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어 사놓고서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잔뜩 쌓여 있고,

전에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조만간 다시 한 번 읽어봐야지,

하는 책도 잔뜩이다.

그런 데다 일 때문에 읽을 필요가 있는 책,

누가 보내주었으니 읽고서 고맙다는 편지라도 써야지 하면서 그대로 놔둔 책,

읽어야 할 책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책꽂이를 한차례 죽 훑어보고는 한숨을 쉬며

읽고 싶은 책이 없다고 중얼거린다.

 

골치 아픈 것은 책을 읽고 싶지 않은 것 자체가 아니다.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들고 만 것이다.

 

전철을 타거나 목욕을 할 때,

또는 치과 로비에서 책을 읽는 버릇이 붙고 말아

무슨 책이든 들고 가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또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책 따위 하나도 읽고 싶지 않은데,

책보다는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싶은 기분인데도

책을 읽고 싶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탓에,

읽고 싶은데 읽을 거리가 없다는 갈증에 허덕이는 꼴이 되는 것이다.

 

─ 에쿠니 가오리의 『울지 않는 아이』 p.67~68 ─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마음인가 봅니다.

책장 가득 읽지 않은 책들이 줄줄이 있는데,

또다시 서점을 서성이곤 하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도 찻집을 좋아한다.

대개는 혼자서 간다.

누구랑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 아니, 신이 날 때도 있다 ─

하지만 찻집에 가는 것 자체를 즐기기에 혼자가 훨씬 좋다.

 

여행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혼자이고 싶은 것이다.

낯선 장소에 덩그러니 혼자 존재하다가,

곧 다시 그곳을 떠나간다는 것.

가령 그 창문과 테이블과 커피 잔이

나 또는 내 생활과는 무관하게

거기에 늘 존재한다는 것.

그 정당함과 그 안도감.

 

다른 시간의 흐름에 잠시 머무는 것이리라.

또 그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왠지 소설 속의 등장인물 같다.

 

─ 에쿠니 가오리의 『울지 않는 아이』 p.194~195 ─

 

 

 

↑ 모스크바에서 프라하로 가는 어느 길목에서

 

그래서 끊임없이 여행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잠시 머물다가는 여행자일 뿐이라는

안도감을 느끼기 위해서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애니비평 2014-01-08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랴~ 여기는 책좋사 네이버 카페의 지기 중에 하나이신 분이 아니옵니까? 서재지수 100이라니 부럽사옵니다.

뒷북소녀 2015-03-24 12:38   좋아요 0 | URL
아~~~~~ 애니님 덧글 이제야 봤어요.^^

만화애니비평 2015-03-24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뒷북소녀님다운 답글! 잘 지내시죠! ㅎㅎ

뒷북소녀 2015-03-24 13:01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애니님은 피드백이 엄청 빠르시군요.
 

 

 

"불가능한 건 없어. 다만 어려울 뿐이지."

살면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

내가 정해버린 한계인 경우가 더 많다는 걸

나는 이 일을 통해서 배웠다.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나는 안돼, 이 조건에 가당키나 하겠어'라는 생각을 버린 순간

내 발끝은 이미 성큼 한 발자국 더 나가 있었다.

  

─ 조은영의 『런던의 플로리스트』 p.133

 

 

불가능한 건 없다지만 불가능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어려운게 많아요.

성큼 한 발자국을 내디디는 것 조차 어려울 때도 있지만,

적어도 뒷걸음치지는 말아요. 우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건 단지 꽃일 뿐이에요.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해도

당신은 그저 꽃 한 송이 값을 더 지불하면 되요.

어때요? 한번 해볼까요?"

 

─ 조은영의 『런던의 플로리스트』 p.153

 

 

 

 

 

그래요. 단지 꽃 한 송이 값만 더 지불하면 되요.

무언가를 하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상심하지 않기로 해요.

상심이 크다보면 더 많은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해엔 엎어지고 자빠져도 덜 상처받도록

비장의 낙법을 연마하겠습니다.

지금 죽어도 개죽음이 되지 않도록

꿈에서조차 사람의 언어를 살아나겠습니다.

애인을 100명만 만들고

…… 술은 술보다 아름다운 사람들하고만 마시겠습니다.

투표는 반드시 하고

울면서 이민을 결심하지는 않겠습니다.

부자가 되겠다고 결심하지도 않겠습니다.

군대 면제와 위장 전입과 투기를 결심하지도 않겠습니다.

겨우 100만 부 팔리는 무협지 한 권만 쓰겠습니다.

그리고 그냥 너 나 없이 사람답게 살기를,

하느님답게 살 수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새해 첫 인사 광야에서 올립니다.

날마다 좋은 날입니다.

 

─ 류근의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p.57~58

 

새해엔 꼭 그렇게 해보도록 해요.

날마다 좋은 날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