 있다고 하였다. 


생명을 다하여 죽은 기린을 해체하여 해부 작업을 실시 하는데 한번에 다 옮길 수 없으니 조각을 내어 운반하게 된다. 기린은 어떻게 저 긴 목을 움직이는 걸까? 어떻게 긴 목과 커다란 몸을 지탱하는 걸까? 라는 의문에서부터 그의 연구는 시작되었다. 기린에게는 총 7개의 경추가 있고 14개의 흉추가 있는데 제1 흉추가 움직이는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제1흉추는 흉추지만 경추같은 기능을 하는 흉추가 아닐까라는 거였다. 그러한 의문으로 논문의 주제로 삼고 기린을 해부하기 시작했고 연구의 매진하였다. 




저자는 기린 뿐 아니라 기린과 비슷한 오카피도 해부하였는데 새끼 오카피를 해부하므로써 기린의 제1흉추의 역할을 제대로 파악하였다. '기린의 제1흉추는 흉추지만 기능적인 면으로 보았을때 '8번째 목뼈'인 것(192페이지)'이었다. 기린은 높은 곳의 잎을 먹고 낮은 곳의 물을 마시는데 이 두 가지 요구를 동시에 만족하게 했다. 즉 다 자란 기린은 특수한 제1흉추 덕분에 머리의 도달 범위가 50센티미터 이상 확대된다고 추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린에게 매혹된 소녀가 기린 연구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그 과정을 담은 글이다. 요즘 아이들은 무언가 특별히 되고 싶은 게 없다고 한다. 꿈이 없는 아이라는 거다. 기린 해부를 위해 연말연시를 반납하고서라도 기린 연구에 매달렸던 그 열정이 부럽기도 하다. 좋아하는 것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는 저자의 연구 결과에 감탄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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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2-22 0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덕질이 인정받는 사회이기에 좀더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