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르 보들레르
이진성 지음 / 건국대학교출판부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보들레르의 <악의 꽃>은 중학교때 읽었다.

그 시집을 읽고 엄청 충격받은 기억이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생각하는 시라는 건

자고로 아름다워야 하며 은유와 운율이 살아있어야 하며 

감동적이고 함축적인 시어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보들레르의 시는 악마의 시 그 자체였다.

물론 충격이야 크게 받았지만

실은 보들레르의 시를 읽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의 시는 악마의 시라는 대중들의 평.  

그 이후 줄곧 그는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의 시를 잘 이해하기에는 어렸지만

뭔가 통속적이지 않은 느낌은 분명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제서야 그와 그의 시의 세계를 다룬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읽기 전부터 나를 설레게 했다. 

2004년도 대한민국학술원 기초학문분야 '우수학술 도서' 로 선정되었다는 이 책의 경력은

나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것도 그렇지만 샤를르 보들레르에 관해 기술된 책은 많지 않았다.

 

학창시절 문제집이나 참고서에서 익히 보았음직한

주석과 해설 따위.  그리고 연과 행 분석, 시어의 의미, 작가의 생애 등등.... 

이 책은 마치 교과서 같았다.  그러나 이 책을 따분하지 않게 읽었던 이유는 

오로지 보들레르에 대한 나의 관심의 힘이었던 것 같다.

도서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내용의 전부를 기억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서는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그의 저서들을 읽을 때 곁에 두고 참고서 마냥 읽을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왔으며 그들이 그의 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떤 문학을 지향했는지에 대해서만이라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된 것으로

이 책의 충분히 제 몫을 다했으며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권의 책으로 만난 보들레르에 대한 약간의 메모를 남겨두는 것이

나의 짧은 기억력 앞에서 겸손한 짓이 아닐까 싶다.

34살 차이의 부모 아래 태어난 보들레르.  

보들레르의 예술적 감성은 부모님들로 부터 물려받은 것이나 진배없었다.

이런걸 보면 역시 유전이나 부모의 기본적인 소양은 무시할 것이 못된다.

부친의 미술에 대한 애정은 보들레르에게 결정적 영향을 끼치고

보들레르는 시가 아닌 미술과 음악을 비평하는 글로 먼저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 뿐 아니라 빚을 져가면서 까지 미술작품을 사들이든데 재산을 탕진하고

급기야 법정 후견인까지 두고 평생을 금치산자로 살게 된다.

 

필자의 말을 빌자면 에드가 알렌 포우(Edgar Allan Poe)를 마음의 '큰형님' 처럼 여기고

그의 작품을 번역하는 일에 힘쓴다.  차후 그의 시에 있어서도 포우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메스트르(Maistre)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보들레르의 저서로 가장 유명한 <악의 꽃>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특히 6편의 시는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게 된다.

지금이나 예나 보들레르는 만만찮은 인물은 아니었나보다. 

당대, 보들레르는 시문학의 악동(?)이었다.

 

그리고 그의 많은 시들은 그의 여인들에게 바쳐졌는데

첫째, 잔느 뒤발이라는 흑인 혼혈 창녀.  많은 시가 그녀에게 바쳐지고 지어졌다.

그리고 사르티에라는 한 살 연상의 여인. 

잔느 뒤발이 육감적인 매력을 지닌 여자라면 사르티에는 정반대 였다. 

그러나 사르티에와 하룻밤을 지낸 후 '그대도 역시 여자이구나' 라는 실망감에

그녀와 점차 멀어지게 되고..... 그의 마지막 여인 연극배우였던 마리 도브랭. 

그리고 그는 매독으로 40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이 책을 읽으며 보들레는 시 앞에서 얼마나 자유로운 시인인지 알 수 있었다.

고귀하고 순결하고 누가보듯 아름답기만 한, 읽혀지는 이들을 위한 시를 그는 쓰지 않았다.

자신을 위한 시였으며 시를 위한 시를 쓴 시인이라는 점은 참된 예술가답다.

외롭고 고독한 예술가 답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크게 공감했으며 감동을 받은 그의 말과

그의 시문학에 신적인 존재였던 에드가 앨렌 포우의 입을 빌어 서평의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시의 목적이 어떤 종류의 교육에도 있지 않으며, 의식을 강화하거나 사회 도덕을 진작시키거나 유용한 어떤 것을 입증하는데 있지 않고(...) 시는 그 자체 이외에 다른 목적을 갖지 않으며(...) 쓰는 기쁨만을 위해서 쓰여지는 시가 진정 위대하고, 진정 고상하며, 진정 시라는 이름에 걸맞는다"

                                                                              『 테오필 고티에론 中  - 샤를르 보들레르』

 

"시는 스스로 존재하며, 시는 시일 뿐이며 그 이상 어떤 것도 아니며, 시만을 위해 시는 쓰여진다" 

                                                                              『 에드거 알렌 포우가 말한 시의 원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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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e 2009-08-09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보들레르에 대해 구글에서 찾다가, 이까지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들레르에 대해 써야하는 숙제가 있는데, 맨 마지막 보들레르의 말을 써도 될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