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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 - 어떻게 낳을까 고민하는 예비 엄마를 위한 임신 출산 포토 에세이
오오노 아키코 지음, 이명주 옮김, 미야자키 마사코 사진 / 브렌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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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 이 신간은 표지만 보고 선뜻 담은 책이다.  신생아의 분만 직후를 담은 사진이 너무나도 놀라웠고 출산의 순간을 두려움이 아닌 감동과 아름다움으로 변화시켜줄 책이라는데 망설임없이 이 책을 주문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에서 '탄생의 집 - 아스카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산과의사다.  그러나 아스카 의원은 우리가 익히 아는 산부인과와는 조금 달랐다.  쉽게 말하자면 산부인과+조산원이 믹스된 곳이라고 해야 옳을까?  그곳에서 출생한 아기와 산모들의 감동의 순간을 사진과 글로 담고 있는 책이다.   

  이변이 없다면 나는 꼭 석 달 뒤 내 생애 첫 출산을 하게 될 예정이다.  출산은 참 기다려지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정말 두려운 순간이기도 하다.  결혼을 하기 전, 임신을 하기 전에는 출산은 '엄청난 고통이며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이상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간혹 인터넷에서 접하게 되는 출산의 경험들은 막연히 나의 공포를 더한 것 같다.  '콧구멍으로 수박이 나온다면 상상이 가니?' '허리를 도끼로 내려찍는 기분이었어요' '맨살인 회음을 절개해도 진통 때문에 아프지 않았어요. 슥 하고 살리 잘리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말이죠' '제가 세상에서 경험해 본 최고의 고통이었어요'  생각만해도 무시무시하다.  그러나 뱃속 아가의 존재를 알고, 내 아기가 내 뱃속에서 하루가 달리 커가는 모습을 상상하고 초음파 검진으로 살아 꿈틀대는 그 모습을 보고 나서는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까짓거, 어찌 되었건 참고 견디면 아기는 만나지 않겠어?' '죽을 만큼 참아볼 테야' 하는 마음이 들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자연분만과 모유 수유를 권장하기 위해 출판한다고 했다.  나는 물론 자연분만과 모유 수유를 할 것이다.  이것은 나의 완고한 결심이기도 하다.  물론, 아기와 내 상태가 자연분만을 하기에 위험이 없다면.  또 나의 젖이 아기가 먹을 만큼 충분히 나와준다면.   

  나는 이 책을 읽다가 울고 말았다.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갓 아기를 낳은 산모의 평온한 표정에 내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그 품에 안긴 아기가 내 아기인 듯 보였다.  그동안 두려움으로 피치 못할 순간을 기다려 온 내게 이 사진은 내가 보지 못하는 나의 출산의 풍경을 유체이탈이라도 하여 내려다보는 듯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모르겠다.  그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생각할수록 그때의 기분을 과장되게 표현하게나 신비하게 표현할 것만 같다.   

  물론 모든 사진이 내게 감동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의 사진들은 대부분 끔찍했고 무서웠다.  특히나 산도의 입구를 간신히 비집고 나와 있는 아기의 머리는, 바로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신음하며 일그러진 산모의 표정을 보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는데는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그것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출산의 순간이 아닌 생명 잉태의 숭고한 순간이라기에 그리 표현한 것이 아닐까?       

  정말 출산의 순간이 감동적일까?  언니는 "햇살이(조카 태명)을 낳자마자 울더라고.  그래서 햇살아~하고 부르며 안으니 울음을 뚝 그치더라.  아, 내 목소리를 아는구나 싶었어" 또 한 친구는 "감동? 아무 생각 없었어.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어서 순간 아무 기분도 안 들더라" 고 말했다.  겪어보지 않고는 그 순간이 감동의 순간일지, 어안이 벙벙한 순간일지는 모를 것 같다.   

  이 책은 출산의 두려움을 사라지게 해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출산의 그 순간을 좀 더 잘 겪어내겠다는 용기를 준 책임에는 분명하다.  내게 다가오는 D-day를 담담하게 맞아보련다.  부디 아가야, 너도 나도 너무 고생하지는 말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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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CURIOUS 12
알프레도 로체스.그레이스 로체스 지음, 이은주 옮김 / 휘슬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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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가기 전 꼭 읽어보는 책 중 하나가 바로 이 큐리어스 시리즈이다.  기껏 3박 4일로 세부 여행을 가지만 그 섬 역시 필리핀 땅인지라 여느 때처럼 큐리어스를 선택했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일단 그 나라 국민의 생김새로 된  표지가 마음에 든다.  (오, 표지 때문에 책을 좋아할 수도 있다니.  그러나 표지 때문만은 아니야)  그리고 내가 여행한 나라의 큐리어스 시리즈 책들을 모아보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닌 모두 부수적인 이유때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책은 내가 여행할 나라의 국민에 대해, 역사에 대해, 문화에 대해 아주 잘 소개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아무렴 그래야지.) 

  그런데 이 책 '필리핀' 은 다른 큐리어스 시리즈의 책들과 달랐다.  필리핀의 문화와 그들의 인간관계 양상을 단명하게 서술했다는 느낌이 내내 들었다.  물론 나는 필리핀에 살아보지도 않았고 이전에 필리핀 땅을 방문해본 적이 없기에 '그 나라 사람들은 어떠하다' 라는 나만의 주관적인 느낌조차 없다.  그런데 왜 이 책은 필리핀 국민성(적어도 인간관계 면에서는)을 잘 기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느냐면, 사실 이전에 읽어본 큐리어스의 다른 국가들에 대한 책에서는 '역시 인간이 사는 곳은 모두 비슷한가봐.  사람이 사는 것은 어디든 닮은 구석이 있어' 라고 생각한데 반면 이 필리핀이라는 나라는 우리와 비슷한 점이 있다는 점에서는 역시 다른 나라들과 비슷했으나 그들의 개성이나 색깔이 아주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이 객관적인지의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고 그곳에서 살아보지 않는 한 확인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런 예를 들어보아야겠다. 먼저, 선물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풀어보는 것은 실례가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선물한 이에게 적절한 감사의 말을 하며 더욱 기쁨을 표하기 위해 그 자리에서 열어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으레 "정말 맘에 든다.  너무 갖고 싶었던 거야" 하며 약간의 과장된 인사를 건넨다.  이것이 선물을 한 사람에게 '당신의 선물은 정말 흡족해요' 하는 또다른 표현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필리핀에서는 그렇게 선물을 그 자리에서 뜯어보는 것은 오로지 선물에만 관심이 있는 경박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으로 비치며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개하는 것은 가격, 선물의 가치 등이 노출되기 때문에 수치스럽게 생각한다고 한다.  작은 부분이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화의 차이는 정말 크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늦는 것이 예의란다.  우리는 초대를 받으면 10분 정도 일찍 가는 것이 예의이며 좀 늦게 될 때는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필리핀에서는 정시에 나타나는 것은 식탐 많은 성질 급한 사람으로 본다'는 점.  동남아쪽 나라들이 대개 느긋하고 여유롭고 시간관념이 없다는 것은 익히 들어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의도적으로 약속에 늦는 것이 예의라는 점은 참으로 이상하다.   

  그리고 그들의 'YES'를 그대로 해석했다가는 낭패라고 한다.  그들은 초대를 받거나 부탁을 받았을시, 그러할 마음이 없더라도 일단 'yes'라고 한단다.  왜냐면 그것이 초대하거나 부탁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고 믿는단다.  그렇기에 진심으로 초대할 의사가 있다면 몇 차례 초대를 하고 지인 등을 통해 확답을 받아놓는 것이 중요하단다.  그래서 이런 면만을 보면 때로는 그들이 거짓말쟁이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그들의 문화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또 누군가가 길에서 넘어지거나 곤란한 상황을 겪었을시, "괜찮으세요?" 하고 일으켜 세워주거나 부축해주지 않고 그냥 모른 채 한단다.  그것은 그들이 무심하기 때문이 아니라 넘어진 사람이 수치스러울 것을 짐작하기에 짐짓 모른 채 하는 것이란다.  이들은 히야(hiya: 수치심과 창피함)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단다.  그리고 상대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게 필수 덕목이라는 아모르-프로피오.  

  뿐만 아니라 홀른스타이너의 논문 <필리핀의 상호주의>에서는 필리피노들의 우탕나룹(개인적 은혜)에 대해서도 다루었다고 한다.  또 데이비드 L. 스잰튼은 <필리핀에서의 문화적 갈등>이라는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단다.  이 책에서도 그 책의 인용구절을 살짝 소개해 놓기도 했는데 이쯤 되면 필리피노들의 인간관계에서는 뭔가 독특한 그들만의 문화와 패러다임이 분명 있다고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우리와 비슷한 모습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서양인의 눈에서는 굉장히 이상한 풍경이기에 이 책에서는 신기하게 기술해 놓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모습의 문화도 적지 않았다.  이를테면, 장례식장의 모습이다.  이들도 장례식장에서는 카드놀이나 가족 간의 게임 같은 것을 하며 밤을 지샌단다.  우리나라가 고스톱을 하며 조문객을 맞는 것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이것이 상주에게 슬픔에 빠질 기회를 주지 않고 애통하고 침울함에서 벗어나게 한다고 믿는단다.  우리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서양인에게는 이런 모습이 경이로울 만도 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점은, 유난히 서양인의 시선과 그들의 입맛에 맞는 글을 쓰려 했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다른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한 나라의 문화와 국민에 대해 담은 이 책에 '필리핀 가사보조인'을 고용하고 다루어야 하는 부분이 왜 필요했을까?  물론 그곳에서 살기 위한 서양인들에게 그곳에서의 편한 생활을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서양우월주의를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국등 동남아 등지를 여행하다보면 양옆에 현지 아가씨를 끼고 있는 서양인들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실제로 태국 파타야의 밤거리에서 그런 모습을 자주 보았고 의아하던 나는 현지에 사는 한국인에게 물었다.  "저 여자들은 윤락행위를 하는 여자들인가요?" 그런데 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서양인들이 이곳에 출장이나 해외파견등을 오면 이 곳의 저렴한 물가 때문에 하인을 부리기가 쉽거든.  특히 남자들은 혼자 살림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곳 여자들이 빨래를 해주거나 집안일을 해주는 것으로 계약된 사람들도 상당수야"  물론 이 책의 저자의 의도가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우리가 이해하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다루는 방법'을 담았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이 이 책에 반드시 어울리고 필수적인 요소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아마 3박 4일 세부로 가는 여행에서 나는 그들에게서 이 책에서도 같은 모습들을 만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단지 휴양을 위해 가는 그곳에서는 현지인에게 약간의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는 정도가 그들과의 관계 형성에 전부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세부여행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을 듯하지만 '필리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즐겁게 읽었던 책이다.  그리고 내가 필리피노를 이해하고 접할 수 있을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데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다양한 문화와 특성을 몸소 체험한다는 것은 정말 귀한 일이다.  우리와는 다른 그 문화의 장점들을 통해 그들의 지혜를 엿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필리피노들이 정말 그러한지....  몹시 궁금하다.  현재로서는 그 궁금증을 해결할 방도가 없기에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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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세부.보라카이로 소풍가자!
스모코 지음 / 파랑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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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일주일도 안 남았다.  세부로 떠나는 날이.  3박 4일의 짧은 일정인데다가 완전 휴양지로 떠나는 여행이라 신혼여행처럼 그냥 맘 편히 다녀오면 될 것 같았지만 예의상(?) 몇 권의 책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읽게 된 이 책.  사실 이 책, 굉장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도리어 세부로 다녀온 사람들의 정성스러운 블로그 포스트가 더욱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여행서적은 뭐랄까?  떠나는 곳에 대한 설렘을 고조시키는 것 같다.  이미 내 눈앞에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맛난 망고도.  

  매일 가계부를 쓰면서 한 푼 한 푼 가급적 아낄 것은 아껴보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남편과 나지만 우리 두 사람이 과감하게 돈을 투자하는데 망설임없는 합의를 보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그렇다고 여행에 많은 돈을 쓰는 것은 물론 아니다.  목돈이 드는 해외여행은 1년에 한두 번 정도인데다 비교적 알뜰한 여행을 다닌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둘의 여행스타일은 딱 맞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 역시 참 복 받은 일이다.  무엇보다 여행은, 정말 마음이 맞아야 한다.  이건 정말이다.  행복하게 여행을 잘 다녀올 수 있는 사람은 평생 함께 지내도 될 사람이라고 나는 믿는다. 

  "또 걸어야 돼?" 라는 말이 필요 없고 침대만 덜렁 놓인 방이라도 "숙소가 왜 이래?" 하지 않으며 어떤 음식 앞에서도 "맛이 정말 희한하다" 하면서도 끝내 다 먹고 마는, 생존형 여행스타일이 나는 딱이다.  되도록이면 많이 걷고 숙소는 겨우 잠을 청할 정도면 되고 음식은 허기를 채워주고 탈 안 나면 그걸로 만족이다.  호화로운 여행과는 거리가 멀다.  남편과 내가 함께한 해외여행은 그리 많지 않다.  첫 여행이었던 신혼여행, 두 번째였던 오스트리아 빈&짤츠부르크, 체코 프라하 여행, 세 번째였던 중국 상해 여행, 그리고 이번이 네 번째다.  신혼여행은 여행의 성격상 잘 먹고 잘 자고 비교적 호화롭게 보냈다.  여행다운 여행은 유럽여행이었는데 그때 남편은 내게 말했다.  "이번 여행,  니가 너무 힘들어하고 지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정말 잘 걷고 투정을 부리지 않는구나" 라는 칭찬을 받은 튼튼한 내 다리와 다 잘 먹는 내 입은 남편의 삶의 동반자이자 여행에서도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는 다분한 기질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우리 여행이 경제적인 이유는 면세점을 동네 슈퍼 지나치는 하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다.  명품 가방과 수입 화장품 같은 것에는 둘 다 도통 관심이 없다.  도리어 현지 노점에서 쓸데없어 보이는 조악한 기념품들을 꽤 많이 사는 편이다.  그래서 태국에서 산 코끼리 열쇠고리는 아직도 한 가득 남아 있고 상해에서 산 엑스포 열쇠고리도 그대로 있다.  어쩌면 기념품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념품을 고를 때의 그 기분을 즐기는 게 아닌가 싶다.  기념품 중에서도 수공예 토산품들은 꽤나 값이 나간다.  그러나 통이 넓지 못한 우리는 그야말로 자질구레한 기념품들만 들추어보다 몇 가지를 사는 편이다.  그렇다보니 선물 값도 무리하게 지출하는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쓸데없는 기념품을 끌어 담는 일은 이제 그만 해야 하겠어. 흐흐.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장황하고 난잡하게 우리 부부의 여행스타일을 쓰고 있는 것인가?  (본론에서 벗어나서 한참을 지껄였다.  그렇다고 모두 delete를 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우니 어서 정신을 차리고 이번 세부 여행으로 가보자!!) 

  이번 여행은 정말 뜻깊은 여행이 될 것 같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우리 가족 구성원을 증식(?)한 채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나뿐이던 가정에 보석 같은 아기가 찾아왔다.  물론 아직 뱃속에 있지만.  그런데 어린왕자에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보고 (보아뱀의 뱃속 코끼리의 존재를 확실히 아는 누군가라면) "이건 단순히 뱀이야"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여행은 단순히 남편과 나만이 떠나는 여행이 아닌게다.  구태여 말하자면 "이건 한 가정을 이룬 남자와 그의 아기를 가진 여자가 함께 떠나는 여행이야" 라고 할 수 있겠지.  그래, 이번 여행은 뱃속 우리 아기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그 곳에서 찍게 될 나의 배부른 사진들 역시 훗날 우리 아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우리 어머님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지인들은 그랬다.  "야~ 태교여행에 시어머니 모시고 가니까 좋냐?  나는 그런 여행이라면 안가고 만다"  절대 아니다.  도리어 내가 남편에게 어머님을 모시고 가자고 말했다.  어머님께서는 여태껏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해보셨다.  작년 도련님 내외가 신혼여행을 다녀왔을 때 "어머님, 내년엔 저희가 해외여행 시켜드릴게요" 라며 제법 맏며느리다운 말을 했었다.  그리고 우리는 꽤 멀리 산다.  멀어봤자 대한민국 안이라지만 명절이나 생신 정도에만 만나게 될 거리이기에 결코 가깝지는 않다.  이렇게 먼 거리를 두고 있지만 마음만큼은 그 누구보다 가까워지고 싶고 명절이나 어떤 행사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같이 놀면서 또 하나의 추억과 이야깃거리를 갖고 싶기 때문이었다.  물론 어머님께도 손주를 배에 넣은 며느리와 아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여느 여행과 다르리라 생각된다.  이 역시 태어날 우리 아기와 할머니를 더욱 친근감 있게 엮어줄 여행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그나저나 나 오늘 왜 이러는거야.  자꾸 딴소리를 늘어놓는다.) 이 책은 앞서 말한 것처럼 특별할 것은 없는 책이다.  세부에 대한 여행서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쩌면 그리 많은 정보를 담지 않아도 될 만큼 여행 목적이 분명한 곳이 아닌가 싶다.  휴양 혹은 수상스포츠.  그리고 그리 크지 않은 섬이고 고급 리조트와 호텔들이 주류를 이룬다는 세부를 색다르게 소개할 방도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내에 있다는 스페인의 잔재가 남아 있는 성당의 역사와 사연들을 알 수 있어 좋았던 책이다.  책의 절반은 보라카이에 대한 내용이다.  보라카이는 우리 열쇠가 태어나고 나서 다음 여행지로 삼아보면 어떨까 싶다.  그런데 여행서적은 어떤 여행지를 보건 간에 그 자체만으로도 신난다.  그렇기에 나와는 상관없는 보라카이에 대한 페이지도 꽤 열심히 보았다.

  이 책에서는 초특가 프로모션을 많이 하는 필리핀 국적기인 세부 퍼시픽 항공사에 대해 잘 소개하고 있었다.  세부 퍼시픽 항공사의 탑승권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우리는 필리핀항공으로 오가게 되는데 여러 나라의 국적기들을 이용해보는 것도 참 재미있는 경험이 되는 것 같다.  세부 여행에 대한 서적으로는 이것 한 권만으로 족할 것 같고(다른 책이라고 특별한 것은 없으이라 생각된다) 필리핀이라는 나라와 국민들 그리고 그들의 문화에 대해 알 수 있을 책 한 권 더 읽어보아야 겠다.  모쪼록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여행이란 항상 즐겁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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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의 편지 - 샘터유아교육신서 28
W.브레인 홀스트 / 샘터사 / 198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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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뱃속의 우리 아기, 이제 6개월이 되었다.  어떤 책을 읽어 볼까?  검색.  키워드 '태아'  뱃속 아기를 소재로 쓴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책은 무엇일까?  바로 '태교'에 관한 책들이다.  많은 태교 도서들이 일등맘 소위 말하는 극성맘들을 겨냥하기 위해 온갖 화려한 겉치레를 한 채 출간되어 있다.  CD 포함,  태교수첩, 태교 다이어리, 포토북 포함 등등.  표제 또한 참 노골적이다.  아주 울트라짱 슈퍼 베이비를 만들기 위한 비법서처럼.  이런 책들 중에서 '태아'의 정서와 감정을 다룬 책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태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책은 정말 드물다.  '태아' 라는 키워드로 검색된 책 중 출간된지 오래되어 보이는 책 한 권.  태아의 편지.    

  이 책은 이렇게 만났다.  생각대로 1988년 초판을 펴낸 오래된 책이었다.  세련되지 못한 표지, '태아의 편지'라는 무뚝뚝하고 심심한 표제.  그런데 내용은 정말....  뭐랄까.  아주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읽는 내내 얼마나 행복하고 웃음이 났던지.  이 책은 나중에 우리 아이가 태어나서 동화를 들을 수 있을때즘 "너의 뱃속 이야기란다" 하며 들려주어도 아주 좋을 그런 책이었다.  태아의 발달과 자궁 내에서의 경험을 태아의 입장에서 엄마, 아빠에게 전하는 내용이다.  당연히 화자는 태아다.  '아, 우리 아기가 지금 이렇게 하고 있겠구나'  '정말 이런 기분일 테지' 하며 내내 즐겁게 읽었던 책이다. 

  나는 이런 책이 좋다.  똑똑한 아이를 만드는 태교 방법을 담은 책들보다 이렇게 아이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하는 책이 좋다.  태교를 빌미로 내 뱃속 아이에게 지능발달, 두뇌계발, 학습을 강압적으로 시키고 싶지 않다.  그냥 내가 줄 수 있는 사랑과 이해를 더 줄 수 있게 하는 책이 좋다.  이 책이 정말 그랬다.  하나 하나가 얼마나 재미있고 귀여운지.  이 책 속 태아의 엄마의 모습에서 나를 보기도 했다.  배의 변화를 보기 위해 거울에 옆 모습을 자주 비춰보는 여자, 아이의 태동에 배 여기저기를 톡톡 두드리며 맞장구를 쳐주는 여자.  지금의 내 모습이다.   

  이 책은 출간된지 오래된 책이지만 이 내용만큼은 시대를 타지도 흐름과 유행을 타지 않을 불변할 이야기들이었다.  가볍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고 뱃속 아기가 더없이 사랑스러운 존재로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은 태아를 호흡하고 심장이 뛰는 한 생명을 넘어선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감정과 느낌과 생각을 하는 존재인 우리 아기.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출산 장면.  이전까지는 내게 출산이라는 것은 '(나를 위해) 진통 시간이 짧기를' '(나를 위해) 너무 심하게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아기를 만나기 위해 어쩔 수 없어 거쳐야 하는 하나의 무시무시한 관문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 책은 출산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아, 우리 아기에게도 마찬가지로 출산은 두려운 것이겠구나' '좁은 산도로 주먹만 한 머리의 아기가 나오면 나는 몹시 아플거야.  하지만 안락하고 편안하고 어둡던 그 공간에서 좁은 길에 온몸을 비집어 넣어 나와 갑작스레 세상의 빛과 마주하는 우리 아기는 훨씬 더 두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출산이 조금은 덜 두렵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출산을 하고 나서 우리 아기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생겼다.  "열쇠야, 정말 고생했어.  나오느라 힘들었지?  많이 사랑해줄게" 하고 말이다.   

  내 자궁안에 사랑을 보증금으로 10개월간 임대차계약을 하고 6개월째 살고 있는 우리 아기.  이제 4개월이 지나면 내 임대인은 그 안락한 방을 비워줘야 할 것이다.  나는 보증금으로 받았던 이 사랑을 내 아기, 내 임대인에게 평생을 살며 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아이는 부모가 사랑을 주기 이전에 부모를 먼저 사랑했고 선택했기에 이 뱃속에 자리를 잡고 입주를 결정한 것이 아닐까?  우리 부부에게 사랑을 알려준 이 천사, 나는 앞으로 이 아이를 더욱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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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는 엄마의 행동을 따라해요
박순경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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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아는 엄마의 행동을 따라한다.'  뱃속 아기가 엄마의 행동을 따라 한다니 참 신기하고 사랑스럽다.  반면 아주 무서운 말이기도 하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왜 어째서?  그 이야기는 잠시 뒤에 하기로 하자. 

  아기가 부모의 외모를 닮아 태어나는 것도 참 신기하지만 그 부모의 행동과 성향까지 너무나도 닮아 놀라운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많이 목격하게 된다.  내가 보았던 것은, 고등학교때 교회 목사님과 그 어린 아들을 보고 나는 아주 깜짝 놀랐다.  예배를 마치고 주방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목사님은 늘 왼손을 테이블 위에 얹어두고 무언가를 하시거나 식사를 하시는 버릇이 있었다.  (사실 이건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날 이후 관찰해서 알게된 것이다.)  그날은 어린 아들과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는데....  세상에....  목사님의 어린 아들도 목사님처럼 똑같이 왼손을 식탁 위에 얹어두고 밥을 먹고 있었다.  그게 그저 우연히 왼손이 걸쳐져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은 손을 걸친 모양과 각도가 판박이라 할 만큼 똑 같았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행동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며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었고 나는 그저 신기하고 놀란 눈빛으로 그 두 손을 예의주시한 일이 있다.   

  어쩌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보다 더 많은 순간, 더 경이로운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꼭 자기 아빠를 닮았군'  '엄마랑 똑같구나' 할 것이다.  그러나 부모와 아이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할 기회가 적었던 내게 그건 정말 재미난 모습이었고 '이래서 부전자전, 모전자전이라는 말이 있구나'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렇듯 태아가 부모의 행동과 성향, 취향 등 많은 부분을 닮아서 태어난단다.  어찌보면 너무나도 지당한 사실이고 별스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부모의 양육방식과 생활방식에서 학습하고 무의식중에 부모를 닮는 경우가 아닌 뱃속에서부터 엄마의 행동을 따라하고 닮는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내 뱃속 우리 아이는 지금도 나처럼 행동하고 있을 것이다.  태아가 엄마의 식성을 기억하고 그 식성을 닮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보다 더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고 있었다.  단순히 자연적으로 닮는 것뿐 아니라 아이의 행동을 엄마가 길들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이 책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 속 예를 들자면, 한 엄마는 새생명을 가지고 이 아이를 위해 올바른 마음가짐과 생활태도를 갖고 실천하려고 부단히도 애를 썼다.  평소에는 주변에 널브러진 물건들도 손대지 않던 이 엄마는 아기를 가진 내내 정리하고 청소하고 부지런한 생활을 실천했다.  그리고 엄마는 출산을 했고 다시 예전처럼 게을러지고 정리와 청소는 번거롭게 여겨져 잘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아이는 웬걸, 임신 때의 그녀처럼 정리와 청소를 좋아하고 부지런한 게 아닌가.  이 대목을 보니 뭔가 느껴지는 게 없는가?  맞다.  이래서 태교라는 것을 하는 것이다.  물론 아이의 행동과 성향은 지속적인 생활 환경과 교육으로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뱃속 열 달의 엄마의 행동을 닮아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은 태교의 필요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엄마 자신이 자신의 행동과 생활을 가꾸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뱃속 아이를 위해 영어동요를 듣고 평소에는 듣지 않던 모차르트를 줄곧 틀어놓고 좋은 동화를 들려주고 맛난 음식과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으며 의식적으로 이상적인 아이를 만들기 위한 노력보다 엄마 자신이 본인의 행동과 생각을 올바르게 해야 할 것이다. 

  나는 그래서 '태아는 엄마의 행동을 따라해요' 라는 이 말이 사랑스럽고 신기함과 동시에 (좀 과장하자면) 위협처럼 들리기도 했다.  '엄마, 난 엄마의 행동 모두를 익히고 있고 그것이 내게 자연스러워져서 몸에 배게 될거야.  나 계속 엄마를 닮고 따라 해도 괜찮은 거지?' 하는 물음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이때 '그럼~  엄마를 쏙 빼닮으렴.  엄마처럼만 태어난다면 넌 훌륭한 아가가 될거야' 라고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뿐 아니라 이렇게 답할 수 있는 엄마는 얼마나 될까?  내가 조급해하고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욕심을 부리고 관심 없는 것들에는 무심하리만치 게으른 내 행동을 고스란히 닮아가고 있다니.  맙소사.  이대로 하다가는 우리 아이는 "엄마~ 밥줘 밥!!  난 못기다려....  엄마~ 나 내일 유치원 가서 잘 할 수 있을까?  난 너무 무서워.  걱정이 돼서 잠이 안와....  엄마, 나는 다 잘할거야.  뭐든 내가 최고가 될거란 말이야!  난 다 가질거라구!!.... 난 그거 재미없고 관심 없어.  제발 나한테 그런 거 하라고 하지마.  나는 관심 없는데 왜 그래~"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서 '아니 우리 딸 왜 이리 못 기다리고 조급하게 굴지?  어린 애가 왜 이렇게 걱정이 많을까?  욕심꾸러기에 자기 기분대로만 하려고 해.  도대체 누굴 닮은거야?  내가 아이를 잘못 양육하고 있는 건가?' 하며 한숨으로 밤을 지새울지도 모를 일이다.  너무 극단적인가?  물론 내가 아주 결점만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니며 단점만큼이나 장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너나할 것 없이 그럴게다.  누구나 단점과 장점을 함께 갖고 있다.  그러나 내 아이가 따라 하고 닮을 수도 있는 단점이라면 가급적 조심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래서 생후 10년 교육보다 뱃속 10달 교육이 중요하다는 말들을 하는가보다.               

  이 책은 진정한 태교란 아기를 위해 무언가를 하려 하는 것 이상으로 엄마 스스로를 자신을 단정히 하고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제 임신 6개월이 되었다.  3, 4개월때는 입덧에 컨디션도 꽝이었고 5개월째는 어떻게 하다 보니 그냥 지나왔고 이제 6개월째를 보내고 있다.  나는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나의 모습과 행동들을 한 번 더 돌아보고 바른 엄마이자 바른 나로 살 수 있도록 조금씩 노력해야겠다.   

  사랑하는 열쇠야, 너는 참 엄마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는구나.  생명의 경이와 신비를 몸소 체험하게 하고 또 니가 뱃속에서 자라는 것에 감동하게 하고 기쁨을 주고 '아, 이런 게 엄마의 마음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하고.  또 이렇게 책을 통해서 니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구나.  앞으로 엄마도 우리 열쇠에게 좋은 엄마가 되도록 더욱 노력할게.  우리 잘해보자!! 아자 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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