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하는 데 남은 시간 - 긴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엄마가 딸에게 전하는 편지
테레닌 아키코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테레닌 아키코의 <너를 사랑하는 데 남은 시간(2011, 이덴슬리벨)> 읽었다. 임신 중 암을 발견하고 태아와 치료의 기로에 서서 임신을 좀 더 유지하다 제왕절개로 조산 후 투병을 한 일본인 여자의 에세이다. 그러나 암은 더 진행되고 시한부 인생을 살다 저자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투병일지와 자신의 숨이 다해감을 느끼고 딸 아이에게 전하는 메세지들이 담겼다. 러시아인 아빠와의 만남과 결혼, 임신. 그리고 딸 유리치카를 위해 해주고 싶은 말들을 한 번에 쏟아놓은 책이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 ‘신경쓸 가치가 없는 일은 철저히 무시하라’, ‘돈을 쓰는 것에 대해’, '친구', ‘멋 부리기’, ‘다이어트와 식습관’, ‘생리와 몸의 변화’, ‘사랑’, ‘섹스’ 등에 대해 어린 딸에게 글로 남겼다.


  효린이를 가졌을때 진짜 죽고 싶을만치, 정말 실신할 지경에 이를 정도의 고통이 십여차례 왔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분만 후 알아보니, 임신으로 인해 난소에 혹이 생겼는데 그게 수십번 터지고 아물고를 계속 반복했었고 쇼크가 올 수도 있었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라고. 뱃속 효린이 때문에 초음파로는 관찰되지 않았었다. 급기야, 분만 하루 전에는 복강내로 피가 고이기까지. 가만 생각하니, 그 고통 겪고 예린이를 또 가졌다니 ㅋ 그때 생각이 나서 힘들었다. 근데 그게 아키코처럼 분만으로 종결되는 고통이 아니었다면.

  내 아이를 낳고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는 엄마, 그 엄마가 그토록 살고 싶어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여느 엄마들은 살아가며 가르치고 이야기 할 것들을 한꺼번에 쏟아놓을 수 밖에 없는 젊은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휴우.

  내가 남편과 내 아이들을 놓고 먼저 떠나야 한다면. 남은 시간을 제 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 얼마나 살고 싶을까? 내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보고 싶고 함께 하고 싶어서. 그리 생각하니 지금 이 한 시간이 귀하고 오늘 하루가 보석이다. 살고 죽는건 사람의 영역이 아닌것 같다. 나에게 남편과 효린이와 예린이를 사랑하는데 남은 시간을 얼마일까? 더 사랑하며 더 아끼며 더 포옹하며 살아야지.

  슬픈 책! 저자의 삶에 대한 애착과 몸부름 앞에 할 수 있는게 없어 초조해지는 책이었다. 유리치카, 네 엄마는 널 죽기까지 사랑하셨더구나! 니가 있는 그 곳에서 엄마처럼 강한 정신력을 가진 여자로 자라가고 있기를, 그리고 아빠 레니에게도 축복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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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작은 인생은 어린이집에서 시작된다 - 전직 어린이집 교사가 작정하고 털어놓은 아이들의 숨겨진 사생활
최경애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2013년 7월 4일은 우리 아이의 27개월째 인생이 막 시작되던 때,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간 날이다. 사실 그간 나는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이 컸다. 또 36개월 미만의 영아의 경우, 어린이집은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아이들만 이용해야 할 최후의 보루였다. 이를테면, 맞벌이 부부라거나 아이를 종일 돌볼 수 없는 건강상의 문제가 생긴 경우라거나. 난 오래전부터 '절대 36개월 이전에는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겠노라' 했었다. 그런데 내 아이가 지금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첫째가 18개월이 되던 때, 나는 둘째를 가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임신초기라 좀 피곤하기는 했지만 나의 육체적 고단함으로 인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거나 내 손을 벗어난 곳에 잠시라도 둘 생각 따위는 하지 못했다. 그런데 첫째가 두돌이 지나고 나는 드디어 위기에 봉착했다. 임신으로 인한 신체의 변화 뿐만 아니라 그 시기 아이의 발달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주기에 힘겨워지기 시작했고 그 모든 욕구를 즉각 채워주기에 몹시 힘에 부쳤다. "혼자 좀 하면 안될까?", "엄마, 누워서 보고 있을게. 그래도 되지?", "잠깐만 기다려줘", "밖에를 또 나가자고?", "놀고나서는 바로 바로 치우면 안되니?", "이것만 다하고 놀아줄게", "조금만 쉴게" 이렇듯, 아이의 욕구는 보류되고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머물고 있을 뿐, 아이는 즐겁고 신나지 않았다. 나 역시 가사를 하고 그림책을 읽어주고 아이와 놀아주었지만 즐겁고 신나지 않았다. 그저 쉬고 싶었다. 졸음이 올 때 자고 싶고, 집안이 더러운 꼴을 못보겠으며 입덧은 오래토록 나를 괴롭혔다. 나는 아이가 두 돌전까지는 '육아는 내 취미'라 할 만큼 아이를 양육하는 일이 즐거웠던데 둘째를 갖고나서 부터는 내 몸 힘든데 장사가 없었다. 점점 아이에게 짜증이 늘어갔고 아이도 울거나 떼를 쓰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도 내 고집은 완강했다. '그래도 절대 36개월 이전에는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을테야. 부모만한 타인은 절대 있을 수가 없어. 이 고행의 시간이 보람이 될 날이 올거야, 참자' 하루 하루 참으며 도를 닦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수연 박사의 글을 읽었다. '생후 36개월 이전엔 엄마가 양육하라는 말은 체력적으로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이어서 아이의 욕구에 예민하고 감정적인 변화를 많이 보이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주 양육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니, 이건 무슨 소리지? 내가 알던 모든 육아 상식에서는 36개월 이전까지는 무조건 엄마가 키우라던데?' 그러면서 체력적으로 아이의 욕구에 기민하게 받아들여 줄 수 없고 감정기복이 심해진 임신이라는 기간에 나와 아이가 한 공간에서 지지고 볶고 하며 36개월을 채운들 이 기간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건 서로에게 좋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어린이집을 가는 것이 아이에게 나을까?'

 

  오랜 고민 끝에 결정이 섰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그래, 활동적이고 충분히 놀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어린이집은 맘껏 놀 수 있기도 할 것이고 친구들과 선생님과의 새로운 관계는 나바라기인 아이에게 좀 더 여유를 갖게 할 거야. 또 나도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있는 동안 반찬도 만들고 집안 정리도 하고 그러고나서 잘 놀다온 아이를 몸과 마음으로 환영해주면 이게 더 좋을지도 몰라. 둘째가 태어나고 보내느니 보내려고 한다면 지금 보내는 것이 더 좋을거야' 몇 군데 어린이집을 방문해 보았는데 나는 줄곧 '사람'만 보겠노라 했다. 교사, 원장님. '나도 내 아이 돌보기가 힘겨워 어린이집에 도움을 받기로 한건데 피 한방울 안 섞인 교사들은 어떨까? 혹여 아이를 미워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가득했다. 매스컴에서 연일 보도되는 내용만 봐도 아이들을 무자비 하게 대하는 교사의 모습만이 보였다(물론 그는 일부겠지만). 그런데 세 번째 방문한 원에서 원장님과 선생님을 뵙는 순간, '아, 여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상담을 갔던 첫 날 아이는 교실에서 선생님과 짧은 시간을 지내며 즐거워 했다. 다른 곳은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곳은 간다는 것이었다. 그길로 등록을 하고 그 다음날부터 아이를 보냈다.

 

  '울고 야단이 나겠지?', '다들 적응기간에는 눈물콧물 흘린다는데.... 마음 강하게 먹자' 그런데 아이는 생각보다 잘 갔고 등원길에 우는 일은 없었다. 물론 활동을 하며 중간중간 엄마 생각이 나서 우는 일이 있다고. 그러나 사람이 참 그런 것이 내 눈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의외로 견딜만했다. 그리고 아이는 곧 어린이집을 즐거워 했고 사흘째 되던 날부터는 점심식사를 하고 귀가를 했고 그 다음주부터는 낮잠을 자고 하원을 했다. 선생님께서도 아이가 잘 적응중이라고 하였고 내가 보았을 때도 그랬다.

 

  사실 어린이집을 보내고 나는 천국이 열리는 것 같았다. 아이를 내게서 떼놓고 혼자 있는 시간이 즐거워 천국이라는 것이 아니라 귀가 후 아이와 나의 생활이 천국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기다려 달라'거나 '혼자 놀라'거나 '좀 쉬자'는 말은 하지 않게 되었다. 반찬을 정성껏 만들 시간도 있었고 집안을 깨끗이 정리정돈할 시간도 주어졌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동안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었기에 나는 아이의 기다림과 인내와 포기를 요구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그리고 어린이집 하원 후에는 오로지 이 아이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아, 어린이집이 그렇게 못 보낼 곳은 아니구나' 물론 아이를 학대하는 곳이나 원아를 돈으로만 여기는 기관은 절대 필요악이겠지만 '아이가 즐거워하고 온정적인 교사가 있는 곳이라면 엄마와의 24시간보다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초보 학부모의 생활이 시작된 찰나, 이 책을 발견했다. (오늘은 서두가 굉장히 길었다. 그래도 뭐 너무 뭐라하지 말기를. 책을 읽고 그에 얽힌 내 이야기나 떠오르는 것들을 구구절절 끼적이는 것이, 이런 난잡한 서평이 내 스타일이니까. 후훗) 정말 꼭 읽고 싶은 책이었다. 간혹 아이의 식사 모습이나 활동사진을 볼 수 있었지만, 뭘 하며 지내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고, 전직 어린이집 교사라는 저자가 들려줄 이야기가 몹시 궁금했다. 전직 어린이집 교사가 '작정하고 털어놓는' 아이의 숨겨진 사생활, 아이 몸에 몰래카메라 한 대 숨겨서 보내고 싶은 심정이예요, 지금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일들.... 책 표지에는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들이 그득했다. 그래, 이 책이야. 이 책을 봐야겠어.

 

  그렇게 이 책을 펼쳤다. 그런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조금 실망했다. 나는 어린이집에 대한 적나라한 이야기가 담겨있길 기대했고 책의 표지에서처럼 도발적이거나 은밀한 어떤 내용이 있기를 원했다. 이를테면, 어린이집 교사가 들려주는 아이의 등원 거부나 부적응에 대한 부모의 조력에 대한 팁들, 월령 및 연령별 영아들에게 적합한 어린이집의 형태 안내, 또래관계에서 갈등이 생길 경우 부모의 처신, 어린이집 교사들이 좋아하는 간식, 견학이나 나들이시 아이들에게 좋은 간식과 포장 방법 등등.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그런 부분에 대한 코칭이 담겨있길 기대했다. 

 

  그런데 이 책은 아이들의 순수함과 아이다움 그리고 그것을 지켜주고 살려주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는 한 교사의 리포트일 뿐이었다. 또 대상 유아들의 연령이 어린이집 뿐 아니라 유치원에 다닐 수도 있는 연령의 큰 아이들이라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막 보내며 불안해하고 염려가 가득한 엄마들을 겨냥한 책은 아니었다. 그냥 '우리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이렇게 지내고 있구나' 하고 이해가 필요하거나 '즐겁게 지내는구나', '이 분 좋은 선생님이시네' 정도를 느끼게 할 내용들이었다. 엄마를 떨어져 낮잠을 자야하고 어린이집 생활을 조리있게 부모에게 전달하고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시기의 그런 어린 영아들의 모습이 담겨있질 않아 아쉬웠다. 이 책의 표제인 '어린이집'에 설사 '유치원'을 넣는다 하더라도 들어맞는다. 이건 어쩌면 어린이집이라는 기관의 특수성(유치원과 수용 연령의 교집합 공간이 없는 어린 영아를 보육하는 국가수준의 유아교육기관이라는) 을 잘 살리지 못한 내용이라는 다른 의미도 된다.

 

  아니, 표지에서 말하던 다소 도발적인 당돌함은 어디 간거지? 아이와 행복하고 교사와 즐겁고 그 안에서 사랑을 나누는 어린이집이라는 공간의 모습은 너무 포근하게 그려졌지만, 이 곳은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아니고, 이 교사는 내 아이의 교사가 아니다. 그냥 어깨너머 바라보는 한 어린이집 교사의 즐거운 수기와 같았다. 그리고 'Worst 엄마 & Best 엄마', 'Worst 교사 & Best 교사' 의 순위에 나열된 대상들의 특성은 진부하고 식상했다. 굳이 어린이집 교사의 말을 빌어 듣지 않아도 누구나가 다 짐작할 수 있을만한 특성들이었다. 그럴 것이라면 좀 더 객관적으로 몇 백명 정도의 교사와 엄마들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Worst와 Best를 각각 뽑아보고 항목별 %를 명시했다면? 그렇지 않다면 좀 더 은밀하고 좀 더 녹록한 관찰이 녹아 있고 '어머', '아' 하는 감탄이나 놀람을 연발할 수 있는 참신한 내용일 수는 없었을까? 예를 들면, Worst 엄마는 아이는 늘 이도 닦지 않고 눈꼽 낀 얼굴로 등원하는데 모델 뺨치는 엄마, 항상 공주처럼 드레스에 치마에 요란한 장신구를 채워 보내는 엄마, 내 아이 외출때 발라달라며 선크림을 챙겨 보내는 엄마, 도시락통이나 수저 씻는 걸 자주 잊는 엄마.... Worst 교사는 생활기록수첩에 획일적인 내용만을 적는 교사, 아이가 다친 것을 모르는 교사, 늘 미니스커트만 입는 교사 등. Best는 뭐 요기까지만 하도록 하고. 

 

  간혹 내 서평은 책을 다시 쓰거나 컨셉을 다시 잡아보는 등 무례한 짓을 저자에게 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것은 나만의 사고의 확장의 방법이기도 하고 또 어찌보면 나의 삐딱함과 집요함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 마냥 '좋다' 라는 생각만 들 수는 없는 것이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독자도 있고 엄지를 내리까는 독자도 있다. 그저 저자와 출판관계자 분들은 실망스런 독자의 반응에는 '이런 독자도 있고 저런 독자도 있지. 세상은 참으로 다양해. 난 그 다양한 인간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어. 그러고 싶지도 않고~' 하며 다소 방관적이고 거만한 자세로 내 서평을 대해주면 참 좋겠다. 물론 이 책에 관심을 갖는 또다른 예비독자들 역시 마찬가지. '아, 이 책 별로인가봐? 그럼 난 안 볼래' 가 아니라 '넌 그렇게 생각했어? 그럼 나도 한 번 보지. 보고나서 니 생각에 동의할 수 있는지 없는지 내가 판단해보지 뭐. 내가 니 말만 듣겠니?' 하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오늘 서평은 참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그건 나도 안다구.)

 

  어찌되었건, 이 책에 녹아있는 아이의 순수함과 예쁜 미소,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사의 따뜻한 시선과 행복함이 물씬 묻어나서 읽는 동안 흐뭇했다. 내가 기대(아, 나는 소위 말하는 기자 고발, 시사 르포. 이런 도발적이고 충격적인걸 기대했나봐;; 강한 자극에 찌들어 있는 내 피곤한 영혼의 반증이지 뭐. 쩝)한 책의 의도와는 다른 듯 했지만 즐겁게 읽었다. 또 디자인을 전공한 교사답게 책에 수록된 사진들은 감성적이고 저자의 감각이 느껴졌다. 끝으로, 그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 아이도 앞으로 이런 교사를 만나게 되어 맘껏 행복한 어린이집 생활을 할 수 있기를. 지금도 꽃잎반 교실에서 친구들과 선생님과 사랑나누고 있을 미소가득한 내 아이를 기대하며 난잡한 서평은 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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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 - 상처투성이 부부 관계를 되돌리는 감정테라피
박성덕 지음 / 지식채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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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는 나를 보고 남편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이거 뭐야? 육아에 지치고.... 일에 지쳐.... 결혼 생활에 염증....(책 표지에는 '육아에 지치고 일에 지쳐 결혼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남편과 아내에게 이 책을 바친다!'로 적혀있다.)  왜 이런 걸 읽어?  나한테 뭐 서운한 거 있어?"  아니 나는 남편에게 서운한 게 있어서, 우리 부부사이가 원만하지 못하다고 생각되서 읽은 것이 아니다.  단지, '육아에 지치고 일에 지쳐'라는 이 문구가 너무 와 닿았다.  그래서 이 책에 호기심이 일었고 나 역시 한 남자의 아내로, 또 나를 아내로 둔 남자와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더욱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들이 어떤 것이 있을지 읽어보고 싶었다.

 

  솔직히 나는 정말 다정하고 자상한 남편과 살고 있다.  기념일은 나보다 더 잘 챙기고 나를 참 많이 배려해주는 사람이다.  자신이 운전하다가 내가 운전하게 될 때면 시트와 미러까지 조절해 놓고 내리는 남자다.  재미있고 명랑해서 함께 있으면 참 즐거운 남자다.  회식이라도 있는 날에는 수원을 지나오며 내가 좋아하는 빵을 꼭 사오는 사람이다.  우리에게 첫 아기가 생기고 나서는 주말마다 하는 그 좋아하는 야구도 가지 않는다.  "오늘 야구 왜 안 가?" 하면 "야구하는 데 같이 가면 좋겠지만 효린이가 아직 어리니 주말은 같이 보내자" 하며 집에 머무는 사람이다.  그러면 나는 "누가보면 내가 꼼짝없이 목덜미 잡고 있는 줄 알겠어. 다녀와" 하면 "그럼 바로 올게"라는 말을 수십 번 하고 문 밖을 나선다.  더 쓰면 팔불출이 되고 말 것 같아 이만 하려 한다.  아무튼 나는 이렇게 멋진 남자와 살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고 울고 말았다.  무슨 일일까?  소설이 아닌 책을 읽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보기는 처음이다.  책에서 말하는 사례들이 너무 공감이 갔고 마치 내가 이런 상황들에 직면한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내가 이 여자라면 어떻게 할까?', '내가 이렇게 할 때 우리 남편이 내게 정말 실망스러웠겠구나'. '맞아맞아.  남편이 이랬을 때 나도 속상했었어',  '아, 이 땅의 부부들은 정말 별것 아닌 것들로 싸우는구나', '참 둘 다 치사하구나', '나도 이랬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부는 지인들에게 "항상 행복해 보여", "정말 결혼을 하면 정말 그렇게 행복하니?", "남편이 너무 잘해 주는 것 같아" 라고 말들 한다.  맞다.  나는 행복하고, 내게 잘해 주는 남편을 만나 잘 살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항상 이렇게 행복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결혼의 혼수는 불화라고 했듯, 우리 부부 역시 싸우기도 한다.  "무슨 일로 왜 싸웠나요?" 하면 솔직히 잘 기억도 안 난다.  얼마나 사소한 문제로, 대수롭지 않은 일을 두고 다투었던 것인지.

 

  이 책은 그 예화들이 부부들의 실례이기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너무나도 공감이 갔다.  어떻게 보면 모 TV에서 부부관계를 다룬 드라마에서 본 부부의 행동을 종합해서 요약해 놓은 듯했다.  서로 사랑해서 함께 살게 된 부부가 다투고 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관심 받고 싶다', '이해받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소중한 존재로 여겨지고 싶다'는 웅변, 그것이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싸우지만 결국 목소리는 하나다.  '당신은 내게 소중한 존재고, 나는 그런 당신에게 여전히 사랑이고 싶다'라는.  또 이 책은 5 part로 구성되어 있는데, 'Part 1이 우리는 왜 결혼했을까, Part 2가 우리 사랑이 어디로 갔나요, Part 3는 따지는 아내, 도망가는 남편, Part 4는 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 Part 5가 반평생 함께 살기 뉘래 알아야 할 8가지'이다.  이 책의 핵심은 바로 Part 4, 5이다.  여기서 부부관계를 위한 대처법과 행동에 대한 지침을 다루고 있다.

 

  Part 4에서는 외도, 중독, 양육관의 차이, 우울증,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고부갈등을 사례로 다루고 있으며 이에 대한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Part 5에서는 반평생 함께 살기 위해 알아야 할 8가지로 표현하기, 의식 만들기, 상처 이해하기, 극복 스토리 만들기, 미래 그려보기, 부부 중심의 가정 만들기, 평생 배우며 살기, 감사하기이다.  물론 이런 방법들은 부부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저 이해하고 '맞아, 맞아' 하는 것으로는 아무런 변화를 부르지 못한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하고 내가 먼저 노력해야 한다.  육아서를 읽고 '몰라서 못하냐?  그럴 여력이 안 되니 못하지'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부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머리로는 이해하나 행동으로는 그게 결코 쉽지 않다.  왜냐면 내가 살아온 방식이 있고 때로는 가치관이 다르기도 하며 성격도 다르고 사고하는 방식, 문제해결방식이 모두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조망해보고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따라야 문제의 고리는 풀리게 된다.

 

  그러면 이 책은 읽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자신이 변하면 되는데 머리로만 이해할 뿐인 이런 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아니냐고?  그건 아니다.  왜냐면 방법을 잘 모르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려고 죽을 만큼 노력해보는 것은 방법이 아니다.  아니 그와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이 바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냥 바~라~보면 마음속~에 있다는 걸~♬♪ 모 CM송이다.  절대 아니다.  표현해야 느끼고 말해야 안다.  나 역시 부부관계든 인간관계든 관계가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하기'가 아닐까 싶다. 속상하면 말하고 좋아한다면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행동하고.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남편에게도 권했다.  "자기야, 자기도 이 책 꼭 읽어봐.  죽을때까지 우리가 더 사랑하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면!"이라고 했다.  남편이 읽어 보겠단다.  남편 역시 이 책의 아내에게서 내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역시 이 책의 남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 땅의 모든 부부는 행복하기를 원할 것이다.  결혼생활은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이 될 수 있다.  서로가 노력한다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그들 사이에 남아 있다면 말이다.  모든 부부들이 행복했으면, 또 그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더불어 행복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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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도 - 이해인 시집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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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인 수녀님의 신간 시집 <작은 기도>가 출간됐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을 꼬박꼬박 챙겨 읽는 애독자는 아니지만 그동안 몇 편의 시를 봤을 때 진솔한 그녀의 시는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참 시를 읽지 않았던 것 같아 집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일상적인 시어들이 전해주는 진솔한 감정들과 포근하고 따스한 사랑의 느낌이 아닌가 싶다.  유별난 메타포도 없다.  어떤 시는 시 곳곳에 심어놓은 메타포로 인해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시인의 시를 꼼꼼히 살펴야 하기도 하고 어떤 시는 시어들이 너무나도 어려워 쉬이 읽히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이해인 수녀님의 시는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는 듯하다.  청량하고 맑으며 시의 실체가 베일에 감추어져 있지 않고 환히 드러난다.  쉽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 삶의 사랑, 아픔, 기쁨, 슬픔 등 인생의 묵직한 것들이 녹녹하게 스며 있어 시 한 절을 입에 물면 그것들이 입 안 가득 고인다.  그리고 그것들이 이내 내 것이 된다. 

  글을 보면 쓴 이의 성품을 알 수가 있다.  이 자가 따지고 분석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유머러스한 사람인지, 밝고 쾌활한 사람인지 아니면 조용하고 진중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또한 기쁜지 슬픈지 아픈지 노여운지도 알 수 있다.  물론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배우의 그것처럼 글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인 수녀님의 시는 솔직하다.  가식이 없고 꾸밈이 없다.  그리고 앞서 말했지만 바닥이 환히 보이는 시냇물 같다.  속을 환히 드러내 보이고 누워 이따금 지나가는 송사리 한 마리에 간지럽다며 졸졸졸 대고 웃는 시냇물 같다. (시를 읽고 쓰니 문장이 시가 되는구려. 캬~) 

  이 시들은 하느님(설명하자면 천주교는 하느님으로 칭하고 기독교는 하나님으로 칭하나 동일한 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저자의 호칭을 따른다)을 향한 사랑과 섬김의 마음이 잘 녹아 있는 시가 많았다.  다윗이 하느님을 찬양하며 노래했듯 이 시들 역시 그 같았다.  시를 통해 그녀의 신앙고백을 엿볼 수 있었다.  나 역시 은혜롭게 읽었다.  그렇다고 이 시들을 종교적인 시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연을 찬양하고 사랑을 가지고 용서하고 보듬는 그 모든 것들이 조물주의 자비와 은혜를 찬양하는 것이기도 할게다.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유일신에 대한 무의식적인 찬양처럼 말이다. 

  이해인 수녀님께서는 지금 암 투병 중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마지막에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기 전에 내가 꼭 하고 싶은 것들' 이라는 글로 맺었다.  그녀가 우리에게 주었던 위안과 사랑과 따스함처럼, 나 역시 줄 수만 있다면 그녀에게 그러하고 싶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작은 기도를 올리는 일 뿐이다.  그러나 그녀가 믿고 내가 믿듯 작은 기도는 결코 작고 연약하지 않다.  그것은 분명 힘이 있고 강하다.  오늘 밤은 그녀를 위해 작은 기도를 드려야겠다.  "사랑이 가득하신 하나님, 부디 그녀의 육신의 고통을 거두어 주시고 그녀가 우리에게 그러했듯 포근함과 사랑과 위안과 평화만이 그 곁에 존재케 하옵소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그날까지 담대하게 하시고 육신의 병을 능히 이길만한 용기를 주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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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힘 -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조건
이창용 외 지음 / 황금물고기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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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스토리에 열광한다.'  가깝게는 내 남편이 했던 말이고 멀게는 여러 사람들이 한 말이다.  절대 동의한다.  누구나 이야기에 매혹된다.  그 이야기가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당신은 아니라고?  당신 또한 스토리에 움직인다는 사실을 증명해보겠다.  불우한 이웃들의 사연들을 보고 그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 적이 있는가?  SBS의 '강심장' 에 출연한 연예인의 이야기에 집중해 본 일이 있는가?  노래가사가 좋아서 좋아하는 곡이 있는가?  어떤 영화를 집중해서 본 일이 있는가?  '그렇다' 라는 답변을 적어도 하나 이상은 했을 것이다.  모두 일 수도 있고.  그렇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이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이것들이 이야기와 무슨 상관이냐고? 

  흔히 '이야기'라고 하면 어떤 정형화된 스토리를 떠올리기에 십상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이야기를 빼고는 인간과 삶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라고 하면 과할까?  전혀.  이 세상 생명체 중 이야기를 하고 들을 수 있는 생명체는 인간뿐이다.  인간이 이야기 그 자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우리는 이야기에 휩싸여 산다.  당신은 오늘도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며 수없이 많이 이야기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이야기에 관한 책이다.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힘을 증명함과 동시에 이런 막강 파워를 가진 이야기를 좀 더 매력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 놓은 책이다.  먼저 이 책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탄탄한 구조, 등장인물의 명확한 설정, 반전, 비극, 아이러니의 활용을 꼽았다.  수긍이 갔다.  무엇보다 스토리가 탄탄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는 익히 들었을 게다.  또 등장인물이 명확해야 하는데 주로 주인공과 대립되는 인물을 제시하여 캐릭터를 서로 강화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이는 쉽게 말해 동화 구연을 생각해보면 쉽다.  우리가 흔히 아는 동화 백설고주를 예로 들어 보자면, 백설공주와 마녀의 목소리는 분명 달라야 하고 또 난장이들과도 분명 달라야 한다.  "백설공주가(혹은 마녀가, 난장이가) 말했어요" 라고 하지 않아도 목소리만으로 그 캐릭터를 알아챌 수 있어야 하듯 좋은 스토리 속에서는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캐릭터가 명확하다.  그래야 좀 더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 사람은 누구나 예견되는 뻔한 이야기에는 쉬이 흥미를 잃는다.  의외성을 기대한다.  '이럴 줄은 몰랐어'  한 마디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야 끝까지 집중한다.  그리고 비극이라고 했는데 나는 이에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이야기에는 비극 뿐 아니라 희로애락이(이중 하나의 감정 혹은 복합적인 감정이) 드러나야 한다고 본다.  누구나 비극적인 이야기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쁘거나 분노하게 되거나 슬프거나 즐거움의 감정이 잘 어우러져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아이러니의 활용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재미있는 이야기의 조건으로 제시된 것들 중 가장 참신한 것 같다.  이것의 의미를 말하면 누구나 수긍하게 되나 이것을 찾아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관객, 청자, 독자만이 알고 있고 등장인물은 모르고 있는 어떤 사실에 관해 이야기 할 때는 '아이구 저러면 안되는데' 하는 등의 소위말해, 전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면 어린이들을 위한 연극에서는 무대 위에서 관객들만 아는 상황이 펼쳐진다.  철수가 나무 뒤에서 잠들었는데 철수 엄마가 나타나 연못가에서 철수를 찾으면 어린이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소리를 지른다.(단, 선한 캐릭터에만 동조한다는 아이들의 특성이 있긴 하지만) "나무 뒤에 있어요~!!!" 라고.  '아이러니의 활용' 이라는 것은 이같은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의 조건으로 제시된 항목들에 모두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단지 누군가에게 재미를 주려고 일부러 지어낸 것들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상품을 팔기 위해, 때로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그 모든 것들도 이야기이다.  특히 요즘은 광고에서 이야기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  예전에는 상품을 소개하는 데 집중하던 반면 오늘날의 광고중에 더러는 '저게 무슨 광고야?' 하게 될 정도로 상품을 감춘채 이야기를 하는 것들이 있다.  제품의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광고들은 너무나도 많다.  어떤 광고들은 아주 짧은 드라마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들도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문구와 영상들로 이야기를 잘 차려입혀 사람들에게 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매력적인 이야기에 흠뻑 빠진다.  당장에라도 그 이야기를 안고 싶을 정도로.   

  이처럼 이야기는 우리 삶에 전부나 다름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단순히 잘 짓는데 도움을 주는 책 이상으로 이 이야기라는 것이 가진 힘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이 책에서는 좋은 시나리오의 하나로 꼽은 타이타닉이 혹자의 저서에서는 나쁜 영화로 꼽혀 있다는 사실이었다.  최근 읽은 톰 스템플의 <좋은 시나리오의 법칙(시공아트, 2011)>이라는 책에서 그러했다.  이런 것을 보면 좋은 이야기는 듣는이(보는이, 읽는이)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는 것이다.  이것 또한 이야기의 묘미가 아닐까?  똑같은 것을 모두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사실 말이다. 

  또 이 책은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에서 펴낸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라인의 책들은 (모두 읽지는 못했지만) 한번 쯤 읽어볼 만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힘'은 방송은 보지 못했는데 책으로만 보았을때는 뭔가 아쉬움이 있다.  이야기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 너무 식상했다.  이 이야기라는 것을 그저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의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면 더욱 신선하지 않았을까?  쉽게 말해서 실험 같은 것을 해 보는 것이다.  물론 번뜩 떠오르는 것은 없으나 그저 스토리텔러가 이야기하듯 이야기를 풀어 해석하는 방법 대신 좀 더 참신하고 매력적인 방법을 채택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굉장히 크다.  (명색이 EBS 다큐잖아.  난 널 믿는다구!! 훗) 

  큰 아쉬움이 있었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단순 문예창작이 아닌 이야기 자체가 가지는 힘과 이야기가 있는 곳에서 발생하는 현상 등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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