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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너머의 별 - 나태주 시인의 인생에서 다시없을 사랑 시 365편
나태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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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시집은 언제나 반갑다. 이번에 <별빛 너머의 별>이라는 그동안의 사랑 시 365편을 엮은 새 시집이 나왔다. 시집하면 얄팍한 두께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장편소설 두께에 양장 커버다. 365편이라니 매일 한 편씩 읽고 곱씹고 곱씹어 보기 좋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표지 그림도 참 마음에 든다. 마주 보고 앉아 커피를 마시는 두 사람의 모습이다.


나태주의 시집은 이전에 <꽃을 보듯 너를 본다(2015)>,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2017)>, <마음이 살짝 기운다(2019)>를 읽어본 적이 있다. 나태주라는 시인을 알게 된 계기가 너무나도 유명한 시 '풀꽃' 때문이었다. 누구나가 알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구절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 구절은 참말이다. 정말 참말이다. 풀꽃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 누군가라면 누구나 끄덕일만한 내용이다. 자세히, 한참을 들여다보면 이름 모를 풀꽃이 그렇게나 예쁠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일상의 작은 감동의 순간을 시로 옮긴 시인이 나태주일 것이다.

시.... 시 하면 어떤 생각이 제일 먼저 드는가? 내게는 시는 쉽지 않은 존재다. 도서관에 가서 충동적으로 대출하게 되는 책들 중에 시집이 포함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얇아서 부다 없기도 하고 표제도 감각적인 탓이다. 그런데 책장을 펼치고 아리송한 물음표만 맴돌 때가 적지 않았다. 어렵구나. 시는 어렵구나. 시란 참 어렵고, 고상하고 나와 격이 다르다는 느낌에 이질감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나태주의 시는 쉽다. 이런 시(?)도 시가 되나? 싶을 정도인 시들도 참 많다. '이 시는 무엇을 말하지?', '시인은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보다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지는 시들이다. 어떤 시는 동시 같고, 어떤 시는 일기 같고, 어떤 시는 에세이 같고, 어떤 시는 소설 같고, 어떤 시는 기도문 같다. 또 어떤 시는 낙서 같다.

나태주의 시는 마음에 포옥 안긴다. 잔잔하고, 고즈넉하고, 예쁘고, 향긋하다. 유독 자연에 관한 시가 많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풀, 꽃, 바람, 나무.... 이질감이 없이 마음 문을 열고 들어와 예전에 내가 보았던 그 꽃이 생각나게 하고, 내가 좋아했던 그 사람의 옆모습을 생각나게 하고, 오늘 아침 거울에서 보았던 내 얼굴이 생각나게 하는 그런 시를 만나게 된다. 이 시집 역시 그랬다.

이 책을 좀 더 살펴보면 365편의 시. 긴 호흡을 가지고 읽어도 될 만큼 충분해서 너무나도 좋다. 이 시집은 4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꼬마전구에 반짝 불이 켜지듯, 2부는 날마다 새날처럼 가슴 설레며, 3부는 어느 강을 건너서 너를 만나랴, 4부는 꽃비 내리는 날에 다시 만나서'이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 마치 오래된 고서를 만나듯 가장자리가 노르스름하게 변색된 듯 되어 있다. 그런데 1부는 노란빛, 2부는 초록빛, 3부는 분홍빛, 4부는 주황빛이다. 365편이라는 긴 시를 읽으며 따분하지 않도록 넘기는 재미까지 주어서 참 좋다. 그리고 부와 부 사이에 있는 일러스트도 너무 예쁘다. 참 시집답게 예쁘다.

나태주의 시집들은 선물해 주기 좋다. 이 책도 그렇다. 사랑 시 365편이라고는 하지만 남녀 간의 사랑을 말하지만은 않기에 러브레터 같은 느낌으로 낯 뜨거울 일도 없고, 앞서 말했듯 '어렵구나' 할 만큼 인디(?) 느낌도 덜하고, 따스한 느낌, 잔잔하게 위로하는 느낌의 시들이라 남녀노소 선물하기 좋다. 절친에게는 다정하게, 은사에게는 점잖게, 직장동료에게는 부담 없이.... 딱 그렇다. 여기저기 밝은 미소를 짓는 온화한 태도의 사람처럼 이곳, 저곳 어디에 있어도 잘 어우러진다. 소박하고, 소담하지만 진심이고 절절하다.

봄이 오기 전, 나태주의 시를 가슴에 심었더니 움이 틀 것 같다. 따스한 바람 불어오는 그때 뾰로롱 꽃이 피고야 말 것 같은 기분이다. 역시 이런 게 시집이지.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한껏 설렌다. 참 기분 좋은 시집이다. 올해는 책을 선물할 누군가가 있다면, 나는 이 책을 내밀어 보려 한다. 이 책을 선물로 주는 나조차도 따스한 사람같이 느껴지면 좋겠다. 침대맡에 두고 매일 읽는다. 소설책처럼 냉큼 읽고 덥어 꽂아두기에는 아쉬운 책이라 이 기분에 더 머무르고 싶다. 따뜻한 봄이 오기까지 그리해야지, 한참을 그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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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한능검 기본서 심화(1급·2급·3급) 하 : 조선 후기-현대 - 한능검 필수 기본서|시대흐름잡기 무료 특강+기출 모의고사+폰 안에 쏙! 시험 직전 막판 암기자료 3종 제공 2023 해커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한능검 심화
해커스 한국사연구소 지음 / 챔프스터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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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어 한 가지 목표가 있다. 한국사 능력검정 심화 과정 인증서를 취득하는 거다. 2019년 한국사 능력검정시험을 본 일이 있는데 그 당시에는 초급, 중급, 고급 과정으로 나뉘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기본과정, 심화과정으로 나뉜 듯하다. 기본과정은 4, 5, 6급이고 심화과정은 1, 2, 3급이다. 2019년 3급을 취득한 일이 있는데 당시는 중급에 해당하는 급수였다. 그래서 언젠가 '고급에도 도전해 봐야지.' 했는데 그게 벌써 몇 해가 지나버렸다.

그래서 '한국사 심화과정 인증서를 취득해 봐야겠다' 하던 중에 딱 맞게 해커스에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 (1, 2, 3급) 기본서가 출시되어 리뷰어를 모집하는 글을 보고 지원해 보았다. 사실 해커스 하면 강의 교재로 매우 유명하다. 그래서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기본서는 어떨지 몹시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이런 시험, 학습, 여행 도서는 신간이 중요한데 최근 경향과 기출문제의 뉘앙스를 살펴보기에 최고이기 때문이다. 해커스에, 신간이면 그냥 선택인 듯!

도서 표지 안쪽에는 해커스한국사 사이트에서 인강을 30% 할인된 금액으로 수강할 수 있는 수강권이 있다. 시험 직전 막판 암기 자료 3종도 있는데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한 번이라도 응시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 거다. 시험장에서 마지막으로 딱 보았던 요점정리에서 인물에 관한 문제나 연대의 서사순 문제라도 나와서 정답을 맞혀본 경험이 있다면 이 도서에서 제공하는 막판 암기 자료는 무조건 겟 해야 된다. 하하.

먼저 도서를 살펴보면 빈출 개념을 통해 흐름을 잡을 수 있고, 학습 개념이 녹아든 기출문제 분석,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기출 용어, 핵심 키워드가 정리되어 있다. 마지막은 역시 기출 모의고사다. 기출 모의고사에서 고득점 했다면 응시자격 완료일 게다. 내 기준! 간당간당한 점수가 아니라 안전하게 여유 있게 합격하고 싶다면 모의고사 기출문제에서 고득점 후 응시하자~

이 도서는 총 2권으로 상, 하로 나뉘어있는데 하권은 조선 후기, 근대, 일제강점기, 현대 부분을 수록하고 있다. 나는 성경책을 읽어도 항상 창세기부터 시작하는지라 한국사도 역시 구석기시대는 박사(?)다. 그래서 비교적 어렵게 느껴지는 조선 후기부터의 내용을 수록하고 있는 하권을 살펴보게 되었다.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개념서 같기도 문제집 같기도 하다. 내용을 정리 요약한 부분, 그것을 문제 풀이로 다져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분배가 거의 균등하다. 쉽게 말해, 이 책 한 권으로 개념 및 내용 정리도 되고 문제풀이도 되기 때문에 이 책 한 권이면 인증서 취득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소 활자의 크기가 작은 듯 하나 내용을 꾹 꾹 눌러 담으려 그랬나 보다 싶다. 개인적으로는 조금만 더 커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현대까지는 이명박 정부까지 수록되어 있는데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출제가 되던 안되던 문재인 정부까지 다소나마 내용이 정리되어 한바닥이라도 할애되어 있다면 이건 완벽하게 한국사 총망라 신간으로 특별하지 않았을까? 왜냐면, 문재인 정부까지 다루고 있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도서는 없기 때문이다.

책을 보니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다른 일들에 시간을 쓰느라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심화과정 자격을 취득하는 일에 다시 용기와 열의가 불끈 솟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다. 2022학년도를 마무리하고 2023학년도를 준비하는 시기라 그런데 새 학기 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 책을 다시 펼쳐 시험 준비를 해야겠다.

새해에 자격증(? 비록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정확한 자격증의 명칭은 인증서지만.) 하나 취득하고 싶다면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강추한다. 일단 한국사의 맥이 잡히고, 날이 갈수록 한국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심지어, 공무원 응시 및 교사 승급 시험에서도 일정수준 이상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인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2023년,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도전하자! 해커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도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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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선물 상수리 그림책방 4
김윤정 글.그림 / 상수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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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직장 동료가 서점에서 몇 권의 책을 사왔다며 꺼내어놓은 책들 중 이 책이 있었다. 내가 '엄마' 라 그런가? '엄마' 라는 단어를 보면 반사적으로 끌린다. 게다가 꽤 두껍다. 뭐지? 
 
  "그 책 좀 봐도 되요?" 어머! 책을 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놀람이 가시기도 전에 감동이 밀어닥쳤다. 황급히(내가 그 자리에서 이 책의 감동을 죄다 맛보는 것은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라 그 감동의 쓰나미는 내것이 된 책 앞에서 맞겠노라!) 내려놓으며 생각했다. '사야 돼!!' 퇴근하고 바로 주문했다.  
 
  도착했다. 그림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건 어찌보면 맘이 참 편치 않다. 하루에도 수 권의 그림책을 읽는데 걔네들을 다 독후감을 쓸 수 없을 뿐더러(제대로 안할 거면 아예 안함. 성격이 좀....^^;;;) 이상하게 글밥이 적은 책의 경우는 노력없이 읽은 것 같아 읽은 책으로 카운트하는게 썩 내키지 않는다. 독서가 고행도 아닌데 왜 이러실까 ㅋ 글밥 적은 그림책은 책 아닌가? 기타 등등 여러 생각이 들었고 나는 지금 이렇게 이 책의 감상을 끼적이고 있다. 
 
  이 책이 도착하자마자 H를 무릎에 앉히고 소리내어 읽어주었다. 눈물이 줄줄. 덩달아 H도 내 목을 안고 운다. H는 내가 울어서 울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너무 감동해서 울었다. 책의 스토리는 일반적이나 구성과 디자인과 편집이.... 글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이 책은 이제 막 엄마의 삶을 시작한 이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 책이다. 지금 당장 선물할 이도 없는데 주변에 누구 줘야할 사람이 없나를 억지로 떠올려보려 했다.  
 
  비닐포장이 되어있는 책인데 꼭 비닐포장 해야되는 책이다. 아닌가? 안을 펼쳐봐야 구매률이 높아지는 책일까? 여하튼 이 책은 책장이 승부를 거는 디자인이라 비닐 봉인에 동의한다. 전연령 좋은 책이다. 한 6~7세부터 성인까지. 
 
  남편이 퇴근해 와서 옷을 벗기도 전에 쫄랑쫄랑 그 앞을 맴돈다. "내가 그림책 읽어줄게." 이 책은 간직하고 싶은 책이다. 모서리라도 찍힐새라 아이들 손 닿지 않는 곳에 올려놓는 책이다. 그리고 내 아이들이 입학을 할 때나, 졸업을 할 때나, 취업을 할 때나, 결혼을 할 때나, 출산을 할 때. 그때 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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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탄생 - 대한민국에서 엄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20
안미선.김보성.김향수 지음 / 오월의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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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이리 고민없이 쉽게 사보기는 흔치 않은 일인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단시간에 읽기는 최근들어 또 처음인 것 같다. 또 울면서 산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이건 또 뭔소리? 

이 책은 육아스트레스로 뚜껑이 이미 열렸고 스팀이 막 뿜어나오던 어느날 읽었다. 그러다 애들을 재우고 혼자 울면서 육아스트레스에 관련되는 몇 개의 키워드를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입력했고 그러다 이 책에 관한 홍보글을 접하게 됐다. (근데 나는 무슨 일로 그토록 격앙되었던지 도무지 기억이 안난다. 지나고보면 중요치 않을 그런 사건이었는 듯. 에고. 참을성이 없는지고) 그리고 온라인 서점을 열고 이 책을 바로 샀다.

그런데 단연 올해들어 읽은 책 중 최고다! 아니 내 평생을 통틀어서도 아주 인상적인 책이다. 아까워하며 읽었다. 이 책의 통찰력에, 문제제기에 책 장이 넘어가는 것을 아까워하면서. 마리오네뜨같이 줄에 몸을 맡긴채 육아중인 의식 잃은 엄마들의 모습에 나를 돌아보았다. 꽤 소신있게 육아한다고 믿는 나 역시 현시대의 모성 이데올로기에 젖어있었다. 

이 책의 통찰력 뿐 아니라 그 진솔함은 단연 으뜸이다. 어쩜 이리 가식을 벗었어. 어쩜 이리 발가벗고 앉았는지. 이 책 자체가 한 편의 논문이다. 방법으로 보자면 질적연구고 어떤 집단을 장악하고 있는 신념이나 인식 따위를 발견하기 위해 인터뷰라는 형식을 채용한 하나의 연구로 보아도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그 내용을 분석하고, 해석하여 사족을 단. (내 석사학위 논문과 같은 형식이라서 좀 안다요~ 히힛) 참여자들의 육아를 그대로 엿볼 수 있는 면담자료들은 진짜였다. 소위 '전투육아' 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그 처절함과 피냄새가 너무나도 익숙했다. 큰 위로가 되었다. 나만 이렇지 않다는 것, 그 평범함의 대열 속에 내가 있다는 안도감은 정말이지 한 바가지의 눈물만한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모성없음을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다. '난 어린애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얘들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진 것 같아요', '육아가 지긋지긋해요' 하는 식의 고백은 절대 금기다. 그는 고로 '나는 모성 없는 에미랍니다' 하는 고백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결국은 본인을 다 털어놓고 내보일 빈틈을 육아에서는 주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야 내가 남들에게 좋은 엄마로 보여질테니까. 그라나 애들을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내가 이 정도밖에 안되는 인간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았을 거고 자신의 육아 무능력과 조용히 독대하며 '참 육아 이거 내 체질에 안맞네' 해 본 일이 있을게다. 난 있다!

이렇게 모성을 강조하는 사회, 좋은 엄마를 기대하는 패러다임은 엄마들에게 죄책감 한 보따리 싸매놓은 짐이 되고있다. 모유를 못먹여서 죄인이 되고, 이유식을 사먹였으니 게을러 빠졌고, 직장을 다니는 엄마라 '무한미안' 이고, 전업주부 집꼬라지가 이 지경이니 무능력자고, 집에 있으면서 어린이집 보냈으니 이기적인 인간이고, 세 살까지 못키웠으니 결핍이 있지 싶어 불안하고. 이 밖에도 육아는, 엄마는 늘 최고, 최상, 완전, 온전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아군인 엄마들의 입으로부터.

이 책은 이런 육아의 노동과 모성 이데올로기 또 좋은 엄마 컴플렉스를 벗어던질 그 어떤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단지, 그 누구도 말하지 않는 현실을 내보임으로 위로와 공감을 안겨준다. (아고~ 포근하여라.) 또 나를 마리오네뜨처럼 움직이게 하는 줄을 발견하게 한다. 이 줄을 자를 것이냐의 선택은 개개인 독자의 몫이겠지.니 애, 내 애 애들이 다 다르고 각자 상황이 각기 다르니.

진짜 할 말이 무지하게 많다. 이렇게 훌륭한 책이 그저 잠잠히 숨어있음이 안타깝다. 이 책의 독자는 대부분 엄마와 소수의 가정학자, 사회학자, 여성학자정도일 것이다. 일단 엄마노릇에 대한 사회적 패러다임은 간절히 알고싶은 주제가 아니다. 또 예상되는 독자집단이 제한적이고 비전문가를 확률이 높다. 그렇다보니 사회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기는 역부족이다. 경제학 서적이라면 경제학 교수라던가 이 분야의 전문지식층이 읽을 것이고 학생들에게 권하거나 세미나 등 공식석상에서 언급할 기회들이 있겠지. 그러나 엄마에 관한 이 책은 읽고 입소문 낼 엄마도 드물 것이고, 그중에서 나처럼 서평을 쓸 독자는 더 드물 것이고, 게다가 육아 실전에 도움이 되는 '육아법' 이 아닌지라 똘똘한 엄마들에게도 외면당하기 쉬운 위치에 있어 파급력이 낮으리라 본다. 그리고 표제가 너무 재미없다. 심심해. 아쉬운 일이다.

나에게는 그 어떤 육아서들보다 앞으로의 육아의 강을 건너는데 더 큰 부력이 되어줄 것 같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나의 못남에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이 사회가 짐지워둔 잘못된 현상으로인해서이기도 하다고 생각하니 조금이나마 가벼웠다. 그리고 우리에게 사회가 강요하는 어머니상과 좋은 엄마상은 우리에게 걸맞지 않거나 무리할 수도 있는 것이기에 그에 도달하기 위한 번뇌는 전과 같이 맹렬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엄마를 늘 죄인되게 하는 모성 이데올로기와 모성신화, 좋은 엄마 컴플렉스 현상들에 힘겨운 싸움을 하고 기어코 승리도 이끌지 않아도 되겠다는 해방감을 느꼈다.

정말이지 수준있고 독창성이고 유니크한 시각으로 접근한 책이었다. 세 저자의 논리과 저술의 유창함 또한 즐거웠다. 우연히 검색해서 급하게 선택하고 읽게 된 책에게서 받은 것치고는 아주 강한 인상을 받았다. 재미있는 책이었다. 어떤 책을 읽고 '강추' 를 붙이는 서평은 매력없지만, 이 책은 강추다. 적어도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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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아이에게 말을 걸다 -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로 키우는 음악 속 숨은 감성 찾기
김대진 지음, 국지연 엮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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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수원시향 상임지휘자이신 김대진씨의 저서다. 큰 아이를 가지고 얼마되지 않아 수원시향 정기음악회에 갔었고 그때 그분을 뵀다. 그냥 음악서적이라면 지나쳤을텐데 아이에게 음악을 어떻게 들려줄 것인지, 내 아이의 음악 감성을 발현하는 법, 일상에서 음악을 대하는 법을 담고 있는 책이라 읽기로 했다.

  내가 클래식을 제대로(?) 들은건 중학교 2학년때다. 그 여름 방학 숙제 중 하나는 클래식 몇 십곡을 듣고 음악감상문을 적는 것이었다. 베토벤은 귀가 안들렸고, 브람스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비발디 하면 사계고, 슈베르트는 어쩐지 달팽이를 닮았다는 것이 내가 느끼는 클래식의 전부였다. 그래도 나는 성실한 학생이었기에 숙제를 하기로 했다. 제대로 된 클래식 음반이 없었기에 라디오 클래식 음악방송을 듣고 감상문을 쓰기로 했다. 근데 DJ가 부르는 곡의 제목 조차 받아적기 힘들었다. 뭐라는 거야? 뭔 메이저 몇 번 몇 악장이라고? 그냥 손 놨다.

  개학이 다가오고 초조해졌다. 결국 레코드점에 가서 클래식 소품 제목을 작곡가와 함께 죽 베껴오기로. 그리고 제목에 맞춰 작문(?)을 시작했다. 'G선상의 아리아를 들으니 이 곡을 배 위에서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과 물결이 찰랑이는 느낌, 수면 위에 반사되는 빛으로 인해 어지러운 느낌이었고 뒤로 갈수록....' 엉터리 글짓기를 했고 숙제를 마쳤다.

  개학을 하고 음악선생님이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오셨다. 요지는 '숙제를 제대로 한 놈이 없다. 손민정! 나와서 니 공책 찾아. 읽어' 벌벌 떨렸다. '읽어라' 는 표정없는 말씀에 겨우 읽었다. 그런데, '정말 음악을 듣고 쓴 애는 민정이 뿐이었다. 음악감상이란 이런거야' 라는게 아닌가? 베스트 오브 뜬금없음? 이런거. 나는 종일 양심에 찔려서 점심시간에도 밥이 안넘어갔다.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기에 진짜 그 곡들을 다 듣기로 했다.

  그게 내가 클래식을 접한 처음이다. 이상하게 음악은 나를 위로해줬고 내 양심의 잔털들을 뽑아주었고 마침내 내 마음은 뽀송뽀송해졌다. 음악을 들으며 읽어본 내 감상문은 정말이지 훌륭했다. 울었던 것 같기도 하다. 풉;;; 그때부터 일부러 찾아 들었던 것 같다. 급기야 그해 겨울, 예술의 전당을 처음 가봤고 눈 앞에서 움직이는 악기를 보며 연주를 들었다.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의 장르는 클래식이다. 클래식은 내 영리한(?) 학창시절을 위한 면죄부였다. 나를 진정 해방시켰던 경험과 기억이 나를 계속 붙들어 맸다. 클래식은 자유로왔다. 내 마음대로 느끼면 되고 결코 정형화된 감성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서부터는 마리아칼라스의 아리아를 우연히 듣게된 것을 계기로 지금은 오페라를 가장 좋아한다. 노래와 연주와 시와 연기가 어우러진 종합 예술은 바로 오페라라고 나는 생각한다.

  쓰잘데기 없는 얘기를 진지하고 길게 하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 이 글도 그렇네만, 내가 하고픈 말은 클래식은 어떤 기회건 먼저 접선을 하고 은밀한 악수를 나누고나면 그걸로 벗이 되는 묘한 친구다. 그러니 그냥 다가가면 아무나 만나주는 소위말해, '쫌 쉬운 애'다. 이 책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요약해보자면 이렇다. 음악이 아이에게 친숙해지게, 아이가 좋아하게, 강요하지 않고 기다려주며 들려주기. 자발성이 동반된 감상이 이루어지면 게임 끝!

  나는 아이에게 일부러 음악을 가르치고 싶지는 않다. 음악을 전공하길 원치도 않는다. 단 하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시대를 흘러온 고전 음악이 주는 풍요롭고 입체적인 감동을 즐기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맛있어서 혼자 먹기 아까워서 네 입에 한 입 떠넣어 주고 싶은. 그리고 이왕이면 나와 함께 먹어주며 자라줬으면 싶은. ^^ 음악은 삶에서 공기처럼 존재해야 한다. 틔지않게, 넌즈시. 곁에 두다 보면 언젠가 내 아이의 어깨를 톡톡 치며 말을 걸겠지. "얘, 나랑 이야기 좀 할래?" 그 대화를 즐거워하며 사는 삶. 그런 축복이 내 아이들에게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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