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서울 - 미래를 잃어버린 젊은 세대에게 건네는 스무살의 사회학
아마미야 카린, 우석훈 지음, 송태욱 옮김 / 꾸리에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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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성모병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식권을 구별해서 사용하게 하고 있다. 정규직은 주황색 식권을 식당에서 아무 때나 원하는 만큼 살 수 있지만,비정규직은 노란색 식권을 한 달에 20장씩만 총무팀에서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식권 색깔에 맞춰 따로 줄을 서야 한다. 우리는 주황색 식권에 적힌 "즐거운 식사 시간 되세요"라는 문구와, 노란색 식권에 경고문처럼 박힌 "타인 및 다른 용도로 사용불가" 라는 문구를 보면서 비애감을 느끼게 된다. 회사는 왜 식권 색깔까지 구분하려 드는 것일까?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다르다"는 자기 암시를 반복하도록 강요하는 이 지나친 저비용/고효욜의 훈육방식은 실로 참기 힘든 인간에 대한 무례가 아닐 수 없다.-76쪽

한 조선업체는 통근버스 좌석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구분해서 이용하도록 하는 '좌석 지정제'를 실시했다. 정규직은 통근버스의 1~23번 자리에, 비정규직은 24~45번 자리에만 앉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회사는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3배나 많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통근버스를 타도 정규직이 자리에 앉기 힘들어졌고, 결국 좌석 지정제라는 새로운 차별이 생겨나게 된 배경이 된다. 이 회사 총무부 관계자는 "직원들이 '우리 버스인데 못 앉는다'는 불만을 가질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우리 버스'라는 생각, '우리=정규직'이라는 생각이 실로 무섭게 느껴지는대목이다. 통근버스의 수를 늘려 모든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좌석 지정제라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을 현실로 실천하는 회사 측의 태도는 쉽게 용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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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일리 2009-09-08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버릭꾸랑 님은 여기다 밑줄 쫙쫙 그으셨군요^^ 식권과 버스 얘기, 어이가 없는 나머지 아득해져 버리는 기분이에요.

다이조부 2009-09-08 21:25   좋아요 0 | URL
이 책 후반부에 보면 저자가 군대에서의 자살율 언급하잖아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사안인데 작가가 기술한 부분이 부정확하다고 생각하는

게 군대에서의 중대 규모를 수백 명이라고 기술하는데, 사소하지만 이건

잘못된 정보로 추정됩니다. 수백명 이라고 하면 최소 200명이상 1000명

내외를 뜻하는 터인데, 가장 흔해빠진 육군에서의 중대규모는 100명 전후 거든

요.

자일리 2009-09-09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를 다녀오셨기에, 잡아낼 수 있는 오류가 아닌가 합니다..저는 몰랐던 사실이네요^^ 꾸리에 출판사에 말씀해 놓으셔도 좋을 것 같네요. 재판 찍을 때, 수정할 수 있게요.

다이조부 2009-09-10 02:21   좋아요 0 | URL
방금 영화 보고 왔는데, 영화 끝나고 대화의 시간이 있었어요.

근데 질문한 사람들한테, 행사 끝나고 이 책이랑, 가난뱅이의 역습을

주더군요. 이럴줄 알았으면 질문 하나 할걸 그랬나 하는 속보이는 생각이

스쳐지나 갔답니다 헐
 
아날로그맨 1
김수박 지음 / 새만화책 / 2006년 12월
품절


가난한 자의 월동준비란 애인이 아니라 보일러 기름값이었다.-?쪽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는 것만큼 상쾌한 일도 없겠다. 세상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넌, 쓸만해."-!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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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기타노 다케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9년 5월
절판


정자에도 각기 다른 역할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먼저 '난자잡이'라는 정자가 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난자를 차지하는, 요컨대 수정을 목적으로 하는 정자다.
그리고 그 난자잡이를 덮쳐서 죽이는 '킬러 정자'라는 게 있다. 자연계는 반드시 일부일처제는 아니므로, 암컷의 자궁에는 다른 수컷의 정자가 들어있을 가능성도 있다. 킬러 정자는 다른 수컷의 정자를 죽임으로써 자신들의 난자잡이 정자를 유리하게 만들어준다. 더욱이 적의 킬러 정자에게서 난자잡이 정자를 방어하는 정자도 있다.
생명은 정자 단계에서부터 적군과 아군으로 나뉘어 맹렬히 싸우면서 난자를 찾아간다. 난자에 도착하여 살아남은 것은 그런 싸움을 거친 몇억 개의 정자 중에 단 한 마리에 불과하다.
산다는 것은 죽이는 것이다.-108쪽

바람을 피우는 상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애인을 한 명만 만드니까 삼각관계가 되어 모가 난다. 둘이라면 사각 관계, 셋이라면 오각 관계......,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원에 가까워져서 모가 없어진다. 그러면 풍파도 일지 않게 될 거라고 했더니 나더러 역시 미친놈이라고 화를 냈다.
그 무렵의 이야기인데, 어떤 여자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왜 만나자는애길 안 해요? 다른 애인이라도 생긴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네가 그 다른 애인이잖아.그러니까 넌 그런 말은 하면 안 되지."
그렇게 말했다가 또 된통 욕먹고말았다.-113쪽

누군가와 친구가 되려면 처음부터 손해를 각오해야 한다. 좋은 기억만 갖겠다는 태도는 상대에게 확실하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다.
"네가 곤란하면 나는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곤란할 때 나는 절대로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다."
이런 자세가 옳다. 서로에게 그렇게 생각할 때 비로소 우정이 성립한다.
'옛날에 나는 너를 도와주었는데 너는 지금 왜 날 도와주지 않는거야'
하고 생각한다면, 그런 건 처음부터 우정이 아니다. 자신이 정말로 곤란할 때 친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것이 진짜 우정이다.
요컨대 우정은 내가 저쪽에다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지, 저쪽에서 얻을 수 있는 뭔가가 아니다. 우정이란 상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다.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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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2009-08-3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바람을 피우는 상대가 많으면 많을수록 '원'에 가까워지는군요. 재밌어요ㅋ 기타노 다케시의 책 읽어봐야겠네요.

다이조부 2009-09-02 21:14   좋아요 0 | URL
5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 읽는 재미가 쏠쏠해요.

 
무례한 복음 - 이택광의 쾌도난마 한국문화 2008~2009
이택광 지음 / 난장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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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친박 연대'라는 당명은 확실히 징후적이다. 정말이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친근감을 근거로 당명을 결정했다는건 세계 정당사에 남을 일이다. 정책도 이념도 없이 오직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것이 한국 부르주아 정치의 종착역이라는 사실을 친박연대라는 당명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꼴이다. -37쪽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 남성의 대표로 국위선양을 하기 위해 9개국 여성과 데이트를 했다. 즐기기 위해 데이트를 한 것은 아니고, 대한민국 대표 선수라는 생각으로 한국 남성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만났다"고 발언을 했다. (.....)이들은 자신의 쾌락에 대한 표현을 '국가와 민족'에 빗대어 억압한다.-57쪽

도대체 촛불집회가 원했던 건 뭔가? (.....) 촛불집회가 원했던 건 계속 촛불집회가 열리는 것이다. 그래서 촛불은 결코 꺼질 수가 없다. 왜냐하면 누군가 강제로 촛불을 끌수는 있겠지만, 말 그대로 그건 상징적 차원에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촛불은 끊임없이 불려나와 함께 즐길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에게 대안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촛불집회는 지금과 다른 삶에 대한 정치적인 이념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촛불의 정치학이라고 하겠다.-124쪽

숭례문 화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건, 너무도 허약한 한국 사회의 공공의식이다. 숭례문이 불에 타서 사라져버린 건 이게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 내 것이 아닌 건 '공짜'다. 공공의 것을 가장 많이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는 건 그냥 방치될 뿐이다. 숭례문은 그렇게 버려졌던 것이다.-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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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자산어보 - 상
오세영 지음 / 명상 / 2004년 2월
절판


아무리 사정이 절박하고 피눈물 나는 사연이 있다고 해도 돈이란

놈은 결코 없는 자 편을 들지 않는다.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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