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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2015 제3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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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병모 작가의 책들을 거의 다 만나보았다. 작가의 첫작품인 『위저드 베이커리』에서부터 『아가미』, 『방주로 오세요』, 『피그말리온 아이들』과 『파과』까지 읽었으니 작가를 꽤 좋아한다고 자부할 수 있다.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은건 단편 『고의는 아니지만』 뿐이다. 그리고 또다른 단편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이란 작품을 만났다. 노란색 표지를 가지고 있는 작은 사이즈의 책을.

 

  한 권에 수록된 작품은 여덟 편의 단편이다. 작품마다 개성이 풍부하고 구병모 작가 특유의 감성을 느낄수 있는 소설이다. 그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죽음이라는 주제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죽음이란 단어 앞에서 움츠려들고 피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우리가 매일을 살아가는 것처럼 죽음도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인것도 같다. 가까운 내 가족에게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언젠가는 다가올 일이며, 주변에서는 누군가 죽어나가고 그에 조문을 다녀오기도 하는 것을 보면. 그렇지만 피하고 싶은게 또한 죽음이라는 단어, 죽음의 고통과 그로 인한 상처에게서 피하고 싶은것 또한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가들은 소설속에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책을 읽는 독자는 무의식적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죽음이라는 것은 최근의 한국문학에서 없어서는 안될 주제인것처럼 많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각자 표현하는 방법만 다를 뿐 전체적인 느낌은 어두운 감이 없잖아 있다. 술술 읽히는 외국 소설에 비해 우리나라의 작품이 조금은 심연의 느낌을 다뤄 독자들이 우리나라 문학은 어렵다는 인식을 갖는다고도 하는데, 여러 작품을 읽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는다. 다만 조금만 밝은 작품을 썼으면, 그런 작품을 우리가 읽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작가의 첫번째 단편 「여기 말고 저기, 그래 어쩌면 거기」라는 작품에서도 장례식이 있다는 문자를 받고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작품이었다. 일명 양치기 소년이었던 친구. 친구의 독특한 이력으로 인해 몇번의 장례식 소식을 들었고, 이번에는 진짜 장례식임을 알았던 것이다. 교수님을 모시고 학술대회를 갈것인가, 오랜 친구의 장례식에 갈 것인가 고민하면서 친구 하이의 삶을 반추해 보는 내용이었다. 어쩌면 삶은 과거의 기억들 때문에 현재를 살아가는 것도 같다. 나의 기억, 친구들과의 기억, 사십 정도 되는 나이가 되면 어느 누군가는 죽기도 할 것이고, 죽은 친구에 대한 기억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번째 작품은  「파르마코스」라는 작품으로 신화적인 이야기였다. 또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인  「금도끼 은도끼」의  시작과 느낌이 비슷했다. 이 글의 주제어는 '갈증'이었다. 심한 갈증때문에 일어난 일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뭄이 심해 마을의 우물물이 말라 먹을 식수마저 부족해 한집에 한 바가지씩만 배급해주고 있었던 때, 수는 물을 달라는 말에 아무런 말없이 가족이 마실 물에서 조금 건네주고 나서 장미나 진주, 다이아몬드를 토해냈다면, 물을 주지 않았던 언니 루에게는 지렁이, 개구리 등을 토해내게 했다. 지렁이, 개구리 들이 살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했고, 루가 토해낸 미물 만큼 물이 냇가에 흘렀던 것. 이로써 루는 언덕위에서 혼자 기거하게 되었고 그곳은 감옥아닌 감옥이었던 것이다.

 

  「관창」에서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우연히 만난 동창생과의 사이에 아이가 생겨 결혼하고서 사업에 망한 남편. 집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시누이, 아이는 먹을 것이 없어 울고 그런 아이를 안고 길을 걷다 미술관 앞에서 그림을 발견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의 이상과 현실앞에서 무너져야 했던 한 여자의 아픔이 엿보인 작품이었다.

 

  한 오지라퍼의 이야기인 「이창」을 읽으면서 나 또한 오지랖을 부리지 않기 위해 했던 생각들을 떠올리게 했다. 아파트 건너편으로 보이는 모자의 모습에 아이를 학대한다고 생각하고 경찰에 신고하고 직접 찾아가기까지 하며 아이의 엄마를 탓했던 여자의 이야기였다. 아이와 엄마는 서로 장난을 치며 노는 것이었을까 아님 엄마가 아이를 발로 찬 것이었을까. 이럴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묻는 작품이었다. 남의 가정사니 그냥 모른척할까 분명히 아이를 학대하는 걸로 보이니 경찰에 신고를 해야할까.

 

 

 

  이 외에도 여러 편의 작품이 있었고, 작품을 읽으며 구병모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 실제로 있음직한 일인 것 같으면서도 상상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처럼 느껴진 소설이었다. 비서로서 살아가는 것, 사회복지사로서 살아가는 것. 직업의 다양성처럼 우리 삶도 다양하다는 것. 다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구병모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좋았는데 단편소설을 리뷰로 나타내자니 참 어렵긴 하다. 하나의 마음보다는 여러 갈래로 나눠지는 감정들때문에 책을 읽는 시간도 오래걸리고,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기기도 참 오래 걸리는 구나. 며칠을 고민하며 쓴게 고작 이 정도라니. 그렇지만 구병모 작가의 작품이기에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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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5-1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리 엄청 잘하셨는걸요^^ 전 겨우 3편 읽었어요~

Breeze 2015-05-14 10:56   좋아요 1 | URL
단편은 리뷰쓰기가 겁나 힘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