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기록된 20세기 전쟁사 - 1914년부터 오늘날까지
던컨 힐 지음, 박수철 옮김 / 시그마북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전쟁을 겪어보지 않는 이가 전쟁에 대해서 말하기는 뭣하지만 과거 아주 오래전부터 전쟁은 있어왔고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전쟁을 잘 모르는 우리가 알게 되는 전쟁은 영화의 한 장면에서 혹은 책에서, 그 시절의 사진 자료에서 그 전쟁을 접하게 된다. 일단 전쟁이라고 하면 나는 도시의 부서진 잔해가 떠오른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가족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는 사람의 애절한 얼굴들이나 군인들의 처진 어깨를 하고 있는 모습등. 평상시에 잘 보지 않는 책이었지만 20세기 전쟁사에 대한 사진집으로 되어 있어서 전쟁에 얽힌 역사를 알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해서 읽고 싶었던 건데 이렇게 귀한 책을 읽게 되었다.


책 두께는 그렇다 치고 책 크기가 다른 책에 두 배 가까이 되어 책을 읽는데 아주 고생을 해야 했다. 여린(?)팔을 받치고 읽기도 버겁고 사진에 대한 자료의 설명에는 글씨까지 작아 눈 나쁜 나는 온 신경을 거기에 써가며 읽었다.

전쟁은 아픔이다.
금방 끝날 전쟁이라면 모르지만 십년가까이 계속되는 전쟁에 얼마나 아픈 일들이 많을 것인가.
이 책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전쟁 사건을 사진 자료와 함께 써내려간 책으로 <데일리메일>이 제공한 당시의 기사와 사진들을 엮어 전쟁 그대로의 모습을 볼수 있다.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시체를 걸어가는 병사들의 사진과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의 사진들. 불타는 도시, 그리고 전쟁을 반대하는 이들의 시위 사진들이 보였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은 우리가 영화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사건이라 방대한 사진 자료를 보면서 그 때의 전쟁을 다시한번 실감했다. 우리가 우리나라가 겪었던 한국전쟁을 보면서는 직접 우리나라와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인지 몇장 되지 않았음에도 그 페이지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그 작은 나라를 서로 갖겠다고 싸운 일이 참 힘이 없는 자의 설움을 느끼게도 했다. 

1936년에서 1939년에 있었던 스페인 내전에 관한 자료를 읽을 때는 그 예전 게리 쿠퍼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했던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의 영화 장면들이 생각났다. 그 영화에서 스페인 내전이 일어났을때 게릴라군으로 활약을 해 그 전쟁속에서도 뜨거운 사랑을 했던 장면들이 생각나 익숙한 전쟁사였다. 

소설속에서 알게 된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시에라리온 내전 편에서 다이아몬드를 채취하고 있는 민간인 옆에서 총을 들고 서 있는 군인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앞에서는 정말이지 마음이 아팠다. 그 전쟁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또한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았을 것인가. 

사무실에 같이 근무하셨던 분이 청년일때 베트남에 파병되어 복무하셨는데 시간만 나면 베트남 전쟁때의 이야기를 해 주셨다. 삶과 죽음이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그 전쟁 속에서도 예쁜 베트남 처녀가 지나가면 예쁘다고 한마디씩 했다는 말과 그 죽음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역시나 베트남 전쟁도 나에게는 너무도 익숙했고 사진 자료를 보는 것은 그 이야기를 확인하는 작업과도 같았다. 

베트남 전쟁에 미국이 개입할때 '도미노 효과'라고 지칭한 현상 - 한 국가가 공산화되면 인접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공산화되는 현상 - 을 예방하기 위해 봉쇄전략을 선택했다. (202페이지) 는게 언급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얘기할 때는 미국이 무기 팔아먹기 위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전쟁을 한다는 말을 하고는 한다. 그 또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거창한 세계평화도 좋지만 자국의 이익이 없지 않고서야 누가 전쟁을 하려 할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고 사상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1914년부터 오늘날까지 사진으로 기록된 20세기 전쟁사를 읽으며 참 많은 공부를 했다. 
옆에서 신랑 또한 전쟁사에 대한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한다고까지 말했을 정도였다. 포스트 잇을 붙여가며 열심히 사진을 보고 내용을 읽었다.  마침 방학이어서 중고생인 아이들에게도 읽히고자 한다. 만약 너무 딱딱하게 느껴진다고 한다면 사진 자료라도 보게 하고 싶다. 굉장히 유익한 경험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 제1회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장욱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등단한지 7년차 이하의 신진 작가들을 대상으로 제1회 웹진문지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만났다. 젊은 작가상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만큼 젊은 작가들을 키우기 위한 상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이렇게 젊은 작가들을 알게 되니 말이다. 그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또 아는 이름의 작가의 글을, 처음 접하는 젊은 작가의 글을 접했다.

이장욱 「곡란」 제1회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
정용준 「가나」
최제훈 「괴물을 위한 변명」
김유진 「희미한 빛」
이유    「커트」
김성중 「게발선인장」
황정은 「옹기전」
이홍    「나의 메인스타디움」
정소현 「실수하는 인간」
최은미 「눈을 감고 기다리렴」
김선재 「독서의 취향」

이장욱 「곡란」
한때 자살사이트가 유행처럼 번졌을때 나는 그 사람들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자살 사이트를 만든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지,,, 자살하려는 사람인지 아니면 자살하고 싶지만 누군가 말려 주었으면 하고 바랜건지 아니면 다른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려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 사람들은 죽음이 두렵기 때문에 동반자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혼자 죽으면 무서워 자신에게 채찍질하고 싶었을지도.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죽음을 준비해 온 사람들과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나온다. 곡란이라는 모텔로 죽음을 준비해 온 사람들. 혹시나 싶어 202호의 수상한 손님들이 눈에 거슬려 그들의 말소리에 귀기울이는 모텔 주인이 나온다.

요즘 연예인들부터 또 주위에서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들을 보면 충격적이고 사람들이 너무 비관적인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죽음에 대한 생각보다도 어떻게 하면 더 열심히 살아볼까 그런 생각을 할텐데,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누가 날 알아주지 않는다고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충격적이다. 나도 한때는 죽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살아보는게 더 좋지 않은가 하고 생각한다. 막상 죽음이 문턱으로 왔을때 내가 살아온 날들이 그림처럼 스쳐 지나갈테고 그때는 드는 생각은 너무도 강렬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정용준 「가나」
작가를 알게 된 건 역시나 제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의 「떠떠떠, 떠」였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고유한 느낌이 전해져 오는데 이 작품 또한 정용준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뇌리에 깊숙히 새겨넣은 계기가 되었다.

오랫동안 부르지 못했던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하비바 - 새처럼 가벼운 소리가 하늘을 난다. 당신의 이름은 하늘에 스미며, 비처럼 대지를 적신다.(78페이지 중에서)

죽은 사람이 애타게 찾는 이가 있어서 일까. 죽은 자의 생각들이 자신의 몸 위로 부유하며 끝없이 갈구를 한다. 자신이 사랑했던, 처음에는 무시했었던 사랑하는 이의 간절한 생각들이 자꾸 나를 부르는 것처럼 마음이 아파왔다. 당신에게 가고자 하는 영혼의 몸부림이 내 마음을 두드린다.

최제훈 「괴물을 위한 변명」
영화로 만나 본 프랑켄슈타인. 지금은 기억나지도 않는 아주 오래전의 영화 속의 어두운색 옷을 입었던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를 새롭게 이끌어 내어 새로운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이다. 비틀기 정도 되나, 아무튼 풍자적인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그의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위트 있었고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솔직히 오래전에 다른이가 써놓은 작품을 새롭게 쓰기가 두려웠을텐데도 그는 과감하게 도전을 했고 나는 그의 작품이 좋았다. 오히려 첫 장편소설보다 느낌이 확실히 좋더라.

김유진 「희미한 빛」
그의 전 작품인 「여름」을 먼저 만났다. 그때의 그 느낌이 마치 그 소설속의 풍경을 보는 것처럼 그림이 그려졌었다. 이 작품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떨 때 무언가를 자세히 보고 싶은데 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모든게 흐릿해 꿈속에서도 안경을 잃어버린 듯한 막막함을 느끼는 꿈을 꿀때가 있다. 나는 그러면 내가 나이가 들어가서 이처럼 빛이 흐릿해진걸까, 이렇게 눈이 멀고 마는 걸까 하는 안타까움을 느낄때가 있다. 아마도 이 글의 주인공도 그런 비슷한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었다. 룸메이트 L과  L의 여자친구 그리고 B와의 일들을 기억하는 게 어두운 곳에서 희미한 빛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보았다. 

황정은 「옹기전」
아주 어렸을때는 무언가를 주워왔던 일도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귀한 동전을 주운 날이었다면 그 날은 아주아주 행복한 날이었으리라. 맛있는 과자라도 떨어져 있었다면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얼른 주워 흙먼지를 털고 입속으로 넣었겠지. 요즘 항아리에 꽂혀 누군가 버린 항아리가 있다면 주워와 화분으로도 쓰고 깨끗하게 소독해 김치독이나 기타 다른 음식을 담는데에 쓰고 싶은 생각이 있다. 주택에 살던 친정 부모님이 이사가실 때 항아리들을 많이 버리셨는데 진작에 몇개 가져올걸  하는 후회가 생기지만 지금은 아쉽기만 할뿐 후회가 될 뿐이다. 

조그만 항아리를 주운 아이가 있다.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는 생각으로 집으로 가져왔지만 엄마는 귀신이 붙는다며 갖다 버리라고 한다. 왠지 버릴수 없었던 아이는 자기의 방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잠을 청한다. 그런데 항아리가 말을 건넨다. '서쪽에 다섯 개가 있어.'라고.   

옛날에 비해서 요즘엔 물건이 남아도는게 많다.
헌 물건을 버리고 새 물건을 사는 사람이 많아 자꾸 버릴게 많아진다. 그 버린 물건을 어디에다 버릴 것인가. 자신의 숨결이 들어간 물건을 나는 쉽게 버리지 못한다. 내 물건에 애착이 많은 편이라 그 물건을 거의 부서질 때까지 쓰는 편이다. 아주 못쓰게 되었을때야 새 물건으로 바꾸는데 이처럼 자신에게 말을 거는 물건이 있다면 왠지 갖기가 두려울 법도 하다. 하지만 이미 주워 온 항아리가 나에게 말을 걸고 그 곳으로 가고자 한다면 나도 아이처럼 따라가지 않을까. 그게 이별이라고 해도. 땅 속 깊이 묻는다 해도 그 기억들은 영원히 내 마음 속 깊이 살아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정소현 「실수하는 인간」은 한 순간 실수로 아버지를 죽이고 그 길로 집을 나간 석원의 이야기는 그 한 순간의 실수가 자신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몰고 가는지, 또한 아버지가 자신을 가리켜 악담을 하고 끝내는 악담대로 되어 버리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최은미 「눈을 감고 기다리렴」같은 경우는 이마 한가운데 상흔이 있는 여주인공이 매일매일 잠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과 엄마 뱃속에서 쌍둥이 동생과의 기억, 그 기억들의 상흔때문에 졸려하지 않았나 싶은 작품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11편의 전체적인 작품들이 모두 다 개성있고 작가별로 특별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내 감성과 잘 맞는 작품에는 더 후한 점수도 주었다. 새로운 젊은 작가의 젊은 작품들을 만나는 일은 늘 설레임을 준다. 앞으로도 이 작가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고 그들의 새 작품이 나올때마다 난 눈여겨보고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닥터 유 윈
김에스더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이름이 유윈(You Win!) 이라니,,,, 이런 이름을 가지고 있다면 그 어떤 것을 해도 지는 건 없이 이길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처음에 제목을 보고 밀고 당기는 사랑 게임에 남자가 이긴 걸로 생각을 했다. 이게 웬걸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또한 여자 주인공의 이름 또한 만만치 않다. 고음란 이란다. 한자를 보면 전혀 음란하지 않지만 말이다. 학교 다닐적에 얼마나 놀림을 받았을 까 생각하니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수술방에 들어가지 않아 할아버지로부터 내침을 당해 오지 섬마을의 보건소장으로 가게 된 의사쌤 유윈, 성질 드럽고 자기 성질대로 말하는 싸가지 의사 선생님이 고운도 섬마을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인 고음란을 만나게 된다.

비슷한 부위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서로 마음을 터놓고 자꾸 끌리게 되는 관계는 늘 보아오던 관계다. 같은 환자여도 눈에 더 띄는 환자가 있듯이 처음부터 고음란이 유윈에게 얽히게 된 사연이 참 유머스럽다. 애 낳으러 간 애엄마도 관장할때는 창피한 법인데 시집도 안간 처녀의 몸으로 남자 의사한테 엉덩이를 까고 있어야 하는게 너무너무 창피하고 힘들었을 생각을 하면서도 그 장면에서 폭소를 터뜨렸다. 그런 민망하고 황당한 경우가 다 없을 것이다. 

그 싸가지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을 수 없었던 닥터 유윈이 음란을 마음에 두면서 질투를 하고 아이스크림이 녹듯이 그렇게 달달하게 풀어지는 모습을 보면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한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유윈의 잘난 척은 뭐,,, 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되었다. 또 잘생긴 닥터라 옆에서 구애를 해도 한결같이 거절하며 한 사람만을 보는 유윈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괜찮은 캐릭터다. 유윈 어머니의 고백이 매끄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차라리 어머니 캐릭터를 빼는 게 더 나았을수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심 - 네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연두 지음 / 가하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방법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더라.
계산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사랑한다고 말 할수 있을까? 아마도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린다는 건 사랑이 아닐것이다. 그이의 조건을 사랑하는 거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사랑, 진심을 다해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련지. 뭐,,, 어떤 이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고도 하더라만 나는 이 말이 제일 싫어.

로맨스 소설의 기본적인 틀.
직업이 좋고 부자이며 잘생긴 남자 주인공과 개중에 부자인 여자 주인공도 있지만 조금 가난하고 사연이 있는 예쁜 여자 주인공이 대부분을 이루는 반면 이 작품에는 직업은 좋지만 보통의 남자가 나온다. 판사인 남자 주인공 김선욱이 그다.  왜 그를 보통 남자냐고 느끼냐면 물론 공무원이니,, 박봉(?)이라고 하며 여자 주인공 희재의 구두를 사줄때 3개월 할부로 사주는 걸 보며 로맨스 소설의 공식에서처럼 그렇게 부자인 주인공이 아닌 보통 남자로구나 하고 느꼈다.

그냥 일반적으로 느끼기에 판사라는 직업은 자신의 법 지식으로 그 사건의 개요를 보고 판결하리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이처럼 사건에 대해서 연구하고 좋은 판결을 내기 위해 고뇌하는 모습을 보며 이 직업 또한 보통 힘든게 아니구나 하고 느꼈다.


여자주인공 희재는 참 가슴아픈, 가여운 캐릭터였다.
어쩌면 이처럼 어릴적의 상처와 가족 구성원의 아픔도 있는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였는지 나는 책을 읽으며 희재가 잘 되기를 바랬다. 그녀가 기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을때도 꼭 기자에 합격하기를 바랬고 아버지 사건을 담당했던 그때는 초임 판사였던 김선욱과도 아프지 않게 둘이 잘되기를 바랬다. 희재가 가지고 있는 상처의 상흔이 너무도 안돼 보였고 선욱이 희재를 많이 감싸안고 상처주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전과자의 딸에 공갈사기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언니에 어렸을때는 성폭행의 경험까지 가지고 있는 희재가 김선욱 판사때문에 당하게 되는 일은 마치 추리소설을 방불케 했다. 로맨스 소설에 그런 치사하고 나쁜 인간이 나오다니 너무 싫었다. 아무래도 재판을 다루는 내용이기 때문에 사회의 어두운 면이 보이지 않을수가 없기 때문이리라. 이렇게도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많고 가해자들은 또 도망가려하는 현실에 기분이 씁쓸하기까지 했다.

나는 아마도 로맨스 소설을 읽을때 로맨스 소설과 일반 소설의 경계에 있는 작품을 더 좋은가 보다.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머싯 몸의 책들을 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작품 『달과 6펜스』또한 많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읽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이 화가 폴 고갱의 이야기를 다루어서 또한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 폴 고갱의 이야기를 다룬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인 바르가스 요사의 『천국은 다른곳에 』를 먼저 읽고 폴 고갱을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읽게 된 작품이다.

바르가스 요사의 『천국은 다른곳에 』가 그림을 향한 열정적인 폴 고갱을 다루었다면 이 작품 『달과 6펜스 』는 폴 고갱을 바라보는 한 소설가의 시점으로 모든 것에 무관심하고 약간은 기이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증권중개인이라는 좋은 직업을 버리고 아이들과 아내까지도 버리고 편지 한장 달랑 남기고 사라진 남자, 찰스 스트릭랜드. 모두들 그가 여자와 함께 프랑스로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아무것도 가진게 없이 그렇게 모든 것을 버렸다. 돈이 없어 밥을 먹지 않아도 그는 별 걱정을 하지 않았던 모든 것에 시니컬하고 관심없어 하며 얼굴엔 비웃음을 달고 살았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에 모든 것을 걸었던 남자였다.

그의 한 발짝 뒤에서 그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작중 화자가 그를 만나고 그가 죽은뒤 그의 자취를 찾아 그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그런. 화자가 바라보는 스트릭랜드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는 마음속에 품은 소중한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고 안타까이 애쓰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란히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마치 이국 땅에 사는 사람들처럼 그 나라 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온갖 아름답고 심오한 생각을 말하고 싶어도 기초 회화책의 진부한 문장으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사람들과 똑같다.(211페이지 중에서)

우리의 상상력으로 하여금 새롭고 신기한 어떤 것을 보게 해준다. 마치 육체를 벗어난 영혼이 머무를 곳을 찾아 방황하다가 마침내 머나먼 이곳 이국 땅에서 다시 육체의 옷을 걸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진부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그는 여기서 자신을 발견했던 것이다.(224페이지 중에서)

폴 고갱하면 타이티가 맨 먼저 떠오른다.
타이티는 폴 고갱 할 정도로. 통통하면서도 붉은 피부의 타이티의 소녀들의 모습이 마치 붉은 노을처럼 그렇게 이미지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싸우다 헤어졌던 화가라고 해서 그가 더 궁금하기도 했다. 그의 궁핍한 삶에서도 누군가 알아주지도 않았지만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열정이 보였고 그 배고픔마져도 별거 아닌걸로 생각했던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가 타이티로 건너갔을때의 온 마음을 쏟아 부었던 그의 그림에는 경건한 마음까지 들었다.

살아 있을때 그림의 가치를 알아보면 좋으련만 우리는 그가 가고 없을때 그의 그림을 더이상 구하지 못할때 그 화가의 그림을 알아본다. 늦게야 열리는 심미안에 안타까운 사람들이 많듯이 말이다. 모든 예술하는 사람이 거의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처음에 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어느 작가의 책들도 그의 작품이 성공했을때 전작들의 품귀현상이 벌어져 중고책인데도 비싼값에 팔리는 걸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언제나 너무 늦게야 예술인들을 알아보는 것같다. 예술작품을 미리부터 알아볼수 있는 심미안 있는 사람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살면서 일탈을 많이 꿈꾸게 된다.
그것을 과감하게 버리고 떠나지 못하는 나는 이런 폴 고갱 같은 화가가 많이 부럽다는 생각을 해본다. 더불어 바르가스 요사의 『천국은 다른곳에 』라는 책과 함께 읽는다면 폴 고갱에 대해서 더 알게되는 계기가 될거라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