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초 마음 - 야생의 식물에 눈길을 보내는 산책자의 일기
고진하 지음, 고은비 그림 / 디플롯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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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이촌 생활을 하다 보니 저절로 야생초나 농작물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다. 텃밭에 농막을 가져다 두고 그 주변을 잔디와 꽃나무, 가림막으로는 편백 등을 심었다. 아침에도 일찍 눈이 떠져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산책길에 나서는데, 보이는 풍경 모두가 관심 대상이다. 이것저것 살펴보고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담는다.


 

쇠비름이 몸에 좋다고 하여 설탕을 부어 발효시킨 지 몇 년이 지났다. 비릿한 냄새가 싫어 맛을 보지는 않고 어딘가에 저장해 두었다. 야생에서 자라는 풀들을 직접 요리하고 그 효능을 말하며 잡초와 더불어 생활하는 고진하 시인의 이 책을 보는데 첫 번째 야생초가 쇠비름이었다. 저자가 꺾어다 주는 야생초로 그의 아내는 샐러드나 무침, 된장국을 끓여 직접 자연 친화적인 식단을 꾸민다. 쇠비름도 예외는 아니어서 날것으로 뜯어 무침을 하기도 하고, 잎과 줄기를 삶아서 무침을, 쇠비름전이나 쇠비름장아찌까지 다양한 요리를 해 먹는다.


 


 

 

들과 집 뒤란 등 잡초라 여기고 함부로 베어버리지 않는다. 야생초의 쓰임새를 알아보고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하여 먹고 마신다. 건강해지는 건 다른 데 있지 않다. 몸에 좋은 것을 먹고 마시면 된다. 굳이 육식을 하지 않아도 자연식으로도 해결될 일이다. 필요한 야생초는 지천에 깔려있다. 귀찮아서 혹은 그 쓰임새를 알지 못하여 사용하지 않을 뿐이다.

 


몸에 좋은 야생초를 다양한 요리 방법으로 응용하여 먹는 건 큰 의미가 있는 건 같다. 필요로 하는 사람들 곁에서 자라는 야생초들의 효능과 그 쓰임새에 대하여 배우게 된 계기가 되었다. 눈앞에 있어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발견하지 못한다.

 



 

 


시인은 야생초를 뜯으러 갈 때 욕심부리지 않는다. 먹을 만큼의 양만 뜯어 먹고 다른 사람과 동물을 위해 남겨둔다. 우리가 먹고 심는 농작물이 모두 토종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다음 해 씨가 생기지 않는 씨앗이라고 한다. 시인의 쓴 글을 읽어보니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단발성 씨앗을 판매하는 이유 또한 그렇다. 시인은 토종 씨앗을 심고 받아 필요한 사람에게 소량을 나눈다. 인위적인 것보다는 우리 토종 씨앗이 우리 몸에 맞고 더 좋다는 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언젠가 아는 언니들과 함께 소풍을 갔다. 다양한 장아찌를 만들어 싸 왔는데 그 중의 하나가 고들빼기 장아찌였다. 시인의 집 뒤란에 있는 왕고들빼기는 뛰어난 약성을 가지고 있다. 편도선염, 자궁염, 인후염, 유선염 등 각종 염증에 효험이 있다. 소화를 도우니 장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약초라고 한다. 사포닌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항암 효과에도 좋다. 시인은 왕고들빼기주스며 겉절이나 전으로도 해먹는다. 이쯤에서 우리는 그의 아내의 요리법이 탐난다. 시도해볼 만하다. 직접 기른 식물로 자연 친화적인 음식을 먹는다는 건 농약과 제초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니 지구 환경에도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오늘날 현대인의 미각은 인공 향미료나 조미료에 길들어 있다. 자연의 순수한 맛을 즐길 줄 모른다. 하지만 야생초 요리를 해 먹으며 우리 가족은 이제 자연의 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자연의 맛과 향은 우리의 뱃속을 편하게 할 뿐 아니라 머리도 맑게 해준다. 야생의 먹거리가 우리 몸속에 들어오면 몸이 가벼워지고 하루하루 사는 게 기쁘다. 그러니까 우리의 몸과 영혼을 살아 있게 하는 진정한 섭생은 건강한 먹거리의 선택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 (142페이지)


 


 

 

환삼덩굴이 있다. 텃밭의 코스모스 군락지가 있는 곳을 타고 넘어와 코스모스를 다 쓰러뜨리는 식물이었다. 뜯으려고 하면 마치 끈끈이 풀처럼 피부에 달라붙었다. 장갑을 끼고 전정가위로 조금씩 잘라내는 미운 식물이었다. 아마 농사를 짓는 분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환삼덩굴의 잎과 줄기 그리고 뿌리를 약재로 쓸 수 있다. 특히 고혈압에 특효약이라고 하니 기억해둘 만하다. 고혈압이 있는 시인이 환삼덩굴 잎을 뜯어 차로 만들어 마셨더니 혈압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미운 환삼덩굴을 차로 만들어 마시는 건 어떨까. 잎과 줄기를 채취하여 그늘에서 말려 가루를 내어 마셔도 된다고 하니 시도해 봐야겠다.


 


 

 

유익한 자료가 가득하다. 야생초의 세밀화가 수록되어 책을 읽는 즐거움을 크게 한다. 세밀화를 그린 시인의 딸이자 조각가 고은비는 사진을 보고 그린 게 아니라 직접 장화를 신고 야생초를 찾아다니며 그렸다고 한다. 책에 실린 세밀화가 더욱 마음에 들어온다. 그 마음이 느껴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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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21-10-25 1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심코 놓여진듯한 책이 자연과 너무 잘 어울려 보여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Breeze 2021-10-26 09:35   좋아요 1 | URL
사무실 앞 화단에 있는 씀바귀 옆에 두고 찍어봤어요.
읽어두면 좋을 책이었습니다. ^^

그레이스 2021-11-05 17: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도 너무 예뻐요
당선작 축하드려요~

Breeze 2021-11-05 17:1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1-11-05 1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새파랑 2021-11-05 18: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도 책도 너무 멋져요~!! 야생초 마음처럼 축하드립니다 ^^

초딩 2021-11-07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 행복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