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 : 0~2세 편 - 0~2세 부모가 꼭 알아야 할 아이 성장에 관한 모든 것 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
신의진 지음 / 걷는나무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심리' 라는 키워드로 검색했다.  요 책이 걸렸다.  이제 엄마가 된지 70일이 지났다.  우리 아기를 보면 아기들의 심리는 어떤지 너무 궁금하다.  이런 것이 궁금했던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딸이 손을 빨 때는 손을 왜 빠는지, 빨기본능 때문이라는 것은 알지만 어떤 때 손빨기가 유독 강해지는지, 어떤 기분인지 등등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고 이뿐 아니라 아직 표현이 미숙한 아기기에 이들의 심리에 대해 잘 기록해둔 책이 간절했다. 

  이 책이 검색 결과로 떴는데 얼마 전 <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라는 두꺼운 책을 발간하였다가 최신 증보판으로 0~2세, 3~4세, 5~6세로 분권 되어 재출간되었다.  한 권에 집약해 놓은 구간을 구입할까 하다가 현재까지는 3세~6세까지를 읽어둔다 한들 기억하기도 어려울 것 같고 증보판이라니 신간을 구입했다. 

  그런데 내 기대처럼 그런 책은 아니었다.  아이들의 행동, 그리고 그에 대한 설명이나 심리해석에 관한 책을 찾았건만 이 책이 그런 책은 아니었다.  '아이심리백과' 라는 표제가 붙은 책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주로 상담했던 엄마들의 자주 묻는 Q&A를 한데 모아둔 책이다.  이 책은 'prologue, 0~2세 엄마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베스트 질문 20, 1세(0~12개월): 엄마가 꼭 알아야 할 1세 아이의 특징, 2세(13~24개월): 엄마가 꼭 알아야 할 2세 아이의 특징' 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1세 편에는 아이 울음, 수면문제, 낯가림&분리불안, 버릇, 성격&기질, 양육 태도& 환경, 성장&발달이, 2세 편에는 부모의 자세, 성장&발달, 버릇, 자의식, 성격, 놀이&학습으로 세분화해두었다.   

  내가 기대했던 성격의 책과는 달랐지만 유익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1세 아이는 무조건 덜 울려야 한단다.  그간 읽은 책 중에는 좀 다른 입장의 책들이 많았다.  '아이들은 좀 울어도 되며 총알처럼 달려가 달래줄 필요는 없다.' 라는 요지의 책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최대한 아이를 덜 울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 시기 엄마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라는 주장이다.  세상과 마주하기 시작한 아이들이 세상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갖지 않도록, 그리고 주양육자에 대한 신뢰가 바로 형성되어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갖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의 목소리인 울음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다른 육아서적 저자의 상반되는 주장에 대해 내 생각은 이것이 옳다 그르다의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회색분자는 아니지만 '적절히' 해주어야 할 것 같다.  아직 어린 아기인데 버릇을 고치겠노라 울음을 무시하거나 제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고 그렇다고 쏜살같이 달려가 무조건 바로 해결해주는 것 또한 '적절'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 '적절'이 가장 힘든 부분이긴 하다. 

  그리고 간혹 아이들을 보면 낯가림이 유독 심한 아이가 있고 낯가림이 거의 없다시피한 아이가 있다.  나는 여태껏 낯가림이 없는 아기가 순한 아기며 사회성이 발달된 아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낯가림이 없는 아이가 도리어 주양육자와의 애착 형성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말에 놀랐다.  주양육자(주로 엄마)가 아이에게 신뢰가 가는 사람이며 의지할 존재일 경우 아이는 당연히 주양육자가 아닌 타인에 대해 낯설어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애착 관계가 잘못 형성된 경우 누가 안든 덥석 덥석 안기고 타인에 대해 의식 없이 행동한단다.  낯가림이 없으면 좋은 줄만 알았는데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더구나 낯가림을 없앤답시고 일부러 사람이 많은 장소에 데려가거나 다른 사람에게 안기는 것은 아이에게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일이므로 삼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엄마가 아이를 돌보지 않는 경우는 당연히 주양육자(주로 조부, 조모나 육아 도우미, 어린이집 교사 등)를 엄마보다 더 따르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이다.  주양육자보다 엄마를 더 따르는 경우는 주양육자의 애착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며 이런 경우 주양육자가 아이에게 적절한 양육환경을 제공하고 있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 또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혹여 우리 아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맡기더라고 나를 최고로 따르며 좋아해 주기를 바란 것은 순전히 내 욕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스티브 비덜프의 <세 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라는 책과 여러 학자의 주장처럼 세 살까지는 가능하면 엄마가 키우는 것이 가장 좋단다.  여기서 엄마라는 말은 말 그대로 생물학적인 엄마뿐 아니라 '주양육자'를 의미한단다.  3세 이전에 주양육자가 바뀌는 것은 아이에게는 가급적 피해야 할 환경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지금에야 이르지만 이 부분은 역시 엄마의 선택이 반드시 따르게 되는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그러나 너무나도 '3세까지는 반드시 엄마' 라는 통일된 목소리를 들으니 더욱 고민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수면교육에는 내 생각과 같았다.  쉽게 말해 <베이비 위스퍼> 식의 수면교육은 그 나라의 문화이며 반드시 우리가 그처럼 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설명이었다.  참 반가웠다.  그간 우리와 다른 환경의 육아법을 막무가내로 흉내 내려 하는, 말하자면 '서양식 양육 우월주의(?)'의 육아서들을 많이 접해서 참 답답했다.  물론 수면교육에 관한 저자의 나와 저자의 주장이 반드시 옳다는 것은 아니다.     

  끝으로 이 시기(0~2세)는 다른 것보다 부모와 아이와의 '찐한 연얘'가 가장 중요한 단계란다.  그러니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주고 온화하게 대해주는 태도가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시기란다.  첫째도 사랑, 둘째도 사랑인 것이다. 

  신의진씨의 저서는 명쾌하다.  말하는 바가 분명하고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이러저러한 학술적 근거를 대고 설명하고 '내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 있는지 아시오?  나 이 분야의 전문가란 말이오' 하는 식의 글이 아니라 참 좋다.  조곤 조곤 타일러 주는 언니 같고 토닥토닥 얼러주는 엄마 같다.  그래서 늘 읽고 나면 '아, 그동안 내가 참 못난 엄마였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니라 '난 정말 잘할 수 있어'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저자의 다른 저서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라는 저서의 핵심처럼 나를 더욱 사랑하게 하고 '행복한 나를 통해 행복한 아이가 만들어진다' 라는 의식이 분명하다.  우리 아이가 3~4세가 되면 3~4세 편을, 5~6세가 되면 5~6세 편을 읽어볼 생각이다.  0~2세 아이를 둔 엄마가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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