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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워너비 메이크업북 - 따라하기 너무 쉬운 화장법
변혜옥 지음 / 조선일보생활미디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삼십 평생을 스킨, 로션 하나 제대로 갖춰 바르지 않았다. 이것 저것 굴러다니는 쌤플만으로 충분했다. 특별한 날에는 맨 얼굴에 파우더만 두드리고 반짝한 립글로즈로 끝나는게 화장의 전부였다. 눈썹은 언제나 내츄럴했고 외출 후에는 폼 클렌징도 없이 비누거품 만으로 세안을 했다. 심지어 뜨거운 여름 자외선에도 맨 피부로 맞짱을 떴다. 정말 나이를 서른이나 먹은 여자가 이렇게 원시인같이 살 수 있냐고?? 있다 -_-;; 내가 이리도 뷰티에 무관심 했던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관심이 없었다. 둘째, 귀찮다. 셋째, 피부에 자신 있었다(과거형에 주목 바람). 워워~ 돌은 던지지 말게. 아마 세번째 이유때문에 그러는 것 같은데 진정하시길.
첫째는 정말 관심이 없었다. 요즘은 고등학생들도 가볍게 화장을 한다는데 나는 정말 마알간 얼굴로만 다녔고 대학교에 가서도 딱히 그런 것을 할 시간도 없었거니와 나는 메이크업에 정말 관심이 없었다. 둘째는 귀찮았다. 세안 후 스킨, 로션 두 가지를 꼬박꼬박 다 바르는 것도 도통 귀찮은게 아니었다. 간혹 친구들과 여행이라도 가면 잠들기 전 그녀들은 뭔가를 아주 많이 발랐다. 스킨, 로션, 에센스, 영양크림, 수분크림.... 다 기억하기도 힘들만큼을 바르고 잠이 들었다. 나는 물론 아무 것도 바르지 않았다. 여기서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피부가 좋았다. (역시 피부는 타고나는 것일까? 하하) 정말 피부가 좋았다. 잡티 하나 없이 매끈했고 마치 아기 피부 같다고들 했다. 정말이다. 믿어주기를. 아마 최근 나를 알게 된 사람들은 '거짓말도 아주 자연스럽게 하네' 하며 나를 몰아세울지 모르지만 사실 그랬다.(과거라는 사실 결코 잊지 말아주시길;;)
그런데 나에게도 불혹의 서른이 찾아왔다. 멀건 얼굴로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채 뒹굴거리는 내게 모든 이들은 같은 말로 저주했다. "피부는 순간이다. 좋을 때 잘 가꿔라. 아마 서른 넘어서면.... 쯕쯧즛." 나는 그럴때마다 '피부는 타고 나는거라 절대 그럴 리 없을껄?' 하며 속으로 비웃어 줬다. 그런데 그들의 저주 아니 예언은 적중했다.
눈 밑이 어두워진 것 같아, 주근깨가 진해지네? 찬 바람 쐬면 빨개져, 이건 각질인가? 얼굴이 거칠어졌어. 몇 해 전부터 나는 이런 고민에 빠졌다. 몇 일 전까지도 계속 그런 고민을 했다. 사람들은 늘 내게 말한다. "넌 정말 그대로야. 변하지 않았어" 그래, 그런 말을 하는 그녀들은 몰라보게 이뻐져 있었다. 늘 변하지 않는 나의 모습(한결같아서 좋다고?? 켁), 헤어스타일도 달리 해보고 새로운 옷을 입어봐도 거울 속 얼굴은 여전히 변치 않는 나. 어제의 나와 똑같았던 내가 있었다. 나는 달라지고 싶었다. 그리고 달라져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밤, 이 밤이 나의 메이크업 역사가 쓰여지게 된 날 밤이다. 여느 날같이 늦게까지 책을 읽고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자 인터넷 접속. 딱히 할 것도 없다. '음~ 오늘의 톡 한 번 볼까?' 자극적인 가십거리를 찾아 클릭 또 클릭. 그러다 발견한 눈 사진!! 펄 펄 흰 눈 말고 반짝 또렷 눈 말이다. '우와~ 정말 예쁘다. 화사해, 화사해!!' 마치 뭔가에 빠진 듯 사진과 함께 공개된 메이크업 스킬을 계속 훝어갔다. 그러다 도달한 곳. 내게 오아시스가 된 곳! htttp://blog.daum.net/japaneselady 일본아줌마의 블로그였다. 와와, 이건 또 다른 세계. 어쩜 이럴 수가. 고 작은 얼굴을 옷 갈아 입듯 어찌나 잘 바꾸는지. 나는 한 참을 들여다 보다 그녀가 <마이 워너비 메이크업북> 이라는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밤, 나는 그 책을 바로 주문했다. 왜냐면 나에게는 변화가 필요했고 내게는 예뻐지고 싶은 소망이 있었기 때문에.
책을 주문하고 나는 몇 가지를 함께 주문했다. 아이라이너, 아이브로우. 얼마 뒤 책이 도착했고 나의 무기들도 도착했다. 책에서 소개된대로 눈썹정리부터. 그럼 이제 눈화장을 해볼까? 뭐? 기초손질 후 메이크업 베이스를 펴 바르라고? 없다. 건너 뜀. 파우더. 톡톡. 그리고 아이섀도우를 눈두덩이에 펴바르라고? 예전 언니가 쓰다 버린거 주워둔게 번뜩 생각났다. 그걸 꺼나 손가락으로 쓱쓱~ 그리고 아이라이너. 커피를 많이 마신 탓인지 수전증이 생긴 것인지 부들부들. 몇 번 떨고 나니 쓰윽그려졌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눈 밑 애교살 브라이트. 흰 칠을 적당히 해주고 마스카라! 그리고 외출을 했다.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모두들 내게 "오늘 왜 이리 예뻐요? 딴 사람 같아요. 무슨 일 있어요?" 흐흐~ 정말인가?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나의 변화를 알아챈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한참 거울을 들여다보니 좀 예뻐진 것 같기도 하고 좀 어색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분명한 건, 재밌었다는 것. 이상했다. 메이크업이 재미있었다. 나는 이 짓을 계속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급한 것부터 주문을 했다. 스킨, 로션부터. 그리고 또 없어서 생략했던 메이크업 베이스까지. 남편도 덩달아 신이 났다. "왠 일이야. 좋은 걸로 팍, 팍 사"
이렇게 나는 메이크업을 시작했고 오늘로 일 주일이 지났다. 이 책은 아주 따라하기 쉽게 되어있다. 보기만 해도 뭔가 답을 알고 시작하는 메이크업 마냥. 일본아줌마의 입담은 정말. 너무 너무 재밌다. 메이크업 만큼이나. 그리고 이 책은 아주 간단한 한 듯 안 한듯 화장부터 화보를 찍을 법한 스모키까지. 오~ 동전 크기만한 눈 두개를 이렇게 휘황찬란하게 할 수도 있구나. 그리고 그녀는 '메이크업에는 명품 화장품보다 명품 스킬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줬다. 몇 가지는 가진 걸로 만들어 쓰기도 하고 한 가지를 여러가지처럼 쓰기도 한다.
이 책은 메이크업 책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 때문에 그동안 방치해뒀던 피부관리의 기초까지 바로잡게 되었다. "스킨, 로션, 에센스는 꼭 바르자!"를 규칙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나빠지지만 않아도 그걸로 만족해(야만 해). 원판불변의 법칙이라는 우울한 말이 있긴 하지만 나는 내가 뭔가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 그저 즐거운 뿐이다. 아직 끝이 아니다. 나는 스모키 화장에도 도전할테다. 봄이여, 예뻐지고 싶은 여성들이여. 거울 앞에 앉아보라. 그리고 시작해라. 늦지 않았다. 나같은 철통무관심의 여성들이 분명 또 있을거라고 본다. 그리고 나는 먼 훗날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할 때 그 어느때보다 예쁜 얼굴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이천십년 봄, 나는 예뻐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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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부록] - BEFORE or AFTER
※ 흔히들 하는 Before, After를 나도 해본다.
절대 중요한 것은 보기에 따라서 After가 더 안이쁠수도 있다;;;
물론 둘 다 안 이쁠수도 있다. 음... 그러나 달라진건 확실하다.
그리고 After는 내 평생 첫 메이크업이라는 것을 이해해주기를.
이런 책도 읽고 서평을 쓰나? 할지도 모르는데.... 난 만화책 보고도 서평쓰는 여자다;;
아, 끝으로 원판은 그러려니 해주길 바란다 -_-;;;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