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게 영화 <동주>이지 않았나 싶다. 그 전에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성보라의 찌질한 전남친으로 잠깐 나왔지만 말이다. <동주>에서 나는 배우 박정민의 연기에 반하게 되었다. 이어 <그것만이 내 세상>과 <변산>을 연이어 본 것 같다. <그것만이 내 세상>을 보면서 놀란 게, 물론 영화 <동주>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어쩌면 그렇게 연기를 잘하느냐 였다. 특별히 잘생긴 외모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장애인으로 나와 마치 실제 천재 피아니스트처럼 피아노 연주를 하는데 놀라웠다.


그렇다고 그가 출연한 영화를 다 본 건 아니다. <변산>에서 김고은과 연기 합을 맞춘 것도 좋았고, <파수꾼>에 이은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에서의 아주 짧은 출연 또한 반가웠다. 그렇게 좋다던 <파수꾼>은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에 개봉하기 얼마전에 관람했었다.


배우나 연예인이 쓴 글을 챙겨 읽는 편이 아니다. 아마 누군가의 도움으로 쓰여졌을 것으로 여기기 때문인 것이 없잖아있었다. 박정민 배우의 책이 나왔다는 것도 처음부터 알았지만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개정증보판이 나왔다는 걸 보고 구매하게 되었다. 가볍게 읽어보자는 의미에서였다.


책의 첫장을 열어 첫문장을 읽는데 느낌이 새로웠다. 박정민 배우가 직접 쓴 문장으로 아주 심플하면서도 위트가 있었다. 그만의 경험으로 이루어진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었다. 배우로서, 아들로서, 서른즈음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속엣말을 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 겪어온 이야기들, 느껴온 감정들이었다. 그래서 기분좋은 마음으로 계속 읽어갔던 듯 하다.

무엇보다 글을 참 맛깔스럽게 썼다. 그가 쓴 글을 한번 살펴보자.


누구나 할 수 있는 진부한 말일지 몰라도, 중요한 건 상이 아니고 상을 받아도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는 것일 테다. 만 원 남짓한, 그 피땀 흘려 번 돈을 내고 영화관에 들어오는 관객들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것일 테다. 진실된 눈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는 것. 마치 양조위처럼. 그래서 내가 지금 어디냐면.(35페이지)


연기에 대하여 고민하는 흔적들이 보인다. 그래서 그는 영화 촬영이 끝나면 그 인물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여행을 다녔다. 에세이의 초반엔 주로 홍콩을 방문했던 것 같다. 영화를 찍을 때 하나의 팀을 이루게 된다. 그는 동료들을 믿고 지금 하고자 하는 일들 모두 이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하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애정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동주>를 찍으며 느꼈던 감정들, 함께 찍었던 배우들과의 에피소드. 그리고 그를 있게 해준 가족이야기를 빠트릴 수 없다. 엄마를 표현한 부분에서 툴툴거리지만 마음 속에 든 감정들을 슬며시 표현하는 부분도 좋았다.


듣는 것에 인색한 사회다. 어쩌면 그런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듣기보단 말하는 것에 익숙한 시대. 들리는 것을 듣는 것조차 원하지 않는 이곳에서 듣고 싶어 듣는 행위는 사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나 죽고 싶어

지랄하지 말고 술이나 먹자.(186페이지)


남자로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남다르다. 아버지와 많이 닮은 그는 학창 시절에는 원망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근성' 덕분에 쓰러지지 않았다고 말이다. 자식을 낳으면 그 아이가 아버지의 근성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가족은 애잔한 것같다.


2013년부터 매거진 <topclass>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고, 3년 동안 쓴 칼럼을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은 3년만에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나온 책이다. 배우 박정민의 손글씨와 일러스트가 실려 있다. 그가 다시 글을 썼으면 좋겠다. 그래서 책으로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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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에 미쳐서
아사이 마카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쓴 작가 아사이 마카테는 50세의 나이에 데뷔하였다고 한다. 아주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그의 작품이 좋아 다른 작품들도 출간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졌다. 소설도 유머스럽고 소설 속에 나온 주인공들과 그 인물들의 은근한 다정함이 좋았다. 일본의 에도시대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꽤 재미있다. 이 소설 또한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무사의 아내였으나 사별한 지사토를 주인공으로 하여 에도 시대의 채소로 시장을 주름잡던 오사카의 멋과 맛을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지사토는 습자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해고당하고 집 관리인의 소개로 세이타로의 집에서 마마님의 견습시녀로 일하게 된다. 견습기간동안 제 역할을 할 때까지 급료가 없다. 대신 이 저택에서 기거하므로 별도의 생활비가 들지 않는다. 이곳은 오사카의 야채 도매상 가와치야로 주인은 상인회의 회장이다. 세이타로는 이 집안의 큰 아들로 매사에 허술하여 사람들에게 스카탄(얼간이 혹은 바보, 허당을 일컫는 간사이 사투리)이라 불린다. 그렇지만 세이타로는 채소를 입에 넣기만 해도 산지를 척척 맞추는 능력이 있다.  


막부의 보호를 받으며 야채 도매시장을 운영했던 상인회는 그들 외에 직접 야채를 가꾸어 파는 농부들을 단속한다. 즉 일종의 독점체제였다. 농부들은 행정관에게 노점에서 야채를 팔 수 있도록 노점 판매 허가를 청원한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세이타로다. 문제는 세이타로는 야채를 독점했던 상인회 회장의 큰아들이라는 점이다. 상인회로부터 문제가 되었고 세이타로와 회장인 그의 아버지에게 책임을 물었다. 


주인공 지사토는 원래 에도 사람이었다. 오사카 사람들에게 에도에서 온 여성 지사토는 도시 여인으로 비춰졌다. 예를들면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온 조선 시대의 여성쯤으로 인식되었다는 뜻이다. 남편이 죽은후 에도에서 만주 가게를 운영하는 친정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돈도 없어서 가와치야의 마마님의 시녀가 되었는데 상당히 자주적인 여성이다. 무사들에게든 상인회의 사람들에게도 할말은 하는 인물로 비춰진다. 다소 차가워보였던 마마님 시노도 표현하지 않지만 점점 마음에 들어한다. 지사토는 오사카에서 나오는 음식들을 꽤 음미하며 맛있게 먹는다. 그녀의 먹는 모습은 집주인에게도 마마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복스럽게 비춰진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했으면서도 일본 특유의 그 유머스러움이 살아 있어 좋았다. 에도 시대의 몇몇 인물들과 야채를 독점했던 상인회, 노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청원했던 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역사속 사실들과 몇몇 실제 인물을 포함하여 새로운 인물들을 만들었던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역사소설로도 비춰지고 로맨스 소설로도 읽힌다. 지사토가 농부들을 돕던 세이타로를 다시 보게 되면서 두 사람이 여러 면에서 얽히는 상황들이 은근슬쩍 미소를 짓게 한다. 


오사카에서 나오는 채소와 책 속의 그림으로만 보았던 채소를 만들고 싶은 주인공들의 고군분투가 이 소설을 더욱 빛나게 했다. 오사카라는 도시에 대하여, 그곳의 음식과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더불어 아사이 마카테라는 작가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의 다른 작품들이 나온다면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2014년에 나오키상을 수상한 『연가』라는 작품도 어서 출간되었으면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집콕해 있어 스트레스가 쌓일 때 꺼내 읽기 시작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읽었던 책이다. 시대적 상황을 알지 못해도 소설의 내용을 따라가다보면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되는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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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라스 로마스 - 5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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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재 분들의 100자평을 보니 호평일색이었다.
더군다나 진하고 고소한 맛이라 하여 구매하였다.

다른 사이트에서 코스타리카 쪽 원두를 구매해 마셔봐서 알라딘 커피맛은 어떨까 궁금했다.


이번 커피는 다른 커피에 비해 원두가 딱딱하지 않았다.
첫맛은 고소하고 약간의 단맛이 메이플 시럽이 느껴진다.
커피가 식을수록 오렌지의 신맛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다른 커피에 비해 진하다!
알라딘 커피가 내겐 너무 연한 맛이라서 아쉬웠는데 코스타리카 라스 로마스는 정말 맛있다!

고소한 맛과 진한 커피를 찾는 분에게 딱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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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
로라 대소 월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돌베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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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으로 통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깊이 빠질 준비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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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연애소설
이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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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들의 신작 소식 알림을 받고 있다. 대부분 예약판매 시점부터 구매하게 되는데 작가의 사인본이라도 있으면 알림 문자를 받자마자 구매에 들어간다. 그 중의 하나인 이기호 작가의 신작 알림 문자를 받자마자 구입했던 소설이다. 이번에도 짧은 소설이다. 그의 유쾌함이 가득한 짧은 소설을 읽는 느낌은 남다르다.


 

서른 편의 짧은 소설들을 아껴가며 읽었다. 책장은 왜 이렇게 빨리 넘어가는지. 붙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소설은 또 왜 이렇게 얇은 것이냐. 오래도록 읽을 수 있게 두꺼운 책을 써주길 바라지만 이것도 어디냐 싶다. 그의 신작 소식을 무척 기다려왔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번엔 표지의 글자도 분홍분홍한 책이다. 제목도 분홍, 내용도 분홍분홍한 무려 연애소설이라는 점이다.

 



 

 

소설은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사랑 이야기가 실려 있다. 오래전부터 써왔겠지만 현재의 시점인 재난지원금 사용법까지 수록된 작품이라는 점이다. 「재난지원금 사용법」의 내용을 볼까. 재난지원금이 카드에 들어왔다는 알림을 받고 성구는 대학 동기인 유정을 만나러 갔다. 다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유정과 잘해보려는 성구는 돼지갈비집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재난지원금 카드로 결제했다. 자기를 불쌍하게 여겨 잘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씁쓸하다. 더군다나 친구가 없으니 누구 봐주고 뇌물 받고 그러진 않을 거라며 경찰 공무원 준비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을 듣는데 돼지갈비집에서 쓴 6만원을 쓴 문자는 왜 안오는 것인지, 불쌍해 보였다는 것과 재난지원금 사용 문자가 안오는 것 중 어떤게 서글픈 것인지 알 수 없다.

 


첫사랑과의 재회는 어디서 하는 게 좋을까. 첫 소설인 「녹색 재회」는 첫사랑과의 재회에 대한 이야기다. 10개월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둔 성오 씨는 간호사로 일하는 아내 대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육아를 전담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과 3학년 아이가 있는 성오 씨는 어머니들만 나오는 녹색어머니회 봉사가 있는 날 아내 한테 대신 가달라고, 가지 않겠다고 버텼으나 할 수 없이 가게 되었다.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하는데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십수 년 만에 첫사랑 그녀를 마주쳤다. 남들은 공항이나 하다못해 극장에서 만나는데 말이다. 뻔하지 않는가. 서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신호등을 자주 놓쳤다. 녹색어머니회 봉사가 끝나고 함께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할 생각이라는 다른 어머니들의 청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첫사랑을 다시 만난 적이 있었는데, 출산후 부기가 떨 빠졌을 때였다. 화장도 안한 상태에서 마주쳤는데 아 정말 그 자리가 정말 싫었다. 예쁘게 화장하고 옷도 제대로 갖춰입은 상태였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말이다. 성오 씨와 최민아 씨의 상황에 마구마구 공감되었다.

 


사회가 사회이니만큼 오늘 죽기로 한 남자가 있다. 새벽 1시, 고시원 옥상 철제 난간 앞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툭 뛰어내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아래를 내려다 보았더니 고시원의 같은 층 302호에 사는 새벽 배송일을 하는 남자의 차가 있었다. 남한테 폐를 끼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몇 걸음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며칠 전에 헤어진 미연에게 아홉 통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다. 미연에게 계속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아 마음을 바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302호 남자가 출근하려고 나왔다. 새벽에 배송 일을 하려면 힘들지 않느냐는 말을 건네지만 그에게서 들려오는 답은 다르다. 자신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 「뭘 잘 모르는 남자」 였다. 이 작품에서 남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잠시만 머리를 식힌답시고 피시방에 가서 4시간을 게임하고 오다가 기다리고 있던 미연과 마주친 거였다. 그 생활을 벌써 4년째 하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물론 시험이라는 게 운도 따라줘야 하고 시간이 갈수록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 남자는 뭘 잘 모른다.


 



 

 

좋아하는 여자애의 감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 독감에 걸린 예은이가 썼던 마스크를 가지고 간 박지호를 바라보는 민규의 이야기 「독감」을 비롯해 호수 공원에서 산책하다 마주친 여자에게 말 붙일 기회를 얻으려고 애견 숍에서 비숑 한 마리를 산 남수. 여자가 흰색 말티즈 몽이를 데리고 산책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강아지와 산책하는 여자를 만나게 되었으나 아직 어린 자기 강아지가 몽이에게 물릴 뻔하자 자신도 모르게 성질을 냈던 이야기 「사랑은 그렇게」도 사랑스러운 소설이었다.


 

웹에서 만났지만 더할나위없이 모든게 잘 맞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눠도 서로 공감하며 막히는 주제가 없는데 실제로 만났을 때의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아 데면데면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페이스 북의 한 페이지 그룹에서 여행에 관심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각자가 찍은 사진을 올리는 페이지였다.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며 서로 많은 것이 통한다고 여겨 실제로 만났으나 그 만남 이후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린 「차마 전할 수 없는」 은 요즘에 자주 있게 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대화가 잘 통해 실제 만남에서도 똑같은 경우가 있어 커플로 발전하기도 하지만 전혀 아닌 경우도 있을 것이리라. '좋아요' 라고 누른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3년째 중등 교사 임용 고시 준비를 하고 있는 성민은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하러 영국으로 떠나는 민지를 배웅하고자 공항에서의 시간을 즐긴다. 출발 시각을 앞두고 비행기가 연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신후 보내면 될 것 같았다. 두 차례 더 연착을 하자 피곤함에 졸렸다. 민지를 영국으로 보내는게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픈데 왜 이리 피곤하고 졸린 것인지 계속 하품을 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예상했던 이별의 시간을 보낸 후에는 이처럼 힘든 법인가.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이라고 해도 피곤함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피곤하면 자꾸 하품을 하는 나를 닮은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고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우리의 사랑이 그렇지 않은가. 그토록 사랑했어도 사랑이 끝난후에 냉정해지는 것처럼 이별의 의식 또한 그 시각을 넘어가면 피곤한 법이다. 보낼 사람은 제 시간에 보내야 덜 피곤한 법이지.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웃기는 이야기들 속에서 평범한 우리를 떠올릴 수 있다. 누가 봐도 이기호식 연애소설이다. 이기호의 소설은 재미있다. 위트와 유쾌함은 덤이라는 거,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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