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미즈키 히로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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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라고 하면 주로 노사 간의 대립되는 부분에서 결정에 도움을 주는 직업이다. 물론 노무사는 사측에서 일할 수도 있고 노동자 편에서 일할수도 있지만 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 알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로 건강보험이나 고용보험, 후생연금 등 사회보험 관련 법률 서비스를 하는 직업을 사회보험노무사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노무사는 일본의 사회보험 노무사에서 가져왔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많은 부분 비슷한 내용이었다.

 

주로 총무 관련 파견 사원으로 일했던 히나코는 근무를 하며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여겨 사회보험 노무사 자격증을 땄다. 큰 회사에 이력서를 냈으나 되지 않았고 직원이 겨우 네 명인 야마다노무사사무소에 취직했다. 신입사원이라는 기분을 느낄 새도 없이 바로 업무가 배당되어 사회보험 노무사로서 클라이언트를 만나기 시작했다.

 

 

 

여섯 편의 연작 소설로 클라이언트에 따라 다양한 일들을 배당받았다. 자진 퇴사를 했으나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찾아온 사원, 취업규칙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라며 임신한 사원을 배제하는 사장, 계약직이라는 당근을 내걸고 아르바이트생을 부려먹는 점장, 지하철에서 떨어져 산재 신청을 한 사원, 각 업무별로 재량노동시간을 두는 게 옳은 일인가를 묻는 다양한 일을 하게 되었다.

 

파견사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되살려 사업자 측에서 바라보기 보다는 근로자 측에서 바라보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도움을 주려는 모습이 보였다. 또한 히나코의 경험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업무를 하다 없어진 서류를 무조건 파견 사원한테 뒤집어 씌우는 모습을 보고 좌절하게 되는 일도 떠올렸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있어왔던 일일 것이다. <미생>과 <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에서도 계약직과 정규직의 차이와 차별에 대하여 나왔었다. 두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마 공통의 경험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많은 부분 공감하였고 또한 응원했었다.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많은 기업에서 연장근로시간 수당을 제대로 책정해서 주기 보다는 고정 시간을 정해 주는 경우가 있다. 연장근로를 더 많이 해도 주어진 시간만큼만 수당으로 받는 식이다. 예를들면 월 30시간을 정해두고 더 근무해도 30시간만큼만 연장근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법에 저촉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권고하고, 부당하게 실업급여를 받으려는 사원에 대해서도 그 세세한 사항을 파악하여 도움을 주고자 했다.

 

야마다 소장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조언을 하는 사람이야. 클라이언트가 원활하게 경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일이지. 규칙에서 벗어나면 물론 알려줘야 하지만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것은 클라이언트야. (250페이지) 라고 말이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부당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하여 고민할 때 소장이 해주었던 말이었다.

 

신참 노무사라고 니와 씨에게 병아리(히요코)라 불리는 히나코는 이러한 일을 하며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원과 대표자의 관계에서 어떤게 도움이 될지 조언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신참 노무사 병아리에서 제대로 된 노무사로 발전해가고 있었다. 직장인으로서 많은 부분 공감하였고, 한국과 고용보험 관련법이 많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처럼 사실적인 내용이었다. 그만큼 자료를 많이 준비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 실생활에서도 도움되는 내용이 많아 저절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읽게 되었다. 이러한 소설이 많이 나와 많은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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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순간들 - 박금산 소설집
박금산 지음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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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개봉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가 있다. 「극한직업」라는 제목이었는데 영화관에서 보고 최근 TV에서 재방해주는 것을 보았는데 다시 봐도 재미있었다. 같은 코미디적 요소에 웃고 다음 에피소드를 기대했다. 그 영화의 유명한 명대사가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였다. 이 대사는 많은 분야에서 인용되었다. 그래서 나도 한번 외쳐본다. 이것은 소설론인가, 소설인가!

 

소설의 순간들을 발단, 전개, 절정, 결말에 구분 짓고, 그 속에 소설을 삽입한 형태의 소설집이다. 즉 소설론이기도 하고 소설집이기도 하다는 것. 9회 말 투 아웃 만루 상황의 야구를 염두에 두고 투수는 타자를 잡을 방법을 두고 공을 던져야 하는데 타자의 반응이 예상되어 있는 공을 던져야 하는 것이 발단이라고 표현했다. 이야기의 시작점이다. 소설의 전개는 역시 9회 말 투 아웃 만루 상황인 점은 똑같으나 서핑으로 보았을 때 서핑 보드에 올라서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절정이 소설의 전부 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좋은 절정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클라이막스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마지막 결말 부분이다. 좋은 결말은 외길이다. 절정이 훌륭하면 훌륭할수록 결말로 가는 길은 좁고 분명하다. 절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좋은 결말인 것이다.

 

이 책속에서 언급하는 소설론을 보고 있자니 오래전에 소설을 써볼까 하여 두께가 꽤 있는 원고지 묶음을 사다놓고 한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소설 작법을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았으면서 호기롭게 도전을 하겠다고 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꽤 부끄러운 경험이다. 그리고 나서 생각한 건 나는 역시 소설을 쓰는 것보다 읽는 게 더 좋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져 소위 1인 출판 혹은 독립 출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신 만의 책을 갖는 것이 소원인 사람이 많다는 말이다. 대학의 문예창작을 가르치는 교수로, 여러 편의 작품을 가지고 있는 소설가로도 활동한다. 작가의 작품을 읽은 기억이 없기 때문에 내게는 생소한 작가였다. 그러나 단편들을 읽으면서 작가에 대한 호감이 생겼다. 소설을 주로 읽는 독자로서 느낌이란 게 있다. 첫 문장에서 느껴지는 묘한 감정. 다른 말로 글맛이라고 해도 되겠다. 그러한 감정을 갖게 되면 나도 모르게 빙긋거리며 소설을 기대하게 된다. 즉 즐거운 마음으로 읽게 된다는 말이다.  

 

전체적으로 유쾌한 소설이었다.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인물들을 말했다. 마치 에세이처럼 짧은 단편들이어서 다음 편에서는 어떤 내용이 나올까 호기심이 생겼다. 「소설을 잘 쓰려면」이라는 단편은 한 편의 소설을 쓰고 그걸 지도 교수에게 가지고 가서 대화하는 내용이다. 즉 소설이란 어떻게 써야하는가, 인데, 교수의 말은 꽤 의미심장하다. 줄기가 흥미를 끌고 디테일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소설이어야 진짜 소설임. 짧게 쓸 것. 한 마디로 줄여 말할 수 있어야 진정한 소설이며 재미있어야 영원한 소설이라는 것이다.  

 

맞다. 소설이란 재미있어야 한다. 시처럼 문장을 응축하여 쓰는 게 단편이라고 했는데, 아무리 유수의 문학상을 받았더라도 재미없으면 독자는 작품을 읽지 않는다.  소설론 속에 소설이 들어있는 형태이며, 발단, 전개, 절정, 결말로 나뉘어 부분별로 소설이 수록되어 소설이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일깨우게 한다. 무엇보다 소설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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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기 - 김훈 산문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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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때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린다. 언젠가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노트에 휘갈겨 쓴 적은 있었지만 왠지 정리가 안된 느낌이었다. 노트나 원고지에 글을 쓴다는 건 굉장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글씨를 자주 쓰지 않기 때문에 손목이 아프고 펜에 맞닿은 손가락이 눌려 아프기까지 한다. 그런데 김훈 작가는 모든 글을 연필로 쓴다. 우리가 사랑했던 소설들도 연필로 썼다. 그래서 양장본 속표지는 작가의 육필 원고를 그대로 사용했다. 그 속에서 꾹꾹 눌러쓴 작가의 노고가 감동이었다.

 

김훈 작가의 산문을 오랜만에 읽게 되었는데, 그의 글에서 삶의 관조가 보였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작가의 경험과 시선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이를테면 일산의 호숫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과 똥에 대한 것, 그리고 세월호 사건과 촛불 집회 등에 대한 것들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다.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연필을 쥐고 글을 쓸 때

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11페이지)

 

일산 신도시에서 20년째 사는 작가는 칠십이 되었다. 그는 주로 호수공원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두발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유치원 아이를 구해주었다. 아이는 엄마에게 산신령 할아버지가 구해주었다고 말했다. 어느새 산신령 할아버지를 불린 이야기였다. 꾸미지 않는 이야기가 그대로 전해져 그 소리를 들었을 작가의 얼굴을 떠올렸다. 배시시 웃고마는 광경들이었다. 

 

작가의 나이 칠십이 넘어서인지 곳곳에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친구의 부모 장례식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고, 이제는 친구의 장례식에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서 죽음은 태어난 시기와 상관없이 가는 것. 작가의 말처럼 죽음은 더 절실하고 절박한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가 말했다. 눈을 기다리는 까닭은 거리에서 연애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불어 젊은이들의 키스에 대해서도 말하였다. 나이를 먹으면 좀처럼 키스를 하지 않는 것, 연애와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 나이 든 사람만이 느끼는 것이 아닐까. 그들을 바라보는 게 노인의 기쁨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면 연애라는 감정이 무디어진다. 키스와 연애는 젊은이들의 특권처럼 여겨지는 게 가장 활발한 연애를 하는 시기때문에 아닐까.

 

집집마다 나오는 똥과 그것을 치우는 청소과 직원들. 야미똥꾼에 얽힌 이야기와 건강의 척도를 가늠했던 똥의 역할 들을 말했다. 왕의 변기를 매화틀이라 일컫는다. 왕이 어딘가로 행차했을 때에도 매화틀을 들고 따라오는 이가 있었다 한다. 어릴 적 똥차가 지나가면 코를 막고 피했던 게 생각난다. 그 이전 세대에는 똥을 퍼 나르기도 했다. 야미똥꾼인 아버지를 두었던 친구 병수의 이야기에서 똥에 대해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신분이나 계급, 남녀노소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청소2과장의 말을 빌려왔다. 사진 속에서만 보았던 장면들을 글로 보는 느낌이었다.

 

 

내용 속에 '오이지를 먹으며' 라는 게 있다. 오이지를 오이 김치로 받아들였는데 자세히 읽어보니 소금을 이용한 오이장아찌 같았다. 무더운 여름 날 오이지로 달랬다던. 올 여름에 한번 담아볼까 싶었다. 입맛 없을 때 오이지로 입맛을 돋을 수 있을까. 어른의 입맛과 나의 입맛이 다르긴 하겠지만, 어쩌면 비슷한 또래인 아빠가 좋아하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장면들을 보면 그가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의 생각은 많은 것들을 나타낸다. 어느 한 시기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들. 나이가 든 사람만이 느끼는 것들. 이를테면 죽음을 바라보는 것들이다. 아무래도 나이 칠십 정도 되면 죽음이 머잖았다고 생각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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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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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한 편애가 심해 좋아하는 작가 위주로 책을 읽는다. 아무래도 모르는 작가보다는 내가 읽어왔던 작가의 작품에 먼저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독자들에게, 혹은 작가들에게 호평을 받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호기심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장류진이라는 작가를 여러 작가들과 함께 엮은 『새벽의 방문자들』이라는 소설로 먼저 만났고, 작가의 소설집으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작가의 느낌이 좋았다. 글도 매끄럽고 현재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아주 깔끔하게 표현해 낸 소설로 작품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평론가들이 좋다고 말하는 젊은이들의 어두운 내면을 다루는 소설과는 달랐다. 직장인으로서 많은 부분 공감하며 젊은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시선은 한마디로 신선했다.

 

구입한지 몇 달이 지난 뒤에야 읽게 되었다. 독자들이 왜 장류진의 책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여덟 편의 작품 중 읽은 한 편을 제외하고 일곱 편의 작품은 그야말로 보석이었다. 주인공의 직업에 따라, 나이에 따라 혹은 성별에 따라 보여지는 우리의 내면을 그대로 들여다 본 느낌이랄까. 순간적으로 터져나오는 웃음과 나라면 하지 못했을 행동들을 보며 통쾌해졌다.

 

 

 

결혼식을 3일 앞두고 만난 회사의 동기 빛나 언니와는 개인적으로 연락 한지가 3년 쯤은 된 사이다. 즉 결혼식을 왕래할 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는 얘기다. 청첩장을 달라며 점심을 함께하자고 해서 만났던 빛나 언니는 역시나 결혼식에 오지도 않았고 자신의 청첩장을 키보드 밑에 넣어두었다. '나'는 빛나 언니와 자신과의 관계를 말하기 위해 청첩장을 줄 때 사주었던 우동 값과 축의금 대신 먹었던 밥 값을 제하고 남은 금액의 선물을 준비했다. 즉 빛나 언니와 자신과의 관계는 기본적인 축의금 5만원 선이었던 것. 빛나 같은 사람이 꽤 있다. 금전적인 면에서 계산이 흐린 사람. 그런 경우 손해보는 셈치고 5만원 정도의 축의금을 할 터인데 소설 속 주인공은 계산이 정확하다. 이런 마인드가 통쾌했다.  「잘 살겠습니다」의 주인공처럼 사는 법을 배워야하지 않을까.

 

직장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괜찮은 스펙을 가지고 있어도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기는 어려운 법. 더군다나 학자금 대출까지 갖고 있으면 어학연수는 꿈도 꾸지 못한다.  「탐페레 공항」에서는 다큐멘터리 피디가 꿈인 여성이 주인공이다. 다큐멘터리 피디가 되고 싶은 주인공은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다. 저렴한 항공기 편을 찾다보니 핀란드를 경유해 더블린으로 향하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핀란드에 도착후 5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옆에서 말을 걸어오는 노인이 있었다. 그와 짧은 산책을 마친후 더블린에서 3개월 간의 워킹 홀리데이를 마쳤다. 한국으로 돌아와 보니 그때 찍어주었던 사진을 짧은 편지와 함께 보내주었다. 그에게 답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미루다가 잊고 있었다. 4대보험이 되는 직장에 들어간 후 피디를 구하는 구인광고를 보고 서류를 작성하면서 탐페레 공항에서 만난 노인을 떠올렸다. 삶이란 그렇다. 어떤 순간마다 공항에서 만난 노인을 떠올렸지만 대부분의 경우 삶에 치여 잊곤 한다. 그리고 문득 어느 순간에 떠올리고 그 시절에 느꼈던 어떤 간절함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1집 음반을 낸 뮤지션이지만 특별한 히트곡이 없는 주인공 장우는 어느날 고장나기 직전의 냉장고를 바라보다가 냉장고 송을 만든다. 유튜브에 올려 조회수가 계속 올라가 덩달아 기분좋아지는 주인공과 음원을 내자는 음반기획자의 권유에 고민하는 이야기  「다소 낮음」. 남편과 사별후 후쿠오카에 사는 지유에게 연락을 했다가 갑자기 후쿠오카행 비행기표를 끊고 일본으로 날아간 지훈의 이야기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는   「다소 낮음」과 함께 남자가 화자인 소설이다. 인디 음악가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의 어려움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살펴볼 수 있었고,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에서의 지훈은 말 잘 통하는 지유와 핑크빛 기류를 기대하고 일본으로 향했으나 자신이 원했던 것처럼 되지 않자 비로소 그의 본성이 나오는 작품이었다. 말이 잘 통하는 것과 이성 간의 관계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은 여자와 남자의 다른 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은 아르바이트와 인턴 생활을 전전하다 정규직 첫 출근을 앞둔 사회 초년생의 첫 출근길을 다루고 있다. 연봉 2,600여 만원에서 사용 금액들을 계산하고 블라우스를 입고 걷다가 겨땀이 나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까 말까 고민한다.   「도움의 손길」에서는 28평의 첫 집을 마련하고 원하는 대로 리모델링후 집을 청소 도우미에게 도움을 손길을 받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사람이란 어쩔 수 없는 건가 싶다. 처음에는 집 전체를 깔끔하게 청소하다가 눈에 보이는 곳만 반들거리게 청소하는 도우미 아주머니와 그것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들을 담고 있다.

 

표제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스타트업 회사에 다니는 안나는 회사의 막내다. 스마트폰의 위치 기반으로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앱을 만드는 회사의 직원이다. 거의 새 제품을 백 개씩 계속 업로드하는 거북이알이라는 사용자를 만나게 된다. 거북이알은 카드회사의 직원으로 오래도록 공들여왔던 뮤지션의 콘서트를 진행하고 승진을 보장받지만 사장의 인스타그램에 먼저 업로드하기 전에 게시판에 공고했다며 월급을 현금 대신 카드 포인트로 받게 된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포인트를 현금화 하는 노하우를 말해주는데 재미있었다. 말 한마디 또는 글 하나를 잘못 올려 제재를 가하는 대표의 행동은 어느 회사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장류진의 소설이 출판사 서버를 다운시킬 정도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다고 한다. 읽어보니 알겠다. 왜 그토록 장류진의 소설을 좋아했는지. 동류의식에서 우러나오는 연대감 혹은 동질감이었던 거다. 자신이 하지 못했던 행동에 대한 쾌감과 자신과 너무 비슷한 경험때문이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을 어서 읽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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