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 30주년 기념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기적 유전자> 우스개소리를 하자면, 이 책은 내게 수불석권의 경지에 다다르게 한 책이다.  얼마간 쥐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읽다 되돌아 오다 읽다 되돌아 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올해들어 가장 오랫끝에 읽은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덮고 난 지금, 참 복합적인 심정(?)이다.  '다 읽었다'는 성취감 그리고 '제대로 이해 못했다'는 자괴감?  이 책을 읽기 전 엄청난 기대를 했다.  이 말은 이 책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뜻이 아니다.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스스로 다다르지 못한 것 같아 답답할 따름이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을 모두 열거해 보라면....  그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이 무한히 많기 때문이 아니라(실은 내가 이해한 것은 극히 일부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학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상 우리는 어마어마한 과학의 이기를 누리고 살지만 내 경우로 보자면, 과학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나마 관심있는 것이라면 학창시절 배웠던 '생물' 교과라고 생각해 왔다.  개괄적으로 보자면 이 책도 생물학을 다룬 책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고 내가 알던 생물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음을 처절히 깨달아야만 했다.  내가 알던 생물은 알코올에 적힌 거즈를 개구리의 머리 위에 얹고 그들의 배나 가르는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기껏해야 식물의 광합성 따위였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형성된 개체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입을 빌자면 '우리는 유전자들의 생존기계'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여러 페이지에서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주체가 아니라 유전자가 주체인 셈이다.  다시말해, 우리는 각 유전자들이 지령을 내리는 대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이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아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유전자의 명령대로 살아가게 되며 내가 가진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할 존재라는 것이다.  나는 이것에서 칼빈의 '예정설' 이 얼핏 떠올랐다.  칼빈은 '모두 신에 의해' 라고 말하는 한 편, 리처드 도킨스는 '모두 유전자에 의해'라고 설명하는 것이 다르다면 다를까?  이것은 너무 심한 비약일까?  

  다윈의 '종의 기원' 을 읽지 못한 내가 그것을 추종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학설을 이해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빗나가는 논지일 수도 있겠으나 진화론, 창조론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인간은 한 유기체에서 진화된 생물체이냐, 누군가로부터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피조물이냐는 오래전부터 끊이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문 논쟁의 대상이다.  '진화론' '창조론' 이라는 두개의 문 중에서 어느 문으로 들어가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문제는 상당히 달라진다.  나 역시 창조론을 믿는 기독교인이다.  그렇다고 해서 진화론에 대한 학설들을 배척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기원에 대한 의문과 고찰은 어떤 식이건 의미있는게 아닐까.  왜냐하면 너와 내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근원은 모든 것의 시작인 것이고 그것을 알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진화론' 이냐 '창조론'이냐의 양자택일을 떠나서 우리 또한 그것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매력은 어려운 '유전자' 의 개념을 동물행동에 비유해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쉬운 단어로 옮겼다 한들 평생을 유전자와 동물행동학 연구에 매진한 그들의 학설이나 추론을 다 받아먹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이 책의 목소리를 모조리 듣지 못했다고 해서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모든 생물체가 지니고 있는 '유전자' 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리처드 도킨스' 라는 생물학자를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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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pix 2007-09-30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개.^^ 읽고 싶어지는 리뷰입니다. 유전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도서일 것 같네요. 이름은 많이 들어본 책인데 아직 읽지 못했네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매우맑음 2007-09-30 21:17   좋아요 0 | URL
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과학서의 고전으로 꼽힐만한 책이니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