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는 과학이다 - 아이의 평생을 결정하는 엄마 아빠의 첫 교육
박문일 지음 / 프리미엄북스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정말 유익했던 책이다.  시중에는 방대한 태교서적들이 널려있다.  그중에서도 태아의 지능개발 따위를 다룬 책들이 가장 많은 것 같다.  벌써부터 뱃속 아기를 가르치기 위한 책들 같은 느낌을 폴폴 풍기는 책들이 너무 많다.  대개 키워드들은 EQ 태교, 뇌태교, 영어태교, 명화태교, 음악태교, 명품태교, 지능개발, '똑똑한' 등등.  솔직히 이런 책들은 한사코 읽고 싶지 않다.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학습시키고 가르치기 위한 태교는 하고 싶지는 않다.  아니, 과연 이런 것들을 태교라 불러도 될까?   

  오늘날, 태교의 의미가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두 가지 방향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첫째, 지나치게 뱃속 태아의 학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 근거없는 미신이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내 느낌이고 내 생각이다.  그런데 여기 태교에 관해 제대로 말해주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이다.  <태교는 과학이다> 

  임신 초창기 '임산부가 읽을만한 좋은 책이 없을까?' 싶어 태아, 태교, 임신 등의 키워드로 도서를 검색해 보았다.  그때 이 책을 처음 보았다.  물론 당시에는 이 책 역시 그렇고 그런(?) 태교 책이리라 생각했다.  '태교는 과학적인거다.  그러니까 당신네들 부지런히 태교하라고!'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참석하고 있는 임산부 교실에서 이 책을 추천도서로 권해주었고 그 도서들이 하나같이 읽으만한 책들이기에 이 책도 믿고(?) 읽어 보았다.  이 책을 읽고 이 책에 대한 첫 느낌의 오해가 완전히 풀렸다.  그야말로 태교의 참 의미를 말하고 있는 책이었다.   

  우리 선조들이 말하는 태교와 태아기 발달에 맞는 태교들을 살펴보며 태교의 참뜻과 진정한 의미를 소개한 책이었다.  우리 선조들은 참 지혜롭다.  우리는 태어나면 아기의 나이를 1살로 세는데 이것은 이미 뱃속에서 잉태되며부터 열 달간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시작했음을 의미한단다.  그렇기에 서양에서 넘어온 월령보다는 엄밀히 말해 태아 존중에 대한 기본이 깔려 있는 사상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어떤 나라보다도 태교를 강조해온 나라였다.  그것은 <태교신기>,<칠태교>등 전통 대교 서적들에도 밝히 나와있다.  그 뿐 아니라 임산부라면 누구나 몇 가지 강령(?)과 같은 수칙을 들은 바 있을 것이다.  임산부나 그의 가족은 가급적 상갓집등 슬픔이 있는 곳에 가서는 안 된다, 모양이 바르고 신선하고 건강한 것만 먹어야 한다, 나쁜 것은 보지도 말고 생각지도 말아야 한다 등등.  예로부터 전해지는 대다수의 태교는 임산부의 몸가짐, 자세를 바르게 하고 조심하여 태아를 보호하고 심성이 바른 아이로 성장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태교는 '똑똑한 아이 만들기' '열 달 먼저 시작하는 조기교육'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임산부의 자세와 마음가짐, 몸가짐보다 영어는 어떻게 들려주면 되는지, 음악은 모차르트를 듣는 게 좋다는 등의 오로지 뱃속 태아만을 위한(과연 위하는 것이기나한지 그것도 의문이다) 태교들이 난무하고 있다. 

  또 근거 없는 미신 역시 아주 많다.  임신 중에 오리를 먹으면 아기의 손가락, 발가락이 붙어 나온다더라, 닭을 먹으면 닭살이 된다더라, 게를 먹으면 아기가 거품을 문다더라 뭐 다 나열할 수도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미신들이 많다.  대개 먹을거리와 관련이 있는데 이러한 미신들은 우리나라의 전통태교와는 근거 없는 내용이며 여기저기서 생겨난 속설에 불과하단다.  가끔 온라인 예비맘 카페 같은 곳에 접속해보면 짜증 날 정도로 황당한 질문들을 만날 때도 있다.  '오리, 닭 그런거 먹어도 되나요?', '게 먹으면 안 된대요', '플라스틱을 쓰고 있는데 환경호르몬이 태아에게 유해하겠죠?', '매운 것을 먹으면 아토피 걸린다죠?', '파인애플을 먹었는데 정말 유산되나요?' 등등.  태아에 대한 이해와 생활환경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간혹 이런 글을 볼 때면 나 역시 임산부지만 '아니 그럼 임산부는 뭘 먹으라는거야?  차라리 병원 중환자실 무균실에 누워있는 편이 낫겠네' 싶을 정도다.  물론 태아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되는 것은 하지 않으려는 산모의 조심스러운 마음이야 나무랄 수 없다.  그러면 태교가 무엇인지 바로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것을 바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사실 이 책은 그 초판이 1999년에 출간된 책이었다.  약 십 여년을 널리 읽히고 있는 책이며 다른 태교 도서의 근간이 되었다고도 한다.  우리나라 전통태교에서 태교의 뿌리를 찾아보고 태아의 발달에 맞는 일상생활 속 태교는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바람직한 임산부의 마음가짐과 평온한 임신기를 위한 조언들이 가득하다.  태교법보다 태교의 의미를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기에 더욱 읽을만한 책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산부인과 의사 및 해당학 교수로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데 담당하던 한 임산부가 조산한 미숙아를 다룬 대목에서는 정말 감동했다.  태아의 성장에서 중요한 것은 엄마와 아빠의 부드럽고 나긋한 목소리라고 생각하는데 조산을 이유로 부모의 사랑의 목소리를 다른 아기들보다 듣지 못한 채 출생하게 되었으니 그 부분의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그 부부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녹음해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큐베이터 안의 태아에게 그것을 들려주었고 그 태아는 빠른 속도로 몸무게를 불려 가며 잘 성장한 것을 목격한 대목이었다.  아니 어떤 의사가 미숙아에게 의료기기를 통한 의술이 아닌 그런 정서와 심리적인 면까지 고려하여 태아를 대할 수 있을까?  게다가 조산을 하게 되었다면 반드시 이와 같이 부부의 목소리를 태아에게 들려주도록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저자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미숙아가 부모의 목소리만을 통해 조금 더 잘 성장하는 것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찾아 연구하고 발표할 계획이란다.  개인적으로는 이 연구가 잘 진행되어 학계와 의료계에 주목을 받아 모든 의료진들이 이와 같이 산모와 태아의 심리적인 면을 고려한 의료행위를 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무튼 이것은 정말 따뜻한 진료가 아닐 수 없었다. 

  그밖에 임신에 대한 여러 가지 유익한 정보를 담고 있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내용도 유익하고 읽기도 쉬웠다.  태교가 무엇인지 알고 산모와 태아와 그의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태교를 원하는 이라면 꼭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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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별뽀야 2012-07-1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이 너무 재미있어요. 군데군데 독설같은 유머에 빵 터졌습니다.ㅋㅋ 공감공감!!ㅋ
인터넷상 카페나 지식검색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어 책을 통해 몸과 마음가짐,
앞으로 태교를 어떤방법으로 해야 할까 싶어 들어왔는데 님의 자세한 서평 덕분에
이 책 꼭 사서 필독해보려구요.ㅋㅋ 태아의 지능 올리기에 급급하기 보다는 그에 앞서
태교개념부터 알고 시작해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