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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판 사나이 ㅣ 이삭줍기 환상문학 1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최문규 옮김 / 열림원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회색 옷을 입은 남자에게 그림자를 팔고 금화가 쏟아지는 자루를
빛이 없으면 그림자가 없듯 그림자가 없으면 빛도 없다.
그림자의 빛의 존재 증거임과 동시에 빛을 이루는 구성요소인데
그는 그림자를 팔고 빛을 잃었다. 그림자가 없는 그를 향한
연인과 그 가족, 하인을 비롯해 거리의 사람들의 시선은 냉소와
냉대를 넘은 인간 이하의 존재를 보는 듯 했다.
결국, 이 소설의 핵심은 '그림자'가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다.
그것이 무엇이길래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뀌게 하고,
그림자는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표식(기표)인데, 사실 그림자는
세속에 있어서는 쓸모가 없다. 그 쓸모없음의 결여가 곧 본질의
내게 인상 깊었던 장면은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회색 옷을 입은 남자가
그림자를 돌려주는 대신 사후 영혼을 팔라는 남자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는 부분이었다. 그림자를 되찾으면 자신을 떠난 하인을 응징하고
사랑을 확인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연인과 재회하고 결혼에 이를
수 있음에도 사나이는 영혼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후 영혼이
그림자보다 더 소중한 것인가. 일반적으로 정신적, 종교적 세계를 의미하는
'영혼'이 이 소설에서는 인간의 근원과 본질을 규정 짓는 그 무엇인가,라는
차라리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자신의 그림자가 없음을 물어오고, 파헤치려는
사람들과 측근들에게 처음부터 솔직하게 저간의 사정을 말했더라면 파국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답답함도 들었다.
그림자를 판다는 설정 자체가 이토록 해석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