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성모병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식권을 구별해서 사용하게 하고 있다. 정규직은 주황색 식권을 식당에서 아무 때나 원하는 만큼 살 수 있지만,비정규직은 노란색 식권을 한 달에 20장씩만 총무팀에서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식권 색깔에 맞춰 따로 줄을 서야 한다. 우리는 주황색 식권에 적힌 "즐거운 식사 시간 되세요"라는 문구와, 노란색 식권에 경고문처럼 박힌 "타인 및 다른 용도로 사용불가" 라는 문구를 보면서 비애감을 느끼게 된다. 회사는 왜 식권 색깔까지 구분하려 드는 것일까?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다르다"는 자기 암시를 반복하도록 강요하는 이 지나친 저비용/고효욜의 훈육방식은 실로 참기 힘든 인간에 대한 무례가 아닐 수 없다.-76쪽
한 조선업체는 통근버스 좌석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구분해서 이용하도록 하는 '좌석 지정제'를 실시했다. 정규직은 통근버스의 1~23번 자리에, 비정규직은 24~45번 자리에만 앉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회사는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3배나 많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통근버스를 타도 정규직이 자리에 앉기 힘들어졌고, 결국 좌석 지정제라는 새로운 차별이 생겨나게 된 배경이 된다. 이 회사 총무부 관계자는 "직원들이 '우리 버스인데 못 앉는다'는 불만을 가질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우리 버스'라는 생각, '우리=정규직'이라는 생각이 실로 무섭게 느껴지는대목이다. 통근버스의 수를 늘려 모든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좌석 지정제라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을 현실로 실천하는 회사 측의 태도는 쉽게 용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