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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비밀
최진영 지음 / 난다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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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계신가요?
작가의 책을 구매하다 보면 자주 만나게 되는 문장이다. 이름 없는 독자일 뿐이지만 작가가 건네는 안부 인사에 왠지 가슴이 뜨거워진다. 작가가 이렇게 안부 인사를 건넬 때면 작가에게 화답이라도 하고 싶은, 어쩐지 가까워지는 감정을 작가는 알까.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작가를 알게 되었다. 작가가 창조해낸 인물에 나도 모르게 놀라며 작가의 글에 감탄했다. 작품을 낼 때마다 기다리고 또 구매하여 읽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아무래도 최진영 작가의 첫 산문집이기에 의미가 깊다. 작품 속의 인물로만 작가를 이해하다가 작품에 관련된 비밀과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소설에 대하여 읽으며 소설을 읽을 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다.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한의 서’ 인스타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었다. 제주 여행 가면 꼭 한 번 가봐야지 하고 들여다보며 작가의 절기 편지를 읽었다. 제주를 떠나 육지로 이사 계획을 들으며 어쩐지 같은 동네에 있다가 헤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사랑하는 ‘당신’에 관한 글들이 많았다. 사랑이라는 것이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람을 아프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면서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던가. 뿐만 아니라 가족 이야기도 간간이 했는데, ‘작가가 사랑하는 가장 늙은 사람’ 외할머니에 대하여 말하는 부분에서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외할머니가 주신 금반지를 팔아버리고 난 뒤의 마음이 애틋해서다. 할머니가 주신 돌 반지를 팔았다며 울먹이는 목소리에 잘했다고 다독거리는 할머니의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말을 아끼는 것보다 말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가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무심히 손녀딸의 작품을 달라고 하는 그 말에 뭉클해졌다.
작가가 ‘당신’ 이야기 외에 외할머니와 엄마 이야기를 하는데 돌아가신 내 엄마가 보고 싶었다. 행복을 누리지도 못하고 가신 것 같아 많이 아프다. 기록처럼 담을 수 있는 어른의 모습. 마음. 말 들. 훗날 읽으면 더 마음속에 남을 것들이다. 아마 공감의 형태로, 아릿한 마음의 형태로 타인의 부모님을 바라보지 않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절기마다 한 편씩 쓴 편지와 그에 대한 설명은 작가가 어떤 생각을 하며 글을 썼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자기도 알지 못하는 마음이 작품에서 글로 나타나는 것. 꼭 누군가 전해준 것만 같다. 문장 하나에 쓰는 사람의 마음이 묻어났다.
소설을 쓰는 시간은 온전히 나로 존재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열일곱 살부터 밤마다 맹목적으로 무언가를 썼던 이유를 뒤늦게 깨달았다. 살고 싶었던 것이다. (126페이지)
소설을 쓰면 나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 나는 그 세계로 도망칠 수 있다. 현실의 삶에서 처참하고 비루해질 때, 지루하고 권태로울 때, 힘들고 외로울 때 나는 주문을 외운다. 괜찮아, 나에겐 소설이 있어. 그 주문을 외우면 버틸 수 있다. 하지 못한 말, 할 수 없는 말을 소설에 쓸 수 있다. (286페이지)
소설은 문장으로 만든 사진첩이다. 한 시절을 책 속에 가두고 나는 다른 시절로 건너간다. 소설은 픽션. 지어낸 이야기에 그 시절 내 진심이 깃들어 있다. 소설을 쓰다보면 나의 삶이 궁금해진다. 더 살아보고 싶어진다. 소설은 나를 살게 한다. 그러므로 장래 희망은 계속 쓰는 사람. (289페이지)
소설을 쓰기 위해 자료 준비를 하고 설정해놓은 인물에 빠져 지내는 소설가를 상상해본다. 소설 속 인물이 되어 작가의 세계를 만들 것이다. 독자는 작가가 만들어놓은 인물과 조우하며 작가의 생각을 짐작한다. 다 이해하지 못해 안타까워도 괜찮다. 작가의 의도를 쉽게 이해하면 좋겠지만, 독자 나름의 생각대로 읽고 감동할 테니 말이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이 엊그제였다. 가을 날씨 같았던 기온이 갑자기 급강하하여 어깨를 움츠리고 다녔다. 절기는 숨길 수 없는 거여서 우리는 옷을 껴입고 월동 채비를 한다. 차가워진 바람결에 잘 지내고 있느냐는 안부 인사에 그만 고개를 끄덕인다. 작가는 이 책을 일 년 동안 절기마다 꺼내어 읽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절기에 든 날 한 편씩 꺼내어 읽는다면 책 있는 맛이 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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