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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셰리 터클 엮음, 정나리아.이은경 옮김 / 예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하버드, 코넬, MIT 등의 전 세계 석학 34인이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사물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정말 별것 아닌 것 같고 그다지 값비싼 것이 아닐지라도 그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그의 인생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던 물건들이었다.  그리고 참 개인적이고 특별한 물건들이 많았다.  그 물건들을 소개하자면 첼로, 자료보관소, 매듭, 별, 키보드, 불사조 슈퍼히어로, 폴라로이드 SX-70, 남은 사진들, 할머니의 밀대, 다락방의 그림, 여행가방, 발레 슈즈, 혈당측정기, 노란 우비, 수첩, 노트북, 우울증 치료제, 멜버른 열차, 1964 포드 팰콘, 신디사이저, 토끼인형 머레이, 월드북 백과사전, 실버 브로치, 라디오, 팔찌, 도끼, 딧 다 조우(타박상 치료제), 진공청소기, 중국 수석, 사과, 미라, 지오이드, 푸코의 진자, 점균.  이렇게 34가지다.  

  나는 내 인생에 있어 어떤 의미 있는 사물을 가지고 있을까?  뭐 결혼반지나 이런 것처럼 누구에게나 소중할 물건들 말고 내게만 특별하고 소중할 물건은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났다.  파란 사각 라디오다.  크기는 A4 정도 된 것 같다.  예전 그 라디오는 언니와 내가 잠들 때면 항상 켜두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청취하거나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하나 달려 있었는데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재생해놓고 잠들곤 했다.  어느 날인가 그 라디오는 간혹 제대로 작동되지 않기도 했다.  친구들의 조그맣고 반짝이는 카세트 플레이어가 갖고 싶었고 엄마에게 새것을 사달라고 졸랐다.  엄마도 예전의 그 라디오가 많이 낡았다고 생각했는지 새것을 사주셨다.  새 라디오는 너무나 멋졌고 소리도 잘 나왔다.  그 날이었다.  우리의 그 둔하게 생긴 파란 라디오는 영영 소리를 내지 않았다.  언니와 나는 새 라디오가 생기자마자 전혀 소리를 내지 않게 된 그 파란 라디오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왠지 그 라디오는 우리에게 물건 이상인 것만 같았다.  오래 기르던 동물이라도 되는 듯 말이다.  새로운 존재에게 제자리를 내어주고 맥없이 스르륵 잠든 그 라디오.  그 때 나는 모든 물건이 그것을 소유한 주인과 보이지 않는 미묘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부터일까?  나는 작은 전자기기들에게 이름을 붙이게 된 것 같다.  mp3 플레이어나 카메라 등등에 각 각의 애칭을 지어주었다.

  나와 나의 파란 라디오의 이야기는 참 우습다.  이것은 오로지 나에게만 의미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책의 34인에게 소중한 물건 역시 그랬다.  그들 자신에게만 의미 있고 각별한 물건들이었다.  그런데 이 물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나도 진지했고 또 삶에서 그 물건들이 차지하는 자리는 너무나도 컸다.  또한 이 책은 참 철학적이기도 했다.  우리가 소유한 많은 물건들.  그 물건들을 통해 바라보는 삶의 가치와 의미들.  그리고 그들의 진지한 시각들.  별스럽지 않은 물건들에 애착을 갖는다는 것은 그것의 존재를 단조롭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말일게다.  소중한 첫사랑을 간직하며 살듯 각별하거나 의미 있는 물건이 있다는 것은 그런 것 아닐까?  그만큼 개인적이고 따스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죽어 육신이 흙이 되는 그날, 나는 가급적 지구에 나의 흔적들을 많이 남기고 싶지 않다.  너무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존재하기에 의미가 있을 뿐인 물건들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아닐까?  더 이상 보듬어 주고 사용해 줄 손길이 없는 물건들 역시 그들에게는 사망이다.  나를 잃은 물건들을 많이 남기고 싶지 않다.  또한 모두 지구나 우주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물건들이다.  고이고이 모셔두기만 하는 나의 물건들.  내 인형들을 볼 때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많은 물건을 소유하지 않기를 원한다.  물론 이것이 내 머릿속 생각과는 달리 행동한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많은 물건을 소유하는 대신 나에게 정말 특별하고 똑같이 나를 특별히 여길 물건 두어 개면 좋겠다.  많이 가진 자가 더 많은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물건들과 진실함을 나눌 수 있으려면 오히려 그 수는 적은 것이 좋지 않을까?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고 필요에 의해 내가 구입하거나 갖게 된 물건들.  그것들을 소유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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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으로 깡으로 - 싸이미니의 방랑기
차승민 지음 / 여름솔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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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국악을 전공하는 세 소녀의 '국악전파 여행기'이다.  참 대단하다.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나가 그저 예쁜 옷 입고 사진이나 찍고 예쁘고 맛있는 음식들만 먹으며 고급스러운 호텔에서 묶고 돌아올 때는 면세점에서 한가득 뭔가를 쟁겨 오고 싶을 나이인데 이 소녀들이 들고 떠난 건 다름 아닌 대금, 가야금, 장구다.  

  우리는 말로는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국적인 것들에 더욱 호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서양고전음악(클래식)은 간간이 들으면서 국악은 찾아 듣는 이들이 적다.  이렇게 단언하는 이유는 평범한 보통사람인 나부터도 그렇기 때문이다.  국악을 내 스스로 찾아 들은 일이 얼마나 있을까?  아니 있기는 있을까?  반성 또 반성.  '우리 것이니 무조건 즐겨 들어야잖겠어?' 하고 싶진 않다.  단지 우리 것에 이토록 무관심한 것이 멋져 보이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세 소녀는 자신들이 전공하는 악기를 들고 세계로 나갔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그 소녀들이 가슴 벅차하는 감격들이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한 편의 일기같이 읽기 편했다.  그냥 내 친구의 일기장을 가져다 읽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또 중간 중간에 나오는 카툰은 왠지 익살스러웠고 재미있었다.  또 십 대 소녀들의 재기 발랄함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악기를 들고 떠나는 여행은 참 부럽다.  유럽에서는 거리의 악사들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인지 자기 자신을 위한 연주인지 모를 그 연주에 심취한 음악가들을 볼 때는 나는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 그것보다 더 감동하곤 했다.  보지는 못했지만 이 세 소녀가 거리에서 우리 가락을 연주하는 그 순간을 나도 보았다면 비슷한 감동과 벅찬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음악은 만인의 공용어인지 이러쿵저러쿵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동화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이들의 우리 음악 연주뿐 아니라 여행 중 우여곡절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젊고 어리기에 완전하지 못하고 완벽하지 않고 미숙하기에 생길 수 있는 많은 일들.  재미있었다.  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것이다.  설레는 것임은 물론.  이들처럼 이렇게 내가 잘할 수 있는 재능과 함께하는 여행은 자신에게나 이들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에게 더욱 멋진 여행이 되는 것 같다.  참 신나는 여행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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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와인을 즐기는 방법
휴 존슨 지음, 황근하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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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나는 술을 못한다.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첫째, 일단 맛이 없다.  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반론을 가할 것이다.  가까이서는 남편이 있고 가족 중에도 여름날 시원한 맥주 한 잔의 맛을 예찬하는 이가 있기 때문이다.  '맛이 없다' 고 주장하고 싶은 것은 결코 아니지만, 내게는 아무튼 맛이 없다.  둘째, 한 잔만 마셔도 병째 마신 사람처럼 얼굴이 붉어진다.  셋째, 분명 취하지는 않았는데 속이 극도로 안 좋아지는 순간이 온다.  (이 셋째는 좀 이상한 것이 KGB나 CRUSIER 같은 맛난 술을 마시면 속이 안 좋아지지 않는다는 사실.  이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술을 잘 마시는 게 소원'인 사람이 있을까?  그게 바로 나다.  그러면 대답은 둘로 나뉜다.  젊은 사람은 '마시면 마실수록 늘어' 라고 하고 어르신들은 십 중 구는 '그거 잘 마셔서 뭐하게' 라고 하신다.  내게는 더 현실적인 대답이 후자다.  왜냐면 나는 결코 마셔대도 늘 것 같지 않다.  이 정도면 술과는 거리를 둔 채 인생을 사는 것이 맞을런지도.     그리고 와인을 추천해둔 페이지는 내게 실습에 있어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  가격, 원산지, 맛 등으로 와인을 추천하고 있었다.  이제 추천해주는 와인 한 병을 데려다가 그 맛을 볼 일만 남았다.  친해져야 사랑할 수도 있는거겠지?  그러려면 일단 시도가 필요할 듯.  내가 먼저 와인에게 손 내밀어 보겠다.  그 다음 와인도 내게 한 걸음 다가와 주겠지.  저자가 말하는 그 깊고 그윽한 맛과 온 혀 전체에 스미는 그 맛.  나도 알고 싶다.  자자, 이제 와인을 사러 가자.


  그런 내가 웬 와인?  와인은 마시건 못 마시건을 떠나 한 번 배워보고 싶다.  음....  왠지 분위기 있고 가볍게 즐기는 술처럼 여겨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와인이라고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다.  남편이 선물 받은 와인이 몇 병 되는데, 역시 나는 한 잔도 마시기가 힘들다.  아, 코끝이 싸할 정도의 드라이한 맛의 와인은 와인입문도 제대로 못 한 내게는 그야말로 잔에 담긴 모습만 감상하다 말아야 할 술이었다.  아직 와인과 친해지고픈 간절함이 덜 한 것인지 스윗한 맛의 와인을 직접 사서 시음해 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근데 이 책을 읽고 슬슬 시작해 보려고. 

  와인은 뭐랄까.  자동차 면허증과 같은 것 같다.  '면허증이 있고 운전을 못 하는 것' 이랑 '면허증이 없이 운전을 못하는 것'은 결코 같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와인을 알고 못 마시는 것' 이랑 '와인도 모르고 못 마시는 것'은 서로 다르다는 게 내 생각이다.  현재의 나는 '와인도 모르고 못 마시는 사람' 이다.  앞서 말한 것과 지금 말하는 것만 보면 결코 알코올음료랑 내가 친해질 것 같지는 않다.  이것을 알지만 와인을 알고 싶은 걸 어떡해. 

  이 책을 다 읽고 '와! 와인은 예술적이고 학술적이기까지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히 와인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보다 훨씬 동기유발이 되리만큼 매력적이었다.  와인의 풍미를 묘사하는 대목들은 당장에라도 와인을 한 입 물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깊고 그윽하고 쌉싸래하고 혀 위를 풍부하게 감싸고 향이 좋고 색감이 아름다운....  저자의 와인에 대한 찬사에 나 또한 마음을 뺏기고 말았다.  그 순간 마시면 정말 내게도 와인이 그런 맛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와인에 관한 여러 가지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여태껏 와인 병을 왜 눕혀 두는지도 몰랐다.(그리고 바로 우리 집에 와인을 눕혀 두었다)  심지어 와인을 담은 잔을 가볍게 흔들어 마시는 이유도 몰랐다.  역시 알아야 이해할 수 있고 사랑할 수도 있다고.  와인을 알고 나서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맙소사. 자신감까지....) 

  그리고 원산지별 와인의 특성을 기술해둔 부분을 보니 내게는 독일 와인이 제일 잘 어울릴 것 같다.  이 또한 마셔봐야 알 일이고 지극히 전문가의 입장이라 와인 초보인 내게는 그 맛이 그 맛이겠지만.  초보라 너무 드라이한 맛은 힘들어.  달콤한 와인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또 잔의 생김새가 다 다른 것도 이유가 있었다.  단순히 보기 좋기 위해, 예쁘기 위해 다양하리라고 생각했던 무식에 가까운 무지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와인을 보관하기에 적정한 장소와 온도도.  그리고 와인에 충격이 가서는 안 된다는 것(병이 깨질까봐가 아니라 맛의 유지 때문이란다).  그리고 디캔팅을 하는 이유도.  읽기 전에는 디캔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나로서는 장족의 발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와인은 마치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애지중지하는 저자의 애정이 글에서 흠씬 묻어났다.  와인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이토록 지적일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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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많은 아이 당당하게 기르기 - 사회불안장애 아이들을 위한 두려움 극복 훈련 클리닉
바버라 G. 마크웨이, 그레고리 P.마크웨이 지음, 이애리 옮김 / 알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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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나의 도서 선택, 영락없는 애 엄마다.  내 서평에서 자주 하는 얘기지만 내가 이런 자녀 교육서나 유아교육 서적을 읽는 이유는 첫째, 내 일(유아교육)에 도움이 될까 싶어 읽고 둘째, 언젠가는 애 엄마가 될 테니 미리 자녀교육을 공부하고 싶어 읽고 셋째, 우리 조카 생각이 나서 읽는다.  이 책은 내가 교육서를 읽는 이유의 그 세번째인 '조카 생각' 때문에 읽은 책이다.   

  조카는 이제 4살.  어린이집을 다니는 남자 아이다.  한 날은 언니가 속상하다며 상담을 요청해왔다.  무슨 일인고 가만히 들어봤더니 조카가 '어린이집에 가서는 소극적이고 줄을 서도 가장 뒤에 서고 음악활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었다.  언니는 증거자료(?)로 몇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나 역시 속상했다.  음악시간 생기 없는 얼굴로 앉아 있는가 하면 모두가 신나하는 물총놀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아이, 항상 이런 것이 아니다.  집에서는 춤도 잘 추고, 장난도 심하다.  물론 기질적으로 친숙하지 못한 대상 앞에서는 적극적인 표현을 안 하는 아이이긴 하다.  그런데 집에서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조카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나도 마음이 아팠다.  언니에게는 '아직 적응단계일 거야',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다르니 저런 것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어' '사전 경험이 있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라고 말하긴 했지만 진심 반, 언니를 달래주고픈 마음 반이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조카가 더 당당해지고 적극적이 될 수 있을까?  내가 그 방법을 안다면 나는 언니에게 '이렇게 도와줘봐' 라고 할텐데.... 

  그러던 중, 이 책을 발견했다.  <부끄러움 많은 아이 당당하게 기르기>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 책은 사회불안 장애를 겪는 아이들을 위한 부모 지침서이다.  다시 말해, 단순히 '자신감 있게 기르려면' '당당하게 기르려면' 같은 책은 아니었다.  조금 더 엄밀히 말하자면 치료(내지는 극복)를 목적으로 하는 책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역시 자녀 교육(혹은 유아 교육)이라는 것이 명확한 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탁월한 묘책이 있을 거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대하는 일은 정말 어렵고도 복잡하고도 오묘한 것 같다.

  이 책은 마크 웨이 부부의 공동 저서다.  먼저 사회불안장애를 정의하고 사회불안이 일어나는 요인들을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사회불안장애 극복을 위해서 7개의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인정하는 마음가짐에서 시작하라, 둘째, 부모와 아이의 문제를 분리하라, 셋째,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라, 넷째, 아이의 긍정적인 면에 관심을 가져라, 다섯째,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 라는 꼬리표를 달지 말라, 여섯째, 스스로 부끄러움을 이겨낼 시간을 주라, 일곱째, 과잉보호를 하지 말라.  그리고 자녀와 함께 목표를 세우고 아동을 위한 연습, 가르칠 수 있는 인지요법, 노출 치료, 친구사귀기와 적극적 행동 입문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선택적 함묵증, 등교거부, 다다른 장애도 있는 경우를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이미 사회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에게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 책이라 예방의 의미로 보기에는 어려웠다. 

  또 아쉬웠던 점은 조카는 겨우 4살인데 이 책은 그보다는 좀 더 연령이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인 듯 싶었다.  적어도 학교생활을 시작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말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방법들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은 그러했으나 구체적인 맥락은 여느 유아교육 서적들이 말하는 것과 비슷했다.  아이를 인정해주고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고 낙인 찍지 말 것이며 스스로 극복하도록 돕는 것들이 그러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보니 조카는 '그냥 소극적이고 조심스럽고 침착한 아이일 뿐' 사회불안 장애는 아니었다.  이 아이들이 느끼는 정도는 그보다 훨씬 심각했기 때문이다.  조카의 그런 안타까운 특성은 그냥 그 아이의 기질이려니 생각하고 좀 더 칭찬과 격려로 자신감을 길러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 다행이다 싶다가도 뭔가 뾰족한 대책을 알 수는 없었기에 아쉽기도 했다.  또 '참 많은 아이들이 불안장애를 갖고 있구나' 싶어 안타깝기도 했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역시 부모가 가장 쉽게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것 같다.  쉽지 않지만 부모 또한 자신의 양육방법을 점검해보고 아이가 편안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위에서 말한 대로 굉장히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 책이기에 실제로 '사회불안장애'를 겪는 아이의 부모라면 꼭 읽어보고 실천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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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규 오버그라운드 여행기
박훈규 지음 / 한길아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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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가 바로 이것 아닐까.  어디로 떠나든 누구와 떠나든 그저 즐거운 것이 여행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여행이란 언제든 행복한 것이다.  이번 여름 예정대로라면 여권을 챙겨 어디론가 떠나야 뿌듯하고 개운했을 달이지만 이번 휴가에는 여행을 하지 않기로 한지라(고액의 대학원 등록금도 있고하니 여행은 자제하자. 흑흑)는  더욱 여행책들에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박훈규의 오버그라운드 여행기.  세상에는 참 많은 여행기가 있고 여행서적이 있다.  서점에만 가봐도 여행서적 코너에는 그야말로 꿀맛같을 누군가의 추억과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서적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이 책을 펼침과 동시에 나는 읽기로 마음 먹었다.  이 책은 그 유명한 관광지를 담은 사진이 아니었다.  저자의 그림, 저자의 메모, 그리고 기타 등등의 사진들.  이 책은 여느 여행도서와는 좀 달랐다.  대개 어떤 곳에서 여행을 했고 그 곳의 풍경이나 인상을 감상적으로 담아놓은 글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예술여행기였다.   

  여행의 시작은 영국의 그래피티 화가 뱅크시(Banksy)의 그래피티를 찾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뱅크시의 작품은 예전에 인터넷으로 몇 장의 사진을 보았지만 박훈규 씨의 종종걸음을 쫓아가는 발견은 내게도 같은 감동을 주었다.  저자가 그토록 찬양(?)하는 뱅크시의 작품을 더 찾아보았는데 정말 기발하고 창의적이고 아티스틱하고 재미나다.  아, 그건 그렇고.  이와 같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찾아 떠나는 여행기었다.  내가 같은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할지라도 누구나가 보는 곳을 갈 것이고 누구나가 사진을 남기는 곳에서 기념사진을 찍겠지만 이 책의 여행기는 달랐다.  자신의 관심사인 그림, 조각, 건축 등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그야말로 설렘 가득이었을 것이다.  그런 설렘이 읽는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여행은 여러 가지 테마가 있을 수 있다.  문학을 좋아하는 누군가는 문학기행을.  음악을 좋아하는 누군가는 음악기행을.  그런데 저자의 여행기는 예술기행이었다.  물론 문학도 음악도 예술의 하위 집단이지만 내게는 박훈규 씨의 이 여행을 '예술' 이 아닌 다른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어휘력의 한계지 뭐.)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눈으로 직접 보고,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정말 로맨틱하고 자유로운 여행이었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이들이 부럽다.  나 역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주 하지도 못하고 무엇보다 재능이 있는 것 같지 않아 흥이 나질 않아 즐기지 못하는 편이다.  이렇게 재주 없는 나는 여행의 모든 감상은 찰나를 기억해줄 사진과 몇 줄의 메모.  그것들이 전부인데 여행지에서 그린 그림들은 그때의 기분과 느낌들을 선안에 집약해 놓은 아주 좋은 메모가 될 것일 테니 말이다.  박훈규 씨의 그림은 모두 크로키와 같은 스케치였다.  그런데 그런 그림이 어쩜 그리도 역동적으로 보이고 인물들이 살아 있는 듯 보이는지.  사진보다 더 분명한 느낌의 그림들이었다.  그 그림만 보고도 그림 속 인물들을 실제로 만난다면 왠지 알아볼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림 속 인물들의 기분이나 성격까지도 알 것만 같은 스케치들.  그저 쓰윽쓰윽 그어둔 듯한 그런 그림들이 어쩜 그리도 멋진지.  박훈규씨의 그림과 메모를 보는 것은 내게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그의 글씨 또한 예술적이다.  그러나 다소 읽기가 힘들다.  그러나 나는 두 눈을 모아 집중해서 읽었다. 야호)   

  여행지에서 친구 피에르와의 만난 일도 참으로 부러웠다.  무작정 가방 하나 메고 떠난 여행지, 그것도 타국 땅에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자 기쁨이다.  그것도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필시 인연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피에르처럼 마음이 맞고 한 가지를 가지고 오랜 시간을 보내도 지루하지 않을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재산일 것이다.  (두 사람은 갤러리에서 하루 종일 살 것도 같았다.) 

  누군가의 여행기가 대리만족이 되는 것이라면 이 여행은 그와 함께 떠나는 또 다른 여행이었다.  그가 바라보는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순간을 기억하는 것들이 마치 내게도 하나의 여행처럼 흥이 났다.  누구나가 다 아는 여행, 여행자만 다르고 다 같은 여행을 담은 여행기가 따분하다면 이 책을 들어라.  어느샌가 그들처럼 골목길 구석구석 누군가의 장난처럼 편안하고 재미난 그래피티를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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