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장 나쁜 일 ㅣ 오늘의 젊은 작가 37
김보현 지음 / 민음사 / 2022년 7월
평점 :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의미가 크다. 최선을 다하여 일해도 경계선 밖의 끄트머리에서 여전히 헤매는가 하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유유자적한 사람들이 있다. 그 차이의 깊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갑자기 불행한 일이 닥쳤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사람의 행동은 다르다. 몇 년이 지나도 잊지 못하고 복수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 반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 이유를 알고자 피폐해진 몸을 이끌고 용기를 내 찾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그 여성을 보고 아프지 않기를 바라고 응원하게 된다.
정희는 1092일 전, 46개월 12일을 산 아들 경준을 잃었다. 이후 우울증과 신경쇠약,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렸다. 아이를 잃은 후 남편과는 데면데면했고, 경제 활동을 남편 혼자서 책임지고 있었다. 정희는 일자리를 찾았다. 중고생 수험 참고서를 만들었던 경험으로 수능 모의고사 문제집을 만드는 회사에 지원했다. 면접을 마치고 오랜만에 남편 회사 앞으로 가 기다렸다. 동료들과 나오던 남편이 자기 눈앞에서 실종되었다.
우울증과 신경쇠약으로 약해진 여성이 남편이 납치된 후 세상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치밀하게 계산된 상황에서 자기의 뜻대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곁에는 의지할 가족 하나 없었다. 남편을 둘러싼 상황들이 점점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한편 정희는 갇힌 세상에서 스스로 빠져나와야 했다.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은 이 소설의 중요한 모티프가 된다. 우리가 추구하는 돈과 비틀린 욕망에 혼재되어 나타나 전반적인 흐름이 된다. 뉴스에서 떠들썩했던 계곡살인사건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왜 비틀린 욕망으로 점철되었는가 그 이유가 궁금했었다. 자기 눈앞에서 경험한 사건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자기 가족을 제외한 그 누구도 돈을 위한 대상으로 보았을 뿐 다른 사람에게는 냉정한 자였다. 약해빠진 정신으로 슬픔 속에서 허우적댈 거로 여겼던 여성이 한발 한발 다가오자 가차 없이 제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여성이었기에 쉽게 당하지 않는다. 슬픔을 이기는 동류의식이 정희를 강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여성을 주체적으로 내세운 작품이 많이 나온다. 여성이 남성 뒤에서만 숨어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드러낸 작품이 좋다. 남자 뒤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일하는 것보다 궁금한 것은 자기가 알아보고 그 이유를 알 때까지 물러서지 않는 단호함을 가지는 게 좋다. 남편이 실종된 후, 남편의 이란성 쌍둥이 동생 지애의 남편이 찾아오자 약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희는 강해질 터였다.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울 거였다.
테두리 안에 있는 인물들보다는 테두리 밖에 있는 인물들을 그렸다. 돈이 없어 아이의 심장 수술하지 못했고, 탈북자의 힘겨운 삶을 나타냈다는 점이 독특하다. 꿈과 희망을 좇아 한국으로 왔지만 적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것을 새로 배워 살아야 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한정적일 것이다. 북에서 특별한 능력을 지녔더라도 말이다. 누군가의 유혹은 얼마나 쉬운 일인가. 속닥거리는 말은 또 얼마나 의심을 났는가 말이다.
사람은 때로 자기를 뛰어넘는다. 뭔가에 빠졌을 때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런 말도 하고 저런 말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40~41페이지)
다양한 인물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간다. 우리 주변에서 울고 웃는다. 인식하지 못했을 뿐,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 죽기도 한다는 것을 아프게 바라보게 된다. 물에 빠졌다 나온 사람이 한없이 울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에서 다양한 소재의 작품이 나온다는 건 꽤 반가운 일이다. 새로운 작가를 안다는 것의 묘미가 있고 작품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게 좋다.
#가장나쁜일 #김보현 #민음사 #책 #책추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오늘의젊은작가 #오늘의젊은작가시리즈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