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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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

만 횟수를 정해놓고 우는 것은 뻐국시계다. 가슴이 메마르면 눈물도 메

마른다.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타인의 아픔에도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가

슴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30쪽

마음이 좁쌀만 한 인간이 하나님을 믿으면 하나님의 크기도 좁쌀만하고

마음이 태산만 한 인간이 하나님을 믿으면 하나님의 크기도 태산만하다.

마음의 크기가 좁쌉만 한 인간은 영혼이 좁쌀 속에 갇혀서 자신의 모습

조차 보지 못하고, 마음의 크기가 태산만 한 인간은 영혼이 태산 위에

올라 천하만물을 두루 살피니, 지금 그대 영혼이 어디서 무엇을 보고 있

는지 한번 말해 보시라.-40쪽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는 인간이 있고, 발효되는 인간도

있다. 한국 사람들은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 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

었다고 말한다. 신중하라.그대를 썩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대를 익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
-122쪽

티끌 같은 노력으로 태산 같은 보상을 바라지 말라. 그런 사람이 축

적할 수 있는 재산은 티끌같이 미흡한 존재이유와 태산같이 거대한 불평

불만뿐이다. -179쪽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을 만나면 그래,산에는 소나무만 살지 않으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는다.-181쪽

그대 주변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대가 "안심하세요,제가 있으니

까요"라고 말해 주면 그대를 믿고 안심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나요.

가족조차도 그대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대의 인생은 아직 미완성

입니다.-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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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 & 포퍼 :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지식인마을 25
장대익 지음 / 김영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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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과학 연구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경험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지도교수가 흥미롭다고 생각하지 않는 연구 주제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본인의 장래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때 교수의 지적 관심이란 대체로 주류 학계의 문제의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를 의심하거나 반한다면 교수의 장래도 보장받기 힘들다. 일종의 암묵적인 도그마 가 떡 버티고 있는 셈이다.-123쪽

학계든 스포츠계든 스타가 되고자 한다면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전략이 있다. 그것은 대가와 싸워 이기는 것이다. 이른바 잔챙이 들과 붙어 아무리 승리를 많이 거둔다고 해도 스타가 되기에는 2퍼센트가 부족하다.-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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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d Delusion (Paperback)
리처드 도킨스 지음 / Black Swan / 2007년 5월
구판절판


부모의 종교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막연한 느낌과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으면서도 종교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 이 책은 무신론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현실적인 열망이고, 용감한 행위라는 사실을 일깨우기 위해 썼다.- 6쪽

이슬람 아이가 아니라, 이슬람 신자의 아이다. 그 아이는 너무 어려서 자신이 이슬람교도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이슬람 아이 같은 것은 없다. 가톨릭 아이 같은 것도 없다.-10쪽

역사의 his가 남성 대명사와 어원상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허스토리 는 지극히 터무니없는 조어다.-179쪽

다윈의 진화, 특히 자연선택은 더 많은 일을 한다. 그것은 생물학 영역 내에서 설계라는 환각을 산산이 부수며, 물리학과 우주론 분야에서도 모든 형태의 설계 가설을 의심하라고 가르친다.-183쪽

신자가 회의주의자보다 더 행복하다는 말은 술 취한 사람이 멀쩡한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말과 별 다를 바 없다.

-조지 버나드 쇼-255쪽

신이 사라지면 틈새가 생길 것이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메울 것이다.-5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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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없는 십오 초 문학과지성 시인선 346
심보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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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환멸로 이끄는 것들







태양

오른쪽

레몬 향기

상념 없는 산책

죽은 개 옆에 산 개

노루귀 꽃이 빠진 식물도감

종교 서적의 마지막 문장

느린 화면 속의 죽음

예술가의 박식함

불계(不計)패

변덕쟁이들

회고전들

인용과 각주

어제의 통화 내용

부르주아 대가족

불어의 R 발음

모교의 정문

옛 애인들(가나다 순)

컨설턴트의 고객 개념

칸트의 물(物) 자체

물 자체라는 말 자체

라벤더 향기

아래쪽

토성
-24쪽

장 보러 가는 길



순종 세인트버나드 한 마리

주인을 기다리며 슈퍼마켓 입구에 앉아 있다

꿈쩍도 않고 오랫동안

누구와도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알프스는 오래전에 잊었다는 듯이



마늘 베이글 하나 들고

수북한 털 속 견고한 몸 부피를 가늠하며

나도 그 앞에 한참을 서 있다

한 줄기 미풍이 전해주는 마늘 향

씰룩이는 젖은 코가 그의 윤색한 건강을 말해준다



씰룩, 아내가 종이 위에 적어준 장거리들처럼

인생의 세목들이 평화롭고 단순했으면 좋겠다

씰룩, 장 보기 직전의 다짐

ㅡ 가장 질 좋은 고기를 고르리라 ㅡ

은 비록 찰나지만 느껍기까지 하다



마침내 서서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는 세인트버나드

그의 입가에 고이는 무심한 침이 투명하다

너 멋지다, 쿠울하다

볕 좋은 이른 봄인데

그에게 구조당하고 싶어 폭설 내리는

내 마음의 알프스

장 보기는 오래전에 잊었다는 듯이


-30쪽

삼십대

나 다 자랐다, 삼십대, 청춘은 껌처럼 씹고 버렸다. 가끔
눈물이 흘렀으나 그것을 기적이라 믿지 않았다. 다만 깜
짝 놀라 친구들에게 전화질이나 해댈뿐, 뭐 하고 사니, 산
책은 나의 종교, 하품은 나의 기도문, 귀의할 곳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 공원에 나가 사진도 찍고 김밥도 먹
었다, 평화로웠으나, 삼십대, 평화가 그리 믿을 만한 것이
겠나, 비행운에 할퀴운 하늘이 순식간에 아무는 것을 잔
디밭에 누워 바라보았다, 내 속 어딘가에 고여있는 하얀
피, 꿈속에, 니가 나타났다, 다음 날 꿈에도, 같은 자리에
니가 서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너랑 닮은 새였다(제발
날아가지 마), 삼십대, 다 자랐는데 왜 사나, 사랑은 여
전히 오는가, 여전히 아픈가, 여전히 신열에 몸 들뜨나, 산
책에서 돌아오면 이 텅 빈 방, 누군가 잠시 들러 침만 뱉
고 떠나도, 한 계절 따뜻하리, 음악을 고르고, 차를 끓이고,
책장을 넘기고, 화분에 물을 주고, 이것을 아늑한 휴일이
라 부른다면, 뭐, 그렇다 치자, 창밖, 가을비 내린다, 삼십
대, 나 흐르는 빗물 오래오래 바라보며, 사는 둥, 마는 둥,
살아간다-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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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수수밭 창비시선 122
천양희 지음 / 창비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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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탓이다

천양희


그는 늘 안경을 쓰고 있다
나는 그의 눈을 잘 볼 수가 없다
눈이 마음의 창이라면
나는 그의 마음을 잘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그가 의문스럽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내가 의심스럽다

영화「빠삐용」에서
안경을 낀 더스틴 호프만 노인이
안경을 끼지 않은 노인 스티브 맥퀸에게
'넌 누구냐'고 묻는다
그의 대답은 '난 아무도 아니오'였다

그는 늘 안경을 쓰고 있다
나는 그의 눈을 잘 볼 수가 없다
그는 가끔 안경을 벗는다

그는 나의 눈을 잘 볼 수가 없다
눈이 마음의 창이라면
그는 나의 마음을 잘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끝없이 내가 의문스럽다
그래서 나는 끝없이 그가 의문스럽다
그 의심이 나를 근시안으로 만든다
안경 탓이다.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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