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다시 벚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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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 사랑하는 사람이 모여 가정을 꾸려 가족을 이룬다. 힘든 일도 있고, 좋은일, 즐거운 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가족이지만 누구 하나에게 무슨일이 생겼을때 그에 대처하는 가족들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서로가 합심하여 뜻을 같이 하는 이도 있고, 가족의 고통을 외면하는 이도 생기는 법. 이로 인한 갈등으로 평생을 의절하고 사는 가족들도 있다. 타인이 그 가족들에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것이 가족만이 아는 각자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고통은 아는 자 만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이 에도 시대의 무사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추리소설이 주를 이룬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비채에서 나온 『벚꽃, 다시 벚꽃』은 가족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었다. 할복자살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파헤치고 아버지의 오명을 벗기고자 낭인이 되어 에도로 들어온 풋내기 무사 쇼노스케의 이야기이다. 네 편의 연작 소설처럼 이어진 작품 속에서 미야베 미유키는 몇 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

 

  첫째는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아버지의 필체와 똑같은 위조된 문서로 인해 아버지는 할복자살을 했다. 어설픈 무사인 자신과는 다르게 무인기질이 뛰어난 형을 더 좋아했던 어머니와 다정다감했던 아버지와 닮았던 쇼노스케는 어머니와 형을 떠나 에도로 와 무라타야 대본소의 도움을 받아 필사 일을 하고 지내고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서민들이 있는 곳이지만 이 곳에는 따스함이 있다. 낭인이 되어 에도로 들어와 아버지의 오명을 벗기고자 아버지의 필체를 위조한 사람을 찾고자 한다. 어떠한 연유로 누구의 사주로 문서를 위조했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했던 형과도 쇼노스케보다는 형 가쓰노스케의 영명을 위해 애썼던 어머니와의 관계도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두번째는 미야베 미유키의 추리소설에서도 사랑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특별한 일이 없이 필사를 하며 지내는 벚꽃이 흩날리는 날에 단발머리를 한 여자를 보게 되었던 것. 벚꽃의 정령처럼 느껴지던 여자였다. 갑자가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져 이 세상 사람이 아닌가 싶은. 마치 꿈속에서 일어난 일인듯 싶었다. 그 여자는 와카라는 이름을 가졌고, 재봉점 와다야의 외딸이었다. 대본소 무라타야의 지헤이에게 물었으나 그 여자를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 벚꽃 정령 같았던 와카와 함께 마을에 일어난 일들을 해결하는데 와카는 보기와는 다르게 수줍지도 않았고 말괄량이 기질이 있었다. 다이치의 누나인 긴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눈치를 채지만 자신은 긴을 여자로 바라본 적이 없었고 와카만을 마음에 품었다. 낭인이지만 스물두살의 젊은 무사이고, 자신보다는 더 활달하고, 자신이 미처 생각지 못한 면을 보는 와카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숨길수 있으랴. 그렇다고 쇼노스케와 와카가 여느 소설에서처럼 연애를 하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수줍은 벚꽃잎처럼 마음만 담고 있을 뿐.

 

 

 

 

 

 

 

 

  세번째는 글속에 숨어 있는 사람의 마음을 나타낸다는 것이었다. 글씨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 조금은 엿보이는 데, 글씨를 보고 그 글씨를 썼던 사람의 마음이 보인다는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글씨를 썼을 것이다라는 심리상태까지 볼 수 있다는 것. 사실 소설을 읽으며 작품을 쓴 소설가를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리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러이러한 성격이겠구나. 단정한 글에서 단정한 작가의 모습을. 세심한 글에서는 세심한 성격을 가진 작가의 모습을. 호방한 글을 쓰는 작가의 모습등을 발견하는 기쁨이 크다. 그래서 자신과 맞는 작가의 글을 더 선호하기도 하고, 새로운 감정을 느껴보고자 새로운 작가의 글을 읽기는 하는 것임을 안다. 

 

사람은 눈으로 사물을 본다. 하지만 본 것을 기억하는 것은 마음이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눈으로 본 것을 마음에 기억하는 일의 축적이며, 마음도 그럼으로써 성장한다. 마음이 사물을 보는 데 능해진다. 눈은 사물을 보기만 하지만, 마음은 본 것을 해석한다. 그 해석이 가끔은 눈으로 본 것과 다를 때도 생긴다.  (451페이지)  

 

  얼마전에 레이먼드 카버의 『풋내기들』이라는 작품을 필사한 적이 있었다. SNS의 발달로 손글씨보다는 키보드에 익숙해져 손글씨로 쓰는 것에 어려움도 처음엔 있었는데 글씨를 쓴다는 것의 매력을 다시한번 느꼈다. 또한 필사로 인해 책 속의 글을 더 음미할 수 있었다는 것. 앞으로도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필사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글은 마음의 창이라고도 한다. 글에서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글을 쓸때도 함부로 쓰지 않고, 남에게 보이는 글씨를 쓸때도 정성을 다해 쓰지 않는가. 마음을 다해 쓴 글씨와 마음으로 나타나는 글. 이 또한 마음의 창이기 때문일터다. 

  에도 시대의 젊은 무사의 이야기지만 느껴지는 감각은 현대를 말하는 것과도 다르지 않았다.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무사가 소시민인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다정다감한 면을 볼수 있었고 잔잔한 일본 특유의 소설을 보는 듯 했다. 미야베 미유키의 색다른 글의 매력을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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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다시 벚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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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핀 아름다운 계절에 벚꽃 정령과 같은 여자에게 끌리는 어설픈 무사의 사랑이야기, 더불어 가족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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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2015 제3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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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병모 작가의 책들을 거의 다 만나보았다. 작가의 첫작품인 『위저드 베이커리』에서부터 『아가미』, 『방주로 오세요』, 『피그말리온 아이들』과 『파과』까지 읽었으니 작가를 꽤 좋아한다고 자부할 수 있다.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은건 단편 『고의는 아니지만』 뿐이다. 그리고 또다른 단편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이란 작품을 만났다. 노란색 표지를 가지고 있는 작은 사이즈의 책을.

 

  한 권에 수록된 작품은 여덟 편의 단편이다. 작품마다 개성이 풍부하고 구병모 작가 특유의 감성을 느낄수 있는 소설이다. 그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죽음이라는 주제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죽음이란 단어 앞에서 움츠려들고 피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우리가 매일을 살아가는 것처럼 죽음도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인것도 같다. 가까운 내 가족에게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언젠가는 다가올 일이며, 주변에서는 누군가 죽어나가고 그에 조문을 다녀오기도 하는 것을 보면. 그렇지만 피하고 싶은게 또한 죽음이라는 단어, 죽음의 고통과 그로 인한 상처에게서 피하고 싶은것 또한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가들은 소설속에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책을 읽는 독자는 무의식적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죽음이라는 것은 최근의 한국문학에서 없어서는 안될 주제인것처럼 많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각자 표현하는 방법만 다를 뿐 전체적인 느낌은 어두운 감이 없잖아 있다. 술술 읽히는 외국 소설에 비해 우리나라의 작품이 조금은 심연의 느낌을 다뤄 독자들이 우리나라 문학은 어렵다는 인식을 갖는다고도 하는데, 여러 작품을 읽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는다. 다만 조금만 밝은 작품을 썼으면, 그런 작품을 우리가 읽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작가의 첫번째 단편 「여기 말고 저기, 그래 어쩌면 거기」라는 작품에서도 장례식이 있다는 문자를 받고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작품이었다. 일명 양치기 소년이었던 친구. 친구의 독특한 이력으로 인해 몇번의 장례식 소식을 들었고, 이번에는 진짜 장례식임을 알았던 것이다. 교수님을 모시고 학술대회를 갈것인가, 오랜 친구의 장례식에 갈 것인가 고민하면서 친구 하이의 삶을 반추해 보는 내용이었다. 어쩌면 삶은 과거의 기억들 때문에 현재를 살아가는 것도 같다. 나의 기억, 친구들과의 기억, 사십 정도 되는 나이가 되면 어느 누군가는 죽기도 할 것이고, 죽은 친구에 대한 기억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번째 작품은  「파르마코스」라는 작품으로 신화적인 이야기였다. 또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인  「금도끼 은도끼」의  시작과 느낌이 비슷했다. 이 글의 주제어는 '갈증'이었다. 심한 갈증때문에 일어난 일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뭄이 심해 마을의 우물물이 말라 먹을 식수마저 부족해 한집에 한 바가지씩만 배급해주고 있었던 때, 수는 물을 달라는 말에 아무런 말없이 가족이 마실 물에서 조금 건네주고 나서 장미나 진주, 다이아몬드를 토해냈다면, 물을 주지 않았던 언니 루에게는 지렁이, 개구리 등을 토해내게 했다. 지렁이, 개구리 들이 살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했고, 루가 토해낸 미물 만큼 물이 냇가에 흘렀던 것. 이로써 루는 언덕위에서 혼자 기거하게 되었고 그곳은 감옥아닌 감옥이었던 것이다.

 

  「관창」에서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우연히 만난 동창생과의 사이에 아이가 생겨 결혼하고서 사업에 망한 남편. 집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시누이, 아이는 먹을 것이 없어 울고 그런 아이를 안고 길을 걷다 미술관 앞에서 그림을 발견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의 이상과 현실앞에서 무너져야 했던 한 여자의 아픔이 엿보인 작품이었다.

 

  한 오지라퍼의 이야기인 「이창」을 읽으면서 나 또한 오지랖을 부리지 않기 위해 했던 생각들을 떠올리게 했다. 아파트 건너편으로 보이는 모자의 모습에 아이를 학대한다고 생각하고 경찰에 신고하고 직접 찾아가기까지 하며 아이의 엄마를 탓했던 여자의 이야기였다. 아이와 엄마는 서로 장난을 치며 노는 것이었을까 아님 엄마가 아이를 발로 찬 것이었을까. 이럴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묻는 작품이었다. 남의 가정사니 그냥 모른척할까 분명히 아이를 학대하는 걸로 보이니 경찰에 신고를 해야할까.

 

 

 

  이 외에도 여러 편의 작품이 있었고, 작품을 읽으며 구병모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 실제로 있음직한 일인 것 같으면서도 상상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처럼 느껴진 소설이었다. 비서로서 살아가는 것, 사회복지사로서 살아가는 것. 직업의 다양성처럼 우리 삶도 다양하다는 것. 다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구병모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좋았는데 단편소설을 리뷰로 나타내자니 참 어렵긴 하다. 하나의 마음보다는 여러 갈래로 나눠지는 감정들때문에 책을 읽는 시간도 오래걸리고,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기기도 참 오래 걸리는 구나. 며칠을 고민하며 쓴게 고작 이 정도라니. 그렇지만 구병모 작가의 작품이기에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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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5-1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리 엄청 잘하셨는걸요^^ 전 겨우 3편 읽었어요~

Breeze 2015-05-14 10:56   좋아요 1 | URL
단편은 리뷰쓰기가 겁나 힘드네요. ^^
 
나와 춤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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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좋아하는 터라 꽤 읽는 편이다. 긴 호흡을 간직하며 읽어야 하는 하나로 엮이는 스토리인 장편을 더 선호하지만, 최근엔 짧은 호흡과 함께 다양한 감정을 느낄수 있는 단편도 자주 읽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단편을 읽기는 편하다. 하지만 글로 나타내기는 감정이 분산되기에 좀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다. 소설중에서도 추리 소설은 특히 장편을 선호하는데, 장편에 비해 단편 추리소설은 이야기가 시작되려는 시점에 끝나버리는 듯한 아쉬움이 커서 장편을 더 읽게 된다. 온다 리쿠의 추리소설을 꽤 여러 편 읽었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갖게 하는 소설을 쓰는 작가가 단편은 어떻게 나타낼까. 그것도 한 권에 열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어떤 느낌을 갖게 할까 못내 궁금했다. 

 

  온다 리쿠는 단편에서도 노스탤지어적 느낌이 강했다. 짧은 소설, 시작되었다가 갑자기 끝나는 느낌에서도 싫은 게 아닌 어쩐지 아련한 감정이 일게 했다. 어려 편의 단편인 만큼 다양한 인물, 다양한 사건, 다양한 사연들로 채워진 작품이었다. 쉼없이 무리없이 읽혔고 단편에서 느끼는 어려움도 없이 담백하게 읽혀졌다.

 

 

 

  열아홉 편의 단편은 함께 짝을 이루는 작품도 여러 편이 있어 연작을 읽는 느낌을 가질수 있었고, 한 편에 여러 이야기가 있는 것도 있었다. 소설 속 배경이 타이완인 작품이 두 편이나 있어서 작가가 타이완에 머물고 있는 걸까 잠시 생각하기도 했었다. 몇 번의 방문으로도 현지에서 머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작가의 역량이리라.

 

 

 

 

 

 

  책의 마지막에 실려있는 「도쿄의 일기」를 읽으면서는 소설의 타이완을 배경으로 삼은 작품에서처럼 작가가 타이완에 머물다가 도쿄에 방문한 느낌을 일기로 나타냈나 싶었다. 나중에 책의 뒷편 작가의 말에서 읽어보니 미국의 작가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손자가 쓴 일기라는 설정이라고 했다. 역시 놀라웠다. 작가는 이처럼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바를 글로써 나타낼 수 있구나. 작가는 외국인의 눈으로 도쿄를 바라보는 느낌, 도쿄의 거리, 음식, 도서관의 풍경들을 일본제 노트에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일기처럼 표현했다.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나와 춤을」을 읽으면서도 나도 몰래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검은 옷을 입고 벽의 꽃 장식처럼 혼자 서 있는 한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누군가 자신에게 춤을 청해주지 않을 것 같아 우두커니 서 있는 소녀에게 흙색 옷을 입은 한 소녀가 다가온다. 본격적인 춤 지도를 받았다는 그 소녀의 말 한마디 '나랑 춤추자.' 스포트라이트처럼 비쳐드는 빛 속에서 두 소녀는 춤을 춘다. 두 소녀의 점프 점프 점프. 춤추는 소녀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점프 점프 점프하고 있는 소녀들. 즐거워 보이는 소녀들의 모습에서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춤이라는 건 남자는 여자와, 소녀는 소년과 추어야 하지 않겠느냐는게 일반적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춤을 출 수 있다는 것. 나와는 춤을 추어줄거라는 것. 그래서 춤을 출 상대를 선택할 수 있었다는 소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만약 동물이 사람 말을 알아듣고, 그걸 글로 쓸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 사람만이 알고 있었던 일들을 개나 고양이가 빤히 바라보아도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개나 고양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글을 읽고 쓸수 있다면? 이런 가정을 나타내는 단편이 있었다.

 

 

 

  개나 고양이가 사람 말을 한다라고 가정했을때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단편은  「충고」와  「협력」 이라는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은 각각 짝을 이루는 작품으로 글을 쓸 줄 아는 개가 죽음을 목숨을 구하는 작품이  「충고」이며, 아내를 함정에 빠뜨리는 역할을 하는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  「협력」이란 작품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정이었다. 가정에서 많이 키우는 개나 고양이를 등장시켜 짜릿함 혹은 으스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에서 실소를 터트릴 수 밖에 없었던 작품이었다.

 

 

 

 

 

 

 

  대부분이 실화라는  「죽은 자의 계절」에서는 죽은 자의 기운이 서려있는 계절이 있다면 얼마나 섬찟할까를 나타낸 작품이다. 돌고 도는 계절속에서 죽은 자에게 어울리는 계절은 언제일까. 늘 우리들 곁에서 떠나지 않은 죽은 자들의 존재. 지금 어딘가에서도 내 주위에 그들이 있을까. 주위를 한번 둘러보게 만들었다.

 

 

 

너무 온갖 게 머리에 떠올라서 글이 안 써져. 다 표현을 못하겠어. ( 「나와 춤을」 중에서) 이 말처럼 많은 것을 느꼈던 작품이지만 글로써 다 나타낼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아, 절대 놓지지 마아야 할 것이 있다. 대부분의 양장본은 속표지 위에 책의 내용을 암시하는 겉표지가 있게 마련이다. 책을 읽을때 항상 속표지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꺼내보게 되는데 이 작품은 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 위 두번째 사진에서처럼 속표지에 단편이 실려있다는 것. 세로로 된 글자로 된 짧은 단편을 절대 놓치지 말것.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양 조금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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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에 대한 고집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신경림 감수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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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기 즐겨하고 시를 좋아한다고는 생각하지만 나의 시읽기는 편협한 시읽기 였다는 걸 이번에야 알았다. 시집은 오래전 외국의 유명한 시인들이 쓴 시만 읽었고, 요즘에 읽는 시는 한국의 시들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 그러고보면 현대시들은 한국의 작가들의 시만 읽어온 것 같다. 이렇게 편협할 수가.

 

  그런 의미에서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집은 내게 큰 의미가 생겼다. 내가 현재 살아있는 외국 작가의 시를 읽는다는 것. 이처럼 외국 시인의 시를 읽는다는게 굉장히 새로운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일본 시인의 시라니. 비채 아니었으면 읽을 생각도 하지 못했으리라.

 

  표지에서부터 동화적인 느낌이 강했다. 오래전 아이들이 어렸을때에 하루에 수십번 읽어주었던 '사과가 쿵'이란 표지와 비슷하다. 누군가 한 입 베어먹은 사과가 초록색 바탕위에 놓여있는 동화적인 표지다. 표지에서처럼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도 동화적인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 시인들과는 좀더 다른 느낌이랄까. 가까운 나라이지만 감성은 조금씩 다른듯도 하다.

 

그러나 네로

곧 다시 여름이 온다

새롭고 한없이 넓은 여름이 온다

그리고

나는 역시 걸어갈 것이다

새 여름을 가을을 겨울을 맞이하고

봄을 맞이하고 더 새로운 여름을 기대하면서

모든 새것을 알기 위해

그리고

내 모든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  (15페이지, 「네로 - 사랑받은 작은 개에서」 중에서)

 

  죽은 개 네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시다. 네로가 머물렀던 여름이 아닌 다른 여름, 같은 여름인데도 늘 다르게 느껴졌던 네로가 없는 여름에 대한 시였다. 한 사람을 잃고 힘들어하듯 시인은 사랑하는 개 네로에 대해 이처럼 오래도록 슬픔을 잊지 못했나 보다.

 

 

 

 

 

대답할 수는 없다, 사과다. 물어볼 수는 없다, 사과다. 말할 수는 없다, 결국 사과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여전히 ........ (35페이지,  「사과에 대한 고집」중에서)

 

  사과에 대한 본질, 그 어느 것도, 그 무엇도 아닌 사과에 대한 본질을 담은 시였다. 사과 속에 숨은 내용까지는 내가 알지 못하겠지만, 내가 느낀 것은 그저 사과에 대해 말하지 않았나 싶다.

 

고구마 먹고 푸

밤 먹고 푸

안 그런 척 헤

미안해요 파

 

목욕하는 뽀

남 몰래 스

당황해서 뿌

둘이 같이 뿡    (39페이지,  「방귀 노래」전문)

 

  무심코 시를 읽는데 굉장히 재미있어서 나도 몰래 소리내어 읽고 있었다. 방귀를 끼는 사람, 방귀 소리에 대한 것들을 시어로 나타내니 저절로 즐거워졌다.  「방귀 노래」라는 시에서 그의 동심을 느낄수 있었다. 시인은 우리가 즐겨보았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우주소년 아톰》의 주제가를 작사한 작가라고도 하니 왠지 친숙하게도 느껴졌다.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시인이라고 한다.

 

  여러 편의 시와 산문도 실려 있었는데, 산문 또한 '조금 더 긴 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엿보이는 글도 있었고, 시와 산문에 대한 생각들도 엿볼수 있었다. 직업란에 시인으로 할수 없었던 일들에 대한 글도 만날 수 있어, 시인은 하나의 직업이라고 하긴 그렇겠구나 하는것도 느낄수 있었다. 하이쿠 외에 일본인이 쓴 시를 처음 읽었는데 괜찮았다.

 

시는 노래도 그림도 논리도 시시함도 포함되어 있어요. 그리고 말이 되지 않는 '시'는 우리 마음 깊은 곳에, 그리고 일상생활 곳곳에 숨어 있어요. 시는 지구에 있는 숱한 언어들의 차이를 초월해서 우리 의식에 바람구멍을 뚫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부는 바람은 이승과 저승을 잇는 바람일지도 몰라요.  (128~129페이지, 산문 「바람 구멍을 뚫다」중에서)

 

 * 이 시집의 특별한 점은 일본인이 번역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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