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의 책들을 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작품 『달과 6펜스』또한 많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읽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이 화가 폴 고갱의 이야기를 다루어서 또한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 폴 고갱의 이야기를 다룬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인 바르가스 요사의 『천국은 다른곳에 』를 먼저 읽고 폴 고갱을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읽게 된 작품이다. 바르가스 요사의 『천국은 다른곳에 』가 그림을 향한 열정적인 폴 고갱을 다루었다면 이 작품 『달과 6펜스 』는 폴 고갱을 바라보는 한 소설가의 시점으로 모든 것에 무관심하고 약간은 기이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증권중개인이라는 좋은 직업을 버리고 아이들과 아내까지도 버리고 편지 한장 달랑 남기고 사라진 남자, 찰스 스트릭랜드. 모두들 그가 여자와 함께 프랑스로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아무것도 가진게 없이 그렇게 모든 것을 버렸다. 돈이 없어 밥을 먹지 않아도 그는 별 걱정을 하지 않았던 모든 것에 시니컬하고 관심없어 하며 얼굴엔 비웃음을 달고 살았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에 모든 것을 걸었던 남자였다. 그의 한 발짝 뒤에서 그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작중 화자가 그를 만나고 그가 죽은뒤 그의 자취를 찾아 그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그런. 화자가 바라보는 스트릭랜드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는 마음속에 품은 소중한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고 안타까이 애쓰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란히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마치 이국 땅에 사는 사람들처럼 그 나라 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온갖 아름답고 심오한 생각을 말하고 싶어도 기초 회화책의 진부한 문장으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사람들과 똑같다.(211페이지 중에서) 우리의 상상력으로 하여금 새롭고 신기한 어떤 것을 보게 해준다. 마치 육체를 벗어난 영혼이 머무를 곳을 찾아 방황하다가 마침내 머나먼 이곳 이국 땅에서 다시 육체의 옷을 걸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진부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그는 여기서 자신을 발견했던 것이다.(224페이지 중에서) 폴 고갱하면 타이티가 맨 먼저 떠오른다. 타이티는 폴 고갱 할 정도로. 통통하면서도 붉은 피부의 타이티의 소녀들의 모습이 마치 붉은 노을처럼 그렇게 이미지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싸우다 헤어졌던 화가라고 해서 그가 더 궁금하기도 했다. 그의 궁핍한 삶에서도 누군가 알아주지도 않았지만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열정이 보였고 그 배고픔마져도 별거 아닌걸로 생각했던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가 타이티로 건너갔을때의 온 마음을 쏟아 부었던 그의 그림에는 경건한 마음까지 들었다. 살아 있을때 그림의 가치를 알아보면 좋으련만 우리는 그가 가고 없을때 그의 그림을 더이상 구하지 못할때 그 화가의 그림을 알아본다. 늦게야 열리는 심미안에 안타까운 사람들이 많듯이 말이다. 모든 예술하는 사람이 거의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처음에 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어느 작가의 책들도 그의 작품이 성공했을때 전작들의 품귀현상이 벌어져 중고책인데도 비싼값에 팔리는 걸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언제나 너무 늦게야 예술인들을 알아보는 것같다. 예술작품을 미리부터 알아볼수 있는 심미안 있는 사람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살면서 일탈을 많이 꿈꾸게 된다. 그것을 과감하게 버리고 떠나지 못하는 나는 이런 폴 고갱 같은 화가가 많이 부럽다는 생각을 해본다. 더불어 바르가스 요사의 『천국은 다른곳에 』라는 책과 함께 읽는다면 폴 고갱에 대해서 더 알게되는 계기가 될거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