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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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동구 이야기를 다시 읽으면서 글의 아름다움을, 소설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좋은 소설이란 다시 읽어도 감동적이다. 이 책을 읽은 지 10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읽으며 동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공유하며 새로 읽는 것 같았다. 동구는 행복했을까?

 


다시 읽은 소설은 새로웠다. 내가 읽었다고 착각한 걸까, 라고 생각할 만큼. 할머니가 이렇게 엄마를 욕하고 무시하고 괴롭혔던가. 4대 독자라면서 손자한테 이 새끼야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던가. 아버지는 또 얼마나 가부장적인 사람인가.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힘든 건 알겠는데 아내를 때리거나 해서는 안 되지 않나. 과거 우리 부모들은 당연하게 생각했던 건가, 소설의 내용을 어렴풋하게 기억할 뿐이었나.





 


1979년에서 1981년에 걸쳐 한 소년이 바라보는 세계를 담았다. 할머니를 비롯해 아버지, 어머니, 하나뿐인 여동생에게 일어난 이야기를 소년 동구의 시점에서 말한다. 동구는 계산은 잘하나 글을 또박또박 읽지 못하고 쓰지도 못하는 난독증이었다. 박영은 선생님은 수업이 끝난 뒤 동구에게 글을 가르쳐주었다. 선생님에게 자연스럽게 말하기 위해서는 일단 마음이 편해야 했다. 동구의 가족 이야기를 들으며 동구가 속이 깊다는 걸 알고 동구의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그런 선생님이 좋은 동구다. 훗날 선생님과 결혼하는 꿈을 꾸기까지 했다.

 


동구가 사는 동네는 인왕산이 내려다보이는 장소로 청와대가 가깝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도 나왔다시피 1980년대는 계엄령을 선포했던 해였다. 광주에 할머니를 뵈러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박영은 선생님, 시국은 불안했다. 1980년대 광주 사태가 있던 때였다. 그건 대외적으로 드러난 사건이고, 동구의 가족에게도 비극적인 사고가 생겼다.


 

동구의 가족과 더불어 시대적 역사도 함께 흘러간다. 사고가 생기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해와 용서가 필요하다. 아픔을 감추지 못하고 남 탓만 하다가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동구에게 영주는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 영주를 업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예쁨을 자랑했을 뿐 아니라 난독증이 있어 제대로 글을 읽지 못하는 동구에 비해 친구들 앞에서 글을 또박또박 읽는 영주를 바라보는 동구의 눈빛은 자랑스러움이었다. 불평불만 가득했던 할머니는 어땠나. 아버지를 비롯해 가족의 온갖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아이 하나로 인해 가족은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국을 강력하게 논하지 않으면서, 가족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삶을 말하는 소설이었다. 열 살 소년 동구가 박영은 선생님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얼마나 귀여운가. 소주 두 잔을 마시고 취해 주사를 부리는 모습을 보고 박 선생님이나 주리 삼촌, 이태혁이 웃는 장면은 다시 읽어도 웃긴다. 아이에게 정치나 민주주의, 계엄령에 대해 말해도 그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다. 그저 곁에 사람이 없다는 것, 다시는 오지 못한다는 거로 안타까워할 뿐이다.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은 이제 기억 속에 하나의 영상으로만 남게 되었다. 차가운 철문을 힘주어 당기며 나는 아름다운 정원에 작별을 고했다. 안녕, 아름다운 정원. 안녕, 황금빛 곤줄박이.

아름다운 정원에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하겠지만, 난 섭섭해하지 않으려 한다. (369페이지)

 


엄마를 살게 할 방법을 생각해낸 대로 동구는 행복했을까. 엄마랑 아버지도 행복했을까. 더 큰 아픔이 다가올지도 모르지만, 따로 또 같이 행복할 수도 있는 법이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그립고도 애틋한 시간을 말해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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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4-09-12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