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제1회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장욱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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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한지 7년차 이하의 신진 작가들을 대상으로 제1회 웹진문지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만났다. 젊은 작가상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만큼 젊은 작가들을 키우기 위한 상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이렇게 젊은 작가들을 알게 되니 말이다. 그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또 아는 이름의 작가의 글을, 처음 접하는 젊은 작가의 글을 접했다.

이장욱 「곡란」 제1회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
정용준 「가나」
최제훈 「괴물을 위한 변명」
김유진 「희미한 빛」
이유    「커트」
김성중 「게발선인장」
황정은 「옹기전」
이홍    「나의 메인스타디움」
정소현 「실수하는 인간」
최은미 「눈을 감고 기다리렴」
김선재 「독서의 취향」

이장욱 「곡란」
한때 자살사이트가 유행처럼 번졌을때 나는 그 사람들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자살 사이트를 만든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지,,, 자살하려는 사람인지 아니면 자살하고 싶지만 누군가 말려 주었으면 하고 바랜건지 아니면 다른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려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 사람들은 죽음이 두렵기 때문에 동반자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혼자 죽으면 무서워 자신에게 채찍질하고 싶었을지도.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죽음을 준비해 온 사람들과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나온다. 곡란이라는 모텔로 죽음을 준비해 온 사람들. 혹시나 싶어 202호의 수상한 손님들이 눈에 거슬려 그들의 말소리에 귀기울이는 모텔 주인이 나온다.

요즘 연예인들부터 또 주위에서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들을 보면 충격적이고 사람들이 너무 비관적인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죽음에 대한 생각보다도 어떻게 하면 더 열심히 살아볼까 그런 생각을 할텐데,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누가 날 알아주지 않는다고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충격적이다. 나도 한때는 죽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살아보는게 더 좋지 않은가 하고 생각한다. 막상 죽음이 문턱으로 왔을때 내가 살아온 날들이 그림처럼 스쳐 지나갈테고 그때는 드는 생각은 너무도 강렬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정용준 「가나」
작가를 알게 된 건 역시나 제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의 「떠떠떠, 떠」였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고유한 느낌이 전해져 오는데 이 작품 또한 정용준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뇌리에 깊숙히 새겨넣은 계기가 되었다.

오랫동안 부르지 못했던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하비바 - 새처럼 가벼운 소리가 하늘을 난다. 당신의 이름은 하늘에 스미며, 비처럼 대지를 적신다.(78페이지 중에서)

죽은 사람이 애타게 찾는 이가 있어서 일까. 죽은 자의 생각들이 자신의 몸 위로 부유하며 끝없이 갈구를 한다. 자신이 사랑했던, 처음에는 무시했었던 사랑하는 이의 간절한 생각들이 자꾸 나를 부르는 것처럼 마음이 아파왔다. 당신에게 가고자 하는 영혼의 몸부림이 내 마음을 두드린다.

최제훈 「괴물을 위한 변명」
영화로 만나 본 프랑켄슈타인. 지금은 기억나지도 않는 아주 오래전의 영화 속의 어두운색 옷을 입었던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를 새롭게 이끌어 내어 새로운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이다. 비틀기 정도 되나, 아무튼 풍자적인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그의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위트 있었고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솔직히 오래전에 다른이가 써놓은 작품을 새롭게 쓰기가 두려웠을텐데도 그는 과감하게 도전을 했고 나는 그의 작품이 좋았다. 오히려 첫 장편소설보다 느낌이 확실히 좋더라.

김유진 「희미한 빛」
그의 전 작품인 「여름」을 먼저 만났다. 그때의 그 느낌이 마치 그 소설속의 풍경을 보는 것처럼 그림이 그려졌었다. 이 작품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떨 때 무언가를 자세히 보고 싶은데 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모든게 흐릿해 꿈속에서도 안경을 잃어버린 듯한 막막함을 느끼는 꿈을 꿀때가 있다. 나는 그러면 내가 나이가 들어가서 이처럼 빛이 흐릿해진걸까, 이렇게 눈이 멀고 마는 걸까 하는 안타까움을 느낄때가 있다. 아마도 이 글의 주인공도 그런 비슷한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었다. 룸메이트 L과  L의 여자친구 그리고 B와의 일들을 기억하는 게 어두운 곳에서 희미한 빛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보았다. 

황정은 「옹기전」
아주 어렸을때는 무언가를 주워왔던 일도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귀한 동전을 주운 날이었다면 그 날은 아주아주 행복한 날이었으리라. 맛있는 과자라도 떨어져 있었다면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얼른 주워 흙먼지를 털고 입속으로 넣었겠지. 요즘 항아리에 꽂혀 누군가 버린 항아리가 있다면 주워와 화분으로도 쓰고 깨끗하게 소독해 김치독이나 기타 다른 음식을 담는데에 쓰고 싶은 생각이 있다. 주택에 살던 친정 부모님이 이사가실 때 항아리들을 많이 버리셨는데 진작에 몇개 가져올걸  하는 후회가 생기지만 지금은 아쉽기만 할뿐 후회가 될 뿐이다. 

조그만 항아리를 주운 아이가 있다.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는 생각으로 집으로 가져왔지만 엄마는 귀신이 붙는다며 갖다 버리라고 한다. 왠지 버릴수 없었던 아이는 자기의 방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잠을 청한다. 그런데 항아리가 말을 건넨다. '서쪽에 다섯 개가 있어.'라고.   

옛날에 비해서 요즘엔 물건이 남아도는게 많다.
헌 물건을 버리고 새 물건을 사는 사람이 많아 자꾸 버릴게 많아진다. 그 버린 물건을 어디에다 버릴 것인가. 자신의 숨결이 들어간 물건을 나는 쉽게 버리지 못한다. 내 물건에 애착이 많은 편이라 그 물건을 거의 부서질 때까지 쓰는 편이다. 아주 못쓰게 되었을때야 새 물건으로 바꾸는데 이처럼 자신에게 말을 거는 물건이 있다면 왠지 갖기가 두려울 법도 하다. 하지만 이미 주워 온 항아리가 나에게 말을 걸고 그 곳으로 가고자 한다면 나도 아이처럼 따라가지 않을까. 그게 이별이라고 해도. 땅 속 깊이 묻는다 해도 그 기억들은 영원히 내 마음 속 깊이 살아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정소현 「실수하는 인간」은 한 순간 실수로 아버지를 죽이고 그 길로 집을 나간 석원의 이야기는 그 한 순간의 실수가 자신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몰고 가는지, 또한 아버지가 자신을 가리켜 악담을 하고 끝내는 악담대로 되어 버리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최은미 「눈을 감고 기다리렴」같은 경우는 이마 한가운데 상흔이 있는 여주인공이 매일매일 잠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과 엄마 뱃속에서 쌍둥이 동생과의 기억, 그 기억들의 상흔때문에 졸려하지 않았나 싶은 작품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11편의 전체적인 작품들이 모두 다 개성있고 작가별로 특별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내 감성과 잘 맞는 작품에는 더 후한 점수도 주었다. 새로운 젊은 작가의 젊은 작품들을 만나는 일은 늘 설레임을 준다. 앞으로도 이 작가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고 그들의 새 작품이 나올때마다 난 눈여겨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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