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뜨는 숲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승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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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뜨는숲 #아오야마미치코 #RHK

 

아오야마 미치코 씨의 소설을 꽤 읽었다. 내가 읽은 작품만 해도 네다섯 권이 된다. 흔히 볼 법한 풍경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그것을 들은 사람은 음식이든, 언어든 책이든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소설이다.


 

이사한 후 아침에 클래식 라디오 채널을 켜두고 출근 준비를 한다. 좋아하던 진행자가 그만둔 뒤로 다른 채널을 기웃거렸지만 좀처럼 적응할 수 없었다.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방랑자들은 좋아하는 채널 찾기에 시간이 걸린다. 주변에서 팟캐스트 듣는다는 분들이 있었는데 정기적으로 듣는 채널은 없었다. 만약 우연히 들은 팟캐스트에서 위로를 건네는 말을 듣는다면 업로드되는 시간을 기다려 들을 거 같다.

 


대나무 숲에서 들려드립니다. 다케토리 오키나입니다. 가구야 공주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33페이지)





 


라고 시작하는 달도 끝도 없는 이야기팟캐스트. 이것을 듣는 다섯 명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위로받고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소설이다. 오랫동안 근무했던 병원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보는 전직 간호사, 개그맨의 꿈을 접지 못하는 택배기사, 갑자기 결혼 소식을 알린 딸에 대하여 거리감을 느끼는 아버지, 이혼한 어머니와 함께 살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립을 꿈꾸며 아르바이트하는 고등학생, 집 혹은 가족과의 거리감을 느끼는 액세서리 디자이너를 통해 달의 모양에 따라 변화하는 삶을 꿈꾸는, 그 마음을 전해주는 <달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듣는다.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없다. 근처에 살면서 자주 전화하는 시어머니나 자기 일에 대한 무관심한 남편이 서운했다. 그들은 말을 아꼈을 뿐이었다. 걱정이 되어 건넨 말에 상처를 받았던 거다. 배우를 한다며 외박하는 동생이 옆집 고양이를 임보하겠다고 했을 때 책임감이 없다고 나무랐으나 일을 그만두고 우울해 하는 누나가 고양이를 보호하며 힘을 얻기를 바랐던 마음이었다. 그것을 무심코 알게 되는 그 순간, 팟캐스트 진행자가 있었다. 말이나 언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쯤 되면 팟캐스트 진행자가 누군지 궁금하다. 분명히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연결 고리가 있을 터였다. ‘가구야 공주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로 시작하는 멘트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남편 혹은 아들 등 가족과 친구일 거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달은 예부터 상상의 별이라 일컬었다.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는 설부터, 해님과 달님 동화의 연관성까지 다양한 모양의 달처럼 우리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블루문이 뜨던 날, 옥상에 올라가 달을 찾았던 기억을 떠올렸던 것처럼, 진행자가 말하는 달에 관한 이야기는 저절로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차 있는 보름달, 차오르기를 기다리는 초승달. 특히 일직선을 이룬 태양과 지구 사이에 있어 보이지 않는 달을 가리키는 삭은 이 소설의 연결고리가 된다. 달은 각자의 모습으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인도한다. 마치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것처럼.

 


소설은 다정하다. 불편하거나 모호한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손을 내미는 것 같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길 잃은 사람에게 건네는 다정한 위로를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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