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일취월장 - 나날이 성장하는 나를 위한 그 한마디 공병호의 우문현답 시리즈 2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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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에 300권 이상을 읽는다는 공병호 씨의 신간이다.  그 분의 독서량을 들먹이는 이유는 이 책이 저자가 읽은 책들에서 뽑은 인상 깊은 구절들과 그것에 관한 저자의 해설이 딸린 책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자기계발서인데 나는 자기계발서를 정말이지, 싫어한다.  맹목적인 경계는 비합리적인 것일 테지만 어떻게 힘을 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힘내세요', '열심히 사세요' 라는 진부한 말들을 하는 책들을 너무 많이 봐와서 그런지 모르겠다.  (엄밀히 말하자면, 예전 읽은 자기계발서들이 그래서 이제는 아예 안 읽는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달랐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이면서 에세이이기도 하다.  게다가 새 책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구태여  공병호 씨의 해설이 없더라도 마음을 흔드는 책 속 글귀들, 그것들은 그것 자체로 성실하게 나를 감동시켰다.  공병호 씨의 가슴을 파고들었듯이 내 가슴을 파고든 문장들에 포스트잍을 붙이다 보니 이건 뭐 끝이 없었다.  결국은 성가셔서 다 떼고 말았다.  이 책 한 권을 송두리째 포스트잍에 싸두어야 할 것 같았다.        

  이 책은 '이렇게 사세요' 하는 식의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이렇게 살아야 겠구나' 라는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다.  딱 사회초년생이거나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에게 선물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는지, 그들에게 선물할 일이 없는지 애써 생각해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은은하게 퍼지는 허브향은 너무 상쾌했다.  책의 내용과 의도와 너무 잘 맞는 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또한 감성적이고 멋진 사진들은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일깨워주기도 했다.  딱 새벽에 걸맞은 책이다.  동이 트기 전 어슴푸레 밝아오는 푸른빛을 보듯, 이 책은 동이 트기 전 이제 막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었다.  공병호 씨의 새벽 향기가 이 책에도 묻어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이 책 후미에 딸린 인용된 구절이 담긴 원 도서 리스트도 참 좋았다.  어떤 책은 저자가 옮겨놓은 글귀가 너무나도 와 닿아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좋은 책을 소개받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다.  더 즐거운 것은 그 책을 소개해 준 사람과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인 것 같다.  그 서로 다른 생각을 함께 나누는 것이야말로 최고로 흥분되고 재미있는 일인 것 같다.  공병호 씨가 내게 소개해 준 몇 권의 책을 읽을 생각을 하니 설렌다. 

  사람에게 주어진 24시간은 동일하다.  그러나 그 시간에 담긴 내용과 색깔은 모두 다르다.  어떤 이에게는 지옥 같은 24시간이고 어떤 이에게는 늘 아쉬운 24시간이고 어떤 이에게는 그럭저럭한 24시간이고 어떤 이에게는 즐거운 24시간일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24시간을 성실하게 또 즐겁게 살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한 두 가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나에게 그런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나에게는 '독서' 가 바로 그런 일이다.  매일 몸을 씻는 물처럼 따뜻하고 개운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독서인 듯 싶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느끼는 시간들이 정말 너무 좋다. 

  이 책이 내게 주는 격려와 용기처럼, 하루를 빛나게 빛나게 살아보련다.  일취월장. 나는 날로 달로 나아가고 발전해 간다.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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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아이에게 꼭 해줘야 할 116가지 : 0~12개월 - 선수 엄마들의 육아법을 벤치마킹하라 우리아이 꼭 시리즈 1
중앙M&B 편집부 엮음 / 중앙M&B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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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아서적 몇 권 장바구니에 담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읽은 책.  <1~2세 아이에게 꼭 해줘야 할 116가지>라는 이딴 표제는 솔직히 한 번 눈이 가게 된다.  '뭐길래 꼭 해줘야 되나' 싶어서.  온라인 서점 포인트로 구매하게 되는 거라 조금 여유로운 마음으로 담기 완료. 하하. 

  그런데 받아보니 '이건 뭐, 그냥 그렇다'  월간 유아잡지 같은 곳에 실릴만한 내용은 모두 모아둔 듯한....  그런데 올 컬러라 보는 재미는 있었다.  해줘야 할 것 1번째, 2번째....  이런 것은 아니다.  월 별로 아이 성장 발달에 대해 쭉 설명하고 그리고 놀아주면 좋은 방법들 간략하게.  그러니 반드시 해줘야 할 116가지에 포커스를 맞춘 책은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월 별 발달 과정을 소개하고 있는 책정도 된다. 

  '선수 엄마들의 육아법을 벤치마킹하라'더니.  아니 어디 선수 엄마들의 육아법이 나오나?  책 내용에 그런 것은 없었다.  월령별 또래들이 사진과 함께 짤막하게 소개되는데 아이이름, 월령, 분만방법, 수유 방법, 출생 체중, 현 체중, 수유 횟수, 변 상태, 발달 상황, 피부 트러블과 해결책, 잠 트러블과 해결책.  요렇게 적혀있다.  그런데 이 내용들은 사실 하등 도움이 안된다.  예를 들어, '변상태: 하루 1회 혹은 황금색' 뭐 이런 식으로 적혀 있는데 다른 아가들의 변 상태를 왜 알아야 하는 거지?  또 '피부 트러블: 피부는 깨끗함'  다른 아가 피부가 깨끗하다는 것이 뭐 어쨌다는 것인지....  적어도 피부에 이런 것이 생겼을 때는 이렇게 했다, 저렇게 했다 정도의 상세한 설명은 있어줘야 하는 거 아닌지.  그냥 단순히 인터넷 맘들에게 빈칸 채워서 리턴 받아 실은 듯한.  상당히 아쉽다. 

  그렇다고 이 책이 아주 몹쓸(?) 책은 아니다.  육아 잡지들이 대개 그러하듯 Q&A나 등등의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눈에 잘 띄도록 편집되어 있다.  사실 이 책은 잡지의 개념으로 보는게 나을 것 같다.  한 번 펼쳐서 한 자리에서 쭉 읽어나가고 덮는 책이 아니라 곁에 두고 월 별로 맞게 펴보고 또 덮고 펴보고 덮고 하는 책이다.  그리고 월 별 표준체중, 신장, 두위, 흉위가 나오는데 이것은 참 보기가 좋았다.  조금만 인터넷을 뒤적여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월별 내용을 다루기 전에 월령별 표준체중 등이 기록되어 있어 보기가 참 편했다.  (우리 아가는 2.8kg로 정상체중이지만 다소 가볍게 태어났는데 지금은 딱 표준이다.  '다음 달은 이 정도 되겠구나'하고 미리 알 수 있어 좋다.)  

  이 책은 실속있는 내용들은 다룬 책임에는 틀림없다.  돌잔치 준비 과정과 준비물 등에 대한 Tip까지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이 의도한 것처럼 선배맘 들의 육아법을 소개하고 있거나 육아고민 리스트 200개를 추려 냈다거나 100개 문항을 육아 커뮤니티에 올려 200개의 고민은 100개로 추려냈다거나 6,476명의 맘들의 답으로 핵심 고민을 해결했다고 하는데 이런 현장의 소리들이 제대로 담겨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러한 과정으로 내용이 구성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실제 아기맘들의 육아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이 엄마들의 답변이나 고민들은 다 어디로 갔냐고요.  이 엄마들의 고민으로 쓰여진 책이라면 최소한 설문 응답 퍼센트 정도는 도표로 그려놓고 무언가 '아, 아기 엄마들이 이런 고민을 많이 하고 있구나' 하는 정도는 알 수 있게 편집되었다면 더 생동감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월 별로 깔끔하게 잘 기록이 되어 있어 곁에 두고 보기에는 참 좋은 책이다.  이 책의 소개와 내용이 좀 달랐던 것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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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 : 0~2세 편 - 0~2세 부모가 꼭 알아야 할 아이 성장에 관한 모든 것 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
신의진 지음 / 걷는나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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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심리' 라는 키워드로 검색했다.  요 책이 걸렸다.  이제 엄마가 된지 70일이 지났다.  우리 아기를 보면 아기들의 심리는 어떤지 너무 궁금하다.  이런 것이 궁금했던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딸이 손을 빨 때는 손을 왜 빠는지, 빨기본능 때문이라는 것은 알지만 어떤 때 손빨기가 유독 강해지는지, 어떤 기분인지 등등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고 이뿐 아니라 아직 표현이 미숙한 아기기에 이들의 심리에 대해 잘 기록해둔 책이 간절했다. 

  이 책이 검색 결과로 떴는데 얼마 전 <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라는 두꺼운 책을 발간하였다가 최신 증보판으로 0~2세, 3~4세, 5~6세로 분권 되어 재출간되었다.  한 권에 집약해 놓은 구간을 구입할까 하다가 현재까지는 3세~6세까지를 읽어둔다 한들 기억하기도 어려울 것 같고 증보판이라니 신간을 구입했다. 

  그런데 내 기대처럼 그런 책은 아니었다.  아이들의 행동, 그리고 그에 대한 설명이나 심리해석에 관한 책을 찾았건만 이 책이 그런 책은 아니었다.  '아이심리백과' 라는 표제가 붙은 책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주로 상담했던 엄마들의 자주 묻는 Q&A를 한데 모아둔 책이다.  이 책은 'prologue, 0~2세 엄마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베스트 질문 20, 1세(0~12개월): 엄마가 꼭 알아야 할 1세 아이의 특징, 2세(13~24개월): 엄마가 꼭 알아야 할 2세 아이의 특징' 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1세 편에는 아이 울음, 수면문제, 낯가림&분리불안, 버릇, 성격&기질, 양육 태도& 환경, 성장&발달이, 2세 편에는 부모의 자세, 성장&발달, 버릇, 자의식, 성격, 놀이&학습으로 세분화해두었다.   

  내가 기대했던 성격의 책과는 달랐지만 유익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1세 아이는 무조건 덜 울려야 한단다.  그간 읽은 책 중에는 좀 다른 입장의 책들이 많았다.  '아이들은 좀 울어도 되며 총알처럼 달려가 달래줄 필요는 없다.' 라는 요지의 책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최대한 아이를 덜 울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 시기 엄마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라는 주장이다.  세상과 마주하기 시작한 아이들이 세상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갖지 않도록, 그리고 주양육자에 대한 신뢰가 바로 형성되어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갖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의 목소리인 울음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다른 육아서적 저자의 상반되는 주장에 대해 내 생각은 이것이 옳다 그르다의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회색분자는 아니지만 '적절히' 해주어야 할 것 같다.  아직 어린 아기인데 버릇을 고치겠노라 울음을 무시하거나 제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고 그렇다고 쏜살같이 달려가 무조건 바로 해결해주는 것 또한 '적절'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 '적절'이 가장 힘든 부분이긴 하다. 

  그리고 간혹 아이들을 보면 낯가림이 유독 심한 아이가 있고 낯가림이 거의 없다시피한 아이가 있다.  나는 여태껏 낯가림이 없는 아기가 순한 아기며 사회성이 발달된 아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낯가림이 없는 아이가 도리어 주양육자와의 애착 형성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말에 놀랐다.  주양육자(주로 엄마)가 아이에게 신뢰가 가는 사람이며 의지할 존재일 경우 아이는 당연히 주양육자가 아닌 타인에 대해 낯설어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애착 관계가 잘못 형성된 경우 누가 안든 덥석 덥석 안기고 타인에 대해 의식 없이 행동한단다.  낯가림이 없으면 좋은 줄만 알았는데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더구나 낯가림을 없앤답시고 일부러 사람이 많은 장소에 데려가거나 다른 사람에게 안기는 것은 아이에게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일이므로 삼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엄마가 아이를 돌보지 않는 경우는 당연히 주양육자(주로 조부, 조모나 육아 도우미, 어린이집 교사 등)를 엄마보다 더 따르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이다.  주양육자보다 엄마를 더 따르는 경우는 주양육자의 애착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며 이런 경우 주양육자가 아이에게 적절한 양육환경을 제공하고 있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또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혹여 우리 아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맡기더라고 나를 최고로 따르며 좋아해 주기를 바란 것은 순전히 내 욕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스티브 비덜프의 <세 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라는 책과 여러 학자의 주장처럼 세 살까지는 가능하면 엄마가 키우는 것이 가장 좋단다.  여기서 엄마라는 말은 말 그대로 생물학적인 엄마뿐 아니라 '주양육자'를 의미한단다.  3세 이전에 주양육자가 바뀌는 것은 아이에게는 가급적 피해야 할 환경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지금에야 이르지만 이 부분은 역시 엄마의 선택이 반드시 따르게 되는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그러나 너무나도 '3세까지는 반드시 엄마' 라는 통일된 목소리를 들으니 더욱 고민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수면교육에는 내 생각과 같았다.  쉽게 말해 <베이비 위스퍼> 식의 수면교육은 그 나라의 문화이며 반드시 우리가 그처럼 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설명이었다.  참 반가웠다.  그간 우리와 다른 환경의 육아법을 막무가내로 흉내 내려 하는, 말하자면 '서양식 양육 우월주의(?)'의 육아서들을 많이 접해서 참 답답했다.  물론 수면교육에 관한 저자의 나와 저자의 주장이 반드시 옳다는 것은 아니다.     

  끝으로 이 시기(0~2세)는 다른 것보다 부모와 아이와의 '찐한 연얘'가 가장 중요한 단계란다.  그러니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주고 온화하게 대해주는 태도가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시기란다.  첫째도 사랑, 둘째도 사랑인 것이다. 

  신의진씨의 저서는 명쾌하다.  말하는 바가 분명하고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이러저러한 학술적 근거를 대고 설명하고 '내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 있는지 아시오?  나 이 분야의 전문가란 말이오' 하는 식의 글이 아니라 참 좋다.  조곤 조곤 타일러 주는 언니 같고 토닥토닥 얼러주는 엄마 같다.  그래서 늘 읽고 나면 '아, 그동안 내가 참 못난 엄마였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니라 '난 정말 잘할 수 있어'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저자의 다른 저서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라는 저서의 핵심처럼 나를 더욱 사랑하게 하고 '행복한 나를 통해 행복한 아이가 만들어진다' 라는 의식이 분명하다.  우리 아이가 3~4세가 되면 3~4세 편을, 5~6세가 되면 5~6세 편을 읽어볼 생각이다.  0~2세 아이를 둔 엄마가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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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삼켜버린 9.4329
토마스 리베라 / 장원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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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제 발로(?) 나를 찾아온 책이다.  간혹 온라인 헌책방에서 책을 구매하다 보면 읽고 싶을 책을 다 골랐는데 무료배송 받으려면 몇천 원 부족할 때가 있다.  그럴때 잘하는 짓이 관심 있는 장르의 도서를 정하고(내 경우는 대개 문학) 최저가부터 보는거다.  주로 로맨스 소설이나 고전 종류들이 많이 뜨는데 간혹 아주 좋은 책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주객이 전도되어 이렇게 담은 책에 더 꽂힐 때가 있다.  수천수만의 책 중에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되는 책을 나는 '제 발로 날 찾아온 책'이라고 부른다.  이 책도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이다.   

  많고 많은 책 중에 이 책을 골랐던 이유는 치카노(멕시칸 아메리칸 문학을 칭하며 미국에 살고 있는 멕시코인의 후예들에 의해 생산된 문학을 일컫는다.) 문학의 대표작이자 킨토솔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표지에 새겨진 문구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중남미 소설이라는 점도 한 몫!(국내에는 아직까지 중남미 문학이 상대적으로 열세하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인데 12개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아이들은 참지 않는다', '기도', '그건 고통스러운 일이었어',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손', '악마를 부른 소년', '...그리고 땅은 갈라지지 않는다', '첫영성체', '권투장갑', '불 꺼진 밤', '크리스마스 이브', '초상화', '어둠을 타고 가는 사람들'이다.  이 열두 편의 이야기 모두 각각 따로 존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로 한 덩어리로봐도 무관할 만큼 닮아있다.  또 모두 문제의식이 아주 투철했다.  대체로 미국에서 살고 있는 멕시코인에 대한 차별, 부당함, 그들의 고충을 담고 있다.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쓰인 우리문학처럼 우리 민족의 설움과 애닮픈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듯 이 책의 이야기들 역시 비슷했다.  멕시칸 아메리칸들의 빈곤, 편견, 이주 노동자의 삶, 그들의 전통문화와 가치관, 카톨릭 신앙이 이 소설의 소재가 되고 있다.  이 작품은 발표되고 많은 논쟁을 불렀다는데 역시 '그럴 수 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내게는 십 년이 훌쩍 넘은 멕시코인 친구가 있다.  그 역시 멕시코인인데 미국 시카고에 이주해 살고 있다.  이 책의 이 이야기들이 그 친구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 윗대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더욱 차분하게 읽었고 인상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어떤 민족이든 간에 자신의 대륙과 터전, 본향을 떠난 삶은 눈물겹다.  '다수 속에 소수로 존재하며 살기란 참으로 힘겨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 다르지만 '우리나라에 근로 중인 이주 노동자들이 느끼는 개인의 삶도 이처럼 고달플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정말 아쉬운 점은 왜 표제가 '해를 삼켜버린 9.4329'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 표제는 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큰 이유이기도 했는데 책을 덮고 나서도 이 9.4329라는 의미를 모르겠다.  이 9.4329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리저리 찾아봐도 이 책에 대한 포스트만이 검색될 뿐 이 숫자들에 대한 코멘트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소설이 독자들에게 일일이 설명해주고 밝혀주는 글이 아니기에 그 숫자의 의미는 작가가 부여한 것이며 이것을 발견하는 독자의 몫이리라.  그러나 한국판으로 번역되며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소개해주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우연히 만난 책이었지만 참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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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또 올게 - 아흔여섯 어머니와 일흔둘의 딸이 함께 쓴 콧등 찡한 우리들 어머니 이야기
홍영녀.황안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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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고 읽을 줄 모른다고 믿었던 어머니의 글로 쓴 일기장이 발견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아무도 모르게 하루하루의 단상들을 열심히 기록해 둔 노트들을 발견하게 된다면.  바로 이 책이 그런 엄마의 일기를 담고 있다.  어머니 홍영녀씨는 쓰고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자식들이 그녀의 8권의 일기장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이 책은 그런 홍영녀씨의 일기들과 딸 황안나씨의 일기를 함께 담고 있다.  홍영녀씨는 자식들을 이야기하고 황안나씨는 어머니를 이야기 하고 있는 일기들이다.  이들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너무나도 편안하고 다정했다.  특히 믿을 수 없는 것은 손주의 책으로 독학으로 글을 깨우쳤다는 어머니 홍영녀씨의 글이 너무 아름다웠다는 사실이다.  글을 읽고 쓰지 못했던 할머니의 글이 어쩜 이리도 아름답고 훌륭할 수 있는지.  홍영녀씨의 시는 정말 놀라우리만치 아름다웠다.  읽는 내내 한 권의 시집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그리고 참 반가웠다.  이토록 아름다운 심상들이 글로 이 세상에 터져 나올 수 있게 된 것이 일개 독자일 뿐인 나도 너무나도 반가웠다.  어머니 홍영녀씨가 글을 알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면, 이 아름다운 시들과 노래들은 고스란히 그 육신과 함께 땅에 묻혀 흙으로 돌아가고 말았을텐데.  얼마나 다행인지!   

  나는 왜 글을 몰랐던 할머니의 일기이기에 그 글들은 어설프고 유치하리라 생각했을까?  마치 글을 모르는 사람은 그처럼 아름다운 생각과 시적인 표현들이 불가능하다고 믿어 왔던 사람처럼.  육신 속에 담겨있었던 그 고귀한 정신과 아름다운 세계는 글을 모르는 이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해 온 것처럼.  그렇기에 그녀의 글은 충격이었다.(유족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녀의 글은 시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아니 그중에서도 최고였다.  어떤 독자도 염두에 두지 않은 글이기에 더욱 진솔했을까?  이 노트는 유족들에게는 가보고(한 출판사의 실수로 분실되었단다.  말도 안 돼!) 나 같은 독자에게는 잊지 못할 감동의 글이었다. 

  홍영녀씨가 어린 아들 무남이를 잃고 쓴 일기에서는 나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게 이제 막 두 달이 지난 어린 딸이 있어서일까?  어린 자식을 잃고 쓴 어미의 글에서는 정말 짠 냄새가 났다.  얼마나 평생의 한이 되었을까?  글이라는 통로가 없었다면 그것이 가슴 안에 응어리져 얼마나 그녀를 괴롭혔을까?  물론 글로도 삭일 수 없는 슬픔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내 시어머니가 떠올랐다.  오래전 남편의 지갑에 들어 있는 시어머니의 편지를 본 일이 있다.  홍영녀씨가 자식을 바라보며 썼던 한 줄 한 줄의 일기처럼 내 시어머니의 편지 역시 그랬다.  둘은 서로 참 닮아 있었다.  어쩌면 이것은 모든 어머니들의 편지이자 일기일지도 모르겠다.   

  늙은 노인의 역정과 자식에 대한 섭섭함과 삶에 대한 한숨이 담긴 글들에서는 '아, 내 엄마도 내 시어머니도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자식을 향해 퍼주고 쏟아붓고 주는 것만을 보여 온 우리 어머니들의 삶에서는 그와 같은 감정들이 없을 것만 같았는데.  그토록 오랜 세월 자식 바라기를 하며 산 억척같은 한 늙은이는 여전히 연약하고 소심한 작은 여자였다.  내 어머니와 내 시어머니도 다르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섭섭치 않게 해 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너무나도 솔직한 글들이기에 더욱 가슴 깊이 느껴지는 글들이었다. 

  "어떡해.  나 오늘도 안 죽을건가봐"  병상에 누워 있던 홍영녀씨가 울며 딸인 황안나씨에게 한 말이다.  마지막까지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그야말로 눈물겨웠다.  임종의 순간을 묘사한 황안나씨의 일기를 보니 얼마 전 외할머니의 죽음이 생각났다.  그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가는 할머니를 배웅하는 엄마와 이모들, 삼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역시나 너무나도 닮은 장면들.  어머니에게 어머니였던 외할머니 역시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외할머니를 바라보는 엄마 역시 그런 기분이었을까?   

  정말 내 엄마 살아계실 때 이 책을 읽은 것은 참 다행이다.  만약 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이 책을 읽었다면 나는 대성통곡을 하지 않았을 자신이 없다.  책을 읽으며 내내 엄마가 그리웠다.  전화를 하면 받을 것이고 보고 싶어 찾아가면 문을 열어줄 엄마가 있다.  그러나 세월은 이것들을 결코 영원으로 두지 않는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런 그녀를 더욱 사랑하라고 또 사랑하라고 말했다.  내게 있는 두 어머니.  나를 낳아준 내 어머니와 내 사랑하는 사람을 낳아준 그의 어머니를 더 사랑하며 섬겨야겠다는 생각을 가슴 깊이 한 날이다.  이 글은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모든 자식들에게 바치는 사랑의 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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